무당학사 23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1화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자신의 기운과 하나가 된 자연지로 대덕과 대의를 감싸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제10-12장 다시 무당으로……
제갈세가가 있는 융중으로 향하던 호현은 방향을 바꿔 균현에 들어서고 있었다.
제갈세가에서 죽대선생을 만나게 되면 그를 설득하는 대로 북경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호북으로 오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무당산에 들렀다 갈 생각이었다.
방헌에서 스승님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하고 태극호신경도 돌려줄 생각이었다.
태극호신경의 내용은 이미 모두 외우고 있으니 책은 더 이상 필요 없는데다 혹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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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현은 호현이 떠날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흠! 하! 좋구나.”
균현에 들어선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어쩐지 균현에 들어오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불문보다는 도문이 더 어울리는 모양이구나.”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보다 무당파가 있는 균현이 자신에게 더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호현이 걸음을 옮겼다.
무당파에 오르기 전 호현은 객잔에 먼저 들렀다. 긴 여정으로 몸에는 흙먼지가 쌓이고 더러운데 이런 모습으로 무당산에 들어가는 것은 폐라 여긴 것이다.
객잔에서 깨끗이 씻고 미리 준비한 깨끗한 백의 학사복으로 갈아입은 호현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깔끔하군.’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객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명균과 명백이 객잔 일층에서 그를 보고 서 있는 것이다.
“명균 도장, 명백 도장.”
반갑게 둘의 이름을 부르며 호현이 다가가자 그들이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강녕한 듯하니 다행입니다.”
명균의 말에 호현이 합장을 해 보였다.
“두 분도 강녕한 듯 보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오신 것입니까?”
“본문과 지척인 균현의 일을 무당이 모른다면 어찌 무당이라 하겠습니까. 어르신들이 기다리십니다.”
명균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둘과 함께 무당산에 오르며 호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안부들에 관한 것 말이다.
“사조들께서는 호현 학사가 무당을 내려가고 난 후에는 본문에 오지 않으십니다.”
“어디 아프신 것 아닙니까?”
호현의 말에 명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조들이야 건강하십니다. 사조들은 원래 밖에 잘 나오시지 않으십니다.”
“그렇군요. 무당에는 별일 없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명균이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하려 했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무정현에서 호현 학사가 찾은 자들 기억나십니까?”
“기억납니다.”
“그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정체? 제갈인 소협의 말에 의하면 마교도들이라고 하던데 아니었습니까?”
호현의 말에 명균이 고개를 저었다.
“마교도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좀 다릅니다. 그들은 일월교도였습니다.”
“일월교?”
“그렇습니다. 예전 저희 무당파에서 일월교라는 사교를 멸문시켰는데, 그 잔당들이 아직도 남아 활동을 하고 있던 듯합니다.”
명균의 설명에 호현은 예전 북경에서 공격을 했던 자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일월교였는데…… 말을 해 드려야 하나?’
명균에게 일월교에 대해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자신이 숨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월교는 사도가 아닌가? 양민들을 좀먹을 것이 뻔한 그런 사도는 빨리 없애 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에 호현이 북경에서 있었던 일을 명균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에 점점 더 심각하게 얼굴이 굳어가던 명균이 명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 봐야 할 곳이 있네. 사제가 호현 학사를 장문인께 안내해 드리게.”
말과 함께 명균이 그대로 몸을 솟구치더니 사라졌다. 그 모습에 호현이 명백을 바라보았다.
“명균 도장께서는 어디 가시는 겁니까?”
“아마 북경에 있는 속가 문파들에게 일월교에 대한 조사를 명하러 가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북팽가에도 도움을 요청할 듯합니다.”
“하북팽가?”
“하북팽가도 일월교와 같은 사파가 자신들의 영역인 하북에 있다는 것을 알면 손을 거들어 줄 것입니다.”
호현에게 설명을 해 주던 명백이 문득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일월교가 왜 호현 학사를 공격했을까요?”
의아한 얼굴로 묻는 명백의 모습에 호현은 순간 침을 삼켰다. 아마가 아니라 정확히 일월교가 호현을 공격한 이유는 바로 북두신공 때문일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운학진인이 말을 하지 말라 하였으니 비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저도 잘…… 아! 혹시 제가 일월교 비밀 지부를 밝혀서 그런 것이…….”
“호현 학사가 공격을 당한 것은 일월교 비밀 지부를 밝혀내기 전 아닙니까?”
명백의 말에 호현은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이런 멍청한…….’
자신의 실수를 안 호현이 일단 말을 바꿨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저도 잘…….”
그런 호현을 바라보던 명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하여튼 일월교 문제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호현 학사께서 아실지 모르지만 본문과 일월교는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운학진인께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당혈사에 일월교가 음모를 꾸몄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호현이 무당과 일월교 간의 이야기를 아는 듯하자 명백이 한숨을 쉬었다.
