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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5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53화

153화

 

 

“오늘 찾아온 것은 문주를 만나기 위해서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아버님을?”

“맹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

형주 일대에서 풍호 소항진에게 그리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풍혼문 무사들은 얼이 반쯤 빠져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아, 알겠소. 따라오시오.”

소항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안으로 안내했다.

소하민은 혁무천 옆에 바짝 붙어서 따라갔다.

“좀 떨어져서 걷지 그래?”

“괜찮아요.”

“내가 불편해서.”

“그럼 팔을 잡고 걸을까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소하민이다.

혁무천은 새삼스럽다는 듯 소하민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됐어, 그냥 가.”

 

소청문은 아들이 데려온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구기에 아들과 딸이 저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단 말인가.

“그래, 나를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렇습니다, 무천이라 합니다.”

“그냥 인사나 하려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입니다. 저는 비룡장 백리 장주를 대신해서 왔습니다.”

“비룡장?”

그제야 소청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비룡장은 풍혼문보다는 못하지만 구룡상단의 아홉 개 기둥 중 하나. 어찌 보면 호북에서 경쟁상대라고 할 수도 있었다.

“흠, 백리 장주가 무슨 일로 자네를 나에게 보냈는지 모르겠군.”

“비룡장은 천룡방에 선전포고를 했지요.”

직설적인 혁무천의 말에 소청문의 눈이 커졌다.

“허어, 백리 장주가 그리 무모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아네만.”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천룡방과 금룡장이 전담하던 만마성의 납품 건을 비룡장이 흡수했으니까요.”

“…….”

소청문의 커진 눈이 파르르 떨렸다. 무림보다 상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혁무천의 말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 정말 천룡방과 싸우겠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형주에 온 것이지요. 물론 목적은 풍혼문이 아니라 취룡원입니다만.”

“그런데 왜 취룡원에 가지 않고 나를 찾아왔는가?”

“피를 조금이라도 덜 흘리기 위해서입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지자, 소항진과 소하민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혁무천을 쳐다보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소청문이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혁무천은 자신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풍혼문이 도와준다면 취룡원을 얻기가 그만큼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요.”

소청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취룡원이 어떤 곳인 줄 자네도 알고 왔을 것 같네만.”

“물론 알고 왔습니다.”

“그럼 취룡원의 주인에 대해서도 알겠군.”

“취룡노사에 대해서라면 대충 알고 있습니다.”

“우리 풍혼문의 힘으로는 그분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네.”

소청문은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은 풍혼문의 힘으로는 취룡원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취룡노사는 제가 맡을 겁니다. 풍혼문은 그저 옆에서 지켜봐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소청문은 아들과 딸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이런 미친놈을 데려왔냐는 표정이 역력했다.

소항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혁무천이 그런 이유로 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터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아버님, 무 형이 그리 마음먹고 왔다면 취룡원은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소청문은 아들의 말이 더 어이없었다.

취룡노사는 술을 파는 상인이기 이전에 강호의 기인으로 호북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였다.

그런데 뭐라? 무천이란 자가 취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취룡원이 버틸 수 없다고?

그런데 아들은 그런 자신의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천이란 자에게 묻는 것 아닌가.

“무 형, 취룡원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오?”

“따른다면 형제로 받아들일 것이고, 따르지 않겠다면 취해야겠지.”

“취룡원은 쉽게 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그만큼 많은 피가 흐를 거다. 취할 수도 없다면 없애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문주를 만나려고 온 거야.”

“만약 저희가 무 형의 뜻에 따른다면, 저희에게 무엇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항진아!”

소청문이 버럭 소리쳐 소항진을 불렀다.

소항진은 시선을 돌려서 소청문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피해갈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익을 얻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주시지요.”

“무슨…….”

“무 형이 그랬지 않습니까. 천룡방과 금룡장의 만마성에 대한 납품 건을 비룡장이 흡수했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제야 소청문의 안색이 급변했다.

“설마……?”

소항진이 이번에는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무 형, 사실을 말씀해주시지요. 만마성과는 어떻게 해서 거래를 하게 된 겁니까? 그에 대한 내막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천화광이 먼저 거래를 청했다. 만마성주도 승낙했고. 그게 다야.”

결국 만마공자와 만마성주가 뒤에 있다는 소리였다.

소청문은 그 말을 듣고 입을 반쯤 벌렸다.

“허어…….”

하지만 경악할 말은 그 뒤에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은 물품을 거래하게 될 거다.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것이 필요할 테니까.”

“……!”

“물론 정파 쪽에서도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어 하겠지. 나는 그들에게 납품할 물품 중 일부를 풍혼문에 맡길 생각이다.”

“마, 마도와 정파 모두에게 납품하겠다고? 그,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소청문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제가 알기로, 천하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상단은 몇 군데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 더구나 다양한 물품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곳은 구룡상단과 천화상단을 비롯해서 다섯 곳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혁무천의 말에 소청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이 그랬다. 그나마 구룡상단과 천화상단을 제외하면 지리적으로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었다.

