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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09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09화

209화

 

 

그들의 검과 도에서 뻗어 나온 검기 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혁무천의 전신을 노렸다.

공력을 한껏 끌어올린 터라 그들의 공세에는 스치기만 해도 바위가 갈라질 위력이 실려 있었다.

츠츠츠츠츠.

청석으로 된 바닥이 스치듯 쓸고 지나가는 검기 도기에 모래처럼 부서지며 튀었다.

그 와중에도 혁무천은 무심한 표정 그대로 몸을 가볍게 틀었다.

사선으로 바닥을 향했던 검이 자연스럽게 솟구치며 좌우로 흔들렸다.

검의 움직임을 따라 푸른 섬광이 피어났다.

마치 바닥에 누워 있던 청룡이 잠에서 깨어나 솟구치는 듯했다.

떠덩!

날아들던 두 줄기 검기가 길을 잃고 튕겨 나갔다.

목과 허리를 노렸던 도는 목표를 잃고 허공만 갈랐다.

혁무천의 동작은 단순해 보였지만, 모두 세 가지 무공이 연환으로 펼쳐졌다.

무진일선공을 끌어올리고, 환무신법 중 유환백보로 공격을 흐트러뜨리고, 청천비룡세로 반격을 가한 것이다.

네 사람의 공세를 일시에 해소시킨 혁무천은 몸을 빙글 돌리며 재차 검을 흔들었다.

후우웅!

허공에 십여 개의 푸른 검영이 환영처럼 생겨나더니, 곧바로 네 사람에게 뻗어갔다.

회심의 공격이 실패하자 눈을 부릅뜨고 있던 네 사람은 어느 것이 진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두가 진체 같기도 했고, 모두가 환영 같기도 했다.

더구나 가공할 위력의 기운이 밀려들자 판단이 바로 서지 않았다.

혁무천은 네 사람이 흔들린 것을 알고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그가 좌수를 좌측으로 뻗자, 영롱한 기운이 대기를 짓이기며 뻗어나갔다.

도를 든 장한은 눈을 부릅뜨고 전력을 다해 방어했다.

“차아앗!”

도기가 일렁이는 도를 휘둘러서 열십자로 빠르게 갈라 치자, 허공이 칼 그림자로 가득 찼다.

마치 칼날의 벽이 원을 그리며 펼쳐진 듯했다.

하지만 칠성 공력이 실린 혁무천의 장력은 철벽처럼 이루어진 도막을 그대로 부수고 밀려갔다.

쾅!

가슴을 격중 당한 장한이 입을 쩍 벌리며 훌훌 날아갔다.

그 사이 몸을 튼 혁무천은 천망검을 뻗어 또 다른 자들이 펼치는 공격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단 한 번 뻗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허공에 수십 개의 검화가 피어났다.

광천곡의 천사칠검에 무진일선공을 결합한 무진칠검 중 일초였다.

천망검이 만들어낸 검화는 기철위와 모웅평의 공세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위력 또한 강해서 다급히 방어에 나선 두 사람은 검과 검이 다섯 치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손이 저릿저릿했다.

떠더덩!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주르륵 밀려났다.

바로 그때, 도를 든 다른 중년인이 혁무천의 등을 향해 몸을 날리며 도를 내리그었다.

쉬아아악!

시퍼런 도기가 혁무천의 등을 그대로 갈랐다.

중년인, 금령십위 중 서열 육위인 백후익의 입가에 순간적으로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눈 한번 깜짝일 시간도 되지 않아서 미소가 당황으로 바뀌었다.

등이 갈라졌을 거라 생각한 혁무천이 눈앞에서 안개처럼 스러진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진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허공으로 튕겼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을 뿐, 그의 몸은 한 자도 날아오를 수 없었다.

덥썩!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거대한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쥔 것이다.

혁무천은 백후익의 목을 움켜쥔 후 천망검으로 백후익의 도를 든 손을 눌렀다.

“허튼 짓하면 팔을 잃을 거다. 물론 목뼈도 부러지겠지.”

고막을 후벼 파는 무심한 목소리.

백후익은 전신이 싸늘하게 식은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몸을 추스르고 재차 공격하려던 기철위와 모웅평도 동작을 멈췄다.

혁무천은 시선을 돌려서 천신명을 바라보았다.

천신명의 얼굴에서는 이미 미소가 사라진 후였다.

“내가 인내하는 건 여기까지요. 그래도 더 하겠다면… 아마 많은 피를 보게 될 거요.”

천신명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설마 금령십위 중 넷이 이리 쉽게 당할 줄이야.

하지만 더 몰아붙이는 것은 그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 정도면 됐어요!”

옥구슬이 옥쟁반 위에서 통통 튀는 듯한 맑은 목소리가 한쪽에서 울렸다.

천신명과 혁무천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돌아갔다.

건물과 정원수 사이에서 세 여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앞장 선 여인은 붉은 비단 궁장을 입고 있었는데, 이제 막 피어난 모란꽃조차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위의 정경이 황홀한 빛에 휩싸이는 듯했다.

천화의 꽃, 천상화였다.

그녀 옆에서 걷는 혈월선자와 시녀도 절세가인의 미모를 지녔건만 그녀로 인해 시든 꽃처럼 보였다.

“시험은 시험으로 끝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담담히 입을 여는 천상화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졌다.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옅은 미소인데도 주위가 환하게 밝아오는 듯했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천신명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사실 그는 천상화의 출현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상황이 그녀로 인해 해소된 것이다.

