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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8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83화

183화

 

 

정확히 구 초.

주춤거리며 물러선 위진광의 부릅뜬 눈이 거세게 떨렸다. 창백한 얼굴에는 불신의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패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한 듯했다.

“내가 이긴 거 같군.”

혁무천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말투는 무심했지만 내심으로는 안도했다.

조금만 더 강했어도 한계치까지 공력을 끌어올려야 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금제가 최소한 반 개 정도는 풀렸을지도…….

위진광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런 변명도,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다.

갈라진 가슴부위 옷자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어, 어떻게 이런 검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넓어. 그걸 깨닫지 모르면 벽을 넘어설 수 없을 거다.”

혁무천은 무심히 말하며 천망검을 거두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제대로 숨을 쉬었다.

누구보다도 경악한 사람은 모용수였다.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천화상단의 사대천화가 꺾이다니.’

사대천화는 천화상단에서 키웠고, 천화상단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비밀고수다.

그 존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더더욱 적었다.

모용수도 천주명에게 언질을 받지 않았다면 그들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다.

그나마 그가 아는 것도, 사대천화가 팔대마세 주인들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을 고수라는 것 정도였다.

‘뭔가가 잘못 되었어. 느낌이 좋지 않아.’

모용수가 한때 천재라 불리었던 이유는 단순히 천룡방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부친에 의해 가려진 것일 뿐, 그는 천하의 청년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기재였다.

하지만 그런 모용수도 오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제 무엇으로 결백을 증명할 건가?”

혼란에 빠진 모용수에게 혁무천이 물었다.

겨우 정신을 추스른 모용수가 한쪽에 서 있는 구주의 주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린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를 퇴출시킨다면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거요.”

으르렁거리듯 내뱉은 마지막 말은 협박처럼 들릴 정도였다.

혁무천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아마 그 후회는 천룡방이 먼저 하게 될 거다.”

그러고는 위진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천화상단 사람인가?>

혁무천의 전음에 위진광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싶지 않다면.>

위진광은 슬쩍 눈을 돌려서 자신의 수하들이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언제든 명령만 떨어지면 검을 뽑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뒤쪽에 비룡장 무사들로 보이는 자들이 서 있었다.

범상치 않은 자들이었다. 몇몇은 여유 있게 미소까지 띠고 있고, 눈이 잘 보이지도 않는 자는 손까지 들어서 흔들었다.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입술을 비틀고.

‘제기랄, 어떻게 된 거지?’

최근 들어서 비룡장이 강해졌다지만 기껏해야 상가일 뿐.

천화상단 최강의 조직, 천무대 서른여섯 명이면 비룡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상황을 이용해서 구주의 주인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게 자신의 최종 임무였다.

그 비밀 계획은… 모용수도 모른다.

모든 죄를 천룡방에 뒤집어씌울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비룡장은 자신들 생각처럼 약하지 않았다. 아니 약하기는커녕 섬뜩한 느낌이 들만큼 강했다.

특히 저자는…….

<천소명과 천수화를 봐서 오늘은 그냥 보내주지. 돌아가거든 그들에게 전해라. 내가 차 한잔 마시러 찾아갈 거라고.>

고막을 파고드는 전음에 위진광은 입술을 깨물었다.

 

***

 

천룡방은 구룡상단의 수장 자리를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구룡상단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모용수는 위진광이 패하자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고 미시 무렵 비룡장을 떠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 회의가 신시에 시작되었다.

천룡방이 퇴출되었기 때문에 구룡상단의 차기 단주를 뽑아야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마룡성주 홍택이 한 사람을 추천했다.

“비룡장의 백리궁 장주를 우리 구룡상단의 상단주로 추천하는 바요.”

“그게 좋겠습니다. 이 남교청도 찬성입니다.”

“소룡장도 백리 장주가 상단주가 되는 것에 찬성하오.”

그것만으로도 결론이 난 듯했다.

그런데 백리궁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더니, 두 손을 맞잡고 포권을 취했다.

“저를 잘 봐주신 점은 고맙습니다만, 이 백리 모는 상단주가 될 능력이 안 됩니다. 저보다는, 어느 모로 봐도 취룡원의 노사께서 맡으셔야 어울릴 것입니다.”

그러고는 취룡노사 권불기를 향해서 허리를 숙였다.

“노사, 구룡상단을 이끌어주시지요.”

“허허허, 나 같은 늙은이가 뭘 안다고 상단주가 된단 말인가.”

“이 방 안에 노사만큼 경륜이 깊고, 상계와 강호를 잘 아는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맡아주시지요.”

“허, 그거 참…….”

취룡노사가 머뭇거리자, 백리궁이 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럼 맡아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응? 이보게…….”

“신임 상단주께 비룡장의 백리궁이 인사드립니다.”

“수룡방의 남교청이 상단주께 인사드리오!”

너도나도 일어나서 취룡노사를 향해 공수의 예를 취했다.

솔직히 비룡장이 구주의 수장이 되는 것도 조금은 불안했다.

안 그래도 세가 급격히 강해지고 있는 비룡장이다. 구룡상단의 단주 자리까지 맡게 되면 막강한 권한까지 더해질 터. 언제 또 천룡방처럼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취룡노사도 쓴웃음을 지으며 단주직을 받아들였다.

