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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56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56화

156화

 

 

“그렇습니다.”

“호오, 이거 같은 상계 분들이셨군요.”

천화상단과 구룡상단은 같은 상계에 있으면서도 가는 길이 달라서 지금껏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그 때문에 천소명도 웃으며 대할 수 있었다.

“비룡단이라면 최근에 새로 생긴 조직이지요?”

“그렇습니다.”

“비룡장이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백리 장주께서 결단을 내리셨나 보군요.”

“발전을 위해서 변화는 꼭 필요한 것이지요.”

“발전을 위해서 변화는 꼭 필요하다? 흐으음… 맞는 말씀입니다.”

천소명이 목량의 말을 되뇌고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거렸다.

한쪽에 서 있던 혁무천은 천소명이 고개를 숙인 순간 그의 눈 깊은 곳에서 한 줄기 눈빛이 번뜩이는 걸 놓치지 않았다.

천하의 상계를 쥐고 흔드는 천화상단 단주의 아홉 자녀 중 일곱째 아들.

그 사실만으로도 혁무천은 천소명을 그저 예의나 바른 청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천소명은 절정 경지를 넘어선 자만이 지닐 수 있는 공력을 품고 있었다.

‘둘 중 하나겠지. 음흉하거나, 아니면 정말 쓸 만한 놈이거나.’

음흉한 놈, 쓸 만한 놈.

천소명은 자신이 언제 그 둘 중 하나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혁무천 쪽을 바라보았다.

“목 형, 다른 분들도 소개를 해주시지요.”

목량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서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했다.

“이분은 제 사형이십니다.”

강탁이 포권을 취했다.

“강탁이오.”

“그리고 이분은 제가 형으로 모시고 있는 장평 형입니다.”

장평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두 손을 맞잡았다.

“장평이라 하오.”

마침내 목량의 시선이 혁무천에게로 옮겨갔다.

그런데 목량이 말하기도 전에 혁무천이 말했다.

“내 이름은 무천이다.”

툭 튀어나온 혁무천의 말에 목량이 어색한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저희 비룡단의 단주님이십니다.”

갑작스런 말투에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던 천소명의 눈이 조금 커졌다.

“아, 비룡단주셨군요.”

상대는 한 조직의 수장이다. 그렇다 해도 반말로 대하는 게 기분 좋지는 않지만, 그 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와 달랐다.

“공자께 예를 갖추어라!”

“비룡장의 단주 따위가 어디서 감히 건방지게!”

천소명은 그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막지 않았다.

비룡단주라는 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었다.

안 그래도 심심한데 잘 됐다는 마음이랄까?

그의 마음을 짐작한 혁무천은 피식, 실소를 짓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저 친구는 가만있는데, 왜 그대들이 펄펄 뛰지?”

“뭐야?”

덥수룩한 수염의 장한이 버럭 소리치고는 도파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혁무천은 눈썹도 꿈쩍하지 않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솔직히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리고, 우리 비룡장의 상관도 아닌데 반말을 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어린놈이 감투를 쓰니 눈에 보이는 게 없는가 보구나!”

“아! 그리고 조금 전에 비룡장의 단주 따위라고 했는데……,”

“오냐, 그랬다!”

“일개 호위 따위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천화상단은 호위를 그렇게 교육 시키나?”

“뭐, 뭐야? 이노오옴!”

덥수룩한 수염의 장한이 더 참지 못하고 칼을 빼들며 혁무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는 혁무천 곁에 있는 자들이 신경 쓰였지만, 장평과 목량, 강탁은 그 모습을 구경만 했다.

“물러서!”

오히려 천소명 곁에 있던 여인이 뭘 봤는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지만 장한은 이미 혁무천의 지척까지 다가가 있었고, 혁무천도 장한을 향해 손을 뻗은 후였다.

혁무천의 장력은 장한의 칼을 휘어감은 후 한쪽으로 밀어내고, 곧장 가슴을 두들겼다.

쾅!

입을 쩍 벌린 장한의 몸뚱이가 다가갈 때만큼이나 빠르게 뒤로 날아갔다.

장평과 목량, 강탁만이 그러려니 할 뿐, 모두가 놀라서 무기에 손을 얹었다.

특히 천소명 옆에 서 있던 장한, 여원호는 재빨리 검을 빼들고 천소명의 앞을 막아섰다.

“물러서십시오, 공자!”

여인도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혁무천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천화상단의 호위무사들이 그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목량과 강탁, 장평도 그제야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한편, 천소명은 장한이 일수에 튕겨진 걸 보고 놀랐지만, 오히려 혁무천의 무공에 감탄했다는 투로 말했다.

“정말 굉장한 일수군요.”

“말을 기분 나쁘게 해서 조금 과하게 손을 쓰긴 했지만 별 이상은 없을 거다.”

혁무천이 여전히 반말을 하는 데도 천소명은 이상하게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조 위사가 한 말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하지요.”

‘비룡장의 단주 따위가’라고 한 말에 대한 사과였다.

그때 여인이 혁무천을 보며 말했다.

“혹시 마룡선발대회에 나왔던 무천 공자 아니신가요?”

혁무천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저 여자도 그때 철혈마련에 왔었나?

그놈의 마룡선발대회에 나간 걸 기억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이제는 ‘괜히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마저 들 정도다.

“맞아. 내가 그 무천이다.”

“의외군요. 무 공자가 비룡장의 단주가 되다니.”

“그거야 내 사정이니 신경 쓸 것 없고…….”

