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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8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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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185화

185화

 

 

율이명은 나중에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기고, 혁무천 일행보다 한 시진 일찍 비룡장을 나서서 검마보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무사의 본능이 가슴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그였다. 아마 머지않아 중원 한복판에서 만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혁무천이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성격이라면 한두 달 안에 박차고 달려올 거다.’

 

비룡장을 출발한 비룡단은 사흘 후 오시 초쯤 이창에 도착했다.

비룡단원 중 강탁과 장평이 없었는데, 두 사람은 중간에서 대별산의 호광을 만나러 간 상태였다.

이창에 도착한 비룡단이 대로로 들어서기 직전, 풍마문에서 나온 정보원 하나가 그들을 이창 외곽의 한 장원으로 안내했다.

무원장이라는 이름의 장원은 무척 넓고 커서 건물만 해도 열두 채나 되었다.

언뜻 봐도 삼사백 명 정도는 충분히 기거할 수 있을 듯했다.

게다가 커다란 창고도 세 개나 있어서 비룡장의 거래 물건을 잠시 보관하기에 적합했다.

“흠, 용케 괜찮은 장원을 골랐군.”

장원을 둘러본 혁무천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마호걸에게 은자 일만 냥을 보내며 큰 장원을 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풍마루의 주인 마호걸이 혁무천을 찾아온 것은 신시 무렵이었다.

그는 먼저 등주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결국 쌍방이 많은 피해를 내고 물러나서 대치 중이오.”

강호는 그러한 결과에 상당한 충격은 받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혁무천은 예상했던 결과여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다음 이야기에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섬서에서 혈겁이 일어났는데…….”

마호걸의 이야기를 다 들은 혁무천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범인을 밝혀내지 못했단 말이오?”

“그렇소. 도대체 어떤 자들이 그렇게 악랄한 짓을 저질렀는지…….”

혁무천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혹시 혈천여록을 훔쳐간 자들이……?’

아직은 의심일 뿐. 지금은 밝힐 때가 아니어서 그에 대한 건 말하지 않았다.

“섬서의 소식이 또 전해지면 바로 알려주시오. 될 수 있는 한 상세하게 알아보라 하고. 특히 죽은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알겠소.”

“그리고 천룡방 쪽 조사는 어떻게 되었소?”

혁무천의 질문에 마호걸이 얇은 책자를 하나 내밀었다. 스무 장쯤 되는 양이었는데, 겉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책자를 받은 혁무천은 내용을 읽어보았다.

천룡방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인원, 거래상황, 자금 흐름 등…….

일각 동안 책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모든 내용을 읽어본 혁무천이 고개를 들었다.

“수고했소.”

“받은 만큼 한 것뿐이오.”

풍마문을 움직이기 위해서 많은 돈이 들어갔다. 앞으로도 더 들어가야 하고.

하지만 소요된 돈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혁무천도 불만이 전혀 없었다.

“천화상단은 계속 주시하고 있소?”

“다섯 사람을 제남에 상주시켰소.”

굳이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었다.

혁무천은 마호걸의 적절한 대처에 만족했다.

 

마호걸이 돌아간 후 혁무천은 자경산을 불렀다.

“지부가 안정되면 철혈마련에 갈 거다.”

자경산이 퍼뜩 눈을 들었다.

“우문척을 만날 생각이야.”

“…….”

“최대한 조용히 만날 생각이니 방법을 찾아봐.”

“알겠소.”

“너는 내가 우문척을 잡아두고 있는 동안 우문소소를 만나라.”

그제야 자경산의 눈빛이 달라졌다.

 

***

 

비룡단이 무원장에 둥지를 튼 지 이틀째 되던 날, 호광이 수하들과 함께 뻘쭘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중간에서 대별채로 간 강탁과 장평이 그들을 데려온 것이다.

대별채의 인원 칠십여 명 중 산채를 지킬 이십여 명만 남기고 오십여 명이 그와 함께 왔다.

혁무천은 집무실로 사용하는 무원각에서 그를 맞이했다.

“오느라 수고했소.”

“집 좋네.”

호광이 안쪽을 둘러보며 툴툴거렸다.

이제부터는 혁무천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나름대로 자유를 추구하며 살았던 그로서는 그 사실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오.”

호광은 ‘정말?’이라고 물으려다 혁무천의 표정을 보고 꾹 참았다.

한눈에 봐도 손 흔들면서 순순히 보내줄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 가면 뒤에서 온갖 소문을 다 낼 놈이야.’

더구나 자신과 달리 수하들은 산을 내려온 걸 좋아했다.

특히 젊은 놈들은 벌써부터 장원을 오가는 여자들을 힐끔거리며 눈요기하기에 바빴다.

아니, 젊은 놈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이를 마흔이나 처먹은 놈도 여자를 따라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썩을 놈들, 여자 처음 보나?’

그때 방으로 들어오는 여인이 보였다.

호광은 그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이 약간 커져서 샐쭉거리며 웃었다. 그도 남자였다.

‘으와! 진짜 귀엽게 생겼네.’

혁무천이 마침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할 거요?”

“어? 어,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어차피 호광도 산속에서 영원히 살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마도의 잡것들이 설치는 게 싫어서 산속에 처박혔던 것일 뿐.

더구나 저렇게 귀엽고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라면 뭐… 나쁠 것도 없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인 혁무천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아야, 저번에 말씀드린 대별산의 호광 형이다. 인사해.”

방에 들어온 여인은 은설이었다.

은설은 호광을 향해 싱긋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은설이에요. 오빠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 하, 하. 호광이오. 만나서 반갑소, 은 소저.”

“대별산의 산왕이라면서요? 언제 시간 되시면 한 수 가르쳐주세요.”

