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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4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41화

141화

 

 

혁무천은 입을 꾹 닫고 동대안만 바라보았다.

동대안의 이마에 땀이 한 방울 맺히더니 또르르 흘러내렸다.

“얼마 전에 몇 사람이 와호산장을 나와 신양에 갔는데, 그 중에 은설이 있었다고 하네. 그런데 돌아갈 때는 은설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 더구나 돌아가는 자들도 굉장히 다급해 보였고, 그날 이후 와호산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네.”

혁무천은 은설이 실종된 것 같다는 말을 듣는 순간 우문소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철혈마련에서 나온 후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여자를.

설마 하면서도 와호산장의 기관진과 천지회 사람들이라면 우문소소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나 보다.

그녀의 병적인 집착을 감안했어야 하거늘.

“우문소소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소?”

“우문소소? 철혈마련의 그 여자? 아! 설마 그 여자가……?”

동대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천화광이 하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었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 멀찌감치 떨어져서 억지로 귀를 막다시피 했었다.

그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혁무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때 들었던 말이 가물거리며 떠올랐다.

“제길! 진짜 골치 아픈 여자군.”

“우문소소를 찾으면 설아도 찾을 수 있을 거요. 풍마문과 연락은 어떻게 하기로 했소? 그들에게 먼저 그녀를 찾아보라고 해야 할 것 같소.”

“무창과 신양에 지부가 있다고 했네. 그곳 역시 풍마루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하더군. 무창 쪽 풍마루를 찾아가볼까? 황학루 북쪽 선창 근처에 있다고 하던데.”

“장강을 건너갔다 오려면 한나절은 걸릴 거요. 그곳은 비응당에게 맡기고 우린 그냥 바로 신양으로 가지요.”

 

혁무천은 며칠 자리를 비우기 위해서 백리양을 만났다.

납치당한 동생을 찾으러 간다고 하니 백리양도 말릴 수가 없었다.

“알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무창에는 따로 연락하고, 우리 역시 비응단을 총동원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혹시라도 찾게 되면 절대 먼저 건드리면 안 돼. 상대는 철혈마련주의 딸이야.”

“알겠습니다. 그리 말해 놓겠습니다.”

백리양에게 지시를 내려놓은 혁무천은 동대안과 장대산, 철호, 장평을 데리고 비룡장을 나섰다.

누구보다 판단력이 뛰어난 목량이 없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일각이 여삼추 같은 마음이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

 

동대안이 비룡장에 도착하기 하루 전. 우문척은 보고를 받고 눈을 치켜떴다.

“다시 말해 봐. 뭐가 어떻게 됐다고?”

“공녀께서 무천의 여동생인 은설이라는 여자를 납치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소소는 지금 어디에 있지?”

“현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멍청한! 소소에게 감시를 붙여놓지 않았단 말이냐?”

“붙여 놓았는데… 신양에서 공녀의 행적을 놓쳤다고 합니다.”

우문척이 눈을 치켜뜨고 우수를 들어서 허공을 저었다.

퍽!

보고를 올리던 무사가 이 장이나 붕 떠서 날아간 뒤 나뒹굴었다.

“소소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쳐선 안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고?”

“죄, 죄송합니다, 대공자.”

“더구나 소소가 은설이라는 여자를 납치하는 걸 보고만 있었단 말이냐?”

“저희 눈조차 속이고 사라지는 바람에 그만…….”

“당장 찾아내! 이유 불문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소를 찾아!”

“존명!”

우문척은 수하가 밖으로 빠르게 나가자 이를 악물고 태사의에 앉았다.

‘그 계집을 찾기 위해 마룡선발대회에도 나왔던 놈이다. 만약 은설이라는 계집이 소소에게 납치된 걸 알게 되면 어장검으로 사용하려던 칼이 오히려 나를 향할지도 모른다.’

그는 혁무천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한 사람만 생각한다면 크게 걱정될 것은 없지만, 그가 다른 사람의 비수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필 출정을 목전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어떻게든 그가 적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

“혈영.”

