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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86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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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186화

186화

 

 

“귀천교야 잘 아실 테니 더 말씀드릴 것 없고, 철혈마련이 우리를 공격하면 지켜줄 수 있습니까?”

“그건…….”

“철검방이 만마성의 명령으로 우리를 치면?”

“그들이 왜 비룡장을 공격한단 말인가?”

나곡수가 인상을 쓰며 반발하듯 받아쳤다.

그를 바라보는 혁무천의 눈빛도 가라앉았다.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목량이 말했다.

“결국 우리에게 진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곳은 막아줄 힘이 없다는 것이군요.”

나곡수가 목량을 째려보았다.

“그들이 상가를 공격할 정도로 한가한 줄 아나?”

그때 혁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지요. 만약 천화상단과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습니까?”

“천화상단?”

나곡수는 멈칫하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천화상단이 강력한 호위대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호위대라 한들 기껏해야 상단의 호위무사들 아닌가? 그런 자들을 만마성이나 철혈마련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었다.

“그들 정도는 우리가 책임지고 막아주지.”

나곡수는 목에 힘을 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제야 혁무천이 미소를 지었다.

“흠, 그래요? 그럼 가셔서 방주의 대답을 가져오십시오. 방주께서 서약서만 한 장 써주신다면 한 달에 은자 천 냥을 드리지요.”

“좋아, 그렇게 하지.”

 

결국 나곡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무원장을 나섰다.

나름대로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 혁무천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혈마방 정도면 천화상단의 한쪽은 감당할 수 있을 거다.”

한 달에 은자 천 냥이라는 거금을 주겠다고 한 진짜 이유였다.

물론 그 일이 성사되려면 조건이 있었다. 목량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혈마방주가 승낙할까요?”

“그가 천화상단을 얼마만큼 아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천화상단의 힘을 알고 거부해도 상관없다.

혈마방이 먼저 나선 이상, 철검방이나 철혈마련의 지부도 당분간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다.

그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었다.

“행수들은 언제 도착하지?”

“백리 공자와 함께 내일쯤 도착할 겁니다.”

장사를 하려면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해야 한다. 이창에 지부를 만든 것은 대량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행수는 그러한 일의 전문가였다.

“일단 필요한 물건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라고 해라. 처리할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예, 대형.”

“혈마방에서 나곡수가 오면 철혈마련에 다녀올 생각이다. 아마 닷새 정도 걸릴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문척을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목량의 질문에 혁무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뭉게구름 사이를 뚫고 뻗어나간 햇살이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누가 그러더군. 혼돈의 세상이 올 거라고. 그가 그 주인공 중 하나인지 알아봐야겠다.”

목량은, 담담한 어조로 나직이 말하는 혁무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의 몸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

자신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대형은 어떤 분일까?

전부터 의문이었다.

대형에 대한 것 자체가 모두 비밀에 쌓여 있었다.

사문도, 가족도…….

심지어 무천이란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때 혁무천이 다시 말했다.

“우문척, 천화광, 공손두. 현재까지 내가 아는 혼돈 세상의 주인공들이다. 몇 명이 더 있을지 모른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목량.”

“예, 대형.”

“강호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 있다. 혹시라도 그런 자들에 대한 소문이 들리면 정보망을 최대한 가동해서 그 능력의 주인을 알아내라. 그리고 형제들에게는 그런 자들을 만나거든 무조건 피하라고 해라.”

괴이한 말이었다.

하지만 목량은 의문을 품지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혁무천은 고개를 돌려 목량을 응시했다. 옅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궁금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도 그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의문이 저절로 풀릴 거다.”

 

***

 

다음 날 오후.

나곡수가 찾아왔다.

혁무천의 방에서 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쉽게도 방주님께서는 그런 약속을 해주실 수 없다고 하셨네.”

“그래요?”

“그래도 은자 천 냥은 내놓아야 하네.”

도둑놈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혁무천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럼 다른 조건을 걸지요.”

“조건?”

“우린 이창과 역성의 상인들을 형제처럼 대할 거요. 그들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신다면 은자 천 냥을 드리지요.”

나곡수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는 발을 탁자 위에 턱 올려놓았다.

“은자 천 냥 때문에 보호비를 받지 말라고?”

“아마 보호비로 받는 돈이 그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걸 저희가 한 번에 드리면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흥! 그건 안 되네. 그 돈은 그 돈이고, 무원장은 별도로 돈을 내야 하네.”

“아쉽군요. 그럼 저희도 드릴 수 없습니다.”

혁무천이 혀를 찰 것 같은 표정으로 거부하자, 나곡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번 해보자 이건가? 지금 내가 나간 다음에는 천 냥이 아니라 이천 냥을 내야 할 거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겠군.”

“……뭐?”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서 적선하는 셈치고 주려 했는데, 싫다면 할 수 없지요.”

벌떡 일어선 나곡수가 불길이 활활 타오로는 눈빛으로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이 찢어죽일 놈이…… 감히 나를 능멸해?”

그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가 흘러나오며 옷자락이 펄럭거렸다.

혁무천도 무심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회할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요.”

“개소리 마라, 이놈!”

욕설을 퍼부은 나곡수가 그대로 탁자를 타넘으며 일수를 내갈겼다.

구부러진 손가락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철판도 찢어발긴다는 쇄금마수였다.

