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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58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58화

258화

 

 

중원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사마신의 눈에서 핏빛 광채가 번뜩였다.

“마도 놈들이 정파의 본산을 공격하고 있단 말이지?”

“예, 단주. 이미 무당파와 제갈세가를 비롯해서 십여 곳이 처절하게 당했다 합니다.”

“흥! 그들을 쳐서 산에 있는 호랑이를 끌어내겠다는 건가?”

조호이산지계.

그 정도 계책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마 정은맹의 이사명과 부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모른 척하고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허운과 제갈위군도 알고 있나?”

“보고를 받고 바로 단주께 왔으니 아직은 모를 겁니다.”

허운은 무당의 제자고, 제갈위군은 제갈세가 가주의 장자다.

그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그러면 분노를 먹고 자라는 지옥수라마공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고, 강해진 그 힘이 마도에게로 향할 것이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곧 알게 될 거다.’

냉소를 지은 사마신이 유난히 붉은 입술을 뗐다.

“나갈 때가 된 것 같군. 단원들을 집합시켜라.”

“알겠습니다, 단주!”

 

***

 

숙주는 안휘성 동북단에 위치해 있었다.

예로부터 ‘주자회취 구주통구지지(舟車會聚 九州通衢之地)’라고 불렸는데, 배와 수레들이 모여 구주(九州) 각지로 뻗어나간다고 해서 나온 말이었다.

귀천교까지는 북쪽으로 백여 리.

철혈마련까지는 남쪽으로 삼백 리.

그럼에도 숙주에 귀천교의 분타와 철혈마련의 분타가 공존해 있는 것 역시 그만큼 물산의 유통이 활발하기 때문이었다.

 

철룡가는 숙주성에서 남서쪽으로 이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십만 평 대지에 백여 채의 건물이 지어져 있어서 작은 마을처럼 보일 정도였다.

정문은 쇠를 실은 마차 두 대가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너비가 삼십 자나 되었다.

시월 십이일 오후, 그 철룡가의 정문 앞으로 십여 명이 다가왔다.

정문을 지키던 위사는 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가오는 자들 중 머리 하나가 위로 솟구친 거인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거인이 들고 있는 장봉은 봉이 아니라 기둥 같았다.

‘으와, 겁나 크네.’

하지만 모두가 무기를 든 무사들이어서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말도 정중히 했다.

목량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원장에서 왔소. 가주께 말씀드려주시오.”

위사는 화들짝 놀라서 급히 고개를 숙였다.

무원장의 이름은 위사인 그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단 몇 달 사이에 중원을 뒤흔든 이름. 상계에서는 이미 신화와 같은 존재였다.

 

위사의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자 철냄새가 물씬 풍겼다.

철호와 철상은 고향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이미 철룡가의 제품들을 직접 본 터였다. 철룡가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설렌 마음이었다.

그런데 귀천교와의 일 때문인지 분위기가 무거웠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도 간간이 나긴 했지만 왠지 힘이 없게 느껴졌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비룡단을 바라보았다.

철룡가에는 무공이 이류 수준 이상 되는 인원이 삼백여 명쯤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사 복장을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쇠를 다루는 사람들이어서인지 모두들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저건 또 뭐하는 놈들이지?

그런 표정들.

간혹…….

“뭘 처먹어서 저렇게 크지?”

“어? 저 여자는 진짜 예쁜데?”

“저 새끼는 남자야, 여자야?”

“저기 눈 감고 걷는 놈도 있네. 크크크.”

그런 말도 들렸지만, 하도 듣다 보니 그러려니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좋은 건 아니기에 동대안이 그들을 쓱, 째려봤다.

그리고 한소리 들었다.

“보긴 뭘 봐? 눈깔도 우리 집 뒷동산 정금보다 작은 것이.”

그래도 제법 신선한 비유였고, 오랜만에 고향을 떠올리게 해서 봐주었다.

