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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48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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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248화

248화

 

 

혁무천은 율이명에게 말을 들은 순간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가라면 가야죠.”

어차피 갈 생각이었다. 가서 천두공과 동대안을 만나봐야 했다.

“단, 마도연합에 합류하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일 겁니다.”

“단독으로?”

“그들과 함께하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요.”

율이명이 그 말에서 뭔가를 눈치 채고 말했다.

“다른 목적이 있나 보군.”

“그렇습니다. 제가 여기 온 목적은 마도연합을 도와서 정은맹과 싸우기 위함이 아닙니다. 만약 보주께서 따로 움직이실 생각이시라면 그렇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율이명은 고개를 저었다.

복우산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치도록 궁금했다.

생각만 해도 피가 끓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혁무천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럴 순 없지. 우린 자네와 함께 하겠네. 사공 형이야 사도맹을 찾아가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흥, 나도 함께 움직일 거네. 내가 없다 해서 정은맹 따위에게 밀릴 사도맹이 아니거든.”

사공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도맹의 상황이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 떠나고 싶진 않았다.

혁무천도 그들의 동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함께 가지요.”

 

***

 

혁무천 일행은 일단 부상자를 데리고 내향으로 갔다.

어느새 석양마저 지고 하늘에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혁무천은 일단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복우산에는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날 밤.

혁무천은 백경과 싸웠던 장면을 심상에서 떠올렸다.

백경은 절대 경지에 도달해서 일대의 대종사라 불려도 될 만한 위치에 오른 고수였다.

그와 비견될 만한 고수는 철혈마제와 만마존, 사천제일마 정도.

제남에서 싸워 본 중리안도 그에 비하면 반끗 정도 차이가 있는 듯 느껴졌다.

굳이 과거의 마천제였을 때까지 더한다 해도 열 명은 넘지 않을 듯했다.

그런 고수와 생사를 건 싸움을 한참 동안 펼치지 않았는가. 덕분에 대천룡구검세를 더욱 가다듬을 수 있었다.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백경과 대결을 벌이며 대천룡구검세를 마음이 가는 대로 펼쳐본 결과, 대천룡구검세가 결코 강함만을 좇는 무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금제를 해제하지 않고도 백경에게 일푼이나마 앞선 것은 대천룡구검세가 강과 유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조화가 그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자신의 과거 무공, 지옥명화공을 기반으로 한 구천지옥검과 구천지옥수는 그동안 사용하고 싶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알아보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백경과의 대결을 통해서 남의 눈을 구애받지 않고 구천지옥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지금 그가 심상에서 백경과의 대결 장면을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옥명화공도 본래는 명화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던가.

아수라와 부처는 악과 선으로 반대편에 있지만, 억겁의 세월 이전에는 하나였다.

즉,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어차피 인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

지옥화든 명화든 어느 하나만이 옳은 것이 아니다.

천지에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그게 혁무천이 찾은 ‘길’이었다.

아직은 천리 길에서 이제 겨우 한 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지만,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한 곳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반개한 혁무천은 천천히 오른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다.

스스스스.

장심에서 칙칙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며 심혼을 공포로 억압하는 아수라의 형상이 투영되었다.

구천지옥수.

과거 천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지옥의 수법.

혁무천은 그쯤에서 무진일선공을 천천히 운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칙칙하던 검은 기운이 맑은 묵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수라의 형상에서도 사악함이나 공포보다는 강렬함과 무거움만이 느껴졌다.

흑이 백이 되지는 않았다. 아수라가 부처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칙칙함이 사라지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혁무천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두 기운을 거두었다.

상극이라 할 수 있는 두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겠는가.

 

***

 

아침이 되자 객잔이 소란스러워졌다.

혁무천은 표행을 먼저 서협으로 보냈다. 호위는 비룡장과 금룡장 무사 일백여 명이 맡았다.

사공미미와 자화미, 자경산도 그들과 함께 보냈다. 자화미는 혁무천과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혁무천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복우산에는 부상자를 제외하고 검마보 무사와 비룡단 대원들만 들어가기로 했다. 인원은 육십 명쯤 되었다.

그들은 개인별로 육포 이틀 분을 비상식량으로 배분하고 객잔을 나섰다.

 

복우산에는 모두 세 곳의 마도 연합 임시거점이 있었다.

쌍룡진, 칠리평, 그리고 좀 더 안쪽의 이랑평.

그날 오후, 검마보와 비룡단은 칠리평에 도착해서 임시 거점을 찾아갔다.

칠리평의 임시거점에는 이백여 명이 기거했다.

그들은 복우산 안쪽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서협 및 각 세력의 총단에 전하고, 비상시에는 직접 지원을 나서기도 했다.

칠리평 임시거점의 책임자는 만마성의 첩마당주(疊魔堂主) 은호궁.

그는 처음에만 해도 지원무사 오십여 명이 왔다는 말에 시큰둥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중이떠중이 오십 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수하의 다음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검마보주께서도 오셨습니다.”

“뭐? 어서 안으로 모셔라.”

