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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9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94화

194화

 

 

중년인, 천룡방 벽산대 대주 관주호는 날아드는 도끼를 보며 몸을 틀었다.

땅딸막한 체구만큼이나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 공격이었다. 그 정도의 공격쯤이야 피하는 게 어렵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도끼가 두세 개로 나누어지는 듯 보이더니 옆으로 흘렀다.

그 변화가 어찌나 빠른지 엇? 했을 때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관주호는 오른발을 축으로 빠르게 돌면서 검을 빼더니 도끼의 옆면을 후려쳤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옆으로 밀렸다. 하지만 완벽하게 쳐내지는 못한 듯 도끼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옷자락을 갈랐다.

철호는 옆으로 밀려난 도끼를 다시 쳐올리며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폭풍처럼 도끼를 휘둘렀다.

관주호는 이를 악물고 검을 뻗었다.

절정 경지에 올라선 자신이 이름도 없는 놈에게 기선을 제압당하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그러나 땅딸막한 놈의 도끼질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고, 움직임도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변화무쌍했다.

“이, 반토막밖에 안 되는 놈이……!”

검에 팔성 공력을 주입한 그는 분노를 실어서 검을 뻗었다.

허공에 검화가 가득 피어나며 도끼의 진로를 막았다.

검과 도끼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그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도끼에 실린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손목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저놈들을 쳐!”

관주호가 철호의 도끼를 막아내며 소리쳤다.

수하들이 동료를 치면 땅딸막한 놈도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벽산대 무사들은 무기를 빼들고 혁무천과 은설을 공격했다.

은설이 하얀 미소를 지으며 그들 중 둘을 맞이했다. 마치 이게 웬 떡이냐는 뜻.

혁무천도 그녀가 상대하는 걸 막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과거의 은설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강호도 알게 될 것이다. 새로운 여고수가 탄생했다는 걸.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은설은 칼과 단창을 휘두르는 두 무사 사이로 뛰어들더니, 한 마리 나비가 노닐 듯 좌우를 오가며 상대를 농락했다.

그리고 혁무천 쪽은…….

쾅! 퍼벅!

달려들었던 세 사람이 일초식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뒤이어 은설을 공격했던 자들마저 하나씩 하나씩 쓰러졌다. 그나마 은설이 살수는 쓰지 않아서 부상은 당했어도 죽지는 않았다.

그 광경을 본 관주호는 정신마저 무너져서 더 버티지 못했다.

퍽!

“크억!”

철호의 도끼에 어깨가 갈라진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주르륵 물러섰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는 철호가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황급히 어깨의 혈을 눌러서 지혈부터 했다. 창백한 그의 얼굴에는 불신의 표정이 역력했다.

“네놈들은 누구……?”

혁무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그걸 물었어야지.”

“…….”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아직은 알려주고 싶지 않은데.”

“이……!”

“그냥 죽이고 갈까?”

“…….”

관주호는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안했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우릴 찾느라 애쓸 것 없어. 한 가지 조사만 마치면 내가 직접 천룡방으로 찾아갈 거니까. 돌아가거든 내 말을 전해. 뼈까지 으스러진 채 잡아먹힐 것인지, 아니면 한 가닥 희망이라도 붙잡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혁무천은 무심한 목소리가 관주호의 정신을 짓눌러놓고 몸을 돌렸다.

“가자.”

 

***

 

모용수는 부상을 당한 채 돌아온 관주호의 말을 전해 듣고 문득 어떤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질투가 날 정도로 잘 생긴 얼굴, 절정고수를 이긴 자를 수하로 데리고 있을 만큼 고수인 청년이라 했다.

자신이 아는 그자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듣고도 남았다.

‘혹시 그 자식이 낙양에 온 것 아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전에도 정주에 나타나지 않았던가. 낙양에 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모용수는 옆에서 대기 중인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난 아버님을 만나 뵈어야겠다.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라. 건드리지는 말고.”

“예, 대공자.”

 

거처를 나선 모용수는 모용금적을 찾아갔다.

모용금적은 백주원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아무래도 무천이란 놈이 낙양에 나타난 것 같습니다.”

모용수는 관주호의 일을 보고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모용금적은 이를 악다물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던 터였다. 그런데 비룡장의 무천이란 놈마저 나타나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모용수는 모용금적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 물었다.

“천화상단이 개입한 것 같다.”

“예? 그럼 그 소문의 당사자가……?”

“그래. 천화상단 같아.”

“그럼 그놈들이 우릴 농락한 거란 말입니까?”

“끄응, 지금 조사 중이다.”

모용금적은 천화상단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천화상단에 비하면 무천이 나타난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눈팔면 한순간에 그들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한편, 모용수는 모용금적의 말을 듣고 관주호가 남겼다는 말이 떠올랐다.

‘혹시 무천이란 놈이 그 말을 한 것도 그럼……?’

무천이란 놈이 전할 말을 남겼다고 했다.

뼈까지 으스러진 채 잡아먹힐 것인지, 아니면 한 가닥 희망이라도 붙잡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모용수는 그 말을 모용금적에게 전했다.

모용금적은 그 이야기를 듣고 미간을 좁혔다.

