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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6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64화

164화

 

 

홍택은 잠깐 머리를 굴리고 나서야 그 말뜻을 깨달았다.

결국 자격은 자신이 따질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처리를 할 거라는 선전포고다.

“뭐 이런 미친놈이…….”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일단 저 새끼들 팔다리를 부러뜨려놓고 봅시다!”

“내가 저놈의 주둥이를 찢어놓겠습니다, 성주!”

욕설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개중에는 성질 급하게 혁무천 일행을 공격하는 자도 있었다.

“이놈! 어디서 감히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가죽을 벗겨서 소금에 절여주마!”

두 사람이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튀어나갔다.

이번에는 홍택도 말리지 않았다.

정말 단단히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 놈 같았다.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해도 되었다.

혁무천도 방어만 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분위기부터 정리한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낫겠군. 동 형, 죽이진 마시오.”

동대안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 사이 동대안과 장평이 먼저 달려드는 마룡성 간부들과 맞붙었다.

둘 다 쾌검과 쾌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에 결정이 났다.

동대안의 섬혼은 번쩍 하는 순간 상대의 어깨에 구멍을 내며 빠져나왔다.

장평이 최근 각고의 노력으로 익힌 도법은 전보다 배 이상 빨라져 있었다. 호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른 빛줄기를 마룡성의 간부가 다급히 막았을 때는 이미 팔과 가슴을 훑고 지나간 후였다.

“크읍!”

“헉!”

두 간부는 달려들 때보다 더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뒤늦게 그들의 몸에서 피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왔다.

그나마 동대안과 장평이 살수를 펼치지 않아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저놈들이!”

“죽여!”

다른 간부들이 악을 쓰며 무기를 뽑았다.

하지만 홍택은 일파의 주인답게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뭐야, 이놈들?’

장로 배응과 함께 간 간부 두 사람이 비룡단주라는 자에게 당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제법 대단한 놈이 나타났나 보다 했다.

그런데 지금, 그놈은 나서지도 않았는데 간부 둘이 피를 봤다.

그것도 단 일합을 겨루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말리려고 했는데 한발 앞서서 간부 몇 명이 먼저 튀어나갔다.

“버릇을 고쳐주마!”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다, 이놈들!”

그들 중 하나인 장로 왕치상은 혁무천을 노렸다.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그를 제압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꿍꿍이였다.

혁무천은 달려드는 왕치상을 향해 우수를 뻗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충격요법을 염두에 둔 그였다.

검을 든 좌수를 여전히 뒤에 두고 앞으로 뻗은 우수에서 웅혼한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달려들던 왕치상은 눈앞이 환해지고 숨이 턱 막히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

‘헉!’

쾅!

폭음과 함께 왕치상의 몸이 붕 떠서 날아가더니, 홍택의 앞에 있는 탁자에 부딪치고 나뒹굴었다.

그 광경을 눈앞에서 목도한 홍택은 이를 악물었다.

왕치상이 우연히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것이 아니라, 무천이란 자가 고의로 날려 보낸 듯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우당탕탕 하는 사이 대여섯 명이 나뒹굴고, 그 중 두세 명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때 혁무천이 그를 보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친구가 되기를 마다하고 적이 되겠다면 할 수 없지.”

순간, 그를 중심으로 무형의 기운이 휘도는 듯 느껴졌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홍택은 소름 돋는 살기가 숨구멍을 파고드는 듯했다.

뒤이어 혁무천이 다시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 방식대로 처리하겠어.”

이를 악물고 있던 홍택은 불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때까지도 나서지 않았던 간부 대여섯 명도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서 무기를 잡았다.

혁무천이 그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으며 쌍장을 찰나에 대여섯 번 내쳤다.

가공할 위력의 장력이 홍택과 마룡성 간부들을 덮쳤다.

대기를 뒤틀며 밀려간 장력의 범위에 서너 사람이 들어 있었다.

눈을 홉뜬 홍택이 전력을 다해 맞서며 소리쳤다.

“막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간부들이 다급하게 공력을 끌어올려서 혁무천의 장력은 막았다.

콰과광!

그들 옆에 있던 의자가 산산이 부서지고 공력이 약한 자는 뒤로 튕겨 나갔다.

홍택도 쌍장에 공력을 끌어올려서 겨우 혁무천의 장력을 막았지만 안색이 해쓱하게 변했다.

‘뭐 이런……!’

혁무천이 그들을 향해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적에게는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다는 걸 그대들도 잘 알 거야.”

말이 끝날 즈음 혁무천이 마룡성의 간부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간부들이 혁무천의 손짓에 좌우로 튕겨져 날아갔다.

홍택이 재차 그의 앞을 막아서며 전력을 다해 쌍장을 뻗었다.

콰르릉!

두 사람의 장력이 정면으로 뒤엉키며 뇌음이 일었다.

“크으읍!”

신음을 삼킨 홍택의 옷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솟구치고, 안색은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만!”

홍택이 비명처럼 외쳤다.

울컥, 핏물이 입에서 뿜어졌다.

혁무천은 그를 보며 천천히 천망검을 뽑았다.

“마지막 기회를 주리다. 친구가 되겠소, 적이 되겠소?”

천망검에서 검강이 쭉 뻗고, 혁무천을 중심으로 기의 회오리가 일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홍택과 그 주위에 있던 간부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솜털이 곤두서고 살결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보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광경.

홍택은 혁무천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눈치 채고 피가 섞인 침을 삼켰다.

아마 적이 되겠다고 하면…… 마룡성은 오늘 밤 시산혈해가 될지도 모른다.

평범한 말인데도 지금까지 그가 들어본 그 어떤 협박보다 공포로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이 판국에 그런 식으로 묻는 혁무천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끝내 적이 되겠다면…….”

