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1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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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198화
198화
“무천?”
사공곽은 보고를 받고 눈이 커졌다.
천룡방에서 초청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초청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무천’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렇소, 대공자. 비룡장의 비룡단주 무천이란 자 때문인 것 같소.”
이번에는 사공곽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환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 당주님, 그게 정말이에요? 정말 무천이 낙양에 있어요?”
사공미미였다.
철혈마련에 간 오빠를 마중 나간다며 낙양에 왔다. 이곳까지 온 김에 억지를 부려서라도 며칠 낙양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귀검당주 강주맹 왈, 무천이 낙양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분명 그렇게 들었소, 소공녀.”
“잘 됐네요. 오빠, 우리 천룡방에 가요.”
사공미미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사공곽은 냉정하게 상황을 유추했다.
“천룡방에서 우릴 초청한 이유가 무천 때문이라면, 우리에게 무천을 처리해달란 말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규 장로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쉰 살쯤 되는 중년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지도 모르네. 듣기로는, 모용금적이 구룡상단 단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무천 때문이었다고 하더군.”
그는 사도맹의 장로인 면산일마(面山一魔) 규화동이었다.
사공곽이 우문척을 따라가서 비급을 얻어오기로 했다는 말이 전해지자, 사도맹주 사공헌이 사공곽과 비급의 안전을 위해 고수들을 파견했다.
정파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취하려 할 테니까.
규화동은 바로 그 호위대를 이끌고 온 책임자였다.
때문에 그로서는 무엇보다 사공곽과 비급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었다.
“공연한 일에 휘말려 맹으로 가는 일이 지체되어서는 안 되네.”
“저도 압니다.”
사공곽도 비급을 무사히 가져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천의 일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문척이 호적수로 생각하는 자, 자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자.
‘안 그래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사공곽은 그만 생각하면 묘한 호승심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모용금적의 초청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에 대해선 무천을 만나고 난 후 생각해도 된다.
“일단 초청에 응하지요.”
“괜찮겠나?”
규화동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천이란 자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공곽은 그의 염려를 무천 때문이라 생각하고,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곳에서 누가 감히 본 맹을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하긴…….”
규화동도 불안감을 털어냈다.
사도맹의 정예무사 일백에 절정경지 이상인 고수 다섯이 나섰다. 불안해할 일이 뭐 있을까.
***
신시가 되자 천룡방에서 연락이 왔다.
“방주께서 방으로 와 논의를 했으면 하십니다.”
혁무천은 그들의 뜻을 모르지 않았지만, 마다할 생각 또한 없었다.
포로들은 어차피 자신만의 수법으로 혈도를 제압해 놓은 상태. 설령 천룡방이 빼돌린다 해도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두 분은 여기에 남으십시오.”
혁무천은 철상과 송비를 남겨두기로 했다.
철상은 부상 때문에, 송비는 철상과 포로 때문에.
“여긴 걱정 말고 다녀오게.”
송비는 별 불만 없이 혁무천의 말에 따랐다. 천룡방에 가서 어린놈들과 드잡이 질을 하는 것보다는 객잔에서 술이나 한잔 하는 게 나았다.
객잔을 나선 혁무천 일행은 안내하는 무사를 따라서 천룡방으로 갔다.
그런데 혁무천 일행이 객잔을 떠나고 일각쯤 지났을 때였다. 천룡방 무사들이 객잔과 객잔 뒤의 빈집을 포위했다.
아마도 객잔에서 자신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말해준 듯했다.
송비와 철상은 잔뜩 긴장한 채 그들을 지켜봤다.
대충 살펴봐도 백 명은 될 듯했다.
그래도 다행히 공격 명령은 내려오지 않은 듯 포위만 한 채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객잔에 있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서 식사도 하다 말고 도망치듯 객잔을 나갔다.
심지어 주인장과 점소이조차 도망쳤다.
송비와 철상은 여차하면 포로들을 죽일 작정이었다.
포로만 아니라면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했다.
송비가 밖에 대고 소리쳤다.
“개새끼들, 한 발짝만 들어와 봐라! 포로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다!”
***
모용금적은 천룡전에서 혁무천 일행을 기다렸다.
한쪽에는 사도맹에서 온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사도맹의 대공자와 공녀는 모용금적조차 생각지 못했던 인물들이었다.
‘후후후, 일이 잘 풀리려나 보군.’
제아무리 무천이 대단하다 해도 어찌 사도맹의 대공자에 비할 수 있으랴.
모용수와 백주원 등 천룡방의 고위간부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무천의 콧대를 납작하게 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방주님께 아룁니다! 비룡장의 비룡단주가 일행과 함께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무천이란 놈이 도착한 것이다.
“안으로 모셔라.”
모용금적의 명이 떨어지자, 전각 문이 열렸다.
뒷짐을 진 채 서 있던 혁무천이 혼자 안으로 들어왔다. 은설과 목량조차 밖에 남겨두었다.
어차피 결정만 남은 터라 머리 굴릴 일도 없었다.
싸움이 벌어질 경우, 괜히 안으로 들어와서 위험에 처하느니 밖에서 함께 대응하는 게 나았다.
그런데 천룡전 안으로 들어선 혁무천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공곽과 사공미미?’
사공곽만 있었다면 나름 흥겨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 귀찮게 하는 사공미미도 있었다.
‘은설을 밖에 두길 잘했군.’
엉뚱하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모용금적을 이 장 정도 앞에 두고 멈춰선 혁무천이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손님들이 계실 줄은 몰랐군요.”