 

곧 율이명과 혁무천, 사공진, 송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은호궁은 포권으로 예를 취했다.

“만마성의 첩마당주 은호궁이라 하오. 검마보주께서 오신 줄 몰랐습니다.”

율이명도 마주 포권을 취해서 인사를 받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율이명이오.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소. 우린 몇 가지 정보만 얻고 바로 안쪽으로 갈 거니까.”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도울 일이 있다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먼저 현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소.”

은호궁은 망설이지 않고 상황을 말해주었다. 어차피 속일 것도 없었다.

“현재 팔로를 통해서 복우산으로 들어갔는데…….”

“……놈들이 펼친 진세에 갇혀서…….”

“……그 바람에 전진도 못하고, 후퇴도 못한 상황이 된 것 같소이다.”

간략하게 지난 상황을 이야기한 그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몇 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오늘 오전부터 본대로부터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원무사를 보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입니다.”

그러던 차에 검마보가 왔으니 그로선 반가울 수밖에.

“성주님과 연락이 끊긴 곳은 어디쯤입니까?”

혁무천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은호궁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율이명과 함께 온 일행이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율이명을 놔둔 채 직접 질문을 하는 걸 보니 제법 건방진 면이 있는 자였다.

“현무곡 근처네.”

“혹시 지도 있으면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지도?”

“그동안 상황을 표시한 지도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없습니까?”

“그건 없는데…….”

은호궁이 난색을 표하자, 사공진이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엉망이군. 그럼 사도맹의 상황도 정확히 모를 것 아냐?”

은호궁의 시선이 사공진에게로 향했다.

명색이 만마성의 당주다. 비록 보주인 율이명에게는 한수 처지지만, 검마보의 수하에게 그런 말을 들을 위치는 아니었다.

“말이 심하군.”

“심하긴 개뿔이나. 율 아우, 그만 가세. 여기서 시간 보내느니 직접 부딪쳐보는 게 낫겠어.”

율 아우?

은호궁의 눈이 커졌다.

검마보주 율이명에게 하는 말이 분명했다.

저자가 누군데?

“사공 형, 그래도 일단 몇 마디 더 들어보고 움직입시다.”

율이명의 그 말에 은호궁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성이 ‘사공’이라고?

문득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숱하게 말을 들었던 이름.

‘혹시…… 저자가 사도맹의 미친개, 사공진?’

그때 혁무천이 그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간략하게 정리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리? 지도 말인가?”

“그렇습니다. 마침 저희가 가진 지도가 있으니 상황만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그렇다면야…….”

율이명에 이어 사도맹의 미친개 사공진까지 온 마당이다.

앞에 있는 계집보다도 잘 생긴 놈이 누군지 몰라도…….

‘가만? 저 얼굴……. 혹시?’

일단 그는 확인부터 해보았다. 실수는 사공진으로 충분했다.

“혹시 비룡단의 무천 단주 아니신가?”

“제가 무천입니다.”

은호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생각처럼 ‘건방진 놈’이라고 말했다면 어떡할 뻔했는가 말이다.

소성주 천화광의 둘도 없는 친구. 만마존이 인정한 남자.

그게 비룡단주 무천의 현 위상이었다.

“하하, 무 공자께서도 오신 줄 미처 몰랐소이다. 한데 지도가 있다고 하셨소?”

당장 은호궁의 말투가 달라졌다.

“그렇습니다. 목량, 들어와 봐라.”

무천이 밖을 향해 목량을 불렀다.

“예, 대형.”

기다렸다는 듯 목량이 대답하고 들어왔다.

“지도를 여기에 펼쳐봐라.”

목량은 혁무천의 말에 즉시 지도를 품에서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제법 큰 종이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산세가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산세 곳곳에 점과 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풍마문과 개방의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표시였다.

특히 여덟 방위에서의 움직임에 대한 표시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은호궁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허어! 혹시 이 선은 정은맹이 펼친 진세에 대한 선 아니오?”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삼 일 동안의 움직임은 알 수 없어서 더 이상 그리지 못했습니다. 당주께서 아시는 바를 말씀해주시면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이다.”

은호궁의 눈에도 생기가 돌았다.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지도만 있다면 뭔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참 동안 은호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도에 선이 더해졌다.

때로는 점을 찍기도 하고, 보충 설명을 적기도 했다.

칠리평의 정보만 적은 것이 아니었다.

쌍룡진과 이랑평에서 들어온 정보도 총망라 되었다.

붓을 잡고 있는 사람은 목량이었다. 그는 들은 말에 자신의 느낌까지 동원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혁무천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목량, 어떻게 생각하느냐?”

목량이 지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철저히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정은맹 쪽도 적극적인 공격은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겠지.”

“대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지역이 워낙 넓고 마도연합의 힘이 강하다 보니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그물에 구멍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잘 봤다.”

혁무천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그와 목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바라는 제비새끼처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나?”

성질 급한 사공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혁무천이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보고 답했다.

“일단 가서 부딪쳐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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