강소성의 동해상단은 동쪽과 바다를 주무대로 삼았다. 산서성 태원의 태행상단은 산서성과 북쪽 지역을, 장안상단은 섬서성과 감숙성 등 관외를 대상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천화상단은 황궁과 관의 주요 물품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만약 비룡장이 정말 구룡상단을 장악한다면 헛소리라고만 할 수도 없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청문이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만약 그리 한다면 마도는 마도대로, 정파는 정파대로 상대에게 물품 공급을 못하게 막을 거네.”

“막는 곳에는 주지 않으면 됩니다. 그럼 여기저기서 힘들게 사들여야겠지요.”

“…….”

“그리고 자신들이 가져갈 물품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게 하면 호위에도 힘이 덜 들 겁니다.”

한마디로 ‘거래를 못하게 하는 곳에는 주지 않겠다.’ ‘가져갈 물건은 가져갈 사람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겠다.’ 그런 말이다.

소청문은 어이가 없다 못해 한숨이 나왔다.

그게 가능만 하다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쉽게 굴러가던가?

“허, 그거 참, 그들이 그렇게 하겠나?”

“우리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면 듣지 않을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힘부터 키울 생각이지요. 마도든 정파든, 그 어느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소청문은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계획 같은데, 뭔가 그럴 듯하게 들렸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어느 누구도 물건을 빼앗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검을 겨누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만한 힘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림도 없지.’

하지만 소항진은 달리 생각했다.

얼굴이 벌게진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구룡상단을 하나로 뭉치려는 거군요.”

“맞다. 구룡상단의 무사만 합쳐져도 사천은 된다. 거기다 그동안 눌려서 지내왔던 중소문파 십여 곳을 끌어들이면 팔대마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거다.”

소청문은 솔깃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무림에서는 숫자만 많아서는 소용없네. 고수가 있어야 하지.”

소항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에 대해서는 무 형이 생각해 둔 것이 있을 겁니다.”

“생각해 둔 것?”

“무 형의 곁에는 절정고수가 많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소청문은 그래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혁무천이 말했다.

“정 안 되겠으면, 팔대마세의 고수들을 적당히 없애서 힘의 균형을 맞추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

맙소사!

소청문은 물론 소항진과 소하민조차 입을 떡 벌렸다.

목량과 강탁, 장평은 고개를 흔들었고.

역시 대형다운 생각이었다.

“그 말은 그냥 농담으로 해본 소립니다.”

혁무천은 반응이 이상하자 재빨리 말을 틀었다.

생각해 보니, 은설이 알게 되면 큰일 날 소리였다.

“항진 말대로 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생각해 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팔대마세 정도의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그 말에는 소청문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정도의 힘이 필요한 건 아니지.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만 되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거네.”

“어쨌든 이제 결론을 내지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소청문은 일단 숨부터 깊이 들이쉬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풍혼문의 미래가 달려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왜 저 젊은 놈의 말을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반발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들놈과 딸년의 저 눈빛은 또 뭐란 말인가.

“험…….”

일단 헛기침을 하며 마음을 다잡은 그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자네가 취룡노사의 마음을 돌린다면, 우리 풍혼문도 자네의 뜻에 따르겠네.”

 

***

 

취룡원은 형주성 남문 밖 장강의 선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취룡원을 찾으려거든 주향만 따라가면 된다고 하더니, 정말 멀리 떨어진 곳까지 술 냄새가 진동했다.

활짝 열린 입구로는 쉴 새 없이 술을 실은 마차가 들락거렸는데, 저 많은 술을 누가 다 마실까 싶을 정도였다.

“여기에 있으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종일 취하겠군.”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겠는데요?”

무기를 소지한 혁무천 일행과 소항진이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자 오가던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소항진을 보더니 아는 척했다.

“어이구, 풍혼문의 소문주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소항진도 잘 되었다는 듯 말을 걸었다.

“원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계시긴 합니다만…….”

“하하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소항진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취룡원에 두어 번 와본 적이 있어서 구조는 대충 알고 있었다. 혁무천 일행의 길잡이를 자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술창고로 보이는 건물 두어 개를 돌아가자 제법 그럴 듯하게 꾸며진 정원이 나왔다.

혁무천 일행과 소항진이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무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나와서 막아섰다.

“여긴 허락받은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소.”

“풍혼문의 소항진입니다. 원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소항진이 신분을 밝히자 경비무사가 흠칫하며 포권을 취했다. 취룡원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형주에서 풍혼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풍호 소 소협이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안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소항진이 미소를 지으며 혁무천에게 고갯짓을 했다.

 

경비무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고즈넉한 연못가에 지어진 누각이 나왔다.

누각 위에서는 청의를 입은 사십 대 중년인과 백색 비단옷을 입은 육십 대의 노인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네 명의 무기를 찬 무사들이 호위하듯 서 있었는데, 혁무천 일행과 소항진을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소 소협을 모시고 왔습니다.”

경비무사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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