“사도맹 분들이시네. 겸사겸사 인사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모용금적이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혁무천은 고개를 돌려 사공곽을 바라보았다.
“한가한가 보군.”
“오랜만이네. 자네가 온다고 해서 와봤지.”
“날 어떻게 해달라고 하던가?”
“그거야 두고 봐야지.”
그때 사공미미가 끼어들었다.
“잘 지내셨어요, 무 공자.”
“넌 또 왜 온 거야?”
거침없는 혁무천의 말투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특히 모용금적을 비롯한 천룡방 사람들은 말문이 막히고 혼란에 빠졌다.
‘뭐, 뭐야? 저놈이 저들을 잘 안단 말인가?’
‘어떻게 된 거지?’
규화동도 잠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분노를 터트렸다.
“말조심해라! 어디서 감히 그 따위 말투란 말이냐!”
혁무천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사공미미와 나 사이의 일이오. 당신은 끼어들지 마시오.”
“뭐야?”
“감히 어디서!”
규화동 옆에 있던 강주맹이 버럭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는 사공곽과 사공미미가 무천이란 자와 친한 것처럼 보이는 게 못마땅했다.
오늘 일은 무천이란 자를 굴복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이미 그 일을 위해 챙긴 것도 있었다.
사실 객잔에서 보고를 올릴 때부터 찝찝했었다. 사공곽과 사공미미가 무천과 잘 아는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막상 마주쳐서 말하는 걸 보니 더 가까운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뻣뻣이 선 채로 거리를 좁혀간 그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우수를 내쳤다.
후우웅!
팔성 공력이 실린 그의 수공은 바위도 으스러뜨릴 수 있었다.
무천이란 놈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막아내기가 쉽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기이하게도 사공곽과 사공미미,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우수를 들어서 정면으로 강주맹의 수공에 마주쳐갔다. 내뻗는 그의 손이 푸른빛에 휩싸였다.
쾅!
두 사람의 장력이 다섯 치 간격을 두고 충돌하면서 단발의 굉음이 울렸다.
다섯 치 정도 떨어진 손바닥 사이에서 두 사람의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나가고, 공격했던 강주맹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반면 혁무천은 한 걸음 물러선 뒤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맹을 응시했다.
“사공 형의 체면을 봐주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이다.”
“이……!”
강주맹은 발끈해서 반발하려 했지만, 비릿한 피비린내와 함께 목이 콱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혁무천의 시선이 다시 사공곽에게로 향했다.
“나는 천룡방과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끼어들 건가?”
“나는 자네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군.”
사공미미도 재빨리 말했다.
“저도 관여하지 않을 거예요.”
“넌 빠져.”
혁무천이 차갑게 대하는 데도 사공미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 끝나면 저와 함께 백마사 구경 가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여자다.
혁무천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모용금적을 바라보았다.
“내 제안은 들었을 거요. 어떻게 하시겠소?”
모용금적은 혼란스런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렸다.
무천이란 놈을 치는 비수가 될 거라 생각했던 사도맹 사람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젠장!’
속이 끓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낼 수는 없었다.
“허허허, 물론 들었네. 그런데 우리에게 너무 부담이 가는 제안을 했더군.”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혁무천은 순순히 포기할 것처럼 말했다. 그게 더 모용금적을 다급하게 했다.
그는 무천이란 놈이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포기할 놈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차라리 다른 걸 달라고 하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주겠네.”
“정말이오?”
막상 그 말을 들으니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모용금적은 조금 전의 말을 반복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거라면.”
“흠, 그럼 맥두산포의 지분을 이 할쯤 달라고 할까? 아니면 청화루를 통째로 달라고 해?”
혁무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모용금적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이 죽일 놈이!’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들린 것이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뭐,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 어차피 주지 않으실 것 같고… 그냥 현찰로 하지요.”
모용금적으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현찰? 내가 생각해도 그게 낫겠네.”
“은자 오십만 냥만 주십시오.”
“오십만…….”
모용금적의 눈이 커졌다. 눈초리가 관자놀이까지 치솟는 걸 보니 잔뜩 화가 난 듯했다.
은자 오십만 냥이 강아지 이름인가?
그래도 꾹꾹 참고 이를 갈 듯 말했다.
“아무리 대단한 정보라 해도 오십만 냥은…….”
“최소한 백만 냥. 그 이상의 가치가 있소. 그러니 오십만 냥이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을 거요.”
“…….”
“맥두산포를 허공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정보인데, 그 정도 가치는 있지 않겠소?”
“뭐라고? 맥두산포?”
“마지막 기회를 드리지요. 어떻게 할 겁니까? 받아들일 거요, 아니면 거부하실 거요?”
“으으음…….”
모용금적이 침음을 흘리며 망설이자, 모용수가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아버님, 오십만 냥은 너무 큽니다. 삼십만 냥으로 제안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일리가 있었다.
“솔직히 오십만 냥은 너무 많네. 삼십만 냥 주지.”
삼십만 냥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혁무천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거부했다.
“오십만 냥. 그 이하로는 동전 한 푼도 깎을 수 없습니다. 싫다면 그만 가보지요.”
무심하게 말을 내뱉은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
“멈춰라!”
규화동이 소리쳤다.
그의 좌우에 서 있던 삼사십 대 무사 넷이 몸을 날려서 혁무천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규화동이 다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웃기는 놈이군. 본 맹이 그리도 우습게 보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