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1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6화
‘북두신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극심한 고통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건가?’
북두신공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에는 북두신공에 입문할 수 있는 절차와 북두칠성을 따라 만들어진 무공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들어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문곡성이나 거문성, 녹존성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전반부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 것이다.
“고통이라면 어떠한 고통을 말하는 것인가?”
“인간이 견디기 힘든…… 그야말로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그 고통을 겪은 것인가?”
유표의 물음에 호현은 운학이 자신에게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 고통을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 호현이 침을 삼켰다.
“꿀꺽!”
침을 삼키는 호현의 모습에 유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학사에게는 지독했을지 몰라도 우리 일월교도들에게 견디지 못할 고통은 없다.’
“어떤 고통인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나?”
“그것은 왜?”
“황궁을 지키는 금군들은 황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통이나 희생이라도 견딜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네.”
유표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상을 지키는 금군이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 무공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겠나?”
“그것은 어렵습니다.”
호현이 자신의 말을 거절하자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상을 위한 일인데 어렵다? 자네의 충의를 의심해 봐야 하는 건가?”
굳은 유표의 목소리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황상에 대한 충은 제 목숨과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알려 주지 못한다는 것인가? 자네는 황상에 대한 충보다 무공이 더 중요한 것인가?”
유표의 물음에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무공은…….”
잠시 말을 멈췄던 호현이 말을 이었다.
“무당의 무공이기에 제가 전하고 싶다고 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리가?”
유표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자신의 실수를 안 유표가 고개를 저었다.
“무당에 그런 무공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러네.”
“운학진인께서 새로이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학이라는 말에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운학 이 개자식이 본교의 북두신공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했다는 말이로구나!’
일월교의 패망과 관련이 된 운학은 유표를 비롯한 교도들에게 원수였다. 그로 인해 전전대 교주와 부교주 등 대부분의 교의 중추들이 몰살을 당한 것이다.
일월교를 패망에 이르게 한 운학이 호교무공인 북두신공을 자신이 만든 무공으로 탈바꿈시킨 것에 유표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늙은 생강이 맵다고 유표는 곧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
‘지금은 북두신공을 입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유표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럼 자네가 익힌 무공이 무당의 것이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무공의 이름이 무엇인가?”
“태극음양공입니다.”
“태극음양공이라…….”
이름을 되새기듯 중얼거린 유표가 물었다.
“그럼 무당에서 태극음양공을 익힌 사람이 더 있나?”
“제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당의 무공을 무당에서는 익힌 자가 없고 자네가 유일하다? 그거 이상하군.”
“운학진인께서 무공을 만드시고 처음 전수해 주신 것이 저라서 그렇습니다.”
“운학이라는 무당의 고수가 자네를 무척이나 아낀 모양이군.”
“아껴 주셨습니다.”
“그런 모양이군.”
잠시 호현을 보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그럼 결론은 자네 무공이 아니기 때문에 황궁에 알려 줄 수 없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제 것이 아닌 것을 황상께 바치는 것은 작게는 제가 불의를 하는 것이고, 크게는 황상을 능멸하는 불충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월신사자가 말이다. 월신사자가 들어오는 것에 유표가 눈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더냐?”
유표의 물음에 월신사자가 은밀히 전음을 보냈다.
-동창에서 왔습니다.
동창이라는 말에 순간 얼굴이 굳어진 유표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옛 지우의 제자와 이야기나 나누려고 했는데 내 자리가 그런 여유도 주지 않는군.”
“대인의 맡은바 대임이 그만큼 중한 것이겠지요.”
말과 함께 호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께 유 대인의 안부 전하겠습니다.”
“그래 주시게. 그리고 모쪼록 그 아까운 재주 썩히지 말고 빨리 입관을 하시게. 자네 같은 인재가 이렇게 초야에 묻혀 있어야 되겠는가.”
“말씀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보인 호현이 몸을 돌리자 월신사자가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호현이 나가고 잠시 후 지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 손님이 오셨습니다.”
지현의 떨리는 목소리에 유표도 은근히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비록 관의 비리를 감찰하는 도찰원의 수장이기는 하지만, 동창은 황제와 눈과 귀이자 손인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도찰원의 수장이라고 해도 동창에게 밉보였다가는 순식간에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은 나나 저 지현이나 똑같은 처지로군.’
속으로 중얼거린 유표가 몸을 일으켰다.
“들이시게.”
유표의 말과 함께 문이 열리며 흑의 복면인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복면인 둘의 이마에 적힌 숫자를 본 유표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칠과 팔…….’
호현을 공격할 때 본 두 사람인 것이다. 게다가 그 중 칠은 그조차도 승부를 가능하기 어려운 고수 중의 고수였다.
‘호현의 뒤를 따른다는 고수들이…… 이들이었군.’
유표가 속으로 중얼거릴 때 칠과 팔이 포권을 해 보였다.