다만 그녀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 득일지 실일지 몰라서 곤혹스러울 뿐,

“천화가 가는 길에 재를 뿌린 분이 오셨다고 해서, 도대체 어떤 분이 그리도 간이 큰지 보려고 왔어요.”

천상화는 그 말을 하고는 시선을 혁무천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분이네요. 금령십위 넷의 합공을 홀로 막아내시다니.”

혁무천은 하늘 아래에 사는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오늘 그 답을 본 것만 같았다.

‘저 여인이 천상화군.’

하지만 놀람도 잠시일 뿐, 담담해진 눈으로 천상화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가벼운 동작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꽃가루가 흩날리는 듯했다.

그런데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은연중 털털한 천수화가 떠올라서 그녀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두 자매가 극과 극이군.’

한편으로는 은설과 함께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설이 천상화를 봤으면 기가 죽었을지도…….’

그때 천상화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연분홍빛 입술을 벌렸다.

“일단 그 분을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혁무천은 목을 잡고 있던 백후익을 한쪽으로 밀쳤다.

주르륵, 칠팔보 뒤로 물러선 백후익은 겨우 중심을 잡고 섰다.

천상화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혁무천을 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공자께서 무천이란 분인가요?”

“맞아.”

불쑥 튀어나온 혁무천의 반말에 천상화의 눈에서 이채가 반짝였다.

“요즘 무 공자 때문에 저희 천화상단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너는 천화상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계속된 혁무천의 반말에 혈월선자가 발끈했다.

“아가씨께 말을 조심해라!”

혁무천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웃기는 여자군.”

“뭐, 뭐야?”

혈월선자의 얼굴이 그녀의 별호만큼이나 붉게 상기되었다.

“네놈이 어디서……!”

“저 여자가 천화상단의 아가씨인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정녕 네놈이 뜨거운 맛을 보지 못했구나!”

“뜨거운 맛? 훗, 그게 과연 어떤 맛인지 궁금하군. 당신이 알려줄 건가?”

혁무천이 한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묘한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여자를 상대로 한 말 아닌가.

혈월선자도 그 점을 깨달았는지 붉어진 얼굴로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마, 맛은 내가 네놈을…….”

그때였다.

“호호호호호!”

천상화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녀가 그토록 크게 웃는 것은 일곱 살이 넘어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걸 아는 혈월선자는 혁무천에 대한 분노조차 잊을 정도로 천상화의 웃음에 놀랐다.

“아, 아가씨?”

“미안해요, 유모. 그런데…… 호호호호.”

천상화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잠시 더 웃은 후에야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래봐야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꽃이 피어나 있었지만.

“유모는 물러나 있어요. 뭐, 조금 말투가 튀긴 하지만, 그렇게 거슬리는 것도 아니니까.”

“…….”

혈월선자는 천상화의 말에 분노를 삭였다.

그렇다고 해서 혁무천에 대한 화가 풀렸다는 것은 아니었다.

‘건방진 자식! 언제 걸리면 저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말겠어!’

그런데 참 이상했다. 혁무천의 얼굴을 한참 노려보고 있으니 분노가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놈, 생기긴 진짜 잘 생겼네.’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꼭 분노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쉰 살이 넘은 자신의 가슴에서 불씨가 튀고 있었다.

혈월선자는 행여나 그런 마음을 남에게 들킬까 봐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긴 한쪽에 서 있는 월아의 시선은 아예 무천이란 놈에게 못 박혀서 움직일 줄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천상화도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무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상인들은 어느 한쪽이 거래를 성사시키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상인들의 어려움을 우리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정당한 경쟁이라면 네 말이 맞겠지.”

“우리 천화상단이 정당하지 못했단 말인가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봐. 단, 네가 천화상단 사람이라는 사실은 숨기고.”

“우리 천화상단은 일반 거래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황궁이나 황궁과 관련된 곳만 거래를 했죠.”

천상화의 말에 혁무천은 천신명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천상화가 나타난 이후, 그녀의 반응에 놀라고 있던 천신명은 이마를 찌푸렸다.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네. 하지만 주력사업을 황궁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

혁무천이 다시 천상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천화상단의 단순한 손짓 한번이 상계에서는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 둬.”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 일은 제 소관이 아니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군요.”

“나도 그 일을 너에게 따지고 싶진 않아.”

혁무천은 그쯤에서 천상화와의 대화를 멈추고 천신명을 바라보았다.

“더 할 거요?”

천신명은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제 와서 시험을 더하겠다고 우길 수도 없었다.

“가보게. 그리고 명심하게. 계속 우리 일을 방해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거네.”

혁무천은 슬쩍 묘한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누가 후회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작은 소리였지만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고수인 천신명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천상화의 귀에도.

천상화는 큰 오빠인 천신명을 상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문득 천수화가 왜 저 남자에게 빠져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든 순간, 그녀의 가슴에서 묘한 열기가 피어났다.

그녀는 이대로 무천을 보내면 나중에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 공자, 괜찮으시다면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세상 그 어떤 남자가 그녀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할 수 있으랴.

하지만 혁무천은 세상의 모든 남자와 많이 달랐다.

“여기서 너와 차를 마시다가 체하느니, 밖에 나가서 설아와 마시는 게 나아.”

사람들은 그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천신명과 혈월선자조차 어이가 없었다.

천상화야 혁무천의 말을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설아라면, 여동생 말인가요?”

“맞아.”

혁무천은 짧게 대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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