눈 한 번 깜짝할 순간에 그의 일수가 혁무천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다.

혁무천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곡수의 구부러진 손이 혁무천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싶은 순간, 혁무천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그 직후, 나곡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가슴이 부서지는 충격에 입을 쩍 벌렸다.

순간 그의 몸뚱이가 뒤로 튕겨나갔다.

눈을 홉뜬 채 바닥에 떨어진 그는 두어 바퀴를 구른 후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하지만 곧 허리를 숙이고 콜록거렸다.

기침을 할 때마다 입술에서 피가 튀었다.

혁무천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아시오.”

“너 이…… 콜록, 콜록.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

“혈마방의 이름으로 나를 겁주려 했다면 꿈 깨는 게 좋을 거요.”

혁무천은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우수를 천천히 들었다.

우수의 장심에서 무형의 기가 소용돌이쳤다.

겨우 버티고 서 있던 나곡수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을 느끼고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가 질릴 정도로 강력한 섭물공이었다.

거기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마치 스스로 뛰어든 것처럼 나곡수의 몸이 혁무천의 우수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허억! 뭐 이런……!’

덥석.

나곡수의 멱살을 잡은 혁무천이 차갑고도 무저갱처럼 깊은 눈으로 나곡수의 두 눈을 응시했다.

“만약 혈마방에서 이 일을 문제 삼는다면, 혈마방의 이름이 중원에서 지워질 거요. 물론 나 당주는 그 광경을 볼 수 없겠지만. 가장 먼저 죽을 테니까.”

나곡수는 눈이 마주친 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몸이 마치 무저의 늪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심장은 몇 배나 빨리 뛰고, 온몸에 잔 경련이 일었다.

무공이 절정경지에 이른 자신을 일수에 항거불능으로 만들고 섭물공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고수가 천하에 몇이나 있으랴.

“허나… 내 뜻에 따라준다면, 돈도 받고 목숨도 구할 수 있을 거요.”

지옥명화공이 실린 아수라의 속삭임이 그의 심혼을 뒤흔들었다.

“결정은 당신이 하시오. 지금, 이곳에서.”

나곡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이곳에서, 혁무천의 눈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혼이 말라비틀어질 것만 같았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지독한 공포였다.

“이제야 말귀가 통하는군.”

혁무천은 좌수로 나곡수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고 우수에 잡힌 멱살을 밀어냈다.

힘이 쭉 빠져서 그대로 나뒹굴 뻔했던 나곡수는 주저앉기 직전에 겨우 힘을 내서 버티고 섰다. 다행히 기운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다시 앉아보시오. 물어볼 이야기가 있으니까.”

혁무천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고는, 우수를 들어서 검지로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처음이나 별다를 게 없는 표정이었다.

나곡수는 그래서 혁무천이 더욱 두려웠다.

말을 듣지 않으면 쳐든 혁무천의 검지가 자신의 이마에 구멍을 낼 것만 같았다.

공포로 인한 착각이 아니었다. 혁무천의 검지가 은은한 묵기로 물들어 있었다.

힘을 내서 가까스로 의자에 앉은 그는 혁무천을 마주보지 못하고 시선을 틀었다.

“뭘, 뭘 알고 싶은 것이오?”

“혈마방주가 천화상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소?”

 

이각 후.

나곡수는 혁무천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고 돌아갔다.

“그가 조용히 있을까요?”

목량이 조금 걱정 되는지 우려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걱정 마라. 그는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을 거야.”

혁무천은 그렇게만 말했다.

아무리 목량이 최측근이라 해도 지옥명화공에 대해서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목량은 더 묻지 않았다. 혁무천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어쨌든 놀랍군요. 마도십문에 속한 혈마방이 천화상단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었다니 말입니다.”

나곡수도 이번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천화상단에 대해 묻자, 혈마방주가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했다.

“어쩌면 혈마방 외에 더 많은 강호문파가 연관되어 있을 거다.”

“후우, 이제는 그들의 손길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하군요.”

“그러게 말이다.”

“이제 우문척을 만나러 가실 겁니까?”

“백리양이 도착하면.”

그때 밖에서 경비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주, 백리 공자께서 행수들과 함께 도착하셨습니다.”

“안으로 모셔라.”

잠시 후, 백리양이 행수 두 사람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그날 밤.

혁무천은 무원장 지휘를 백리양에게 맡겨 놓고 자경산과 함께 장원을 나섰다.

 

***

 

제남성 동쪽으로 십 리쯤 가면 거대한 장원이 지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원은 넓을 뿐만 아니라, 고색창연한 건물이 수십 채나 들어서 있었다.

거기다 장원의 중앙에는 팔층으로 된 거대한 탑이 서 있었는데, 사방 어디에서도 탑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한 왕부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위엄을 자랑하는 대장원.

그곳이 바로 천하이대상단 중 하나인 천화상단으로 이름 높은 천화장이었다.

그런데 여름이 깊은 어느 날 오후.

천화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층 전각의 화려한 내전에 다섯 사람이 굳은 표정을 한 채 모여 있었다.

 

“결국 구룡상단이 와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단단히 뭉쳤단 말이지?”

단아한 옥빛 장삼을 입은 오십 대 후반의 중노인이 입을 열자, 탁자 양쪽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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