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2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23화
“아! 그렇군요.”
“처음에는 사찰, 그것도 보통 사찰이 아닌 소림사에서 고아들을 키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고 하더군.”
“그럴 것입니다.”
‘관에서도 고아들을 키우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이제 그만 주무시게.”
혜각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피고 올 것이니.”
“그럼 저도 같이…….”
“혜민원에 적응이 아직 안 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네. 게다가 이런 늦은 저녁에 찾아온 사람이라면 더 무섭겠지?”
“그렇겠군요.”
“아이들과 인사는 내일 날이 밝으면 하시게. 그럼 편히 쉬게나.”
혜각이 초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던 호현은 피곤함을 느꼈다.
‘오늘 유난히 피곤하구나.’
자연지기를 다루게 된 이후 피로를 잘 느끼지 않는 호현인데 오늘은 무척 몸이 피곤한 것이다.
그에 몸을 비틀어 이완을 시킨 호현이 한쪽에 있던 이불을 깔고는 몸을 눕혔다.
*
*
*
호현이 잠을 청하는 그 시각…… 소림사는 때아닌 소란을 겪고 있었다.
바로 소림사의 중지 중의 중지라고 할 수 있는 방장실에서 엄청난 기파가 터져나온 것이다.
그 기파를 감지할 수 있는 승려들은 자신들의 처소에서 일제히 솟구쳐 오르더니 방장실로 몸을 날리니 소림사라는 숲에서 메뚜기 떼들이 솟구치는 것 같은 장관을 이루었다.
나한전의 홍수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나한전의 지붕을 발로 밟는 것과 동시에 방장실이 있는 곳으로 질풍처럼 몸을 날렸다.
파앗!
‘설마?’
방장실이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을 느끼며 홍수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흥분 등이 어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호상의 얼굴은 그런 감정 때문에 마치 흉신악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동경으로 자신의 얼굴을 봤다면 홍수도 깜짝 놀랄 만큼 무서운 얼굴로 말이다.
처음 소림사 경내에서, 그것도 방장실이 위치해 있는 곳에서 터진 거대한 기운에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혹시 암살자가 나타난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몸을 날리고 방장실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살핀 홍수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방장실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소림사의 기운이었다. 그것도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운이 말이다.
‘무당학사다. 누군가 무당학사의 가르침을 받고 벽을 깬 것이야! 대단하구나! 무당학사가 소림에 온 지 하루 만에 이런 기연이 생기다니! 역시 무당학사다!’
속으로 희열에 벅차 외치며 몸을 날리던 홍수의 눈에 모여 있는 승려들의 모습이 보였다.
승려들의 대부분은 노승인 혜 자 배 고승들이었고, 그 중 간혹 홍 자 배의 사형들과 사제들의 모습이 보였다.
혜 자 배 사숙들이 모여 있는 곳 외곽에 조심스럽게 내려선 홍수가 합장을 해 보였다.
“나…….”
-쉿!
불호를 외우던 홍수는 귀에 들려오는 전음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그 눈에 잘생긴 중년 승려의 모습이 들어왔다.
‘홍계 사형?’
홍명에 의해 폐관에 든 홍수가 나타난 것에 의아하고 걱정이 된 홍계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폐관은 어쩌고 나오신 것입니까?
홍계의 전음에 홍수가 방장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오십 장은 족히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그곳에서 솟구치는 붉은 서기는 마치 불길이 솟구치는 것처럼 잘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폐관이 무슨 말이더냐?
-홍계 사형이 명을 어기고 폐관을 나온 것을 알면 홍명 사형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소림에 일이 생겼는데 소림의 제자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말이더냐? 그것이야말로 소림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소림 제자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한손 거들어야 하는 것이 것이다.
마치 소림에 큰 사고가 발생한 듯 말은 하지만 홍수의 얼굴에는 재밌다는 표정과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소림사 홍 자 배 중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홍수였다.
나한전 팔나한의 수장이자 백보신권이라 불리는 홍수 말이다.
그런 홍수가 홍계가 느낀 기운의 정체를 모를 일이 없다. 그런데도 말은 소림에 큰일이 생겨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하니…… 홍계로서는 가소로울 수밖에…….
-홍명 사형이 화를 내면 무섭습니다.
홍계의 전음에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홍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홍명 사형은 자신의 명이 어긴 사람에게 화를 내지요.
-흠! 네가 좀 도와주면…….
-저까지 끌고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지금 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듣고 싶지 않느냐?
-헉! 무슨 일인지 알고 계십니까? 안에 무당학사가 있는 것입니까?
무당학사라는 말에 홍수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무당학사? 왜 여기서 무당학사라는 이름이 나오느냐?
‘아! 사형은 모르겠구나.’
홍명이 사제들을 모았을 때 홍수는 폐관에 든 상태였으니 무당학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다.
그에 홍계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허! 이거…… 무당학사가 생각보다 더 대단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홍계의 말에 홍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누군가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 잠시 말이 없던 홍수가 홍계를 바라보았다.
-무당학사가 혜민원에 있다 하였느냐?
-혜민원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대사형께서 혜민원에서 저희를 모았고…….
홍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홍수의 몸이 솟구치더니 혜민원이 있는 곳으로 쏘아져나갔다.
그 모습에 홍계가 방장실 쪽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홍수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사형, 어디를 가십니까!
홍계의 전음에 홍수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무당학사를 만나러 간다.