‘우리 집 뒷산에도 정금이 많이 열렸는데…….’

그때 고개를 갸웃거리던 청년 하나가 눈이 커진 채 말했다.

“어? 저 사람들, 비룡단 같은데?”

웅성거림이 뚝 그쳤다.

조금 전 한마디씩 했던 자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눈깔 운운했던 자는 집에 불이라도 난 듯 정신없이 도망쳤고.

 

전각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린 지 반각쯤 지났을 때 쉰 살이 조금 넘을 듯한 중노인이 육십 대 노인 둘과 함께 들어왔다.

갈색 피부에 탄탄한 근육이 돋보이는 자였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다가 혁무천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그의 두터운 입가로 웃음이 번졌다.

“단주가 직접 올 줄은 몰랐군.”

“오랜만입니다, 가주.”

중노인. 그가 바로 철룡가의 가주인 공사철이었다.

그는 혁무천이 직접 온 것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네. 아주 대단한 활약을 했더군.”

“별 말씀을.”

“덕분에 구룡상단의 구주 중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지.”

“그러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군요.”

“사실 그동안 상계의 사람들은 무림세력에게 천대를 받는 게 일상적이었지. 그런데 이제는 말하기 전에 한번은 생각을 하더군.”

“힘이 없으면 업신여김을 당하는 곳이 강호지요.”

“이번에 그 말의 의미를 절실하게 깨달았네.”

공사철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며칠 전 일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었다.

당장 은자 수만 냥을 손해 보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쇠를 다루는 사람들은 자존심도 남다르게 강하다. 그런데 그날, 철룡가의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혔다.

자신이 철룡가를 맡은 지 십오 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정면으로 대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분노가 배가되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만.”

“자세히 이야기할 것도 없네. 무조건 자기들 허락 없이는 물건을 내보내선 안 된다는 거니까. 그 말에 반발했다가 사람까지 죽었지.”

정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처리도 단순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럼 목숨에 대한 빚을 받아야겠군요.”

“나 역시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네만, 가능하겠나?”

다섯이 죽었다. 부상당한 사람도 열 명이 넘었다. 그 중 한두 명은 생사를 알 수가 없다.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는 귀천교. 천하를 호령하는 팔대세력 중 하나다.

“받아내고자 하는 대가를 말씀해 보십시오. 귀천교에 청구서를 내밀겠습니다.”

나름대로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공사철도 갑작스럽게 나온 ‘청구서’라는 말에는 바로 대답을 못했다.

그런데 혁무천이 마저 말했다.

“인원은 두 배.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으로 은자 일만 냥. 그리고 물건 반출의 자유. 일단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응? 그야…… 충분하지.”

충분하기만 하랴. 그 정도면 사망자 한 명 당 은자 천 냥은 돌아갈 수 있다.

어쩌면 너도나도 칼을 들고 나와서 싸우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럼 해도 아직 남았으니 다녀오지요.”

공사철의 눈이 커졌다.

“지금 말인가?”

“쇠뿔은 단김에 빼는 게 나은 법이죠.”

그때 은설이 그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겼다.

“오빠, 귀천교 분타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거야…… 가주님이 귀천교 분타까지 안내할 사람을 붙여주시겠지. 안 그렇습니까?”

“아, 그야 물론이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공사철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저 친구가 할 수 있을까?

소문이 너무 부풀려진 거 아냐?

어쨌든 안내할 사람은 붙여주고 볼 일이다.

“진강, 네가 안내해드려라.”

공사철의 말에 한 청년이 나섰다. 그의 아들인 공진강이었다.

“예, 아버님.”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허둥지둥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가주님, 귀천교에서 무사들이 왔습니다!”

“뭐야? 무슨 일로 왔다고 하더냐?”

“그게 저…….”

무사가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슬쩍 혁무천 쪽을 쳐다보았다.

혁무천은 그 행동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알아서 찾아왔군요.”

