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06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06화
206화
남자 같은 성격의 천수화조차 기괴한 요리 이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방문에 열리더니 은설이 들어왔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천수화의 표정이 점점 가라앉았다.
“저 예쁜 아가씨는 누구? 혹시… 그 유명한 무천의 여동생?”
“유명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동생인 건 맞아.”
천수화도 무천에 대해 상세히 조사한 보고서를 읽어봤다.
그래서 그가 철혈마련에 간 이유, 마룡선발대회에 참가한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이름을 알려서 여동생을 찾기 위해 마룡선발대회에 나간 남자.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가!
그 보고서를 읽고 그런 오빠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신의 집에는 그런 오빠가 없었다.
또 모른다. 천상화가 사라지면 그런 오빠가 나올지도.
하지만 자신이 사라지면 좋아할 사람은 있어도 간절히 찾으려는 오빠는 없을 것이다.
동생이라면 또 몰라도.
그래서 그 복 많은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앞에 두자, 생경한 감정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절대 자신은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만만했었는데…….
그 감정의 정체는 질투심이었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여자라는 걸.
“반가워, 난 천수화야.”
“은설이에요.”
은설이 웃으며 마주 인사를 건넸다.
두 여자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쳇, 예쁘긴 예쁘네. 그러니 무천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하면서까지 찾으려 한 거겠지.’
‘설마 진짜로 이 여자 때문에 천화상단에 가려고 했던 건 아니겠지?’
은설도 성격이 마냥 좋기만 한 여자는 아니었다.
사공미미야 오빠와 이어질 가능성이 한 푼도 없어서 받아들였지만, 천수화는 경우가 달랐다.
천수화에게는 야생마와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꾸미지 않고 남자처럼 거칠게 행동해서 그렇지, 제대로 가꾸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미인이었다.
여자인 은설은 그녀의 그런 장점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눈 빠지겠다. 그만 쳐다보고 앉아.”
혁무천이 두 여자의 불꽃 튀는 감정을 말 한마디로 뭉개버렸다.
그 대가로, 바늘 끝처럼 예리해진 시선이 그에게로 꽂혔다.
“오빠는 말투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예요.”
“내 생각도 그래. 하여간 무슨 남자가 멋대가리는 일도 없다니까.”
그럴 때는 죽이 딱딱 맞았다.
반 시진쯤 지났을 때 마두찜이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족탕도 주문이 가능했다.
그래봐야 잉어찜에 국물을 넣어서 잉어탕으로 바꾼 게 전부지만.
그래도 맛은 끝내줘서 천소명과 천소화는 옆에서 혀를 차는 것도 모르고 요리에 집중했다.
“쯔쯔쯔, 천화상단 단주는 자식들 밥도 안 먹이나?”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며 요리를 다 먹었을 때는 술이 이미 세 병이나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단 석 잔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천소명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무 형,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봐.”
“제남에는 왜 오신 겁니까? 아니, 정확하게 묻자면, 저희 천화상단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 길입니까?”
혁무천이 술잔을 내려놓고는 천소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그걸 몰라서 묻나?”
“예?”
“저 여자가 제남에 오라고 했잖아. 한턱낸다며. 그래서 왔지. 한 끼 얻어먹으려고.”
“아니, 그거 말고…….”
“그게 아니면 내가 여길 왜 와? 죽이겠다며 난린데.”
“…….”
천소명은 물론이고, 천수화조차 입술에서 마저 삼키지 못한 술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멍한 표정으로 혁무천을 쳐다보았다.
“아마 안 왔으면 겁나서 안 왔다고 두고두고 씹어댔을걸?”
꿀꺽.
뒤늦게 입안의 술을 삼킨 천수화가 입술을 소매로 쓱 닦고 중얼거렸다.
“그건 뭐… 분명 그랬을 거야.”
“봐봐. 그리고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그래서 온 거야.”
갑자기 천수화가 자신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더니 단숨에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투덜거리듯 말했다.
“어우 씨, 이 남자, 나 돌게 만드네.”
“내가 왜?”
“쫌 멋지잖아.”
거기까지는 조금 오글거려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했다.
그런데… 게슴츠레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
“이봐, 무천, 나 어때? 나 안고 싶은 생각 없어? 오늘 같으면 큰 맘 먹고…….”
“누나……!”
천소명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다급히 그녀를 말리고,
“오빠!”
은설이 일어나며 다급히 소리쳤다.
“너무 많이 마셨어요. 이제 그만 마셔요!”
“난 석 잔밖에 안 마셨는데…….”
“누가 오빠보고 많이 마셨대요? 더 마시고 싶으면 조금 있다 저랑 마셔요.”
“나도!”
천수화가 술잔으로 탁자를 탁탁 치며 끼어들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서 방을 나섰다.
이런 자리는 엄한 날벼락 맞기 전에 피하는 게 상수다.
“대형, 저는 이만…….”
“나도 오늘은 술이 잘 안 받는군. 허엄!”
“자자, 일찍 자자고.”
“나도 함께 마시면…….”
“동 대형, 잠깐 저 좀 보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동대안은 목량이 끌고 나갔다.
잠깐 사이 사람들이 대부분 나가고, 혁무천과 은설, 천소명과 천수화만 남았다.
멋쩍은 침묵이 잠시 흘렀다.
침묵을 깬 사람은 혁무천이었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목적이 하나 더 생겼다.”
