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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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02화
202화
혁무천은 소소월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혁무천이 뽑은 막대를 보더니, 소소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다시 하나 뽑아보쇼.”
혁무천은 아무 이견도 달지 않고 막대를 뽑았다.
“다시…….”
또 뽑았다.
세 번째.
소소월은 눈만 껌벅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왜요, 안 좋습니까?”
“이상하네…….”
“뭐가 말입니까?”
혁무천 뿐만 아니라 다들 소소월의 입을 주시했다.
소소월이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무슨… 명이 이백 살이 넘어?”
“…….”
사람들은 실소를 지으며 눈에서 힘을 뺐다.
순전히 엉터리 점쟁이였다.
삼천갑자 동방삭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이백 살 넘게 살아?
그런데도 혁무천은 빙그레 웃었다.
“오래 산다니 기분은 좋군요.”
“이상해, 이상해…….”
“제가 오래 산다면, 천화상단과 싸워도 죽지 않는다는 말 아닙니까?”
“그, 그게…….”
“그럼 뭐가 두렵습니까? 최소한 승률이 절반은 된다는 건데.”
“…….”
“명이 긴 거 외에, 또 다른 건 알아볼 수 없습니까? 가령… 저에게 재물 복이 있다거나…….”
소소월이 번쩍 눈을 치켜떴다.
봤다. 명줄 때문에 어이가 없어서 바로 말을 못한 것뿐.
앞에 있는 젊은 놈의 재물 복은… 텅 빈 것처럼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점을 보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깡통을 찬 것도 아니고, 그냥 비어 있었다.
채우면 세상의 모든 황금을 채울 수 있을 것도 같았고, 자세히 보면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였다.
“지미,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소소월이 버럭 소리치고는 염소수염을 파르르 떨었다.
소소월은 본래 천화상단과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
조부부터 삼대에 걸쳐서 천화상단의 밥을 먹고 살았으니까.
그런데 삼십 년 전,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고 가족 모두가 뇌옥에 갇히고 말았다.
잘못이 없다며 아무리 말했지만, 증거가 너무나 완벽해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그 일로 인해 가족 대부분이 병을 얻어서 죽고,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십 년 전 우여곡절 끝에 누명이 벗겨지긴 했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걸 잃은 후였다.
그렇게 겨우 살아난 그는 제녕에 점집을 차렸다. 뇌옥에서 지내며 공부한 지식과 충격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생긴 신기(神氣)가 그를 점쟁이의 길로 인도했다.
그 후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았지만, 지난 십 년 동안 천화상단에 대한 원한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천화상단은 강하네. 어마어마하게 강하지.”
혁무천은 고개를 끄덕여서 소소월의 말을 인정했다. 비룡단원들도 들은 말이 있어서 별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사공곽과 사공미미는 ‘상가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듯 별반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팔대마세? 훗, 아마 둘은 합쳐야 천화상단과 비교할 수 있을 거네.”
소소월이 그렇게 말하자 사공곽이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사공미미도 고운 아미를 찡그렸다.
소소월이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자네가 그리 말한다 해서 탓할 생각은 없어.”
“귀하가 팔대마세를 알면 얼마나 안단 말이오?”
기분이 상한 듯 사공곽이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그때 혁무천이 소소월에게 물었다.
“혹시 위진광이란 사람을 아시오?”
“그는 사대천화 중 한 사람이네.”
“사대천화? 그럼 절대경에 이른 자가 넷이나 있단 말이오?”
“서열은 십위에서 벗어나지만, 무공실력으로 따지면 열 명 안에는 들어갈 거네.”
“이런…….”
혁무천은 정말로 놀랐다.
자신이 싸워본 자이기에 그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소월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강자가 열 명은 있단 말 아닌가 말이다.
그 중 몇 명은 위진광보다 강할 것이고.
반면 사공곽은 혁무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가? 절대경의 고수라니?”
“말 그대로야. 위진광과 싸워봤는데, 절대경에 오른 자였어.”
“…….”