홍택은 혁무천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치, 친구가…… 되겠…소!”

말끝도 살짝 틀어서 반존대를 했다.

혁무천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동 형, 그만하고 물러서시오.”

당연히 이번에도 동대안에게만 한 말이 아니었다.

나직한 목소리인데도 기이할 정도로 전각 안의 모든 사람 귀에 들렸다.

벌써 세 사람의 몸에 구멍을 낸 동대안이 아쉬움을 접고 뒤로 물러섰다.

전귀처럼 날뛰던 장대산과 철호도, 장평과 강탁도 상대를 노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물러섰다.

강탁은 작은 상처가 두세 군데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적을 맞이한 늑대의 눈처럼 빛났다.

혁무천은 전각 안을 쓰윽, 둘러보았다.

탁자와 의자가 반쯤 부서져서 나뒹굴고, 마룡성 간부들과 호위무사 십여 명이 그 사이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었다.

서 있는 마룡성 간부들의 표정 역시 조금 전과 많이 달랐다. 그들의 얼굴은 분노 대신 공포와 두려움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전각의 문밖에는 수많은 마룡성 무사들이 몰려와 있었는데, 난장판이 된 내부를 보고 몸이 얼어붙었다.

“그러게 처음부터 친구가 되자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혁무천의 담담한 어조에 홍택은 소름이 돋았다.

“어쨌든 이제라도 친구가 되겠다고 하니 다행이오.”

‘빌어먹을!’

“다친 분들이 제법 많군. 일단 상처부터 손을 보라 하고, 성주께선 저와 잠시 이야기 좀 하지요.”

 

안채에서 혁무천과 목량, 홍택과 마룡성의 군사인 오규가 마주 앉았다.

“금룡장의 일에 대해서는 마룡성에 책임을 묻지 않겠소.”

혁무천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홍택은 내심 안도했다.

책임을 묻고 대가를 내놓으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거늘…….

“대신 우리는 천룡방에 모든 책임을 물을 거요. 보아하니 그 일도 그쪽에서 시작한 것 같으니 말이오.”

그게 사실이었으니 홍택도 말하기가 편했다.

“솔직히 우리는 하지 않으려 했소. 그래도 같은 구주 중 하나여서…….”

“나도 그리 생각했소.”

혁무천이 고개를 주억거려서 홍택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목량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천룡방과 수룡방만 남았나?”

“예, 단주. 만약 마룡성에서 도와준다면 수룡방을 끌어들이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목량의 말에 홍택의 눈이 커졌다.

옆에서 좌불안석하며 앉아 있던 군사 오규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말했다.

“수룡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혁무천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천룡방 때문이오?”

“천룡방도 천룡방입니다만…… 수룡방의 진짜 주인이 바로 유혼마 맹등평입니다.”

혁무천이 그 이름을 듣고 눈빛을 반짝였다.

“유혼마 맹등평?”

“예, 단주. 방주인 두원청이 유혼마의 제자입니다.”

“잘 됐군.”

동대안이 섬혼을 얻은 대가로 강수평에게 죽여주겠다고 약속한 자가 바로 맹등평 아닌가.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예?”

“안 그래도 언젠가는 맹등평을 잡아야 하는데, 수룡방을 치면 그가 나오지 않겠소?”

잡아? 유혼마 맹등평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그자는 우리에게 맡기고, 마룡성은 따로 해줄 일이 있소.”

 

덜컹.

혁무천과 목량, 홍택, 오규가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오자,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이야기는 잘 끝났나?”

동대안이 먼저 물었다.

“다행히 성주께서 협조해준 덕분에 잘 됐소. 아! 유혼마 맹등평의 행방도 알아냈소.”

혁무천의 그 말에 동대안의 작은 눈이 진짜 동그랗게 변했다. 그도 강수평의 부탁을 기억하고 있었다.

“맹등평? 그래?”

“그를 죽이려면 섬혼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갈아야 할 거요.”

“지미, 죽어라 갈지 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도 알고 혁무천도 안다. 하지만 노력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만 갑시다. 갈 길이 머니까.”

 

홍택은 마룡성 연무장을 가로질러가는 혁무천의 등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좌절감을 느껴야 정상이거늘, 오히려 흥분이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만 되면 팔대마세와도 붙어볼 수 있지 않을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다.

그런데 무천이란 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미친 거 아닐까?

오죽하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봐도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씨바, 죽을 때 죽더라도 한번 해보지 뭐.’

 

***

 

소림 혈겁에 대한 소문은 들불처럼 빠르게 번졌다.

팔백에 이르는 승려가 죽었다고 했다. 남은 승려는 사오백 정도. 그것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 승려가 대부분이라 했다.

그나마도 천기회라는 무림단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조차 몰살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혈겁을 일으킨 자들은 철혈마련과 사도맹, 귀천교의 연합세력이었다.

수장은 철혈마련의 대공자인 우문척.

사도맹의 사공곽과 귀천교의 악사등이 그를 보좌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알게 된 강호의 정파들은 숨을 죽였다.

마침내 마도에서 정파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천기회의 정체가 강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도 연합세력의 공격에서 소림의 멸문을 막았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강호의 정파 후예들은 천기회라는 이름을 머리에 새기고 어떻게든 그들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소림사가 있는 등봉 근처로 유난히 많은 무사들이 모여들었다.

 

혁무천 일행이 등봉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천기회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마치 누군가가 작정하고 소문을 퍼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혁무천 일행은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간 객잔에서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표정이 무거워졌다.

“생각보다 상황이 빨리 정리된 것 같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형. 소림사에 올라가보시겠습니까?”

목량이 혁무천을 보며 물었다.

천기회가 소림사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 들렸다.

그렇다면 은설도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나 혼자 다녀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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