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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2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21화

221화

 

 

“이곳에서 소모되는 물자 전반.”

천화광이 눈이 커졌다.

“그 물량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아마 만마성이 소모하는 물량만큼은 될 거야. 물론 무기와 포목은 더 많겠지만. 술도 상황에 따라 좌우될 거고.”

“그걸 알면서도 비룡장이 다 먹겠다?”

“안 될 것 뭐 있어?”

“하아, 그거 참…….”

천화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이건 친구 간에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거야 물론 나도 알지.”

“안다는 친구가…….”

“여기 공손 형도 있잖아.”

공손두는 거래에 대해서는 젬병이었다. 특히 계산을 따지는 일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듣기만 했다.

물론 혁무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진 않았다. 단지 그게 얼마나 규모가 큰지, 쉽지 않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뿐.

“이봐, 나한테는 주먹 쓰는 일이나 말해. 계산 따지는 건 화광에게 하고.”

“자넨 그냥 알았다고만 하면 돼. 그게 도와주는 거야.”

“뭐 그 정도라면 어려울 거 없지.”

천화광은 공손두의 단순함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혁무천이 말했다.

“아마 마도연합에서도 손해는 아닐 거야. 어쩌면 자넨 내 덕분에 물자를 싸게 구매해서 상을 받을지도 모르지.”

천화광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곳보다 싸게 주겠다는 건가?”

“당연하지. 친구가 소개하는 건데.”

혁무천은 동대안이 들었으면 비틀거렸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는, 목량에게 물었다.

“목량, 우리가 보유한 물자들을 현재 거래되고 있는 물자의 시세보다 어느 정도 싸게 줄 수 있지?”

“백만 냥 정도 거래를 할 경우, 일 할 오 푼 정도는 싸게 드릴 수 있습니다.”

“일 할 오 푼이라……. 그럼 은자 십오만 냥은 차이 나겠군.”

“그렇습니다, 단주.”

“마도연합이 백만 냥 어치의 물량을 소비하려면 얼마나 걸릴 거라고 보지?”

“두 달 정도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이백만 냥 정도 물량을 계약하는 것이 낫겠군.”

혁무천이 그쯤에서 천화광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천화광은 이마를 찌푸리고 대충 계산을 해보았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식량이다. 그러나 실상 돈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다. 훼손된 무기를 사용하면 승산이 그만큼 떨어지니까.

문제는 무기가 비싸다는 것이다. 질이 좋은 도검은 한 자루만 해도 은자 수십 냥이다.

대규모 싸움이 두세 번만 벌어져도 최악의 경우 수십만 냥 어치의 무기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백만 냥이 큰돈이긴 하나 전쟁에서는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 금액이다.

생각을 정리한 천화광이 말했다.

“이 싸움이 두 달 이상 갈 거라 생각해?”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천화광은 기분이 상한 듯 등을 의자에 기대며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군. 아니면 정은맹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 했든지.”

“나 역시 그건 화광 생각과 같네. 아마 앞으로 한 달이면 승패가 결정 나지 않을까 싶군.”

공손두도 천화광 편을 들었다.

팔대마세 중 패왕문만이 참여하지 않았을 뿐, 철혈마련과 귀천교조차 각기 오백의 무사를 보냈다.

거기다 마도십문 등 마도의 문파들이 보낸 무사와, 이 기회에 한몫 보려는 낭인들까지, 모두 합하면 일만에 이르렀다.

그런 무력으로 정은맹 따위와 두 달 동안이나 싸워야 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물론 뒤처리까지 하려면 두 달이 걸릴 수도 있겠지.”

천화광이 공손두의 말에 몇 마디 덧붙였다.

오랜만에 공손두가 제법 마음에 드는 말을 한 것 같아서 조금 전까지의 불쾌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진 듯 보였다.

“흠,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혁무천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럼 이건 어때? 일단 두 달분, 백만 냥 어치의 물량을 계약하는 거야. 그리고 싸움이 두 달 안에 끝나면, 가격에서 일 할을 더 빼주지. 그럼 이 할 오 푼인가?”

백만 냥에 이 할 오 푼이면 이십오만 냥. 엄청난 금액이었다.

“솔직히 그 정도면 우린 남는 것도 없이 죽어라 일만 해야 하지. 그래도 친구를 위해서라면야…….”

혁무천은 말끝마다 ‘친구’를 들먹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목량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반면 천화광은 구미가 당겼다.

이 할 오 푼 싸게 살 수 있다면 그 어느 곳보다도 좋은 조건이었다.

“호오, 그게 정말인가?”

“처음부터 가격을 높이 잡은 것 아닌가? 요즘 보면 그렇게 가격을 높여놓고 싸게 파는 척하는 상인들이 많다던데.”

천화광과 공손두는 뜻이 다른 말을 내뱉었다.

천화광은 믿는 쪽이고, 공손두는 불신의 뜻이 담긴 말이었다.

혁무천이 그런 두 사람에게 한마디씩 했다.

“화광은 그래도 나를 믿는데, 공손두, 자네는 내 말을 믿지 않는군. 그래서는 내 친구가 될 수 없지.”

공손두가 움찔하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친구가 되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혁무천이다.

그것도 감히! 대마천문의 소주인에게!

묘한 것은 그 말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넬 믿으면 나에게 무슨 득이 있나?”

“그야 자네에게 친구가 한 사람 생기는 거지.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대가라고 할 수 있네.”

“…….”

공손두는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뭐라고.

그런데 천화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

공손두는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눈앞의 두 사람은 자신과 생각의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정말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인가?’