얼굴이 환해졌던 호광이 눈을 빛냈다.

이제 보니 귀엽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무공도 상당한 수준인 듯했다.

저런 여인과 비무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비무 중에 손이라도 맞닿으면… 아니, 손뿐만 아니라 몸이 닿을 수도…….

이런저런 상상에 얼굴이 상기된 호광은 평생 후회할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흐흐흐, 그거 좋지요. 내 비록 아는 것이 주먹질뿐이지만, 아름다운 은 소저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르쳐드리리다.”

 

호광과 대별채의 형제들이 합류하자 무원장에 무사만 백 명 가까이 되었다.

그 중에 절정고수가 십여 명, 초절정고수도 대여섯 명이나 되었다. 인원은 많지 않지만 무사가 수백 명인 중대형문파의 무력에 뒤지지 않는 전력.

하지만 그 정도 전력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창과 역성 일대는 귀천교와 동맹관계이자 마도십문에 속한 혈마방의 세력권이었다. 거기다 서쪽 삼십 리 떨어진 곳에는 만마성 분타인 철검방이 있지 않은가.

그뿐 아니라 철혈마련 역시 역성 인근에 지부가 있었다.

그만큼 이창과 역성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사실 상단이 크지 못한 것도, 역설적으로 마도세력의 힘과 시선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강력한 무력이 자신들의 코앞에 나타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자리를 잡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방해를 할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비룡단이 무원장에 도착한지 닷새째가 되던 날. 일단의 무리가 무원장을 방문했다.

혁무천은 후원의 연무장 한쪽에 앉아서 호광과 은설의 비무를 지켜보던 중 손님이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혈마방의 청귀당 나곡수 당주께서 수하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일단 나 당주님을 전청으로 안내하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군.’

혁무천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은설과 호광의 비무도 거의 끝난 상태였다.

두 사람의 비무는 오늘로 세 번째였다.

지금까지 모두 은설이 패배했다.

하지만 얼굴이 구겨진 사람은 호광이었다.

첫 날은 십여 초 만에 승부가 났다. 둘째 날은 이십여 초, 그리고 오늘은 사십여 초가 지나서야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사별삼일 괄목상대라 했던가?

은설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완숙해졌다.

‘끄응, 그 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

호광은 첫날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은설에게 자신만만한 어조로 백일 동안 비무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구십칠 일이 남았다.

‘제기랄.’

어쩐지 자신이 은설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말에 동대안이나 송비라는 작자가 안 됐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했더니…….

“고마워요, 호 아저씨.”

은설이 검을 거두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호광의 불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땀을 닦으며 웃는 은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아저씨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뭐 어떤가.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인이 고맙다며 웃어주는데.

‘그래, 이 맛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

 

혁무천이 앞마당으로 나가자, 혈마방 무사로 보이는 자들 이십여 명이 오만한 자세로 서 있었다.

“나곡수 당주는 호위무사와 함께 안에 들어가 계십니다.”

목량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 그럼 들어가 보자.”

고개를 끄덕인 혁무천은 무원각으로 향했다. 목량이 따라서 들어갔다.

비룡단의 다른 사람들은 쳐다만 볼 뿐 따라서 들어가지 않았다.

송비나 동대안, 철상 등은 행여나 함께 들어가자고 할까 봐 멀리서 구경만 했다. 들어가 봐야 짜증나는 일만 있을 게 뻔했다.

혁무천이 목량과 함께 무원각 전청으로 들어가자, 앉아서 차를 마시던 중년인이 고개를 돌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노화가 치민 표정이었다.

“혈마방의 당주께서 여긴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혁무천이 묻자, 혈마방 청귀당 당주 나곡수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비룡단에 대한 말이 많던데, 아주 대단한 위세야. 우리 혈마방 정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아랫사람들이 우리를 소 닭 보듯 대하더군. 화가 치밀었지만 자네 얼굴을 봐서 참았네.”

“정말입니까? 정말 그런 자가 있다면 혼이 나야겠군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그리 대하다니. 한 푼 어치를 사도 손님은 손님인데 말입니다.”

말속에 묘한 뼈가 들어 있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마도십문 중 하나인 혈마방의 당주를 물건 사러 온 손님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그것도 한 푼짜리 물건을 사러 온 뜨내기손님으로.

나곡수는 왠지 모르게 언짢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깨닫지는 못했다.

“그리 생각한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별 말씀을. 일단 앉으시지요.”

나곡수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혁무천과 목량도 반대편에 앉았다.

곧 시비가 차를 가져와 따라주었다.

나곡수가 먼저 혁무천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보게. 한구의 비룡장이 무엇 때문에 여기에다 지부를 설치하려는 건가?”

차로 입술을 적신 혁무천이 나곡수를 보며 말했다.

“우리 비룡장이 상가라는 건 아실 거요. 우리가 이곳에 지부를 만들려는 것은 장사 때문이지 무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훗, 그걸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두고 보시면 알 거요.”

“허튼 짓을 하면 이곳이 공동묘지가 될 것이네.”

나곡수가 짐짓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혁무천은 찻잔을 잡으며 미소만 지었다.

“어쨌든 장사만 하겠다고 하니 지켜보지. 그리고 한 달에 은자 천 냥을 내게.”

혁무천이 잡았던 찻잔을 놓고 나곡수를 쳐다보았다.

“한 달에 은자 천 냥이라…….”

“우리의 보호를 받으면 장사하기가 훨씬 수월할 거네. 그 정도는 결코 아깝지 않을 거야.”

“우리의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킬 생각입니다. 무사들이 먼저 온 것도 그 때문이지요.”

탕!

나곡수가 찻잔을 세차게 내려놓고 냉랭하게 말했다.

“이곳은 한구가 아니네. 우리의 도움 없이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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