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1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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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181화
181화
<설아야, 충격이 심해도 혀를 입천장에서 떼지 말고 무조건 버텨라.>
혁무천은 심령어로 은설의 머리에 직접적으로 말을 전했다.
퉁!
거센 진기가 은교혈을 두들겼다.
은설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아마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다.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혁무천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 올려서 주입했다.
임독 양맥, 일명 생사현관을 타통할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뛰어난 영단의 기운으로 인해 진기가 폭발적으로 강해졌을 때 아니면 평생을 수련해도 한 번의 기회가 올까말까 하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혁무천은 자신의 진기를 소모해서라도 은설의 임독 양맥을 타통 시킬 작정이었다.
임독 양맥이 뚫리면 진기의 흐름이 배는 더 자유로워진다.
차후에는 세맥에 퍼진 잠력까지 끌어올 수 있으니 그 효능은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이다.
투둥!
더욱 강해진 진기가 재차 은교혈을 뚫기 위해 충돌했다.
은설의 몸이 바닥에서 한 치 정도 떠올랐다.
그때였다.
퍽!
명문혈에 대고 있는 우수를 통해서 무언가가 터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은교혈에 뭉쳐서 용틀임하던 기운이 승장혈 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게 느껴졌다.
‘됐다!’
혁무천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진기를 부드럽게 다스려서 기해혈도 인도했다.
은설의 명문혈에서 우수를 뗀 혁무천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은설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우, 다행히 별 탈 없이 성공했군.’
은설도 은설이지만, 자신이 위험할 뻔했다.
은설의 생사현관을 뚫기 위해서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올렸다. 그 대가로 금제 하나가 절반 정도 풀린 듯 느껴졌다.
그런데 만약 세 번째 충돌에도 안 뚫렸다면 진기를 더 끌어올려야 했을 것이고, 그럼 금제 하나는 완전히 풀렸을지도 몰랐다.
쉽게 말해 십 년의 삶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멈추지 않았겠지만.
흐뭇한 표정으로 은설을 바라보던 혁무천은 눈을 감고 이제 자신의 진기를 다스렸다.
다음 날, 몇 사람은 은설이 달라진 것을 눈치 챘다.
언뜻 보면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그런데 눈을 보면 왠지 더 맑아진 듯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검을 잡고 서면 이전에 느껴지지 않았던 무형의 기가 은은하게 검을 타고 흘렀다.
그녀가 절정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반증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에 자극을 받은 듯 전보다 더 무공수련에 열중했다.
특히 한유림은 혁무천이 가르쳐주는 천구지학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한시도 쉬지 않았다.
송비 역시,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미친 듯이 칠원무급에 매달렸다. 덕분에 절정경지를 넘어서서 초절정경지에 들어서고 있었다.
송비와 친구처럼 지내는 철상, 동대안, 장대산, 철호, 목량, 강탁, 장평, 영추문 등도 지지 않겠다는 듯 밥만 먹으면 수련장으로 갔다.
의외라면 백리양이었다.
무공보다 다른 공부를 우선시 했던 그가 최근 들어서 무공수련에 매진했다.
강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 강호라는 걸 최근 들어서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실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늘어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본인이었다.
“하, 하, 하. 저도 저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할 정도였다.
그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혁무천 때문이었다.
금룡장에서 입은 그의 내상을 확인하던 혁무천이 그의 혈도 한 곳이 비정상적으로 비틀려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혁무천은 자신의 내공으로 백리양의 틀어진 혈도를 바로잡아주었다.
비틀린 혈도 때문에 원만하게 움직이지 않던 공력이 그때부터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무공을 펼칠 때의 위력이 달라질 수밖에.
하루가 다르게 무공이 늘자, 재미가 붙은 백리양은 새벽부터 수련을 하다가 백리혜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렇게 비룡장이 또 한 번의 탈피를 위해 꿈틀거릴 때, 풍마문에서 연락이 왔다.
[천화상단의 천주명이 은밀하게 천룡방주를 만났음. 황하상선이 천화상단 손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됨. 현재 거래 금액을 알아보고 있음.]
예상했던 대로 흐르고 있었다.
혁무천은 전서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냉소를 지었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할 겁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리궁이 전서를 읽어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모용 방주가 아쉬운 선택을 했군.”
황하상선을 천화상단에 넘겼다 해서 구룡상단을 떠난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황하상선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황화상선을 천화상단에 넘겼다는 것, 그 자체였다.
“예상했던 일이니, 우리 역시 계획대로 진행하는 수밖에요.”
***
만마성 납품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말썽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구에서 서쪽으로 삼백여 리 떨어진 곳. 경산 서쪽에서 활동하는 석강채의 녹림도들이 비룡장의 상행을 막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요즘 비룡장이 잘 나간다고 하던데, 통과하고 싶으면 은자 천 냥을 내라!”
비룡장의 호위무사들은 은자 천 냥 대신 검을 선물했다.
오십 대 삼백.
석강채 쪽의 숫자가 여섯 배나 되었다.
전이었다면 어찌어찌 이긴다 해도 막대한 피해를 우려해서 돈을 주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타부타 협상도 하지 않고 곧장 무기를 뽑아들었다.
