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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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68화
268화
“내 아들과 아내를 보호해주시오. 그럼 황보가 앞으로 된 삼원상단의 지분을 당신에게 넘겨드리겠소.”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황보중이다.
혁무천은 그의 마음을 눈치 채고 냉랭히 말했다.
“자식과 부인에게는 천하의 안녕보다 당신이 더 필요할 거요.”
“하지만…….”
“부친에 대한 복수, 정의, 다 좋소. 그럼 자식과 부인의 고통은 어떡할 거요? 당신만 믿고 있던 그들은 고통을 겪어도 상관없소?”
“…….”
“굳이 지금 목숨을 내놓고 불속으로 몸을 던지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길은 많소. 그래도 생각을 굽히지 않겠다면 더는 말리지 않겠소.”
황보중의 안면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인들 어찌 자식과 부인을 놔둔 채 언제 죽을지 모를 길을 떠나고 싶을까.
“정말 다른 길이 있소?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나를 믿을 수 있소?”
“내가 지금 천하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민 숙부와 무 형 뿐이오.”
“그럼 일단 나와 함께 무원장으로 가지요.”
“무원장?”
“당분간은 임시로 황씨 성을 쓰도록 하시오.”
***
다음 날 아침, 쌍두마차 한 대가 민가장에서 나왔다.
특색도 없이 허름하게 보이는 마차는 곧장 개봉성내의 대로를 따라서 느릿하게 이동했다.
마차는 한 객잔의 후문 앞에서 멈춰 섰다.
곧 혁무천 일행이 객잔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은설이 황보중과 황보중의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차 안에 탔다.
혁무천 일행과 마차는 곧바로 객잔을 출발해서 성문을 나섰다.
그 후 성문 외곽에 있는 마을을 빠져나갈 때쯤, 일단의 무리가 그들 앞을 막아섰다.
“멈추시오!”
도, 검, 창, 극, 게다가 기형무기까지. 온갖 무기를 든 자들이었다.
인원은 이십여 명.
하지만 곧 좌우측의 골목 안에서도 십여 명씩 더 나왔다.
“무슨 일이오?”
한때 표국을 운영했던 송비가 눈에 힘을 주고 나섰다.
전면에 있던 자들 중에서도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자가 뒷짐을 지고 거들먹거리며 걸어 나왔다.
“어디에 가는 중인가?”
송비는 그자의 반말에 눈을 가늘게 좁히며 대답했다.
“집에.”
“집?”
“그래, 집에 간다.”
중년인의 눈초리가 쭉 올라갔다.
송비의 툭툭 던지는 말투에 기분이 상한 듯했다.
그때 중년인 뒤쪽에 있던 자들 중 삼십 대 장한 하나가 중년인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발끈하려던 중년인의 눈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무원장?”
무원장은 상가였지만, 이제는 강호의 누구도 단순한 상가로 생각하지 않았다.
태행산맥에 있는 광마곡의 장로 광혈마검 종채삼 역시 무원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상가의 무사 새끼들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랴.
더구나 자신들은 오십 명이 넘지 않는가 말이다.
나름대로 자신감에 찬 그는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사꾼 뒤나 빠는 것들이 자존심은 있어서.”
송비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너 지금 나한테 한 소리냐?”
아침부터 얼굴이 불콰한 마용산이었다.
불행하게도 종채삼은 광취도마 마용산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 새끼는 아침부터 취해 있네. 얻어터지기 전에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
“이런 개새끼가!”
한소리 내지른 마용산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리며 칼을 뽑았다.
옆에 있던 송비는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았다.
마용산이 나서지 않았으면 자신이 나섰을지도 몰랐다. 무천에게 한소리 듣긴 하겠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나중 일은 그때 가서 걱정하지 뭐. 그런 마음.
종채삼도 눈을 치켜뜨고 검을 뽑았다.
“거지새끼가 어디서 감히!”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마도의 무사들도 여기저기서 무기를 뽑아들었다.
