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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7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73화

273화

 

 

남궁세가에서 나선 사람은 스물한 명이었다.

남궁태, 그리고 검은색 무복을 입은 자들. 남궁세가가 심혈을 기울여서 키운 묵천단원 중 세가에 남은 인원이 전부 동원되었다.

혁무천 일행까지 스물일곱.

그들은 곧장 남서쪽으로 달려갔다.

 

백마궁까지 거리는 삼백 리.

멀다면 멀었다. 하지만 절정고수들이 경공을 펼치면 한나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태양이 서산머리에 걸쳤을 때쯤, 혁무천 일행은 숲속에서 백마궁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분지에 서 있는 백마궁이 저 멀리 보였다.

전에 봤을 때보다는 작게 느껴졌다. 아마도 철혈마련과 만마성, 마천문 등 워낙 큰 곳을 자주 봐서 그런 느낌이 드는 듯했다.

“해가 지면 진입하지. 그동안 운기나 해둬.”

혁무천이 그렇게 말하자, 남궁태가 멈칫거렸다.

“아우가 갇혀 있는 곳을 먼저 파악하는 게…….”

“백마궁의 구조에 대해서 얼마나 알지?”

“대략적인 구조는 알고 있소.”

“뇌옥의 위치는?”

“뒤쪽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나는 그곳에 들어가 봤어.”

혁무천의 말에 동대안이 한마디 거들었다.

“나도.”

남궁태의 눈이 커졌다.

설마 혁무천이 백마궁의 뇌옥에까지 들어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무슨 죄를 지어서……?”

뇌옥에 들어갈 일이 죄를 지었을 때밖에 더 있을까.

그래서 물었는데, 혁무천과 동대안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어.”

“그리고 구해냈지. 둘이나.”

이번에는 은설도 한마디 했다.

“제 아버지를 구하러 갔던 거예요.”

그제야 남궁태는 그녀가 왜 복수 운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혁무천이 왜 그런 대가를 원했는지도.

 

“백마궁에게 빚을 받아야겠다. 너희가 함께 해줘야겠어.”

 

묵천단과 혁무천 일행은 운기를 하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혁무천은 묵천단을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가 자신할 만하군.’

이삼십 대 나이. 많아야 삼십 대 중반 정도.

혈기가 왕성할 때일 텐데 함부로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실력 역시 절정 경지에 오른 자가 대여섯 명이나 되었고, 나머지 역시 일류 상급은 될 듯했다.

아마 이삼 년만 수련에 집중한다면 그들 중 몇 명은 절정 수준에 오를 수 있을 듯했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백마궁 쪽에서도 불빛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했다.

혁무천이 검을 들고 일어났다.

“나와 동 형이 들어가서 남궁운의 행방을 찾아보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있으면 움직여.”

남궁태로선 감지덕지였다.

“고맙소.”

“조심하세요.”

은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직이 말했다.

혁무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대안을 바라보았다. 시력만큼은 동대안이 자신보다 나았다.

“동 형이 앞장서시오.”

동대안이 말없이 앞으로 나서고, 혁무천이 뒤따라가며 사위를 살폈다.

은밀하면서도 빠른 움직임. 어둠 속에서 바람이 흐르는 듯했다.

 

동대안과 혁무천은 백마궁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장로들이 있는 집마원은 피했다.

경비무사들이 담장 밖을 순찰 돌고 있었지만 아무도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담장을 넘어가서 뇌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경비나 순찰도 비슷했다. 뇌옥도 그 자리에 있었다.

 

두 사람은 그림자처럼 접근해서 뇌옥의 지붕에 찰싹 달라붙었다.

혁무천은 그 상태에서 귀를 기와에 대고 청각을 집중시켰다.

안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남궁가의 새끼, 저렇게 지독할 줄은 몰랐군.”

“그러게 말이야. 부잣집 아들로 살아서 마음이 약할 줄 알았는데.”

“근데 왜 저 새끼를 잡아온 거지? 이참에 남궁가를 꿀꺽 하려고 그러나?”

“쉿, 조용히 해. 우리에게 그것이 뭐가 중요해.”

