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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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77화
277화
“일단 목숨은 구한 것 같소. 쓰러지기 직전에 겨우 방을 빠져 나왔다 하오.”
“범인은?”
“도주하려다가 죽었다는구려.”
옆에는 이현과 목량이 있었는데, 이현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죽은 게 아니라, 죽였을 겁니다. 입을 막아야 했을 테니까요.”
혁무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호걸에게 물었다.
“어쨌든 사마 맹주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그에 대한 말은 없었소?”
“일단 일이 벌어진 후 바로 전서를 날려서 그에 대한 말은 없었소. 하지만 신도명산이 맹주위를 찬탈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오.”
“당연히 그러겠지요.”
“분란이 일어나면, 신도명산은 자신을 반대하는 자들을 이 기회에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목량이 자신의 느낌을 말했다.
이현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천기회주는 겉보기보다 차가운 사람입니다. 남황궁 무리가 끼어들었다면, 정은맹을 그들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할 겁니다.”
혁무천이 두 사람의 말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목량과 이현도 말리지 않았다.
정은맹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누구를 보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룡단만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량의 그 말에 이현이 몇 마디 덧붙였다.
“무원장에 빈객으로 들어온 사람들 중 절정고수가 몇 명 됩니다. 그들이라도 대동하시지요.”
혁무천은 두 사람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게 좋겠군.”
그러고는 마호걸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정은맹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전해주었으면 좋겠소.”
“알겠소이다.”
***
탕!
남궁무룡이 탁자를 손바닥으로 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네!”
이사명은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남궁무룡을 바라보았다.
사마진웅이 자객의 습격을 받고 쓰러진지 사흘째. 무엇 때문인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의원은 독에 당한 것 같지도 않다고 하거늘.
그 사이 신도명산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아마 그는 맹주께서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맹주께서 이대로 돌아가시면 모든 힘이 저 교활한 자에게 넘어갈 거네. 그렇게 놔둘 건가?”
“그럴 수는 없지요.”
“맞아. 그럴 수는 없지. 우리와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봐야겠네.”
이사명이 왜 남궁무룡의 말뜻을 모를까.
자신 역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알겠습니다. 신도명산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흥! 나도 알고 있네. 그 교활한 놈이 우리를 그냥 놔둘 리 없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사람을 모아서 맹주를 빼내야 합니다.”
“알았네.”
***
미시(未時: 오후1시~3시) 무렵, 낙양에서 남쪽으로 이백 리 떨어진 여양에 세 사람이 들어섰다.
혁무천과 동대안, 그리고 면사를 써서 얼굴을 가린 은설이었다.
세 사람이 막 여양의 대로로 들어설 때였다. 평범한 복장을 한 장한이 주위를 슬쩍슬쩍 살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혹시 마두탕을 드시러 오지 않으셨습니까?”
혁무천이 대답했다.
“나는 마두탕보다 마두찜을 더 좋아하네.”
실소가 나올 암구호를 주고받은 후에야 장한이 빠르게 말했다.
“한 시진 전에 만가장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만가장 인근으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되었습니다.”
규모가 십만 평에 달하는 만가장은 여양에서 삼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방어에 좋은 지형으로, 정은맹이 이십 년 전에 매입해 놓았다가 이번에 총단으로 사용 중인 곳이었다.
한마디로 정은맹의 총단에서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
“정확한 상황은?”
“내부에 있는 정보원 말에 의하면, 남궁무룡 부맹주와 군사가 사마진웅 전 맹주를 데리고 장원을 나오려는데, 새로 맹주가 된 신도명산과 그의 수하들이 막고 있다 합니다.”
혁무천은 미간은 찌푸렸다.
서둘러 왔는데 이미 일이 벌어진 듯했다.
하지만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었다.
“우리가 가보겠네. 우리 일행이 도착하면 뒤따라오라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공자.”
***
“비켜라, 이놈들!”
남궁무룡이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담장을 앞에 두고 백여 명이 포위망에 갇힌 상태였다. 그들 중에는 정신을 잃은 사마진웅을 업고 있는 자도 있었다.
포위하고 있는 무사들의 숫자는 오백여 명.
기이한 것은 외곽에 서 있는 수백 명이 어느 쪽에도 끼어들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포위한 자들이 남궁무룡 등을 강하게 몰아붙이지 못하는 것도 그들 때문이었다.
“부맹주! 정녕 정파의 염원을 외면하고 맹을 배신할 생각이시오!”
신도명산이 노성을 내지르며 남궁무룡을 압박했다.
“흥! 네놈은 정파 운운할 자격이 없다, 신도명산! 맹주를 살해하려 한 놈이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그게 무슨 소리요! 전 맹주는 마도의 자객에 당하신 거외다!”
“우하하하! 너는 내가 멍청이인 줄 아느냐? 맹주 자리에서 물러난 분을 마도에서 왜 이곳까지 자객을 보내 죽이려 한단 말이냐!”
“정혈단주의 부친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마도가 전 맹주를 노린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허튼 소리 마라! 그딴 헛소리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 있는 줄 아느냐!”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려! 내가 무슨 원한이 있다고 전 맹주를 해치려 한단 말이오?”
“그거야 전 맹주께서 살아계시는 게 부담스럽겠지.”
신도명산이 표정을 굳히고 냉랭히 말했다.
“부맹주께선 이 신도명산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구려. 내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누가 부담스럽다고 죽이려 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외다.”
“정녕 네가 그런 사람이라면 길을 터줘라. 맹주님을 치료하러 가야 하니까.”