“전부 잡아! 반항하는 놈은 죽여도 좋다!”
마도의 무사들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혁무천은 말릴까 했지만 그냥 놔두었다.
조용히 넘어간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힘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대산, 철호, 마차를 지켜라.”
“어.”
“예, 대형!”
장대산과 철호가 장봉과 도끼를 들고 마차의 좌우를 막아섰다. 은설이 마차 안에서 나오더니 검을 가슴에 품고 마부석에 앉았다.
동대안과 영추문, 장평도 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추가 삼형제와 탕초양 일행도 달려드는 적을 상대했다.
잠깐 사이 혼전이 벌어졌다.
숫자는 마도 쪽 무사가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들도 나름대로 각 문파에서 정예라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실력차이가 워낙 컸다.
더구나 미친 듯이 수련해서 이전보다 실력을 한 단계씩 끌어올린 비룡단원들 아닌가 말이다.
“으악!”
콰광!
“크억!”
“합공해서 상대해!”
“마차를 확보해라!”
곳곳에서 비명과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마도 무사 중 칠팔 명이 마차를 공격했다.
덩치 큰 멍청이처럼 보이는 놈이 기둥처럼 굵은 봉을 들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그 반쪽밖에 안 되는 놈이 무슨 산적질이라도 하려는 듯 쌍도끼를 든 채 웅크리고 있었다.
저딴 놈들 정도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부우웅!
퍽!
장대산의 장봉이 먼저 한 사람을 날려버렸다.
달려들던 자는 장봉이 날아드는 걸 보고 눈을 부릅뜨며 칼로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허공을 가른 장봉은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서 다른 자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장대산은 거대한 장봉의 흐름을 나무막대기처럼 자유자재로 제어했다.
거기다 장봉에는 바위도 부숴버릴 백년 공력이 실려 있었다.
쾅!
칼을 들어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장대산의 장봉을 막은 장한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장봉은 칼과 장한의 몸을 동시에 짓눌렀다.
칼등이 어깨를 반쯤 파고들면서 장한의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크억!”
반대쪽에서는 철호의 쌍도끼가 춤을 췄다.
이전보다 부드럽게 느껴지는데도 도끼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더욱 강해진 듯했다.
철호의 도끼를 막으려고 휘두른 도검이 맥없이 튕겨 나갔다.
도끼가 상대의 실낱같은 빈틈을 파고들면서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쪼개버렸다.
다리뼈가 쪼개지고 어깨뼈도 쪼개졌다.
일류고수들이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지자 마도 무사들의 공격이 주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세 사람이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마부석에 잔뜩 긴장한 마부와 새파란 계집 하나가 있었다.
그들을 제거하고 안에 있는 자들을 인질로 잡는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으리라.
그 순간,
부웅!
장대산이 장봉을 쭉 뻗으며 휘둘렀다.
장봉 길이만 해도 무지막지한데 팔까지 길었다. 거기다 봉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채찍처럼 휘어지면서 이 장 거리에 있는 장한 하나를 후려쳤다.
마부 쪽을 공격하려던 자는 난데없이 묵직한 기운이 허리로 밀려들자 대경실색했다.
퍽!
옆구리를 강타 당한 장한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마부석에 오롯이 서 있던 은설은 공격해오는 두 장한을 보면서 검을 빼들었다.
“흥!”
차가운 코웃음과 함께 그녀의 검이 허공에 꽃을 수놓았다.
하나둘 피어난 검화가 순식간에 열 송이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날아드는 자들의 공세를 파고들었다.
영단의 효과와 혁무천의 지도, 고수들과의 비무로 절정경지를 넘어 초절정경지에 들어선 그녀였다.
그녀가 만들어낸 검화는 하나하나가 실제 검기나 다름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공격하던 장한들은 파란 검화가 눈을 가득 메운 채 날아들자 기겁해서 도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땅!