“이 늙은이가 비록 능력은 안 되지만, 여러분께서 정히 바란다면 그렇게 하리다. 앞으로 구룡상단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소이다.”

백리궁은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취룡노사 권불기를 단주로 추천한 것은 혁무천의 의견이었다.

그는 만마성 장로의 숙부였다.

무공도 구주의 주인 중 가장 강했고, 성격 또한 차분하고, 생각은 신중했다.

구룡상단의 상단주로 가장 어울렸다.

 

자신의 방에서 소식을 들은 혁무천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 됐군.”

그가 취룡노사를 구룡상단의 상단주로 추천한 것은 남들이 다 아는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천화상단을 조사하던 중 취룡노사 권불기와 천화상단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는 천길 협곡만큼이나 깊은 골이 파여 있었다.

취룡노사의 아들이 천화상단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천화상단과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목량은 혀를 내둘렀다. 이제는 감탄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다.

자신도 취룡노사와 천화상단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천화상단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사람이 자신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자신은 백리궁이 구룡상단을 장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혁무천이 말했다.

 

“전쟁의 주요 당사자가 상단주면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아마 지위로 밀어붙인다고 생각할 거다. 그게 구룡상단처럼 횡적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심리지.”

 

종적인 조직이라면 명령에 목숨도 바친다.

그러나 횡적인 조직은 다르다. 자신들이 남보다 많이 손해 보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은 큰 조직에 대한 경험이 적었다. 그래서 조직의 특징에 따라 다른 점이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대형은 그 점을 꿰뚫고 있었다.

도대체 뭐하던 분이었을까?

최근 들어 그런 의문이 점점 커졌다.

정말 알고 싶었다.

“목량.”

“예, 대형.”

“천화상단을 상대하는 것은 만마성이나 철혈마련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거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파안대소할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며.

그러나 천화상단의 무지막지한 힘을 알게 된 그들은 그게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싸움에 철혈마련이나 만마성을 끼워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

목량은 눈을 크게 뜨고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의 눈에서 차가우면서도 영롱하게 느껴지는 기이한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자신의 초감각이라는 능력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눈빛이다.

“천화상단은 그들을 상대하기 바빠서 우리에 대한 견제가 약화된 것도 모르지 않을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그들을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천화광과는 친구 사이 아니냐. 비록 그놈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리고 우문척은 나의 경쟁상대고. 물론 그것도 그놈만의 착각이지만.”

“풋, 푸하하하하.”

목량은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을 말 몇 마디로 갖고 노는 사람이 앞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말해봐라, 목량.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대형.”

목량은 웃음을 겨우 참으며 답했다.

정말이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상상조차 못했던 엄청난 일이.

“그래, 재미있을 거야. 그 정도는 되어야 내가 천하에 뛰어든 의미가 있거든.”

 

***

 

구룡대총회 둘째 날.

오시가 되기 직전, 일단의 무사대가 한구로 들어왔다.

무창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그들은 곧장 비룡장으로 향했다.

한구의 무인들은 모두가 긴장한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무사대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었다.

마도십문 중 수장 자리를 다투는 검마보. 그 검마보 무사들이 왜 비룡장에 가는 걸까?

더구나 그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막부산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검마보의 주인, 단천검마 율이명이었다.

“비룡장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저번에 녹림을 쳤잖아. 힘 좀 생겼다고 까불었을지도 모르지.”

“젠장, 비룡장 덕분에 요즘 살맛이 나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거 아냐?”

많은 사람들이 비룡장을 걱정했다.

그들 중에는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는 자들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내 비록 별 힘은 없지만 비룡장을 도울 거네.”

“씨바, 나도.”

최근 들어서 한구의 상계는 활력이 넘쳤다.

모두 비룡장 덕분이었다. 그들로 인해 많은 돈이 풀렸고, 한구의 뒷골목마저 그들에 의해 정리가 되었다.

항상 무창에 눌려 지냈던 한구 사람들은 비룡장 덕분에 지난 한 달 동안 평화와 풍족함을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은 평화를 잃고 싶지 않았다. 풍족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비룡장으로 다가가는 검마보 무사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장원 안에서 몇 사람이 나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하하하! 잘 지냈나?”

율이명의 호쾌한 인사에, 혁무천이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어서 오시지요. 보주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식으로 협약을 맺는데 대리자를 보내는 것도 좀 이상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한구의 무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눈만 껌벅거렸다.

“뭐, 뭐야. 비룡장과 잘 아는 사이였어?”

“그러게. 나도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비룡장과 친구 사이라기보다, 무천이란 사람과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래도 몇 사람은 그 사실이 주는 의미를 눈치 채고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사람아! 지금 그게 문젠가? 비룡장이 검마보와 친구 사이라는 말이잖아!”

“우와! 그러게 말이야. 이제 보니 비룡장도 대단한데?”

검마보의 방문만으로도 비룡장의 무게감이 몇 배는 더 늘어났다.

 

비룡전에 있던 구주의 주인들 역시 방문객의 정체를 듣고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검마보의 율 보주가 왔단 말이오?”

“그렇다 합니다. 대동한 수하도 백 명이 넘는다고…….”

“단천검마 율이명이 여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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