“그래도 궁금하잖아. 갑자기 남궁가의 아들을 잡아오고 말이야. 혹시 아는 거 있어?”

“나도 잘은 몰라. 그냥 철혈마련과 무슨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 정도만 알지.”

“철혈마련? 이야, 그럼 우리 백마궁도 팔대마세 앞에서 기죽을 거 없잖아?”

“조용히 하라니까. 강호에서는 궁금한 거 많은 놈이 일찍 죽는다는 말 몰라?”

“아아, 알았어. 하긴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그 이후로 안이 조용해졌다.

혁무천은 고개를 들었다.

‘철혈마련이라…….’

뇌옥 안에 남궁운이 있는 건 확실했다. 지하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먼저 들어가겠소. 주위 반응을 살펴본 후 따라오시오.>

동대안은 혁무천의 전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혁무천의 신형이 옆으로 흐르더니, 벽에 있는 쇠창살을 소리 없이 하나 뽑아내고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호오, 제법 해본 솜씬데?’

동대안이 감탄한 사이, 혁무천이 구멍을 통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곧,

“어? 저게 뭐……?”

의아해하는 소리 이후, 퍽! 퍼벅! 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졌다.

동대안은 뇌옥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비무사들은 뇌옥 안의 이상을 눈치 채지 못한 듯 같은 길만 오갔다.

뇌옥 안의 이상을 눈치 챈 자가 없다는 걸 안 그도 구멍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 구석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혁무천은 간수 두 명을 쓰러뜨린 뒤, 지하로 통하는 열쇠를 찾아서 곧장 지하 뇌옥으로 내려갔다.

지하 뇌옥에는 십여 명이 갇혀 있었다.

개중에 남궁세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남궁운은 어디 있지?”

혁무천이 묻자, 한 장한이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서 안쪽 옥실을 가리켰다.

“맨 안쪽이오.”

그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았다면 아마 자신의 문부터 열어달라고 했을 것이다.

혁무천은 장한이 가리킨 옥실로 가서 작은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보았다.

순간,

“뭘 봐, 새꺄!”

안쪽에서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운이 아닌가?

그는 음험하긴 해도 건달처럼 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안에서 들리는 말투는 영락없이 삼류건달 같았다.

“혹시 남궁운이 어디 있는지 아나?”

“뭐? 나?”

응? 저놈이 남궁운이었나?

혁무천은 새삼스런 마음으로 옥실 안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고, 옷에 피가 잔뜩 묻어 있긴 하지만, 전에 봤던 뺀질이 남궁운이 분명했다.

와직!

철문에 걸려 있던 자물쇠가 그의 손아귀에서 부서졌다. 열쇠를 찾는 시간도 아까웠다.

문을 연 혁무천이 안에 대고 말했다.

“남궁운, 나와라.”

“조까요. 또 때리려고? 니들이 그런다고 내가 순순히 응할 줄 알아?”

아무래도 뺀질뺀질하던 그가 악만 남은 것 같다.

“밖에서 남궁태가 기다린다.”

“…….”

그제야 남궁운이 고개를 제대로 들고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눈을 두어 번 깜박이던 그가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무……천?”

“빨리 나와. 안 나오면 나 혼자 간다.”

남궁운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문 쪽으로 걸어왔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남궁운의 몸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혁무천은 안으로 들어가서 쇠사슬을 잡고 양쪽으로 당겼다.

따당!

굵은 쇠사슬이 썩은 새끼처럼 끊어졌다.

“네가 좋아서 온 건 아니야. 잔말 말고 나와.”

남궁운은 쇠사슬로 묶였던 팔과 몸을 비틀어보고 옥실에서 나왔다.

이미 옥실 밖 통로에는 뇌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동대안이 열쇠를 찾아서 풀어준 것이다.

다행히 죽일 생각은 아니었는지 움직이는데 큰 지장은 없을 듯했다.

혁무천은 그들을 이끌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밖에서는 안의 상황을 모른 듯 조용했다.

“동 형, 밖으로 나가서 신호를 보내시오.”

“신호를 어떻게 보내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어 놈 지옥으로 보내시오. 비명은 가능한 한 크게 지르게 하고. 소란이 벌어지면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나가겠소.”

