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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49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49화

249화

 

 

결연한 마음으로 칠리평을 출발한 비룡단과 검마보 무사들은 복우산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해가 지기 전, 격전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계곡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춘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넓은 계곡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었다.

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다수의 시신은 굶주린 짐승에게 뜯겨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참혹한 광경.

아마 안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시신이 있을 것이다.

적의 뒤를 쫓다 보니 시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듯했다.

하긴 전쟁이나 다름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판인데 수백 구의 시신을 일일이 찾아서 매장할 정신이나 있었을까.

마음이 무거워진 일행은 그곳에서 이십여 리를 더 전진한 다음 노숙을 했다.

 

끼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가 까마득한 곳에서 메아리쳤다.

시간은 자시 초.

그 시간에 그런 소리를 듣고 잠을 잘 만큼 태평한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소리가 메아리치는 곳을 바라보았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으으으, 뭐지?”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이 새끼가! 안 그래도 무서워죽겠는데…….”

“겁나 먼 곳 같은데. 이 밤중에 싸움이라도 붙었나?

혁무천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들이 나왔나?’

길게 이어진 메아리는 단순한 괴성이 아니다.

공포에 질린 처절한 비명!

그것도 한동안 이어지다 보니 이 먼 곳까지 메아리쳐 들리는 것이다.

“정말 으스스한 소리군.”

삼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사공진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산 안에는 사도맹의 무사들도 있었다. 그의 형제, 조카들도 있었고.

그로서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서둘러서 출발해야 할 것 같군.”

그가 혁무천에게 말했다.

하지만 혁무천은 그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지금 가지요. 어차피 잠을 자기도 틀린 것 같은데.”

생각지 못한 그 말에, 사공진은 물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사공진은 혁무천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율이명은 아예 지시를 내렸다.

“놓고 가는 것 없는지 잘 살펴봐라. 장로님들도 무기 챙기셨는지 확인해 보시지요.”

“걱정 말게. 내가 뭐 무기나 놓고 다니는 팔불출인 줄 아나?”

“이봐, 자네 저번에도…….”

“시끄러! 그건 실수였다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확 변했다.

으스스한 괴성에 잔뜩 웅크려졌던 분위기가 다시 활발해졌다.

 

일행은 자정이 다 된 시각에 노숙지를 출발했다.

밤의 어둠은 고수들에게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새벽에 출발할 때와 비교하면 두세 시진 차이.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 차이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변화를 만들어냈다.

 

***

 

목량이 손을 들었다.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모두 걸음을 멈췄다.

목량은 예리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옅은 아침 안개가 끼어 있긴 하나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 보였다. 수천 명이 지나갔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깨끗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여기서부터 진세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대형.”

혁무천은 천천히 전면과 좌우를 둘러보았다.

미미한 기의 틀어짐이 느껴졌다.

바람도 없는데 안개가 흐르다 꺾어지는 지역이 있었다.

혁무천의 시선이 그곳에서 멈췄다.

그곳에는 일 장 정도 높이에 오각형 형태인 커다란 바위가 서 있었다.

우수를 든 그는 바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쾅!

굉음이 울리고, 일 장 높이의 바위 윗부분 절반 정도가 폭발하듯 터졌다.

쿠구궁, 투두두둑.

부서진 돌조각이 떨어지는 소리.

츠츠츠츠츠.

낙엽이 강풍에 부대끼며 나는 소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인근의 아침 안개가 출렁거렸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아마도 안개는 폭발의 충격에 잠시 출렁거린 듯했다.

바위가 부서지는 걸 보고도 놀라는 사람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려니 했다. 혁무천의 강함을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곳에는 혁무천처럼 바위를 부술 정도의 능력 있는 고수가 최소한 열 명 이상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세에 의해 대기의 흐름이 뒤틀렸다는 것. 그로 인해 바위를 부수려면 평소보다 공력이 두 배 이상 필요하다는 건 알지 못했다.

“아닌가?”

마천제 시절, 제갈세가에서 강제로 절진을 무너뜨린 적이 있는 혁무천이다.

자연의 이치를 이용할 뿐, 기문진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한계가 넘는 가공할 힘에는 진세도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공력을 압축해 쳐봤는데, 아무래도 통하지 않는 듯했다.

“일단 더 들어가 보자.”

“예, 대형.”

목량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비룡단과 검마보 무사들도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계곡의 구비를 돌아가며 모두 사라졌을 때, 혁무천의 장력에 폭발한 바위의 아래 부분이 마저 무너졌다.

콰르르르.

그리고 옅게 끼었던 아침 안개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

 

천양묵은 우뚝 서서 좌측을 노려보았다.

하루 종일 길을 따라 이동했는데, 어제 봤던 고목이 좌측 저만치 서 있었다.

거리는 오십여 장. 다시 말해서 하루 종일 이동한 거리가 오십여 장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미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이가 없군.”

천양묵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뒤쪽에 서 있던 만마성의 고수들도 망연한 마음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제기랄, 차라리 제대로 맞서 싸우다가 죽으면 그러려니 하지, 이건 뭐…….”

“개자식들. 정파라는 놈들이 이런 비겁한 술수를 부리다니.”