“저희 천화상단에 들어온다면 더 높은 자리도 드릴 수 있습니다만.”

여인의 그 말에 혁무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높은 지위를 줄 수 있다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일개 호위무사는 더더욱 할 수 없는 말이고.

“흠, 이제 보니 너는 저 친구의 호위가 아니었군. 어쩐지 조금 다르다 했지.”

반말을 툭툭 던지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여자에게 ‘너’라고 칭하는 그를 보고 여인이 눈을 치켜 올렸다.

그런데 천소명이 말했다.

“제 누님입니다.”

“…….”

그 말에는 혁무천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소명의 누님이라는 말은 곧 여인이 천화상단주 천궁환의 딸이라는 말 아닌가 말이다.

“성깔이 조금 있는 것 같군. 옆 사람이 고생 좀 하겠어.”

천소명은 자신의 누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누님을 앞에 두고 ‘성깔’ 운운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은 그가 다시 말했다.

“조금 센 편이지요. 아참, 누님 이름은 수화라고…….”

“명아!”

여인이 눈을 치켜뜨고 천소명을 다그쳤다.

하지만 천소명은 어깨만 으쓱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무 형도 한 성격 하시는 것 같군요.”

“어떤 성격인지 더 알아보고 싶으면 공격하라고 하고, 그게 아니면 사람들부터 제자리로 돌려보내.”

천소명은 그제야 좌우를 돌아다보며 손을 저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서 표물을 지키게!”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여 위장도 비켜서시오.”

여원호는 검을 쥔 손에서 힘을 빼고 옆으로 비켜섰다.

손아귀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자신이 덥석부리 장한을 이기려면 최소한 십초는 겨루어야 한다.

그런 고수가 일수에 날아갔다.

만약 무천이란 자가 악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자신들의 힘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아마 어찌어찌 막아냈다 해도 수십 명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지? 쉬었다 가겠다면 우리 먼저 출발하지.”

혁무천이 천소명에게 말했다.

천소명이 무슨 소리냐는 듯 부채를 든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우리도 출발해야지요. 이야기는 가면서 합시다.”

 

혁무천과 천소명, 그리고 천수화가 나란히 걷고, 목량과 강탁, 장평, 여원호 등이 뒤를 따라갔다.

천소명은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개중에는 질문도 많았다. 대부분 혁무천이 알지 못하는 질문이었는데, 그가 모르는 것은 목량이 대신 해주었다.

천수화도 간간이 나서서 물었는데, 의외로 날카로운 질문이 많았다.

특히 이각쯤 지났을 때 던진 질문은 혁무천을 잠깐 고민하게 만들었다.

“만약 우리 천화상단이 구룡상단의 권역을 침범한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사실 대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고민한 것은 그들이 정말로 그런 뜻을 가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말했다.

“전쟁이 벌어지겠지. 그리고 동반해서 몰락할 거다. 밖에서 구경하던 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할 거고.”

천소명은 그에 대해서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혁무천의 말을 인정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람은 천화상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무천이란 자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모른다.

천화상단의 무력이 팔대마세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천화상단 내에서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 중 하나가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전쟁이 벌어지면 구룡상단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걸요?”

천수화였다.

그녀는 비룡장 단주에 불과한 혁무천이 천화상단과 구룡상단의 무력을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졌다.

혁무천도 한마디 했다.

“전쟁을 모르는군.”

“뭐예요?”

“전쟁은 힘만 강하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

“전쟁은 독한 놈이 이기지. 그런데 천화상단은 그동안 너무 태평하게 지내서 그런지 독기가 안 보여.”

“흥, 말도 안 돼…….”

“못 믿겠으면 한번 건드려 봐. 그럼 독기가 어떤 건지 알려줄 테니까. 아주… 철저히.”

천수화는 입술을 삐죽거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천소명은 어이가 없었다.

‘누님에게서 저런 모습을 볼 줄이야…….’

 

혁무천 일행과 천화상단 행렬의 동행은 한 시진 정도 지났을 때 갈림길을 만나면서 끝이 났다.

“덕분에 즐겁게 왔습니다.”

천소명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혁무천도 그들과의 동행이 나쁘지는 않았다.

천소명과 천수화가 별 생각 없이 한 이야기 속에 상당한 고급 정보가 숨어 있었다. 개중에는 당장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도 있었다.

“나도 덕분에 많은 걸 얻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

혁무천이 가볍게 포권을 취하고 돌아서려는데, 천수화가 그를 불렀다.

“이봐요!”

“왜?”

“언제 제남에 올 기회가 있으면 상단을 찾아와요. 내가 술 한잔 살 테니까.”

“시간 되면. 기대하지는 마. 임자 있는 몸이니까.”

“쳇, 누가 당신 욕심나서 그러는 줄 알아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아까 한 말, 시험해보려고 하지 마.”

담담히 말하던 혁무천의 말끝에 서릿발이 맺혔다.

천수화는 되받아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왠지 지금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쳇, 사람이 뭐 저렇게 차가워. 그래도… 쓸 만하긴 하네.’

천수화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혁무천의 등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저기, 누님……. 그만 보고 가시죠?”

아마 천소명이 부르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봤을지도 몰랐다.

“그래, 가자. 저 웃기는 인간 없으니 조용해서 좋네.”

그녀는 짐짓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급한 물건만 아니면 비룡장에 들렀다 가도 되는데…….’

혁무천과 천화상단과의 첫 번째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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