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3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0화
호현은 대별산 외곽을 달리고 있었다. 대별대두가 있는 대별산을 관통해 넘을 수 없으니 그 외곽을 돌아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타타탓!
빠르게 경공을 시전하던 호현이 힐끗 대별산을 올려다보았다.
‘진파파께서 잘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구나.’
진파파와 의덕장 식구들을 생각하던 호현이 대별산을 넘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히 대별대두에게 잡히게 된다면 스승님이 있는 융중으로 가는 길이 지난해질 것이 뻔한 것이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대별대두에게 사과도 하고 아이들이 볼 책도 가져다줘야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발에 힘을 주자 그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대별산을 지난 호현은 당서현에 도착했다.
“휴! 오늘 여기서 쉬고 내일 다시 출발해야겠구나.”
당서현에 도착한 호현은 객잔을 찾았다. 당서현은 숭산으로 갈 때 지나갔던 곳이기에 객잔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객잔 안으로 들어간 호현은 빈자리에 앉으며 다가오는 점소이를 향해 말했다.
“소면 두 그릇과 만두 한 그릇 주십시오.”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주방으로 가는 것을 보며 호현은 출출한 배를 어루만졌다.
‘내일 출발할 때는 건량을 좀 챙겨야겠다. 인가를 찾지 못하면 꼬박 굶어 죽게 생기지 않았는가.’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때에는 배가 고프면 주위를 둘러봐 가장 가까운 인가에 들러 밥을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배가 고파도 인가가 나올 때까지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일은 육포나 떡 같은 요깃거리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현은 음식이 어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점소이가 호현의 자리에 소면 두 그릇과 만두들을 가져다 놓았다.
“묵고 가십니까?”
소면을 한 젓가락 크게 입에 넣으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층 십번 방에서 묵으십시오.”
점소이가 불러주는 십번을 기억하며 호현이 빠르게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였는지 소면 두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은 호현이 이제 만두를 먹으려는 순간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호현 학사!”
만두를 막 입에 넣으려던 호현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객잔 입구에서는 표사 차림을 한 젊은 남자들 몇이 서 있었는데 호현을 보고 놀란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현도 그들을 보고는 웃으며 손을 들었다.
“태을 표국 분들 아니십니까.”
그들은 바로 호현과 함께 북경으로 표행을 했던 태을 표국의 표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호현을 부른 사람은 그에게 태극호신공을 배운 강사였다.
호현이 알은체를 해 주자 표사들이 우르르 그 옆으로 몰려왔다.
사실 무림에 퍼진 명성을 생각할 때 감히 표사들이 호현을 부르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객잔에 들어오던 강사가 호현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다른 표사들에게 미쳤냐는 눈빛을 받고 있다가 그가 알은척을 해 주니 그제야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포권을 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그들에게 호현이 빈자리를 가리켰다.
“저야 잘 지냈습니다. 일단 앉으시지요.”
강사가 자리에 앉으며 슬며시 말했다.
“호 대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학사라는 말에서 어느새 대협이라 호칭을 바꾸는 강사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남들 입을 통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호북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른 분들은?”
“국주님과 다른 표사들은 마을 밖에서 유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음식을 주문하러 들어온 것입니다.”
말과 함께 강사가 점소이를 불러서는 음식들을 주문했다.
“건량과 만두 등으로 빨리 줄 수 있는 것들로 백 인분 준비해 주게.”
백 인분이라는 말에 점소이가 놀란 듯 강사를 보다가 말했다.
“그 음식들을 다 어찌 하시려는지?”
“밖에 마차를 가져왔네. 거기에 싣고 갈 것이니 대충 포장해서 마차에 실어주게.”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주방으로 가는 것을 보며 호현이 의아한 듯 강사를 바라보았다.
“백 인분이나 주문을 하십니까?”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어야 하니까요. 아! 그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대별산 하면 유명한 것이 천하십대 고수 중 한 명인 녹림왕 대별대두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별대두에게 변고가 생긴 모양입니다.”
강사의 말에 호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별대두에게 변고가?”
자신의 말에 호현이 관심을 가지자 강사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저희 표행이 이번에 대별산을 넘기 전에 산꾼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마 전에 대별산에서 천둥 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고 합니다.”
굉음이라는 말에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별대두가 길을 만드는 소리가 들렸나 보군.’
“그런데 그 굉음이 터지고 난 후에 대별대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좋은 일 아닙니까?”
“산적도 보통 산적이 아니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굉음이 터지고 대별산 나무꾼들이 시체들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시체?”
시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별대두는 대별산에서 살인을 하는 것에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
아니, 살인이 아니라 살기를 뿜어냈다는 것만으로 위기에 처한 소녀를 두들겨 패려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대별산에서 시체가 발견이 되다니…….
‘대별대두가 죽인 것인가? 아니야. 대별대두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했어. 그럼 고노나 진파파?’
노인들이기는 해도 둘 다 고수들이니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진파파는 몰라도 고노는 사람 한둘 죽이는 것에 대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인물이었다.
