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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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26화
꿈틀!
“소림사를 아이들이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어렵겠지.”
혜성 대사의 말에 홍명이 그것을 부정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오 년 전부터 소림사의 대소사를 처리한 것은 그였다.
지금 당장 방장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소림사를 잘 이끌 자신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혜망과 혜성 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어찌 벌써 방장의 자리를…… 아니, 어찌 소림사의 교체를 이렇게 정하는 것입니까. 아직 아이들은 소림사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혜망의 말에 혜성 대사가 그를 지그시 보다가 주위에 있는 승려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제들과 사형들을 말이다.
그런 그들을 보는 혜성 대사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위에 있던 승려들이 모두 느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사형은 천연이 닿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본 바 최소한 초절정의 극에 이르러 활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혜망이 입을 열었다.
“사형께서 천하제일인입니다.”
혜망의 말에 모든 승려들이 놀란 눈으로 그와 혜성 대사를 바라보았다.
깨달음을 얻어 무위가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천하제일인이라니.
침묵만이 감도는 장내에서는 오직 혜망만이 얼굴을 붉힌 채 혜성 대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분이 왜 뒤로 물러나려 하십니까. 사형으로 인해 소림이 앞으로 얼마나 비상할 수 있을지 아십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소림을 이끌 수 없네.”
“왜 그렇습니까? 홍명이 사형보다 더 소림을 잘 이끌 것이라 보십니까? 아니면 저희들이 쓸모가 없어 일대 아이들이 더 소림을 잘 이끌 것이라 보십니까?”
연속된 혜망의 물음에 혜성 대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아니다. 아직 일대 제자들은 미흡하네.”
“그럼 대체 왜 그러십니까? 왜 홍명에게 방장의 자리를…….”
혜망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혜성 대사가 한숨을 쉬며 그의 눈을 바라본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소림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네.”
한숨이 어린 혜성 대사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혜망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설마! 주화입마?”
무를 익힌 자라면 그 누구라도 아는 단어이자 가장 금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주화입마다.
‘방장 사형과 같은 분이 주화입마라니…….’
“그것은 아니네.”
주화입마가 아니라는 혜성 대사의 답에 혜망을 비롯한 승려들이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합장을 하는 노승들을 바라보던 혜성 대사의 눈에는 착잡함이 어렸다.
“내가 얻은 깨달음은 무당학사가 준 것이다.”
혜성 대사의 말에 노승들과 일대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학사가 소림사에 왔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무당학사가 소림에 온 날 혜성 대사가 깨달음을 얻었기에 둘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혜성 대사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승려들의 시선을 받으며 혜성 대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무당학사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것도 무엇이라 말을 할 수 없는 은혜다.”
잠시 말을 멈춘 혜성 대사가 말을 이었다.
“허나…… 그것은 빚이다. 그것도 일생 어떻게 해도 갚기 어려운 빚이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구나.”
“감당할 수 없다니. 사형께서는 소림사의 방장입니다. 은혜를 입었다면 보은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방장의 지위를 놓으려는 것이다. 내가 아닌 소림의 제자가 기연을 얻었다면 나는 무당학사를 소림의 은공으로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보은을 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대환단이라 하여도 말이다.”
대환단이라는 말에 승려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원 제일의 영약이라 칭해지는 것이 바로 대환단이다.
무인이 먹으면 일 갑자의 내공을 얻게 된다는 희대의 영약, 무당의 태청단이 대환단과 비교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비교되는 수준인 것이다.
소림사 방장조차도 일생 동안 단 한 알의 대환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대환단을 무당학사에게 줄 수도 있다니…….
‘사형이 얻은 깨달음이 그 정도라는 말인가?’
승려들이 놀라고 있을 때 혜망이 말했다.
“사형이 얻은 깨달음이 그 정도라면 대환단을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굳이 방장의 지위에서 내려올 필요는 없습니다. 사형이 무당학사에게 대환단을 준다고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소림사 방장인 내가 개인적으로 무당학사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 문제다. 소림사의 빚이라면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소림사 방장이 개인적으로 진 빚은 갚을 수 없다. 소림사를 이끄는 이는 그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아야만 소림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빚을 좀 지면 어떻습니까?”
혜망의 물음에 혜성 대사의 고개가 저어졌다.
“너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네가 말을 하거라. 나는 무당학사를 뵈러 갈 것이니.”
말과 함께 혜성 대사가 걸음을 옮기자 혜망이 눈살을 굳힌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홍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해 보거라.”
혜망의 말에 홍명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생각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말이 길다. 짧고 간결하게.”
혜망의 명에 홍명이 빠르게 말했다.
“소림사 방장은 소림사를 위한 존재입니다.”
그것으로 입을 다무는 홍명의 모습에 혜망이 그게 다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더 많은 답을 원하는 혜망을 보며 홍명이 전음을 보냈다.
-방장은 소림사의 이익만을 생각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소림사의 이익에 무당학사가 반하게 될 경우를 우려해 물러나시는 것입니다.
‘무당학사의 말에 기연을 얻지 않은 것이 나에게도 기연이구나.’
만약 홍명이 무당학사의 말에 기연을 얻었다면 그 역시 다음 대 소림사 방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혜망을 한 번 본 홍명이 근처에 있던 일대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이제…… 일대 제자인 홍 자 배가 이끄는 소림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제10-9장 호현에게 소림사란?
