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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1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7화

“나무아미타불. 허허벌판에서도 마음에 부처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사찰이고 그것이 바로 법당입니다. 부처를 찾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불공이고 그것이 덕을 쌓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말을 하던 승려가 호현의 양손에 들린 향과 지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마음에 부처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향과 지전을 태운다 해도 그것은 나무와 종이를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승려의 말에 호현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얼굴에 부끄러움과 함께 미소가 어렸다.

 

부끄러움은 자신이 양손에 향과 지전을 하나 가득 들고 있다는 것이었고, 미소는 소림사에 와서 처음 본 승려의 깨달음에 감탄을 해서였다.

 

‘소림사에 와서 처음 본 승려가 마음의 도를 이룬 분이라니…… 역시 소림사는 다르구나.’

 

그에 감동을 한 호현이 합장을 해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대사의 깨달음에 심히 놀랐습니다.”

 

존경의 빛을 띄우는 호현의 모습에 승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같은 젊은 중이 깨달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저 저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각법입니다.”

 

“호북 방헌학관에서 온 호현입니다.”

 

호현의 이름에 각법의 얼굴에 순간 놀람이 어렸다.

 

“무당학사?”

 

‘무당학사라는 말이 대체 어디까지 퍼졌는지 모르겠구나.’

 

무당학사라는 이름에 부담감을 느낀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각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중인 제가 공자 앞에서 학문을 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든 것은 만류귀종이라 처음은 달라도 끝에는 모두 닿게 되어 있는 법이니…… 도교와 불교도 처음은 다르나 끝에 가면 같은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니 무당의 도사들에게 도를 가르친 무당학사께 제가 마음이니 뭐니 한 것은 공자 앞에서 학문을 논한 격이 되지 않겠습니까.”

 

“저 같은 백면서생이 어찌 무당의 도인들께 가르침을 줄 수 있겠습니까. 소문이 과장되었을 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청산이 푸른 것은 푸른 것이지요. 청산이 작다고 해도 청산이고, 청산이 높다 해도 청산 아니겠습니까?”

 

각법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높이 치는 말인 듯하기는 한데 비유가 조금 이상한 것이다.

 

청산으로 자신을 비유했다면 그 푸르름을 가지고 해야 할 것인데, 결론은 청산의 높고 낮음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그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현에게 각법이 잘되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당학사께서 소림사가 처음이신 듯하니 제가 경내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소림사를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호현이 합장을 해 보였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로서야 무당과 함께 꼭 가보고 싶었던 소림사를 안내해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 가시지요.”

 

각법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호현과 각법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홍명이 바라보고 있었다. 소림사에 온 신도들 사이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홍명의 옆에는 홍성이 있었다.

 

지객당을 맡고 있는 혜운의 대제자인 홍성이 호현과 각법을 보며 홍명에게 전음을 보냈다.

 

-무당학사라면 저희들이 나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홍성의 전음에 홍명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얼굴에 미약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구나. 나는 무당학사가 소림학사가 되기를 원한다.

 

소림학사라는 말에 홍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다. 무당파에서 얻은 기연…… 우리 소림으로 가져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당학사의 호감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소림사가 무당학사가 아닌 소림학사를 얻는 길이 될 것이다.

 

각법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호현을 보던 홍명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그런 홍명을 보던 홍성이 전음을 보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대제자가 아닌…… 아니, 제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무당학사가 소림사에 그만큼 중하다면 이대제자인 각법이 아니라 자신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자네보다 각법 사질이 더 낫네. 각법이라면 호현의 마음을 소림사로 이끌 수 있을 것이야.

 

호현과 각법이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홍명이 말했다.

 

“홍민 사제는 혜민원에 있겠지?”

 

홍민은 장경각을 맡고 있는 혜문 대사의 큰 제자로 소림사에서는 문치(文痴)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오늘은 혜민원에서 아이들에게 경전을 가르치라 전했으니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각법에게 호현 학사를 혜민원으로 보내라 하신 것입니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인위적인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지. 각법은 그저 오늘 신도들이 많아 지객당에 지원을 온 줄로만 알고 있네.”

 

“그럼 각법이 호현 학사가 아닌 다른 신도를 안내했으면 어쩌려고 하셨습니까?”

 

홍명의 물음에 홍성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자네가 내 옆에 있는 것 아닌가?”

 

홍성의 말에 홍명이 눈을 찡그렸다.

 

‘호현 학사가 아닌 다른 신도를 각법이 맡으면 내가 대신 맡게 하려 하신 것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홍명이 침을 삼키고는 홍성을 바라보았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홍성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철저한 계산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림에서 사형을 일컬어 일보삼사(一步三思)라 부르지만 제 생각에는 일보만사(一步萬思)라 불러야 옳을 겁니다.”

 

홍명의 물음에 홍성이 미소를 지었다.

 

“일보만사라…… 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생각은 시작과 끝은 늘 소림이다.”

 

“그렇다면 저도 일보만사겠군요.”

 

“그럼 네가 일보만사하거라. 나는 일보삼사 정도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쪼개질 듯하니.”