“도어사 유 대인을 뵙습니다.”
두 사람의 예에 유표가 입을 열었다.
“동창에서 무슨 일로 온 것인가?”
“무당학사를 청한 것이 유 대인이십니까?”
팔의 물음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들이 호현을 따라온 것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유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다.
“옛 지우의 제자가 등봉현으로 온다고 해서 얼굴이나 보자고 불렀는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유표의 말에 팔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아닙니다. 그런데 주위에 고수들이 꽤 많군요.”
팔의 말대로 이곳에는 유표를 호위하는 고수들이 은신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은신자들을 단숨에 집어내는 팔을 보며 유표가 말했다.
“동창이나 도찰원이나 앙심 품은 자들은 많은 곳 아닌가?”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무당학사를 만난 것은 유 대인이 유일하십니까?”
“내 수하들이 그를 나에게 안내했으니 그들도 보기는 봤지. 그리고 호위들도 봤고 말이네.”
“믿을 수 있는 수하들입니까?”
“내가 죽을 때 옆에 있을 존재들이라는 것은 확실하네.”
그 말에 팔이 입을 열려다 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표를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라의 일을 하는 사람이 어찌 동창의 협조를 거부하겠나. 그래, 원하는 것은 다 얻은 것인가?”
“그럼 저희는 가겠습니다.”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생각을 하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무당학사의 사형들은 어디에 있지?”
유표의 중얼거림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근에 대기 중입니다.”
“데려와. 그리고…… 무공을 익히지 않은 신도들을 소림사에 보내 무당학사를 감시해.”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유표가 몸을 일으켰다.
“등봉현을 떠난다.”
호현을 동창에서 감시한다는 것을 안 이상 등봉현에 있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유표가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를 호위하던 은신자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관아를 나온 칠과 팔은 등봉현 외곽, 사람들의 이목이 없는 곳에서 옷을 벗고 있었다.
등봉현 관리들과 유표가 자신들의 옷을 봤으니 복면만 벗는다고 정체를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옷 안에 다른 옷을 입고 있었기에 옷을 갈아입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벗은 옷을 따로 챙기던 팔을 보며 칠이 입을 열었다.
“도어사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너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인 것도?”
칠의 말에 팔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확실하다.”
“어느 정도입니까?”
“기운을 감추고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조사하겠습니다.”
팔의 말에 칠이 고개를 저었다.
“도어사를 친다.”
칠의 말에 팔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들이 동창이라고 해도 도어사 정도 되는 인물은 쉽게 건들 수 없는 것이다.
“도어사를 말입니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칠이 입을 열었다.
“제독의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칠 것이다.”
“무슨 명목입니까?”
팔의 말에 걷던 걸음을 멈춘 칠이 등봉현 관아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역.”
반역이라는 말에 팔의 얼굴이 굳어졌다.
*
*
*
숭산을 오르는 길은 호현의 입에서 끊임없는 감탄성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사방에 즐비했고, 좌우로는 거목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주위 산세를 구경하던 호현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소림사로 향하는 소실봉의 산로에는 호현 말고도 많은 양민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로를 빽빽이 메우고 있는 양민들의 모습에 호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이 사찰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지.’
선학인 불교를 받드는 사찰에 사람들이 모이니 모두 선한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산을 오르던 호현의 눈에 거대한 사찰 하나가 곧 눈에 들어왔다.
〈소림사(小林寺)〉
중후한 필체와 힘이 느껴지는 현판에 적힌 소림사라는 이름에 호현의 얼굴에 감동이 어렸다.
‘이곳이 소림사구나.’
소림사 현판을 잠시 말없이 지켜보던 호현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온 사람들과 섞여 경내로 들어갔다.
소림사 입구에는 불교 사천왕을 상징하는 거대한 불상들이 문을 지키듯 서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천왕은 원래는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는 신들이지만, 지금은 소림사 경내로 들어가는 양쪽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호현은 경내로 들어가는 신자들이 사천왕에게 합장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도 신자들을 따라 사천왕에게 합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천왕에게 모두 합장을 한 호현이 소림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림사 밖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경내에도 그 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승려들과 하나 둘씩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보며 호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로 가야 하지?’
소림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스님에게 말이라도 걸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호현이 생각하고 있을 때 한 승려가 다가왔다.
“나무아미타불.”
나직하게 불호를 외우며 합장을 하는 젊은 승려의 모습에 호현이 마주 합장을 해 보였다.
합장을 하는 호현을 보며 승려가 미소를 지었다.
“시주께서 본사에는 처음 오신 모양이군요.”
“처음입니다. 사찰이 너무 크고 사람들이 많아서 불공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공은 이미 하셨습니다.”
“네?”
방금 도착했는데 무슨 불공을 드렸냐는 듯 의아해하는 호현을 보며 승려가 합장을 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