“예, 대공.”

“네가 가서 소소를 데려와라. 그리고… 자경산은 제거해. 놈만 곁에 없어도 소소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존명.”

 

***

 

초여름의 변덕스런 바람이 끈적끈적한 습기를 동반한 채 불어대는 사시(巳時:오전9시~11시) 무렵. 한 무리의 무사들이 신양성 남문을 통과했다.

비룡장을 출발해서 하루 반을 달려온 혁무천 일행이었다.

신양성에 들어선 그들은 곧장 대로를 따라 북문 쪽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우중충한 날씨처럼 그들의 표정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북문에서 백여 장 떨어진 곳에 도착한 그들은 왼쪽 길로 꺾어졌다.

“저기 풍마루라고 적힌 깃발이 있군.”

동대안이 멀리서 세차게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깃발에 적힌 글자를 한 글자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을 꾹 닫고 동대안만 힐끔거렸다.

눈이 반쪽도 안 되는 동대안도 보이는데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거리가 십 장 정도 되자 깃발의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정말로 풍마루였다.

 

풍마루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혁무천이 다가온 점소이에게 요리를 주문했다.

“마두찜 육 인분 주게.”

점소이가 이마를 찌푸리고 눈을 껌벅거렸다.

‘얼굴은 기가 막히게 잘생긴 사람이 미쳤나? 무슨 말대가리찜을 먹어?’

하지만 혁무천이 미친 게 아니라, 점소이가 아직 풍마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마두찜을 알지 못했다.

“저희는 그런 음식을 팔지 않습니다요. 다른 걸 시키십쇼.”

“숙수에게 가서 되는지 물어봐.”

혁무천이 담담히 말하며 동전 세 푼을 내밀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점소이가 잽싸게 동전을 낚아채고 돌아섰다.

“알았습니다요.”

물론 그는 마두찜 같은 요리는 절대 팔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그런데 그가 말을 전하자마자 숙수가 칼을 놓고 말했다.

“안채로 모셔라. 마두찜은 안채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해.”

“예? 그런 요리도 있었습니까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말고. 말 함부로 했다가는 네 머리를 떼어서 요리해달라고 할지 모르니까.”

점소이는 후다닥 혁무천 일행에게 가서 숙수의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최대한 정중하게 안채 쪽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가 요리의 재료로 사용되는 걸 원치 않았다.

 

안채의 비밀 방에서 기다린 지 반각쯤 지났을 때 숙수가 요리를 들고 들어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요리였다.

그래도 어쨌든 생긴 것은 말대가리와 비슷했다.

방 안의 사람들을 슬쩍 둘러본 숙수가 마두찜(?)을 내려놓더니 혁무천을 보며 물었다.

“무 공자시오?”

“그렇소. 혹시 이창에서 나와 관련해 전해온 소식 없소?”

“은 소저가 사라지기 며칠 전, 신양에서 백 리 정도 떨어진 사찰에 마차 한 대가 머물고 있었다 하오. 그 마차는 십여 명의 호위가 철저히 지키고 있었는데, 마차의 주인이… 우문소소였소.”

우문소소에 대해 알려주려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날… 그녀가 신양에 들어왔소?”

“조사한 바로는 그런 것 같소. 은 소저가 사라진 객잔의 점소이 말에 의하면, 은 소저가 그 객잔에 갔을 때 특실에 천하절색의 미인이 머물고 있었는데, 은 소저가 사라진 이후 그녀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오. 해서 점소이에게 그 여자의 생김새를 물어봤는데 우문소소와 비슷했소.”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소?”

“그게 이상하오. 그녀가 갈 만한 곳을 조사해봤는데, 신양성 일대 어디에서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소. 봤다는 사람도 없고 말이오.”

혁무천은 미간을 좁히고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풍마문 뿐만 아니라 와호산장 역시 은설을 찾기 위해 혈안일 것이다.