검을 튕겨낸 검화 하나가 방향을 바꾸더니 우측 장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은설은 결과를 보지도 않고 좌측 장한을 향해 검을 틀어서 뻗었다.
검첨에서 쭉 뻗어나간 검강이 장한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단숨에 두 장한을 불귀의 객으로 만든 은설은 검을 사선으로 든 채 마부석에 서서 또 다른 공격에 대비했다.
머리카락과 하얀 옷자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도도히 서 있는 그녀에게서 범접하기 힘든 기운이 안개처럼 흘러나왔다.
한편,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종채삼은 수하들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마용산의 도를 상대하던 그는 눈을 부릅떴다.
‘뭐야, 이 새끼?’
마용산의 도를 비켜 쳐냈는데도 절정고수인 자신의 손이 저릿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마용산의 도는 예측 불가능한 방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들었다.
서너 번의 공방 만에 팔목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인원이 세 배 가까이 많은 데도 쓰러지는 사람은 자신들 쪽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팔다리가 부러진 자, 도끼에 어깨가 쪼개진 자, 멀리 튕겨나가서 바닥을 나뒹구는 자…….
마차를 공격했던 자들마저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잠깐 사이 삼십 명 이상이 당하고 이십여 명만 서 있는 상황.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광취도마 마용산이다!”
종채삼은 이를 악다물고 눈을 치켜떴다.
‘뭐? 이 새끼가 광취도마?’
중원팔마 중 일인. 광취도마 마용산.
술에 취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미친놈.
자신이 지금 상대하는 놈이 바로 그 광취도마란다.
어쩐지 강하더라니!
스걱! 쉬아악!
도기에 스치면서 가슴 옷자락이 갈라지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몸을 틀자 가슴에서 싸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크읍! 제기랄!’
종채삼은 더 버티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서 뒤로 몸을 뺐다.
“어디로 도망가! 이리 안 와!”
마용산이 버럭버럭 소리쳤다.
종채삼은 어디서 개가 짓느냐는 듯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려 삼 장이나 물러섰다.
그 순간, 앞을 막고 서 있는 놈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정말 뺀질뺀질하게 놈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잘 생긴 젊은 놈이었다.
“비켜! 개자식아!”
그는 젊은 놈의 잘 생긴 얼굴을 난도질하기 위해서 얼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쉬쉬쉬쉭!
흔들리는 검끝이 허공을 갈기갈기 찢으며 젊은 놈의 얼굴을 노렸다.
“저 미친 새끼!”
“제정신이 아니군.”
옆에서 누군가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종채삼은 젊은 놈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와직!
서슬 퍼런 검기가 서린 검이 젊은 놈의 손에 잡히고,
퍽!
손등이 자신의 얼굴을 후려쳤을 때까지만 해도.
“크억!”
그런데 엄청난 충격과 함께 눈앞에서 별이 번쩍거려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혁무천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종채삼을 향해 걸음을 내딛으며 우수를 뻗었다. 장심에서 뻗어나온 장력이 회오리처럼 휘돌면서 종채삼을 휘감아갔다.
종채삼은 눈을 치켜뜨고 다급히 검으로 원을 그리며 혁무천의 장력을 와해시키려 했다.
그러나 거꾸로 검이 튕겨 나가고,
쾅!
북소리와 함께 종채삼의 몸이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장로!”
“여기도 있다!”
광혈곡 무사로 보이는 자 둘이 종채삼을 지원하기 위해 날아들며 혁무천을 공격했다.
혁무천은 우수를 휘저어서 단 일장으로 그들을 날려버리고는 종채삼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두 걸음을 옮기고는 우뚝 멈춰 서서, 우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청색 비단 무복에 보석이 박힌 영웅건을 이마에 두른 자가 마을 끝자락에 있는 객잔 이층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이는 마흔 전후? 팔짱을 낀 채 오연히 서 있는 그는 싸움에 관여할 생각이 없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기도군.’
사대천마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느낌.
또 다른 고수의 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