“정파가 어떤 놈들인지 이제 알았나? 원래 선을 앞세우는 놈들이 더 뒤가 구린 법이네.”

장로와 조직의 장들이 욕과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다 장로 하나가 내뱉은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 같으면 들쥐라도 잡아서 먹겠는데…….”

비상식량이 하루 전에 떨어졌다.

전에는 간혹 길을 잃고 나타난 토끼나 노루가 있었는데, 이틀 전부터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들쥐라도 잡아먹을 수 있다는 말은 현재 처한 자신들의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지금은 정파를 욕할 힘도 아껴서 앞으로의 일에 대처해야 했다.

“사야,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느냐?”

천양묵이 십 장 앞에 있는 사야에게 물었다.

천천히 몸을 돌린 사야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방법을 찾긴 찾았는데,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천양묵이 대답하기 전에, 반색한 장로들이 먼저 아우성쳤다.

“방법을 찾았다고?”

“피해가 대수더냐? 일단 이 빌어먹을 진세부터 벗어나야 해!”

“말해보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양묵이 손을 들어서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사야에게 물었다.

“말해봐라.”

“먼저 힘으로 진세를 이루고 있는 맥을 하나하나 끊어내야만 합니다.”

말만 들어서든 그리 어렵지 않을 듯했다.

모두들 그런 생각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중에는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까짓 걸 뭐 고민하느냐? 맥을 끊어내면 되지.”

사야가 그에게 말했다.

“맥을 끊어내려면 오 갑자의 공력으로 단숨에 쳐내야 합니다.”

“오, 오 갑자?”

“아마 장로님 세 분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렇다면야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맥을 끊으면 저들이 알고 집중적인 공격을 가할 겁니다. 문제는, 다음 맥을 끊기 위해서 적에 대한 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적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건, 목숨을 칼 앞에 내놓는다는 말이나 같았다.

“철저히 방어를 하면서 맥을 끊으면 되지 않겠느냐?”

“우리의 모든 걸 드러낸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적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적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철저히 방어한다 해도 진세 때문에 그 방어 자체가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사야의 말을 듣고 있던 천양묵이 이마를 한번 씰룩이더니 결정을 내렸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할 수 없지. 피해는 감수할 것이다. 진세의 맥을 끊는 방법을 말해봐라.”

 

***

 

혁무천 일행은 오 리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사위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스쳐가는 바람소리만이 스산하게 들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쿠르르릉.

저 멀리서 나직한 천둥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춘 목량이 앞을 노려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더니 곧…….

“대형. 안쪽에 있는 마도연합이 길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그래?”

“더 들어가면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마도연합에 합류할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혁무천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 말한 것은 혁무천의 계획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혁무천이 말했다.

“방향을 틀어라. 심심곡으로 간다.”

“예, 대형.”

쿠구구구긍.

다시 안쪽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조금 전보다 큰 소리처럼 느껴졌다.

혁무천이 목량을 향해 말했다.

“가자, 목량.”

“예, 대형.”

목량은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걸음을 옮겼다.

“대산과 철호가 목량을 좌우에서 호위해라.”

“예, 대형.”

“어.”

장대산과 철호가 목량의 좌우에 섰다.

혁무천과 은설이 바로 뒤에서 따라갔다.

 

선두에 선 목량은 송림 사이로 난 소롯길로 접어들었다. 안개가 낀 송림은 소나무와 잎이 넒은 잡목이 우거져 있었다.

전진 속도는 일반 사람이 걷는 정도.

무림인들로서는 답답할 만한 속도였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불평은커녕 숨 쉬는 것도 조심하고 모든 감각을 끌어올렸다. 산속의 모기가 다가오는 것에도 흠칫해서 검을 잡아갈 정도.

그렇게 이백여 장을 들어갔을 때였다.

스스스스스.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가 신경을 건드렸다.

“조심해!”

뒤에서 걷던 혁무천이 제일 먼저 그 소리를 듣고 경고했다.

장대산과 철호가 반사적으로 장봉과 도끼를 들었다. 뒤에서 뒤따르던 사람들도 좌우를 보며 공력을 끌어올리고 무기에 손을 얹었다.

순간!

송림 사이의 잡목 위에서 갈색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일행을 덮쳤다.

혁무천의 외침이 없었다면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을 만큼 갑작스런 적의 출현이었다.

마치 옅게 깔린 안개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를 통해 튀어나오는 듯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비룡단 대원과 검마보 무사들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막아!”

차차창! 떠덩!

따다당!

퍼벅! 쾅!

“크억!”

“으헉!

“이 개새……!”

“자리를 지키면서 막는데 집중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기파의 충돌음, 비명, 악다구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전방에서도 십여 명이 튀어나와서 선두에 선 사람들을 공격했다.

후아앙!

장대산의 장봉이 두 사람을 날려버렸다.

쾅!

허벅지 굵기의 소나무가 장봉에 맞아 부러지자, 공격하던 자들이 당황해서 사방으로 피했다.

쩌정! 퍼벅!

철호의 쌍도끼도 나무 대신, 날아드는 검과 사람들을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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