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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1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8화

호현의 물음에 각법이 대웅전 한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본 호현은 어린아이 둘이 손을 꼭 잡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호현이 그들을 볼 때 각법이 한숨을 쉬었다.

 

“자기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까?”

 

각법의 말에 호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소림사에 아이들을 가져다 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놓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나무아미타불.”

 

그러기를 바란다는 듯 각법이 불호를 외우고는 말했다.

 

“제가 아이들을 봐야 할 듯합니다. 그동안 불상 구경이나 하고 계십시오. 부모를 찾아보든 아니면…… 혜민원에 새로운 가족이 생기든 말입니다.”

 

말과 함께 각법이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그것을 보던 호현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부디 아이들의 부모를 찾았으면 좋겠구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 각법이 그들을 데리고 대웅전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탱화와 불상들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불쌍한 아이들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대웅전 밖으로 나온 호현은 곧 승려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각법을 볼 수 있었다.

 

“각법 스님.”

 

호현이 다가가자 승려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각법이 그를 바라보았다.

 

“대웅전 구경을 더 하시지 왜 나오십니까?”

 

호현의 시선이 각법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 둘에게 향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걱정이 되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자 나왔습니다.”

 

호현의 말에 각법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호현은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버려진 모양이구나.’

 

호현도…… 사실 버려진 아이였다. 그런 호현을 죽대 선생이 주워다 기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호현은 이 아이들의 모습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대별산의 아이들은 그래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대별대두와 진파파가 있었는데…….’

 

아이들을 보던 호현이 각법을 향해 작게 물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혜민원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그 고…… 흠! 소림사에서 거둔 아이들이 산다는 곳 말입니까?”

 

호현의 말에 각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앞으로 너희들이 살 곳으로 가보도록 하자꾸나. 거기 가면 친구들도 많고 형과 동생들도 많으니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각법의 말에 아이들 중 그래도 조금 더 큰 아이가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제 동생도 같이 살게 되나요?”

 

“물론이지. 우리 소림사가 아무리 꽉 막힌 중들만 사는 곳이라고 해도 형제를 떼어놓을 정도로 나쁜 중들은 아니란다.”

 

아이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얼굴에 잔뜩 미소를 지은 각법이 그들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새로운 가족들과 집을 보러 가자꾸나.”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각법이 미안하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소림사를 안내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겼군요.”

 

각법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등봉현에는 앞으로 얼마 동안 머물 생각이니 오늘만 날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스님들도 있으니 그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모두 친절하게 대할 것이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민머리를 한 사람들 아무에게나 물어보십시오.”

 

승려를 민머리라 표현하는 소림사 승려 각법을 호현이 재밌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 스님은 참 재밌는 분이구나.’

 

“아! 천불전에는 꼭 한 번 가 보십시오.”

 

“천불전?”

 

“천불전이라고 해서 불상이 한 천 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천불전 안에 있는 탱화에 천 명의 나한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건 그야말로 장관 중에 장관이지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각법이 주위를 슬며시 훑어보고는 호현에게 속삭였다.

 

“천불전의 탱화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비밀?”

 

“그렇습니다.”

 

정말 큰 비밀을 이야기해 준다는 듯 심각한 얼굴을 한 각법이 말을 이었다.

 

“천불전 탱화에 엄청난…… 무공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무공이?”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각법을 보던 호현이 문득 물었다.

 

“그렇게 엄청난 비밀을 말해도 되는 겁니까?”

 

호현의 말에 각법이 대단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무당학사라는 명성이 허언은 아닌 듯합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제가 한 말의 비밀을 깨달으셨으니 말입니다.”

 

호현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각법이 웃으며 말했다.

 

“천불전 탱화에 엄청난 무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엄청난 비밀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탱화에서 그 엄청난 무공을 얻지 못했지요. 그래서 지금은 본사에 내려오는 전설과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비밀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아는 엄청난 비밀일 뿐이지요. 아! 일례로 무당학사께서 명성을 얻은 무당에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몇 개 전해져 내려오지요. 그 뭐냐…….”

 

잠시 기억을 더듬듯 말이 없던 각법이 말을 이었다.

 

“제가 듣기로는 무당산의 준극봉인가 하는 봉우리 절벽에도 엄청난 무공이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지 않습니까? 우리 소림사의 천불전 탱화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찾지 못하는 비밀이란 비밀이기는 해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요. 물론…….”

 

호현의 눈을 바라보며 각법이 은밀히 말했다.

 

“찾게 되신다면 저에게만 은밀히 알려 주십시오.”

 

진담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을 하는 각법을 호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각법이 웃었다.

 

“농담입니다. 소림의 것을 어찌 제가 혼자 탐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소림의 것이니 찾게 되면 소림에 돌려 달라는 것인가?’