“저도 어른들께 들은 것이지만, 당시 무당은 참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합니다. 당시 살아남은 제자들이 운 자 배 중 몇 되지 않았다 하니 말입니다.”
말을 하던 명백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뛰어나셨던 분이 바로 운학 태사조셨지요. 모든 것을 다 잃은 무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신 분이니 말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올라가던 호현은 곧 무당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당파 안에 들어가자 호현의 눈에 익숙한 도관과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회에 젖은 눈으로 도관들을 훑어보던 호현이 명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극전에 먼저 들르면 안 되겠습니까?”
“태극전에는 왜?”
명백의 물음에 호현이 태극전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당에 오니, 운학진인이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잠시 그분께서 남기신 것을 보고 싶습니다.”
“태사조께서 신상에 새겨 놓은 그림들을 말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어른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가 아님을 알지만, 가서 보고 싶습니다.”
호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명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장문인께 전할 것이니 태극전에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명백이 먼저 걸음을 옮기며 사라지자 호현이 태극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태극전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간 호현은 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호현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무당의 도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멀지 않은 길을 도착하는 데 거의 한 시진 가까이 걸려야만 했지만 말이다.
태극전에 있는 운학의 자취를 보고 장문인 청운진인을 보러 가려던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장문인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무당의 도사들을 어떻게 나 몰라 하며 간다는 말인가?
그에 호현은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건네는 도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태극전에 도착한 호현은 곧 안으로 들어갔다. 신도들로 북적거릴 것이란 생각과는 다르게 태극전 안에는 도사 한 명만이 있었다.
호현을 본 도사, 명정이 놀란 듯 그를 보다가 웃으며 다가왔다.
“무당파에서 가장 유명한 무당학사 호현 학사가 아니신가.”
“농이 과하십니다.”
“무량수불, 농이라니 무당이라는 이름을 다는 고수들 중에서 요즘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무당학사잖나.”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명정의 모습에 호현도 마주 합장을 해 보였다.
신도들이 태상노군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태극전을 담당하는 명정은 사람을 편하고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조용한 도관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내가 잘 못 지낼 일이 있겠는가?”
명정의 말에 웃은 호현이 태극전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도들이 안 보이는군요.”
호현의 물음에 명정이 고개를 저었다.
“요즘 본문이 비상사태라 외인을 받지 않는다네.”
“비상사태?”
“나는 잘 모르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자네 온 것을 장문 사숙께서는 아시나?”
“알고 계십니다. 청운진인을 뵙기 전 운학진인께서 남기신 자취를 보고 싶어 태극전에 먼저 들렀습니다.”
운학진인이라는 말에 명정이 합장을 했다.
“무량수불. 안으로 들어오시게.”
명정이 안으로 호현을 데리고 와서는 신상들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신상에 올라가더니 그것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상의 바닥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호현이 품에서 신상 바닥을 뜬 탁본을 꺼내들었다.
탁본과 태극음양경은 언제나 늘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둘 다 운학의 자취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이니 말이다.
하나 둘씩 뒤집어진 신상들에서 운학이 새겨 놓은 그림들이 보였다.
운학이 그림을 새겨 놓은 신상들을 모두 뒤집어 놓은 명정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자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다 보고 나면 나오시게.”
“감사합니다.”
명정이 밖으로 나가자 호현이 천천히 신상들 바닥에 그려진 그림들을 바라보았다.
십여 개의 신상 바닥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서 있고, 어떤 것은 걸으며 또 어떤 것은 앉아 있었다.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단 하나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그림 속 인물이 호현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신상들을 바라보던 호현이 천천히 그림들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신선 어르신께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그림 속의 인물과 자신이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분명 운학이 그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남긴 것인 듯했다.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호현이 문득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시 그림을 손으로 훑었다. 볼 때는 몰랐지만 손으로 만지자 선의 굵고 미세함이 느껴졌다.
그에 이상함을 느낀 호현이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림을 이루는 선들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것은 굵고 어떤 것은 얇았던 것이다. 마치 소림사 천불전에 있는 나한도의 그림과 같이 말이다.
운학이 남긴 그림과 천불전의 그림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호현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과 함께 호현의 머리에 천불전 나한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비슷한데.”
호현의 중얼거림이 끝이 나기 전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이 비슷하다는 말이더냐?”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호현이 미소를 지으며 합장을 해 보였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뵙습니다.”
호현의 뒤에는 어느새 왔는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호현의 기운을 느끼고 두 사람이 온 것이다.
그 모습에 호현이 급히 합장을 해 보였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뵙습니다.”
호현의 예에 허학진인이 코웃음을 쳤다.
“흥! 그동안 연락 한 번 없더니 우리가 찾아와야 인사를 하는 것이냐.”
무언가 토라진 모습의 허학진인의 모습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