마차와 십여 명의 호위무사까지 있는데, 그들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고 며칠 동안 숨어 있는 게 가능할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수백 리 밖으로 도망칠 수 있을까?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마차를 버리고 소수만 움직였을지도 모르겠군.’

그때였다.

“어? 이거 제법 맛있…….”

눈치도 없이 마두찜을 한 젓가락 떼어먹던 동대안이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리다 끝을 흐렸다.

바늘 끝 같은 눈빛들이 뒤통수를 뚫어버릴 것처럼 날아든 것이다.

장대산만 동대안이 아닌 요리를 쳐다볼 뿐.

혁무천도 동대안을 무심한 눈으로 보더니, 요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말 맛있소?”

“어? 어…….”

혁무천이 젓가락을 들어서 마두찜을 떼어먹었다.

정말 맛이 끝내줬다.

물론 진짜 말대가리찜은 아니었지만.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형태가 말대가리처럼 만들어진 요리는 잉어로 만든 것이었다.

잉어찜을 말대가리찜처럼 만든 것만 봐도 숙수의 요리솜씨가 무척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쓱하게 한두 점 떼어먹던 사람들이 서로 달려들어서 순식간에 뼈만 남았다.

그때 혁무천이 뼈만 남은 잉어를 노려보며 젓가락으로 잉어대가리를 쿡 찍었다.

“겉과 속이 다르면 바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겠지.”

혁무천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왜 죄 없는 잉어대가리를 찍어?’라고 생각했는데, 잉어찜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챈 것이다.

혁무천이 차가운 표정으로 숙수를 바라보았다.

“신양성 안팎에 우문소소 같은 여인이 절대 머물지 않을 것 같은 장소가 있는지 알아봐주시오.”

숙수가 그 말뜻을 알아듣고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이다.”

“우리는 설아가 사라진 객잔에 머물 것이니 연락은 그쪽으로 하면 되오.”

혁무천이 그 객잔에 머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동대안이 조그만 입술로 젓가락을 쪽 빨아먹고 말했다.

“그곳에서 머물면 설아 생각이 더 날 텐데…….”

“그녀는 아마, 내가 신양에 오면 그 객잔에 갈 거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오.”

 

***

 

문이 굳게 닫힌 와호산장 안.

회의청 안에서 침중한 목소리로 대화가 오갔다.

“조금 전, 무천이 신양에 들어왔습니다.”

이현의 말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신도평은 이를 지그시 악물었고, 남궁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광유와 상은곡은 깊은 침음을 삼키고, 이척은 답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신도소영은 눈빛을 빛내면서도 상황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손만 움켜쥐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여충민이 불만을 터트렸다.

“은 소저가 사라진 것이 우리 잘못도 아닌데 왜들 그러십니까? 그깟 무천이란 자가 뭐라고 그의 행동을 걱정하는 겁니까?”

그 말에 이척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회의청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나흘 전에 합류한 그는 무천과 천기회 사람들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은설은 함께 하겠다며 남았고, 무천은 그녀를 놔둔 채 떠났다고만 알고 있었다.

전에 벌어진 일도 자존심 때문에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아서 혁무천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충민의 말투나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듯했다.

“그의 행동을 왜 걱정하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나?”

“장로님, 그가 제법 강하다는 건 저희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장로님만 세 분이나 계시고, 영검령주를 비롯해 장로님들 못지않은 고수가 서너 분이나 계십니다. 그딴 마도의 애송이 정도는 걱정할 것이 없잖습니까?”

상은곡도 슬쩍 여충민의 말을 거들었다.

“혼자라면 어렵겠지만, 둘이면 막을 수 있을 거네.”

이척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상 형, 무 공자가 우리를 구해줬다는 건 알고 있을 거요.”

“그래, 아우가 그러지 않았나? 등주로 갈 때 도와줬다고.”

“나는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고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소. 그런데 무 공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모양이구려.”

“무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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