동대안은 혁무천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성동격서. 뭐 그 비슷한 계획인 듯했다.

“알았네.”

 

동대안을 밖으로 보낸 혁무천은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고함치는 소리도 들렸다.

“너 뭐하는 새끼야!”

“이 어린놈의 새끼가! 새끼는 내가 아니라 너지! 씨발아!”

뒤이어 한바탕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잡아!”

“저 새끼들 죽여!”

혁무천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을 살펴보았다.

화톳불 주위에 있던 경비무사도 소리가 난 곳으로 갔는지 한 사람도 없었다.

“조심해서 따라와.”

 

뇌옥을 나선 혁무천은 담장 쪽으로 향했다.

남궁운과 남궁세가의 사람 넷이 졸졸졸 따라왔다.

그렇게 담장 근처로 빠르게 이동하는데 갑자기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켈! 뭔 일인가 싶어서 나왔더니 엉뚱한 곳에서 쥐새끼가 기어 나오는군.”

노인 하나가 훌쩍 날아서 혁무천 앞에 내려섰다.

귀혼마 모광유였다.

혁무천도 그를 알아보았다. 전에 동대안과 드잡이 했던 백마궁의 장로.

그가 집마원에서 나왔다가 혁무천과 탈출자들을 발견한 것이다.

“클클클, 전에도 뇌옥에서 도망친 놈이 있었는데…….”

만대곡도 나타났다.

그는 웃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너…… 그때 그놈?”

어째 그날과 비슷하다. 장소만 다를 뿐.

하지만 혁무천은 그때의 혁무천이 아니었다.

“오랜만이오. 그런데 오늘은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소.”

사실 그때도 이야기를 길게 나눈 건 아니었다.

혁무천은 만대곡과 모광유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몸을 날리며 쌍장을 뻗었다.

만대곡과 모광유는 가소롭다는 듯 혁무천의 쌍장에 마주쳐갔다.

떠덩!

둔중한 소리가 울리고, 만대곡과 모광유가 뒤로 튕겨나갔다.

“크읍!”

“헉! 뭐 이런……!”

혁무천은 재차 몸을 날리며 두 사람을 향해 다시 쌍장을 떨쳤다.

만대곡과 모광유는 이를 악물고 대항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튕겨나가서 바닥을 굴렀다.

“개새끼! 나중에 보자!”

후다닥 일어난 모광유가 욕을 하며 도망쳤다. 만대곡도 눈치를 보며 물러섰다.

혁무천은 피식 웃기만 하고 쫓지는 않았다.

“몇 년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들어가서 잠이나 자시오.”

제법 심한 내상을 입은 노인네들이다. 그리 악한 자들도 아니었다. 그들을 죽이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냉랭히 말한 혁무천은 남궁세가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을 벗어났다.

그 와중에도 장원 한쪽에서는 악다구니와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혁무천은 남궁운과 남궁세가 사람들을 백여 장 밖까지 데려다주었다.

“저쪽으로 가서 숲속에 숨어 있어.”

“무 형은?”

“오늘 피 좀 봐야 할 것 같다. 내 동생이 원하거든.”

무심하게 말한 혁무천은 몸을 돌려서 백마궁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백마궁 안쪽에서는 한바탕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십여 명이 이백여 명에게 포위당한 상태.

그럼에도 죽어가는 자들은 백마궁 무사들이었다.

남궁태나 묵천단원들은 검을 펼치는데 인정을 두지 않았다. 죄도 없는 세가의 사람들을 죽인 자들 아닌가 말이다.

동대안은 은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장평과 탕초양, 귀원도 이미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살수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은설은 펼치는 일초 일초가 모두 살초였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자들. 용서치 않으리라!

잠깐 사이에 오륙십 명이 죽으면서 드넓은 마당이 시신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죽어가는 자들보다 늘어나는 자들이 더 많았다.

“네놈들은 누군데 감히 본 궁에 침입해서 살수를 펼치는 것이냐!”

어둠을 뒤흔드는 호통과 함께 십여 명이 전장에 등장했다.

궁주 금적위, 대공자 금가휘와 이공자 금가후를 비롯한 백마궁의 최고위직 간부와 장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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