비룡장 호위무사들은 큰 피해도 없이 석강채 무리 삼백을 무찌르고, 내친 김에 본진까지 찾아가서 박살내버렸다.
그 일은 호북 무림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주었다.
그저 그런 무력을 지닌 구룡상단의 말석.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것이 호북 무림에서 비룡장에 대한 당연한 평가였다.
최근 들어서 구룡상단의 수장인 천룡장과 한판 벌였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무림의 문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호북 녹림의 산채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석강채가 단 오십 명에게 어이없게 당하자 비룡장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다.
이후 비룡장의 상행은 순조로웠다.
녹림도들도 그들을 못 본 척하고 통과시켰다.
그 사이 구룡대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구룡상단의 구주 대표들이 하나 둘 비룡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온 사람은 취룡원의 원주, 취룡노사 권불기였다.
오시 말, 그는 취룡원의 간부와 호위무사 십여 명을 거느리고 비룡장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원주.”
백리궁이 정중하게 권불기를 맞이했다.
이후 마룡성의 홍택, 수룡방의 남교청, 금룡장 전금환 등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했다.
소룡장과 철룡가, 도룡가의 대표들은 해가 진 이후 도착했고.
구룡의 주인들과 함께 온 간부들과 호위무사만 해도 이백여 명. 팽팽한 긴장감이 비룡장을 짓눌렀다.
이제 남은 곳은 단 하나. 천룡방의 대표만 오면 되었다.
그들은 자시가 다 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사람들은 천룡방의 참가와 불참에 대한 의견을 놓고 밤새 설왕설래 했다.
그렇게 시간이 자정을 향할 무렵, 혁무천의 방에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혁무천, 목량, 백리양, 그리고 동대안.
“대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룡방주가 사람을 보낼 거라 보십니까?”
목량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야기를 나눈 지 상당히 된 듯 찻잔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혁무천은 입술 끝을 살짝 비틀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보낼 거다. 아마 내일 아침쯤 오겠지.”
동대안이 그를 힐끔 쳐다보며 반문했다.
“정말?”
“보내지 않으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지요.”
백리양이 혁무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 덧붙였다.
“모용 방주는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누구든 보낼 겁니다.”
“만약 그들이 사람을 보낸다면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목량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혁무천이 그 말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너는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라 보느냐?”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겠지요.”
끄덕, 끄덕.
“그러면서 비룡장의 잘못을 강하게 성토할 겁니다.”
끄덕, 끄덕.
“어쩌면 대형을 표적으로 삼을지도 모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혁무천이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럴 거다. 그리고 나는 그걸 기다리고 있지.”
백리양이 흠칫하며 물었다.
“명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까?”
“맞아, 상대가 강하게 나올수록 반발력의 충격도 강한 법이다. 천룡방주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다 천룡방을 잃게 될 거다.”
그때 동대안이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똑똑한 사람들끼리 열심히 이야기 나누게. 나는 듣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이나 자야겠네.”
혁무천이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목량, 양, 너희들도 그만 가서 쉬어라. 내일은 바빠질 것 같으니까.”
동대안과 백리양, 목량이 방을 나가자, 혁무천은 반쯤 남은 찻잔을 들었다.
미지근하게 식은 차를 마시는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화상단, 일개 상단이 그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천화상단과의 일대 대전을 염두에 두고 십여 일 동안 천화상단에 대해 조사했다.
풍마문은 물론, 남경 구요, 심지어 개방의 힘까지도 빌렸다.
그 결과 미처 몰랐던, 아니 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까지 알아냈다.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무력은 팔대마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마도가 득세한 이후, 강자생의 세상이 된 이후, 무인들은 살기 위해서 더욱 강해져야 했다.
그 세월이 칠십 년이다.
게다가 천화상단은 역사가 오백 년이나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절정고수가 칠팔십 명에 초절정고수도 십여 명이나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것도 무림세력이 아닌 상가가.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도 두어 명은 있다고 봐야겠군.’
게다가 천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황금은… 황궁보다도 더 많았다.
턱.
혁무천은 찻잔을 놓고 일어났다.
창문 쪽으로 가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았다.
찬란한 별들 사이로 별들의 왕, 자미성(紫微星)이 보였다.
‘천화상단.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이 혁무천의 상대가 되지!’
***
다음 날 아침, 마침내 천룡방의 소방주 모용수가 비룡장 안으로 들어섰다.
일행은 모두 사십이 명. 천룡방의 위세를 생각하면 많은 인원도 아니었다.
그들은 구룡대총회가 열린 의도와 상관없이 위풍당당하게 들어섰다.
모용수는 다섯 사람의 호위를 받으며 선두에서 걸었다. 오만한 표정, 입꼬리에는 차가운 조소가 매달려 있었다.
평소의 구룡대총회 때는 장로나 대행수를 거느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곁에 있는 자들이 모두 무사였다.
천룡방주 모용금적의 직속 호위인 천룡십위 중 다섯.
한두 걸음 뒤에서 따라가는 자들도 모두 무사였는데, 멀리서 바라보던 혁무천은 그들 중 몇 명을 보고 이채를 반짝였다.
‘천룡방의 무사들이 아니군.’
“아무래도 수상한데?”
동대안도 그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가늘어진 그의 눈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혁무천의 입가에 조소가 피어났다.
“그냥 밀리지는 않겠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