호현은 간밤에 자신이 부순 초가집의 지붕을 수리하고 있었다. 수리라고 해도 부서진 지붕에 나뭇가지들을 대고 그 위에 짚을 엎는 것이 전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호현을 한 아이가 구경하고 있었다. 똘망똘망하게 생긴 것이 총명함이 보이는 아이였다.
아이를 보고 있자니 대별산에서 본 아이들이 떠오른 호현이 말했다.
“몇 살이니?”
호현의 말에 가만히 그를 보던 아이가 말했다.
“형이 무당학사예요?”
아이의 말에 호현이 웃었다.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아버지가 그랬어요. 손님이 있으니 착하게 굴라고요.”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에 의아해하는 호현에게 아이가 말했다.
“혜각 스님이요.”
“혜각 스님이 아버지?”
“우리는 모두 혜각 스님을 아버지라고 해요.”
“그렇구나. 이곳에서 지내기는 할 만하니?”
“그럼요. 밥도 주고 친구도 있고 또 공부도 시켜 주는데요.”
지붕을 훑어본 호현은 이제는 됐다 싶었는지 아래로 내려왔다.
“공부는 할 만하니?”
“지겹죠. 하지만 배워야 돼요. 아버지가 까막눈은 세상에 나가면 사기나 당하고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했어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 여기서 살 수는 없잖아요. 기술 배워서 저희도 나가서 살아야죠.”
“기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호현은 혜민원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다.
혜민원은 아이들이 열여덟이 되면 밖으로 내보낸다. 아이들은 그 재능에 따라 소림사 속가에서 운영하는 표국이나, 상가에서 일을 하며 자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살 길까지 마련해 주는구나.’
소림사가 관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던 호현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에 자신을 지그시 보고 있는 한 노승의 모습이 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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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각이 내다 준 차를 마시며 혜성 대사는 호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현을 처음 보지만 혜성 대사는 그에게 감탄을 하고 있었다. 호현의 몸에 자연스럽게 흘러들고 나가는 자연지기를 느낀 것이다.
‘자연지기라…… 허! 무당학사가 이 정도의 인물이었던가?’
호현을 지그시 보던 혜성 대사가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무당학사의 명성이 사해를 진동시키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혜성 대사의 존대에 호현이 급히 합장을 해 보였다.
“방장 대사의 존대를 받기 송구합니다. 편하게 말을 놓아 주십시오.”
“존대면 어떻고 하대면 어떠하겠습니까.”
“그래도 어찌 제가 방장 대사께 존대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자리가 불편한 듯 얼굴에서 식은땀까지 흘리는 호현을 보며 혜성 대사가 미소를 지었다.
“존대를 하나 하대를 하나 빈승이 하는 말은 변하지 않으니, 자네가 편한 것이 하대라면 그리하도록 하세.”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호현을 보며 혜성 대사가 말했다.
“어제 자네가 홍명에게 해 준 이야기를 듣고 내가 깨달음을 얻었네. 그 덕에 내 앞을 막고 있던 벽에 금이 갔으니 자네에게 구명지은과 같은 은혜를 받은 것과 같네.”
혜성 대사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한 말?”
“기억 못하나? 어제 홍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그 말에 어젯밤 홍명과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게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호현의 모습에 혜성 대사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허! 기억이 나지도 않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잠시 호현을 보던 혜성 대사가 말했다.
“자네의 눈에 소림사가 어떻게 보이는가?”
혜성 대사의 물음에 호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혜민원을 훑어보았다.
혜민원 한쪽에 있는 건물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고 빈 그릇을 가지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한쪽에서는 혜각이 아직 혼자 밥을 먹기 어려운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이 녀석, 어디 밥을 흘리고 먹는 것이냐? 내가 밥을 흘리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죽으면 저승 가서 다 먹어야 돼요.”
“그래, 나중에 저승 가서 흘린 밥 다 먹으려면 배가 터질 것이니 밥은 흘리지 말고 잘 씹어 먹어야 하느니라.”
“네!”
아이들을 살피는 혜각을 보던 호현이 혜성 대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분이 있습니다.”
“흠…… 그것이 자네가 본 소림사인가?”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혹 방장 대사께서는 다른 것이 보이시는지요?”
호현의 물음에 혜성 대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혜각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다른 것이 보였는데…… 지금은 나도 자네와 같은 것이 보이는군. 이제 와서 보니 본사에도 승려 한 명은 있었나 보군.”
혜성 대사의 말에 호현은 내심 긴장이 되었다. 소림사라면 승려들이 사는 곳이니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승려들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선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선문답인가 보구나.’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말을 하시게. 거리가 멀어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내 이름을 사용하시게.”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당파에서도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이다.
그런 호현을 보며 혜성 대사가 몸을 일으켰다.
“본사에 있는 동안 편하게 지내시게.”
“감사합니다.”
합장을 해 보이는 호현을 보며 혜성 대사가 몸을 돌렸다.
자신의 거처였던 방장실…… 이제는 그저 폐허가 된 곳으로 돌아온 혜성 대사는 아직도 가지 않고 머물고 있는 승려들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