사공곽은 입술을 깨문 채 입을 닫았고, 소소월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와 싸워봤다고? 그럼… 설마……?”
“내 운이 더 좋아서 겨우 이길 수 있었지요.”
“놀랍군, 놀라워!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팔대마세의 주인까지 다 합해 봐야 스무 명 내외일 텐데.”
“울 오빠가 쫌 강해요.”
은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바람에 무겁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하지만 사공곽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다.
“어째 요즘은 내가 바보가 된 것만 같군.”
동대안이 피식 웃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너무 자책할 것 없어. 무천 옆에 있다 보면 무덤덤해질 거야.”
이후로도 소소월은 천화상단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말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소소월이 그 모든 이야기를 꾸민 것처럼 여겨졌다.
오죽하면,
“이거 뭐, 황궁도 그 정도는 안 될 거 같은데…….”
송비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소월이 그를 째려보았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설명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시오. 그 말을 몇 사람이나 믿을 것 같소.”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가 왜 신경 쓴단 말이오?”
혁무천이 손을 들어서 두 사람의 말다툼을 제지시켰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는 게 좋겠습니까?”
“조호이산, 차도살인, 각개격파. 현재로선 이 세 가지 계책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네. 그래도 승률은 절반이 안 되겠지만, 다른 방법은 아예 통하지도 않을 테니 어쩌겠나?”
혁무천은 소소월의 말에 일절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천화상단에 대해서 자신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장점은 물론 약점까지.
어설프게 아는 자신이 계책을 짜봐야 역효과만 날 가능성이 컸다.
“좋습니다. 그럼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지요.”
천화상단을 상대할 대책을 논의하다 보니 한 시진이 훌쩍 흘렀다.
밖은 이미 캄캄해졌고, 시간도 곧 해시가 될 듯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혁무천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들인가?’
소소월의 집 주위로 강한 기운을 지닌 자들이 다가들고 있었다.
대충 느껴지는 인원수만 해도 사오십 명은 될 듯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히 쉬기 어려울 것 같군요.”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무기를 손에서 놓지 말고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도록.
은설이 눈치 빠르게 혁무천의 말뜻을 이해했다.
“적인가요?”
뒤이어, 초절정경지에 이른 세 사람이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쳐들었다.
송비, 동대안, 사공곽.
그들은 몰려드는 기운의 강함을 느끼고 표정이 굳어졌다.
“누구지? 귀천교인가?”
사공곽이 이마를 좁히며 말했다.
하지만 혁무천이 곧 상대의 정체를 정정해주었다.
“천화상단일 가능성이 커.”
“천화상단?”
“비룡장에 이어 낙양에서도 그렇게 당했는데, 너라면 가만있겠어?”
그때였다.
다가오던 자들의 속도가 빨라졌다. 마치 기의 폭풍이 몰려오는 듯했다.
“설아와 추문, 목량, 강탁, 미미는 철 노형과 소 대인을 지켜라. 소궁단, 너도. 철저히 방어에 치중해.”
혁무천이 차갑게 소리쳐서 명령을 내리며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동 형은 좌측을, 사공곽은 우측을 맡아. 송 국주님은 후미를 책임져주시고, 대산과 장평은 입구를 막아라.”
다가오는 기운에서 점점 살기가 강해졌다.
살기가 뭉치더니 방문을 향해 쇄도해온다.
우수를 든 혁무천이 방문을 향해 일장을 내쳤다.
광!
나무로 된 방문이 산산조각 나서 밖으로 터져 나갔다.
진기가 실린 나뭇조각은 암기나 다름없었다.
부챗살처럼 퍼져나간 나뭇조각이 달려들던 자들을 휩쓸었다.
갈의를 입은 자들은 전력을 다해서 방어했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날아간 나뭇조각이 대여섯 명의 몸에 박혀들었다.
머리에 박힌 자, 배에 박힌 자, 가슴에 박혀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자…….
천망검을 빼든 혁무천은 나뭇조각을 겨우 피한 자들을 덮쳤다.
츠츠츠츠츠.