“이곳에도 의원이 있소이다. 정말로 전 맹주를 걱정하신다면, 이곳에서 의원에게 먼저 보이시오.”
“흥! 네놈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나는 믿지 못하더라도, 의원은 믿을 수 있지 않소? 전부터 있던 의원이니까.”
“일단 포위부터 풀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네놈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좋소. 포위를 풀겠소. 대신 부맹주와 황보 기주 등 간부들은 검을 내려놓고 순순히 투항하시오.”
남궁무룡이 그 말에 발끈해서 소리쳤다.
“이 간악한 놈! 내가 네놈의 잔머리에 넘어갈 것 같으냐! 포위망을 뚫어라!”
남궁무룡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먼저 포위망을 공격했다.
다른 자들도 포위망을 이루고 있는 자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신도명산이 그 모습을 보고 냉랭히 소리쳤다.
“정녕 벌주를 마시겠다면 할 수 없지요.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은 부맹주 책임이외다!”
명분을 먼저 세운 그가 무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맹주의 명을 거역하는 저들을 잡아라!”
그동안 포위만 한 채 방어에 치중했던 무사들이 공격에 나섰다.
포위망에 갇힌 사람들이 하나 둘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남궁무룡과 황보수 등 몇몇 절정고수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포위하고 있는 숫자가 워낙 많았다.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를 악문 채 노려보았고, 일부는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그럴 필요는 없잖소이까!”
“치료를 하기 위해서 간다는데 왜 막는 거요!”
우우우우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신도명산이 다시 소리쳤다.
“저들은 정파의 연합을 방해하는 자들일 뿐이오! 정파의 협사들은 동요하지 마시오!”
그러고는 자신이 직접 앞으로 나섰다.
이쯤에서 자신의 무위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부맹주! 귀하가 계속 억지소리를 하며 맹의 단합을 해치는 이상, 본인은 맹주로서! 강호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용서치 않을 것이오!”
스릉!
검을 빼든 그는 남궁무룡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남궁무룡도 전력을 다해서 신도명산의 검에 맞섰다.
두 사람의 검에서 일어난 검기가 회오리처럼 휘돌면서 뒤엉켰다.
쩌저정!
이를 악다문 남궁무룡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반면 신도명산은 두어 걸음 물러선 뒤 멈춰 서서 검을 앞으로 뻗었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죄를 묻지 않겠소!”
남궁무룡이 현저히 밀리는 걸 본 무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로만 들었던 신도명산의 무공이 남궁무룡을 압도할 정도일 줄이야!
“내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에게 투항할 일은 없을 것이니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본 맹주는 부맹주의 그동안 공을 생각해서 정의와 협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거늘!”
짐짓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은 신도명산은 검에 공력을 주입했다.
다섯 자 길이의 푸른 강기가 그의 검에서 쭉 뻗어 나왔다.
안색이 창백해진 남궁무룡은 이를 악다물고 혼신을 다해 남은 공력을 끌어올렸다.
신도명산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생사의 승부는 꼭 무위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냉랭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외세를 끌어들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자가 협의를 논하다니! 낯짝도 두껍군!”
신도명산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웬 놈이 헛소리를 하는 거냐!”
“그럼 아들을 시켜 상단의 물건을 도둑질하려고 했던 자라고 할까!”
혁무천의 목소리와 함께 가공할 검세가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졌다.
신도명산은 남궁무룡을 향해 겨누었던 검을 하늘로 쳐들었다.
콰르르릉!
콰광!
귀청을 먹먹케 하는 벽력음과 함께 두 사람의 검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강이 발현된 두 사람의 검세가 충돌할 때마다 빛이 폭발하는 듯했다.
신도명산은 예상치 못했던 가공할 공격에 이를 악물고 눈을 치켜떴다.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칠 때마다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손목이 욱신거리고, 숨마저 턱턱 막혔다.
“무천! 네놈이더냐!”
무천. 아들을 죽인 놈이 왔다.
치켜뜬 신도명산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맞아! 그런데 저자들은 남황궁의 마졸들 아닌가? 세외 남황궁의 마졸들이 왜 정은맹에서 설친단 말이냐!”
혁무천은 남황궁 무사들을 ‘마졸’이라 부르며 소리쳤다.
분노했던 신도명산도 그 말에는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저놈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허, 헛소리 마라! 누가 마졸이란 말이냐!”
“저들이 남황궁에서 온 마졸이 아니란 말인가!”
“남황궁은 정파의 무사들이다! 마졸이라니!”
“하하하하! 남황궁이 언제부터 정파의 무사였단 말인가!”
사실 남황궁은 정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도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혁무천이 계속 마졸이라며 소리치자, 정은맹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그 사이 면사를 써서 얼굴을 가린 은설과 동대안이 포위망의 한쪽에 뛰어들었다.
은설의 화려한 검무와 동대안의 쾌검이 허공에 검화를 수놓자, 순식간에 포위망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포위망 안에 갇혀 있던 자들도 전력을 다해서 공격에 나섰다.
“저쪽을 쳐라!”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황궁 고위 간부들이 실력을 드러내며 은설과 동대안을 공격했다.
은설과 동대안은 방어에 치중하며 시간을 끌었다.
혁무천도 신도명산이 놀라서 물러선 사이, 두 사람을 도왔다.
콰광!
그가 장력을 뻗을 때마다 서너 명이 뒤로 날아갔다.
콰르릉!
쉬쉬쉬쉭!
“으악!”
“피해!”
검을 휘두르면 검기가 휘몰아치며 일 장 이내에 있던 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가공할 광경!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혁무천의 일갈이 만가장의 대연무장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