 

호현과 각법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홍성이 홍명에게 눈짓을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

 

*

 

*

 

소림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에서 호현은 거대한 목조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웅전〉

 

대웅전의 건물 앞에는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웅전의 앞에는 신도들이 향을 태울 수 있도록 마련된 거대한 향로와 지전을 태우는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향로와 항아리 주위에는 혹시 모를 불에 대비해 승려 몇이 모래가 든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호현이 대웅전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각법이 그를 보고 있었다. 호현이 대웅전을 한참을 보는 것을 보던 각법이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각법의 물음에 대웅전을 바라보던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대웅전을 보는 감상을 묻는 것입니다.”

 

호기심 어린 각법의 눈을 보며 호현이 대웅전과 그 주위에 있는 신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웅전은 사찰의 중심입니다.”

 

“그렇지요.”

 

“소림사 역시 사찰이니 이곳이 중심지일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곳이 소림사의 중심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각법의 말에 호현이 대웅전과 그 앞에 줄을 서 있는 신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소림사의 중심인 대웅전에 많은 신도들이 있군요.”

 

예전 방헌 학관에만 있었다면 지금 이 모습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관을 나온 후 호현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중 많은 것은 무림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그 덕에 호현은 소림사가 무림이라는 세계의 거대 방파라는 것 정도는 들은 상태였다.

 

그런 소림사가 자신들의 중심을 신도들에게 개방한 것에 호현은 놀란 것이다.

 

무당파조차도 향화객들을 위해 따로 도관을 지어 그들을 받아들였다.

 

결코 무당의 중심으로 향화객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소림사에서는 그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대웅전에 양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호현의 말에 각법이 웃으며 말했다.

 

“대웅전은 사람들이 부처께 향을 올리고 절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사람들이 많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요.”

 

잠시 말을 멈춘 각법이 대웅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이 아무리 소림사라고 해도 부처를 모시는 사찰입니다. 부처께 불공을 드리는 양민들을 거부할 이유도 일도 없지요. 그런 것 말고 다른 것은 없습니까?”

 

각법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답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가만히 그를 보던 각법이 웃었다.

 

“후! 아닙니다.”

 

웃으며 고개를 저은 각법이 합장을 하며 송구하다는 듯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무당학사라는 별호에 제가 주눅이 들었는지 아니면 환상을 가졌는지 무언가 얻고 싶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늘 신도들로 북적거리는 이곳이 소림사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림사의 근간을 무당학사가 본다면 무언가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줄 것이라 생각을 했던 듯싶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각법이 그를 데리고 향을 피우는 곳으로 다가갔다.

 

“마음이 가는 길에 도가 있고 부처가 있으니 굳이 향과 지전을 태우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 가져온 것이니.”

 

각법이 자신의 손에 들린 향과 지전을 바라보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호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는 것이라 그런지, 향로에서 향 타는 연기가 마치 불이라도 난 듯 요란하게 피어올랐다.

 

그 연기에 코와 목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호현이 향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나무아미타불, 스승님과 사형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모든 일이 잘되기를 기원합니다.’

 

향을 위아래로 몇 번 흔든 호현이 향을 향로에 꽂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각법이 호현이 내려놓은 향 뭉치들을 바라보았다.

 

“이거 다 태우실 겁니까? 다 태우실 것이 아니라면 제가 좀 가져도 되겠습니까?”

 

각법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호현의 말에 각법이 반색을 하며 향을 집어 들었다.

 

“아이들이 이걸 보면 좋아하겠군요.”

 

승려인 각법이 왜 아이들을 들먹이는 것에 호현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

 

호현의 마음을 안 각법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제 아이들은 아닙니다.”

 

“그럼 아이들은?”

 

“본사에서 거둔 고아들을 키우는 혜민원이 있습니다.”

 

말과 함께 각법이 향을 들어 보였다.

 

“혜민원의 아이들이 향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녀석들이 이걸 보면 무척 좋아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전을 가지고 도사 놀이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각법이 자신의 한 손에 들린 지전 뭉치를 보며 하는 말에 호현이 그것도 그에게 내밀었다.

 

호현이 주는 지전 역시 한 손에 든 각법이 웃었다.

 

“절간에 사는 아이들인데 도사 놀이를 좋아하다니…… 아이들이 참으로 염치가 없습니다.”

 

염치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얻은 것에 기분이 좋은 듯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 그런 편이기는 하죠.”

 

“제 말이 그렇습니다. 늘 배고프다고 울고 심심하다고 놀아달라 귀찮게 하고…… 하아! 나무아미타불. 소승이 전생에 큰 죄를 많이도 지은 듯합니다.”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 각법이 대웅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본사의 자랑인 대웅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각법의 말에 호현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대웅전 안은 생각보다 대단히 컸는데 그 중앙에는 불단이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는 불상이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는 불교의 탱화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신도들이 그 앞에서 합장을 하거나 절들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천천히 탱화와 불상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 호현의 옆에서 탱화들과 불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해 주던 각법이 중얼거렸다.

 

“이런.”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각법을 호현이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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