오죽하면 그런 의심마저 했다.

그때 혁무천이 말했다.

“그럼… 싸움이 두 달 이상 갔을 때도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겠지. 안 그런가? 우리만 손해 볼 순 없잖아?”

그 말도 맞다.

천화광도 순순히 인정했다.

“말해보게.”

“싸움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거래를 해야 돼. 당연히 몇 가지 품목은 우리에게 독점권을 줘야 하고.”

“흠, 독점권까지?”

“왜? 싫어? 두 달 안에 끝낼 수 있다며? 그럼 생각할 것도 없잖아?”

분명 그리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더구나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물론이지. 두 달 안에 끝낼 수 있어. 다만, 결정을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품질은 걱정 마. 만약 하자가 있는 물건이면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그리고 단가도 어느 곳보다 쌀 거야. 그 이상 뭘 바라나?”

천화광도 생각해 보니 자신들은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었다.

상인들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하든 말든 자신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최상이었다.

“좋아! 자네 말을 아버님과 숙부님들께 전해드리지.”

“이제야 친구답군.”

“자!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 끝난 것 같은데, 조용한 곳에 가서 술이라도 한 잔…….”

천화광이 흔쾌히 말하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무슨 일인데?”

“천화상단이 남양에 왔다고 하더군. 자네들이 정은맹과 전쟁을 벌인다면, 우린 천화상단과 전쟁 중이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천화광과 공손두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화상단이?”

“그들이 왜? 그들은 황궁과만 거래를 했잖은가?”

“얼마 전까지는 그랬지. 그런데 요즘 와서 강호의 상권을 넘보기 시작했어. 가까운 예로, 천룡방의 황하상선을 그들이 몰래 매입했지.”

“으음, 그런 일이 있었군.”

“아! 자네들도 잘 알겠지만, 천화상단의 무력은 팔대마세 못지않아. 누군 팔대마세 어느 곳보다 강하다는 말도 하더군.”

“말도 안 되는 소리!”

“누가 그런 개소리를……!”

천화광과 공손두가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그들도 그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물론 혁무천도 모를 거라 생각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런! 몰랐나 보군. 우문척은 알던데. 아! 자네들 아버님들께서는 알지도 모르겠군. 한번 물어봐.”

“그게 정말인가?”

“으음, 정확히 알아봐야겠군.”

“어쨌든, 그들이 워낙 강해서 잠시만 방심해도 당할 수 있어. 그래서 가보려는 거니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알았네.”

천화광도 어쩔 수 없이 혁무천을 놓아주어야 했다.

 

혁무천은 목량과 함께 전각을 나와서 일행이 있는 객당으로 향했다.

목량은 전각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서야 벌렁거리던 가슴이 조금 가라앉았다.

‘후우우.’

소리 내지 않고 숨을 길게 내쉰 그는 힐끔 대형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의 미소 띤 표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무심하고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무공이 강하고, 정도 많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

처음에는 대형을 그렇게만 알았다.

그런데 비룡장에 들어간 이후 또 다른 면이 보였다.

그야말로 알면 알수록 새로운 면이 보이는 대형이다.

만마공자 천화광과 마천문의 소문주 공손두를 인형처럼 갖고 놀다니.

게다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밀고 더 큰 이득을 얻어내는 협상과정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은자 수백만 냥이 말 몇 마디에 오가는 상황에서도 눈썹 한 올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천화광과 공손두는 자신들이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형의 말대로 내년 초까지 전쟁이 이어진다면, 비룡장 이창지부는 수백만 냥의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목량.”

갑자기 혁무천이 부르자, 목량은 재빨리 정신을 수습했다.

“예, 대형.”

“아무래도 말이야, 내가 장사 쪽으로 재주가 조금 있는 것 같아. 안 그러냐?”

조금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재미가 있어. 밀고 당기는 것이. 설아하고는 좀 힘든데.”

장사와 여자를 어떻게 함께 놓고 비교를 해?

목량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면 설아와 여행이나 하며 지내려 했는데, 아무래도 당장은 힘들 것 같다. 한번 끝을 보고 싶거든.”

목량은 그 말에 어깨를 후드득 떨었다.

‘끝을 본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상왕이 되고 싶으십니까?”

“상왕? 훗, 그렇게 거창한 건 필요 없다. 세상은 힘센 누군가가 지배할 때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 더 풍요로운 법이야.”

“…….”

“힘이 있는 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있을 때 정리해주고, 과하거나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조절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혁무천의 말이 이어지면서 목량의 가슴 떨림도 심해졌다.

‘맙소사…….’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전부다. 아마 그런 세상이었다면, 설아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찾아다니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목량은 눈에 힘을 주었다.

가슴의 떨림이 심해지더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당신은… 저의 진정한 주군이십니다, 대형. 대형께서 가시고자 하는 길이 어떤 길이든, 저의 티끌만한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보태드리겠습니다.’

 

***

 

“그놈이 그렇게 말했다고?”

천양묵은 차를 마시며 아들의 말을 듣다가 멈칫했다.

“예, 아버님.”

무천과 나눈 이야기를 모두 말씀드렸다.

어차피 결정은 수장들이 하게 될 테니까.

비룡장이 내민 조건은 물론, 전쟁이 두 달 이상 갈 때와 그 안에 끝날 때의 차이에 대해서도.

천양묵이 생각해봤을 때도 무척이나 좋은 조건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두 달’이라는 기간이었다.

‘왜 그놈이 그런 내기를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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