“그놈이 그리 말했단 말이지?”

“예, 아버님.”

모용금적은 치욕감에 이를 갈았다.

“죽일 놈들, 감히 본 방을 놓고 지들 입맛대로 씹어대다니.”

문제는 이를 갈고 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황하상선이 넘어간 후 물류의 이동도 심상치 않았다.

천화상단은 자신들의 물건 운송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천룡방의 물품은 후순위였다.

심지어 경쟁하고 있는 물품은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어쩔 수 없이 급할 때는 육로를 통해 운송했다. 그런데, 대규모 물량이다 보니 강을 건너고 산을 넘다 보면 황하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품의 정확한 운송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흑도와 녹림의 공격을 받기라도 하면 시일이 며칠씩 지연되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한 달 만에 황하상선을 팔고 받은 돈 중 절반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네 생각은 어떠냐?”

모용금적은 이를 악다문 채 모욕감을 참고 모용수에게 물었다.

모용수는 무천에게 원한에 가까운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만의 감정으로 결정내리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한 그가 주저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화상단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무천이란 놈을 상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그놈에게 무릎이라도 꿇잔 말이냐?”

모용금적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해졌다.

노화를 억지로 누르는 듯했다.

“어찌 그딴 놈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놈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놈을 이용한다?”

“우리 천룡방이 남에게 이용만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모용금적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아들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놈을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거냐?”

“우리가 직접 따지면 천화상단도 우릴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를 대신해서 천화상단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구룡상단에서 밀려난 후 천화상단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 된 천룡방이다. 그 때문에 울화통이 치밀어도 대놓고 따질 수 없었다.

골머리가 아픈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천이 천화상단을 상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놈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느냐?”

“해결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놈이 해결하지 못하면 그에 대해서 책임을 물으면 되니까요. 그럼 놈도 명분 없이는 우리 천룡방을 함부로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흐으음…….”

노기가 가득하던 모용금적의 눈빛이 깊어졌다.

모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놈이 해결하지 못한다 해도 천화상단에 상당한 상처를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모용금적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었다.

“만약 놈이 그 일을 해결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됩니다. 쥐새끼 목에 금목걸이를 달아줄 순 없지요. 왜 토사구팽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모용수가 차디찬 조소를 지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모용금적은 그의 말이 마음에 든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백주원이 입을 열었다.

“최소한 천화상단을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방주.”

“나도 같은 생각이네.”

오랜 만에 모용금적의 입가에서 미소가 피어났다.

“무천이란 놈이 연락해 오면 내 앞으로 데려와라.”

“예, 아버님. 사람을 풀었으니 곧 놈의 거처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찾아내는 즉시 데려오겠습니다.”

그 말에 다시 미간을 좁힌 모용금적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우리가 먼저 찾을 필요는 없다. 조급함을 보이면 놈이 기고만장해서 더 많은 요구를 할 거다. 일단 위치만 파악해 놔라.”

 

***

 

천화상단의 꼬리를 잡은 것은 그날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혁무천이 차를 마시며 은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목량이 돌아왔다.

객잔을 나선 지 세 시진 만이었다.

“어떻게 되었냐?”

“다행히 실망시켜드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어디 말해봐라.”

“예, 대형.”

목량은 차를 한 모금 마셔서 목을 축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풍마문이 천화상단 무리로 보이는 자들 중 두 무리의 행적을 찾아냈습니다…… 제가 가서 확인해본 결과 십중팔구 확실합니다.”

“잘 됐군.”

굳이 그들을 왜 천화상단 무리로 확신하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었다. 목량은 십중팔구라고 했지만, 혁무천은 십 할 자신했다.

풍마문의 정보에 목량이 지닌 초감각이 결합해서 내린 결론일 테니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목량이 묻자, 동대안과 송비 등 모두의 시선이 혁무천에게 집중되었다.

혁무천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용금적을 만날 생각이다.”

“모용금적을 만난다고?”

동대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그럴 거면 그들의 시선을 피해서 외곽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반면 송비는 혁무천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눈치 챘다.

“그들과 협상할 생각인가?”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요.”

이번에는 은설이 물었다.

“천룡방은 구룡대총회에서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당했어요. 그들이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땐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나는 그들이 모욕감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옅은 미소를 지은 혁무천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거부한다면… 계획대로 하는 수밖에.”

“천룡방에는 언제 갈 건가?”

동대안이 물었다.

“설마 밥도 안 먹고 가자는 건 아니겠지?”

그런 결정이 난다면, 그는 과감하게 동행을 거부하고 배부터 채울 작정이었다.

다행히(?) 혁무천도 굶어가면서 모용금적을 만날 생각은 없었다.

“조용히 만나려면 밤이 깊었을 때가 좋겠지요. 그때쯤이면 아마 모용금적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서 숯이 다 되어 있을 거요.”

담담하게 말한 혁무천의 입가에 하얀 미소가 피어났다.

동대안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그 미소를 보고 몸을 흠칫 떨었다.

갑자기 등골을 타고 으스스한 느낌이 치달렸다.

‘후우, 이런 놈하고는 적이 안 되는 게 만수무강의 지름길이지.’

왠지 모용금적이 불쌍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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