갑작스런 말에 천소명과 천수화가 휙 시선을 돌려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네 부친, 총단주를 만나야겠다.”
“…….”
“단 둘이.”
천수화가 입술을 씰룩거렸다.
“아버지가 그걸 받아들일 거 같아? 당신 혼자 기 대주를 죽였다며. 근데 아버지는 당신만큼 고수가 아니거든?”
혁무천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받아들일 거다.”
“뭐?”
“가서 전하기만 해. 장소는 그쪽이 알아서 정하고.”
“후우…….”
천수화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도무지 자신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남자다. 그런 요구를 들어줄 거라 생각한 건가?
그런데 천소명은 그녀와 생각이 달랐다.
“정말 그렇게 전하기만 하면 됩니까?”
“그래.”
“소명아?”
천수화가 놀라서 천소명을 돌아다보았다.
그러나 천소명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얼굴은 여전히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어차피 결정은 아버지가 할 거잖아. 우린 전달하기만 하면 돼.”
“에이 씨. 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해.”
천소명과 천수화는 잠깐 더 이야기를 나누고는 방을 나섰다. 술에 취한 천수화가 횡설수설한 게 대부분이었지만.
옆에 있던 은설은 승리감보다 걱정이 앞서서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말 단 둘이 독대할 생각이에요?”
“그래.”
“괜찮을까요?”
“괜찮지는 않겠지. 그래도 별 일은 없을 거다. 그도 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예?”
“정점에 선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주었으면 할 때가.”
“쳇, 그렇게 말하니까, 꼭 오빠가 정점에 섰던 사람 같네. 얼마 전만 해도 음식 값 계산도 제대로 못했던 사람인데.”
혁무천은 은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
천궁환은 아침식사 후 찾아온 천소명의 이야기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예, 아버님.”
천소명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천궁환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너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솔직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금화대와의 사안을 떠나 무조건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에 아쉬울 뿐이지요.”
“십대가 놀고먹으며 써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준다면?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보느냐?”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단호한 천소명의 말에 천궁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 그럼… 우리 천화상단의 무력을 총관리 할 수 있는 무총관의 지위도 함께 준다면?”
천소명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마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할 겁니다.”
“흐으음, 그렇다면 거기에… 상화까지 얹어준다면? 그래도 거절할까?”
천소명의 눈이 커졌다.
천상화는 천하제일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미녀인데다 머리까지 뛰어나서 부친이 가장 아끼는 자식이다.
설마 그녀를 주겠다는 말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전과 같았다.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돈도 싫고, 힘도 싫고, 천하제일의 미녀도 싫다? 네 말대로라면 미친놈 아니냐?”
천궁환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천소명도 할 말은 있었다.
“그는 이미 많은 돈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공도 기 대주를 이길 만큼 강하지요. 그리고 그의 곁에는 이미 아름다운 미녀가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는 그가 가진 것보다 조금 나을지 몰라도, 마음을 흔들 만큼 큰 유혹은 되지 않습니다.”
“그거 참….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거늘…….”
“그래서 아쉽다는 것이지요. 그를 우리 사람으로 만들 방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천궁환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친구라… 하긴 좋은 친구는 형제보다도 나을 때가 있지.”
“적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이득일 겁니다.”
“장사꾼이 이득이 되는 길을 놔두고 손해 보는 길을 택할 수는 없지. 가서 말해라.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대신 장소는 이곳이어야 한다.”
***
부친의 방을 나선 천소명은 혁무천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부친의 말을 전했다.
“……싫으면 안 오셔도 됩니다. 다만, 오신다면 제가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안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혁무천은 입꼬리를 슬쩍 비틀어 웃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까지 가면 되나?”
“유시쯤 오십시오. 정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았다. 시간 맞춰서 가지.”
“감사합니다, 무 형.”
천소명은 그 후 차만 한 잔 마시고 객잔을 나섰다.
골목 안에서 객잔을 바라보던 장한은 천소명이 나오는 걸 보고 옆에 있는 청년에게 말했다.
“가서 말씀드려라. 여덟째 공자께서 무천을 만났다고.”
“예, 조장.”
이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은 대답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
장한은 객잔을 일각 정도 더 관찰한 후 몸을 돌렸다.
그러다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숨을 급하게 들이쉬었다.
“헛!”
“왜 놀래? 그렇게 숨어 있으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동대안은 조소를 지으며 장한에게 다가갔다.
장한은 숨을 들이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다행히 한 놈밖에 없었다. 그것도 눈은 쥐똥만큼이나 작고, 입술도 애들처럼 통통했다.
“총단주께서 건들지 말라고 했으니 살려주겠다. 꺼져라.”
“응? 살려준다고? 우리를? 네가? 크키키키, 웃기는 놈이네.”
“이 눈깔이나 아니나 쥐똥만 한 놈이…….”
“쯔쯔쯔, 역시 창의력이 부족해.”
순간,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장한의 이마를 두른 영웅건이 끊어져서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그리고 콧등에 꼬챙이처럼 뾰족한 검이 올려져 있었다.
“……!”
흠칫하며 막 물러서려던 장한은 눈을 치켜뜬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조금 전의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것이다.
아마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숨도 한번 쉬지 못하고 죽었을 게 분명했다.
“다음에는 코에 큰 구멍이 뚫릴 거야. 그러니 움직이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