하지만 호현은 곧 고개를 돌렸다. 주인이 살인을 싫어하는데 수하인 그 둘이 사람을 죽일 것 같지는 않은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지?’
호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사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체들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그게 또 대단한 신분이었습니다. 바로 흑천이라는 자객 집단이었던 것입니다.”
“흑천?”
“천하제일살이라 불리는 십대고수 중 암왕이 다스리는 그 흑천 말입니다.”
암왕이라는 말에 호현은 전에 만났던 그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다.
‘대별산에서 구한 소녀를 공격하던 자들도 자객이었는데…… 그럼 그들이 흑천?’
생각을 정리하던 호현이 벌떡 일어났다.
“암왕과 대별대두가 싸웠구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호현의 모습에 강사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하지만 호현의 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어?”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져 버린 호현의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강사에게 점소이가 다가왔다.
“저기, 손님.”
점소이의 말에 강사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점소이가 호현이 앉아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 먹은 소면 그릇 두 개와 만두가 담겨 있는 그릇이 남아 있었다.
“방금 있던 분이 계산을 하지 않고 가셨습니다.”
“뭐?”
“아시는 분이신 듯한데 백 인분 음식 값에 이것도 포함하겠습니다.”
대답도 듣지 않고 일하러 가 버리는 점소이를 멍하니 보던 강사가 호현이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
*
*
대별산을 호현이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대별대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 일신의 무위야 호현이 잘 아는 바이니 말이다.
하지만 대별산 의덕장에는 대별대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아이들과 진파파가 걱정이 된 호현은 발에 힘을 주었다.
펑!
폭음과 함께 하늘 높이 솟구친 호현이 그대로 기운을 방출해 밤하늘을 쏘아져 나갔다.
그렇게 몇 번을 솟구친 호현은 의덕장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별대두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다면 벌써 나와도 나왔을 것인데.’
대별산은 대별대두의 영역이다. 대별산에 들어오면 대별대두의 기감에 감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호현은 자신의 기운을 물씬 뿜어내며 움직이고 있으니 더욱더 대별대두의 기감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봉우리를 올려다보던 호현이 곧 몸을 날렸다.
탁! 탁!
절벽을 평지처럼 디디며 몸을 솟구치던 호현이 봉우리 위에 내려섰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 놀람과 경악이 어렸다. 의덕장의 상징이라고 하던 대의와 대덕 두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게다가 의덕장의 건물들도 박살이 난 채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있지 않은 듯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대체?”
놀란 눈으로 의덕장을 보던 호현의 눈에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호현이 머물 때에는 있지 않던 것…… 작은 흙무더기 또는 무덤 봉분이라 하는 것이 말이다.
의덕장의 마당에 자리 잡은 봉분에 다가간 호현은 그것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봉분을 보고 있자니 불안한 호현이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봉분 앞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의덕장공신고위경지묘〉
비석에 적힌 내용을 본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의덕장에 고씨는 단 한 명이었던 것이다.
‘고노가 죽은 것인가?’
고노가 죽을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 된 호현이 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언가 흔적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에 의덕장 한쪽에 뒹굴고 있는 쇳조각들이 들어왔다.
급히 그쪽으로 다가간 호현은 박살이 난 검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로 보이는 붉어진 땅들과 함께 말이다. 검 조각들을 훑어본 호현이 주위를 바라보았다.
검 조각들은 한 곳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검 조각들의 중심에는 새까맣게 타들어간 땅이 보였다.
아니, 땅이 타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땅이 녹았다?”
호현이 보는 땅은 고열에 의해 녹아 있었다. 손으로 녹아 버린 땅을 흩던 호현은 이 가운데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대별대두가 협공을 당했군.”
작게 중얼거린 호현이 힐끗 봉분을 바라보았다. 이 흔적과 봉분을 보자니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대별대두와 진파파,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무사히…… 아니, 최소한 죽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봉분이 있다는 것은 싸움에서 대별대두가 이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가 죽었다면 고노의 봉분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고, 고노의 봉분이 있다면 다른 죽은 이의 시신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구나. 그런데 다들 어디로 갔지?”
대별대두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았지만 진파파와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잠시 의덕장을 훑어보던 호현이 고개를 젓고는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남아 있는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의덕장을 나오던 호현이 문득 뽑혀 있는 대덕과 대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덕과 대의를 들고는 연못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놔두면 말라 죽을 것이 뻔하니 연못 근처에 심으려는 것이다.
대덕과 대의를 심은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며 문곡성을 개안했다.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대덕과 대의의 기의 흐름이 보였다. 초목에도 생명이 있어 자연의 기운을 호흡하는 것이다.
‘미약하구나. 마치 죽기 직전의 생명 같지 않은가.’
이대로 두었다가는 땅에 심어 두어도 죽겠다는 생각이 든 호현이 손을 들어 대덕과 대의의 뿌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호현의 몸에서 솟구친 기운들이 천천히 그 주위의 자연의 기운들과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늙어 죽기는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