-대사형이 만나지 말라고 명을 내리셨습니다! 대사형이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홍계의 전음에 홍수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몸을 돌린 상태이기는 했지만 홍수의 몸이 나아가는 것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고는 뒤에서 쫓아오는 홍계를 향해 정중하게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내가 지옥에 가지 않는다면 누가 가겠는가.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홍계를 본 홍수가 땅을 박차는 것과 함께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자신과의 거리를 벌리는 홍수의 모습에 홍계가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지금 홍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무당학사를 찾아갈 것이다. 그 말은 뭐가 어떻게 되었든 홍명의 계획에 홍수가 차질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홍수 사형을 왜 막지 못했냐고 홍명 사형이 크게 혼을 내시겠구나. 나무아미타불…….’
혜민원 앞에서야 몸을 멈추는 홍수에게 다가간 홍계가 다시 한 번 그를 만류했다.
“사형, 그러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리십시오. 이번 홍명 사형은…….”
“방장께서 깨달음을 얻었다.”
“네?”
뜬금없는 홍수의 말에 홍계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홍계를 보며 홍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홍수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홍계가 그제야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놀라 말했다.
“방장께서 깨달음을?”
“그렇다. 너도 알다시피 무인의 무공은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도 사십 전후, 아니 최대한 많이 본다고 해도 오십 전후에는 성장이 멈춘다. 내공이 늘어 무공이 강해질 수도 있고 천연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연을 얻어 벽을 깨게 된다면 더 높은 경지를 얻을 수도 있다.”
잠시 말을 멈춘 홍수가 홍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천연이고 기연이다. 오십 전후가 되면 자신의 무공의 틀이 완성되고 몸에 굳어지게 된다. 그 틀을 깨고 나가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깨달음인 것이다.”
홍수는 무척이나 흥분한 듯 빠르게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방금 전까지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방장 사숙의 무공은 인간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의 끝자락에 걸쳐 있었다. 그런 경지의 분께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도 무당학사가 온 첫날에 말이다.”
“방장께서 자신의 처소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이 무당학사와 관련이 있다면…….”
홍계가 혜민원을 바라보았다.
“무당학사가 이곳에 있겠습니까?”
방장의 처소에 무당학사가 있지 않겠냐는 홍계의 말에 홍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방장께서 깨달음을 얻기 전 방문한 사람은 홍명 사형뿐이었다.”
“무당학사 없이 홍명 사형만 말입니까?”
홍계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홍수가 혜민원을 바라보았다.
“홍명 사형은 무당학사를 만났다. 그러고 나서 방장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갔겠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홍명 사형과 무당학사가 나눈 대화를 전해 들은 방장께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홍명 사형도 깨달음을?”
“후! 깨달음이라는 것이 갑자기 오는 것이지만 지금 급하니 나중에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홍명 사형이 깨달음을 얻었다면 여기서 얻었겠지. 그러면 우리는 방장의 처소가 아닌 이곳으로 뛰어왔을 것이다.”
홍수의 말에 홍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홍명 사형은 얻지 못한 깨달음을 방장께서 전해 듣고 얻었다는 말입니까?”
홍계의 말에 그것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홍수가 멍하니 그를 보다가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큭! 홍명 사형의 얼굴이 볼만하겠구나. 무당학사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은 본인인데 정작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방장 사숙이라니…….”
“큭! 그렇군요.”
홍계도 재밌다는 듯 웃는 것을 보던 홍수가 혜민원을 향해 합장을 해 보였다.
“혜각 사숙을 뵙습니다.”
홍수의 행동에 홍계도 합장을 했다.
“혜각 사숙을 뵙습니다.”
두 사람의 예에 잠시 후 어둠을 뚫고 혜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슬쩍 소림사 내원 쪽을 바라보았다.
“시끌시끌하구나.”
“방장 사숙께서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방장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에 혜각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러고는 합장을 하며 불호를 외웠다.
“나무아미타불.”
그런 혜각을 향해 홍수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무당학사가 이곳에 있다 들었습니다.”
“맞다.”
“볼 수 있겠습니까?”
홍수의 말에 혜각이 슬쩍 초가집 쪽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쉬는 중인 듯하니 내일 오너라.”
“잠시면 됩니다. 제가 들어가서…….”
“이런 소란에도 나와 보지 않는 것은 쉬고 싶다는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말꼬리를 잡는 홍수의 행동에 혜각의 눈썹이 굳어졌다.
“감히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언성을 높이는 혜각의 모습에 홍수와 홍계가 급히 합장을 해 보였다.
“제자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물러가거라.”
“제자 물러가겠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홍수와 홍계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혜각이 고개를 돌려 소림사 내원 쪽을 바라보았다.
“소림의 흥복이로구나.”
내원 쪽을 보던 혜각이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돌아 봐야 할 아이들의 방이 남은 것이다.
혜민원에서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홍수가 멈추었다. 그 모습을 홍계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형, 어찌 멈추십니까?”
“이곳까지 와서 무당학사를 보지 않고 가면 내 오늘 잠을 못 이룰 것 같구나.”
“사숙의 명을 어길 생각입니까? 이건 대사형의 명을 어긴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홍계의 말에 홍수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찌 사숙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어찌?”
“무당학사가 혜민원을 나오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리하면 나와 너는 혜민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사숙의 명을 거역한 것이 아니다.”
“어찌 그런 편법을? 사숙이 아시면 크게 노하실 것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사형은 이런 것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