 

각법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안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닿는다면 소림에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불전으로 가는 길은…….”

 

호현에게 천불전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각법이 아이들을 데리고는 걸음을 옮겨 곧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도 곧 천불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10-5장 천불전의 나한도

 

각법에게 천불전으로 향하는 길에 대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워낙에 많은 신도들이 사방에 있어 호현은 그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몇몇 승려들에게 길을 물은 호현은 간신히 천불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불전(千佛殿)〉

 

천불전이라 적힌 현판을 보며 호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그가 들어온 입구 쪽인 남쪽을 제외한 삼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나한의 모습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무서운 얼굴을 한 근육질의 역사들이 새겨져 있는 벽을 보며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대단하구나. 마치 진짜 사람들인 것 같지 않은가.’

 

벽에 그려진 나한들의 모습이 진짜 사람과 같은 생동감을 주는 것에 감탄을 하며 호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나한을 감상했다.

 

*

 

*

 

*

 

소림사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북쪽에는 사 층은 될 듯한 전각 몇 개가 사이좋게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들 사이로 오십 명은 될 듯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까르륵!”

 

“이야호!”

 

모두 열 살 미만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보던 홍명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작은 초가 앞에서 한 노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각법과 그 옆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이 둘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홍명의 눈빛이 살짝 굳어졌다.

 

‘무당학사는 어디에 두고 각법 저 녀석만…….’

 

홍명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각법과 함께 올 것이라 생각한 무당학사 호현이 보이지 않는 것 말이다.

 

홍명이 알아본 호현의 성격이라면 고아들을 기르는 혜민원을 보게 되면 소림사에 극도의 호감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자신이 계획한 것에 따르면 각법은 반드시 호현을 이곳 혜민원에 데리고 왔어야 했다.

 

그런데…… 오라는 무당학사는 오지 않고 아이 둘만 온 것이었다.

 

‘이게 무슨…….’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돌아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홍명의 불편한 심기를 읽지 못하고 그를 따라온 홍성이 의아한 듯 물었다.

 

“무당학사는 왜 안 오고 아이들이?”

 

홍성의 중얼거림에 홍명이 눈을 찡그렸다. 마치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을 홍성이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알아보면 되겠지.”

 

입술을 깨물며 작게 중얼거린 홍명이 각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호현은 여전히 천불전에 새겨진 나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한들의 그림을 볼 때마다 호현은 새로운 기분과 감각을 느꼈다.

 

나한상에서 느껴지는 힘과 기운들은 호현에게 색다른 무언가를 주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호현 단 하나의 존재만이 지존하고 광대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의 자신감을 말이다.

 

그 감각에 호현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나한도에 정신을 뺏기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불호를 외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호현이 고개를 돌렸다. 허름한 승복을 입은 노승이 대나무 비를 들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합장을 하는 호현을 보던 노승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 주위로 고개를 돌린 호현은 아차 싶었다.

 

‘이런, 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천불전에 들어올 때에는 자신 말고도 꽤 많은 신도들이 나한도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오직 그만이 천불전에 남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밖은 어두운 것이 밤이 된 것 같았다. 천불전 그림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내가 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지?”

 

“나무아미타불.”

 

호현이 놀라 중얼거릴 때 노승이 다시 불호를 외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노승이 들고 있는 대나무 비를 본다면 천불전을 청소해야 하니 그만 나가달라는 의미인 듯했다.

 

그에 호현이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제가 대사의 일을 방해한 듯합니다.”

 

자신의 말에도 가만히 그를 보고만 있는 노승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천불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현이 나가는 것을 본 노승이 그제야 비를 움직여 천불전에 쌓인 먼지들과 흙들을 쓸어 내기 시작했다.

 

천불전 밖에서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한쪽에 놓여 있는 대나무 비를 하나 발견하고는 그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불전 안은 셀 수 없이 많은 나한의 그림이 그려질 만큼 거대한 크기, 거의 작은 연무장만 한 크기였다.

 

그런 넓은 곳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승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늦게까지 남는 바람에 노승의 일을 방해한 것도 있고 말이다.

 

노승에게 다가간 호현이 합장을 하며 말했다.

 

“제가 반대쪽에서 쓸고 오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바닥을 쓸던 노승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나무아미타불.”

 

불호를 외우며 고개를 젓는 노승의 모습에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괜찮으니 사양하지 마십시오.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럼 저는 저기부터…….”

 

말과 함께 호현이 뒤로 돌아 천불전 안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그 앞에 노승의 모습이 나타났다.

 

파앗!

 

마치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노승의 모습과 함께 호현의 몸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어느새 천불전 입구에서 양팔을 크게 펼치는 태극호신공의 기수식을 취한 호현의 얼굴에는 놀람과 함께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노승이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순간……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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