어둠이 깔린 마당의 허공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상대가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칼을 들이댄 자들은 모두 적일 뿐.
적에게 베풀 자비는 없었다.
그 순간,
콰광!
와르르르!
방의 창문이 부서지고, 벽이 터져 나갔다.
“어딜!”
동대안의 섬혼이 허공에 점을 찍었다.
사공곽의 구유도가 직경 일장을 난자했다.
요혈에 구멍이 뚫리고, 살과 뼈가 갈라지고, 피가 튀었다.
혁무천은 뒤를 다른 사람에 맡겨 놓고 전면의 적만 신경 썼다.
천망검에서 뻗어나간 검기의 폭풍에 휩쓸린 자들 칠팔 명이 경악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콰광!
좌수에서 뻗어나간 장력에 갈의무사 하나가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혁무천이 어둠을 노려보며 냉랭히 소리쳤다.
“숨어 있기는 누가 숨어 있단 말이냐!”
커다란 노성과 함께 네 사람이 마당으로 날아들었다.
그들 중 둘이 먼저 혁무천을 공격했다.
한 사람은 검을 들었고, 한 사람은 짧고 면이 넓은 칼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초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혁무천을 위협했다.
혁무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둘 사이로 발을 내딛었다.
동시에 천망검이 어둠을 열십자로 갈랐다.
쩌정! 쾅!
떠더덩!
굉음이 귀청을 울리고, 공격하던 두 사람이 일그러진 얼굴로 튕겨나갔다.
“천화상단에서 왔나?”
두 사람을 날려버린 혁무천이 한쪽에 서 있는 중년인을 향해 물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이럴 수가!’
금화대 대원들을 이끌고 온 기원숭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들었다.
‘위진광을 이겼다는 말이 정말이었단 말인가?’
사대천화 중 하나, 위진광이 비룡장의 비룡단주라는 자와 싸워 패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런데 거짓이 아닌 듯했다.
“어린놈이 정말 강하구나.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나가려면 나를 넘어야만 할 것이다.”
기원숭은 강적을 마주하자 피가 끓었다.
이런 전율, 참으로 오랜만이다.
총단주의 명령을 떠나서 반드시 놈의 목을 베고 싶었다.
스르릉.
검을 뽑은 그는 심장 박동을 억누르며 걸음을 내딛었다.
“어디 얼마나 강한가 보자!”
그의 옆에 서 있던 사내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무기를 쥔 손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그의 무기는 칼날이 톱날처럼 달린, 직경 두 자 크기의 륜이었다.
혁무천은 공력을 팔성까지 끌어올렸다.
상대는 위진광이라는 자와 필적할 수 있는 고수. 또 다른 자 역시 절정경지의 고수다.
선공을 양보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
더구나 금제가 풀리면 삶의 기간도 단축될 터, 금제가 풀리기 전에 끝내야만 한다.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 그가 천망검을 들어올렸다.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천망검이 움직이면서 대기를 짓누르던 기운도 함께 움직였다.
혁무천은 처음부터 대천룡구검세의 초식을 펼쳤다.
고오오오오!
그가 천망검을 움직일 때마다 용음이 울렸다.
기원숭도 검을 가슴 높이로 들고 흔들었다. 그의 최측근인 사내는 륜에 공력을 집중시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혁무천은 검강을 일으켜서 쌍룡분천세와 뇌룡섬전세를 연이어 펼치며 기원숭을 압박했다.
기원숭도 공력을 검에 집중시켜서 혁무천의 공격에 맞섰다.
마당이 그리 좁지는 않은데도 절대경의 고수가 대결을 벌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츠츠츠츠츠.
한쪽에 있던 석등이 중간에서 잘리며 먼지처럼 부서졌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 있던 정원수들이 한쪽부터 채를 썰 듯 자잘하게 잘려 흩날렸다.
이를 악다문 기원숭이 주춤거리며 뒤로 밀렸다. 공력에서도 밀린다는 걸 안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순간,
쐐애애액!
기회만 엿보던 사내가 몸을 날리며 륜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