 

전각을 나서자 마당에 서 있는 자들이 보였다.

삼십 명쯤 될 듯했다. 도검은 물론이고 창, 극, 심지어 아미자를 들고 있는 자까지 있었다.

철룡가의 주인 공사철과 원로들, 그리고 혁무천과 비룡단원들이 마당으로 나서자, 웅성거리고 있던 자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공사철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본 가에 무슨 일로 오셨소?”

귀천교 무사들 중 사십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자가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듣자하니 외부의 무사들을 불러들이신 것 같은데, 설마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데려온 건 아니겠지요?”

역삼각형의 얼굴, 듬성한 수염. 면이 넓은 칼을 등에 매고 있는 그는 귀천교 숙주분타의 부분타주인 모살도 마증이란 자였다.

그는 말을 하면서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비룡단원들을 둘러보았다.

네놈들이지?

그런 눈빛.

공사철은 그런 마중을 보면서 냉랭히 말했다.

“우리가 누굴 데려오든 귀하가 무슨 상관이오?”

예상치 못한 대찬 대꾸에 마중이 이마를 찌푸렸다.

“무슨 상관이냐? 그야 당연히 상관할 수 있지요. 우린 숙주에 수상한 놈들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으니까 말입니다.”

“자네들이 무슨 권리로?”

“하하, 권리라기보다 숙주의 안녕을 위해서지요.”

혁무천은 그의 개소리를 오래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 전에 계산할 것이 있는데.”

그가 나서자, 마중이 차갑게 째려보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너는 빠져라, 애송이. 네 목은 조금 있다가 잘라주마.”

비룡단원들은 그 말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 대단한데?”

“저 새끼가 미쳤군.”

“쯔쯔쯔…….”

“대형. 내가 저 사람 머리 부술까?”

모두 들을 수 있을 만큼 큰소리였다.

마중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죽일 놈들이……!”

그 순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혁무천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의 몸이 죽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우수를 뻗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중의 몸이 훌훌 날아가서 귀천교 무사 셋과 함께 나뒹굴었다.

“크윽!”

뒤늦게 신음을 토해내며 비틀비틀 일어선 마중의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래도 오기와 깡은 제법 있는지 눈을 부라리며 명령을 내렸다.

“이…… 개새…… 쳐!”

귀천교 무사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지만, 숙주의 독사로 불리는 마중의 명령을 거역할 만큼 간덩이가 크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들 뒤에는 귀천교가 있지 않은가.

“어디서 감히!”

“저 새끼들, 죽여버려!”

그런 와중에도 철룡가와는 선을 그었다.

“철룡가는 끼어들지 마라! 우리 귀천교와 적이 되고 싶지 않으면!”

철룡가 사람들도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비룡단과 함께 동료들의 원수를 갚고 싶었다. 하지만 비룡단이 소문만큼 강하다면 자신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분하긴 하지만, 귀천교와 적이 되는 것도 원치 않았고.

그래서 구경만 했다.

공사철도, 공진강도.

 

뭔가 투닥투닥하는가 싶더니 싸움이 끝났다.

아니,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아마 혁무천이 “죽이진 마라.”라고 말해놓지 않았다면 대부분 죽었을지도 몰랐다.

철룡가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 광경을 구경했다.

속이 다 시원했다.

죽이지 않는 게 조금 불만이긴 했지만, 상대가 귀천교라는 걸 생각해면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팔다리 부러져서 비명을 내지르는 걸 보니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듯했다.

 

혁무천은 멍하니 서 있는 마중을 향해 걸어갔다.

마중은 넋이 반쯤 빠진 듯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분타로 갈 생각인데. 그대가 안내 좀 해줘야겠어.”

“너 뭐하는… 놈…….”

그 상태에서도 마중은 기가 꺾이지 않았다. 남들에게 독사라고 불릴 만했다.

“나? 비룡단주 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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