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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62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62화

262화

 

 

무영객들은 곧장 혁무천을 향해 쇄도했다.

정면과 좌우로 셋, 허공에 둘.

철저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약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진 그들의 공격은 찰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혁무천도 절정고수 다섯의 공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천위와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하나 기파에 의해 내부 진기가 흔들린 상태였다.

물론 그 정도로는 무공을 펼치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가 다섯이나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오랜 시간 협공을 수련한 자들.

“흥!”

혁무천은 그들의 공격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짧게 코웃음 쳤다.

그러고는 빙글 몸을 돌리며 천망검을 떨쳤다.

검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그를 중심으로 휘돌았다.

정면과 좌우에서 공격하던 자들이 검세 안으로 들어왔다.

허공에서 날아들던 자도 검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합공은 절대고수의 공격보다 더욱 위협적이었다.

혁무천은 대천룡구검세에 지옥팔검 중의 일초를 융화시켜서 검을 뻗었다.

달빛이 갈가리 찢기고 터져 나가며 무영객들마저 휩쓸었다.

쩌저저적!

떠더덩!

정면으로 쇄도하던 무영객 둘이 눈을 홉떴다.

검을 들어 혁무천의 검을 막았지만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의 검을 튕겨낸 천망검이 가슴과 옆구리를 갈랐다.

하지만 그들은 중상에 가까운 부상을 입고도 목숨을 도외시한 채 몸을 던졌다.

나머지 셋도 흔들리지 않고 빈틈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혁무천은 환무신법 중 유환백보를 펼쳐서 좌우로 몸을 흔들며 무영객 사이를 누볐다. 마치 검무라도 추는 듯했다.

그와 함께 천망검이 벼락을 뿜어냈다.

마룡단천세, 광룡혈류세, 쌍룡분천세.

삼 검 십팔 변이 찰나에 연환해서 펼쳐졌다.

천망검에서 뻗어 나간 검강이 가슴을 가르고, 팔을 잘라내고, 가슴을 꿰뚫었다.

단순한 공격처럼 보였지만, 혁무천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한 반격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무영객들의 몸에서 뿜어진 피가 하얀 모래를 붉게 적셨다.

혁무천은 무영객 다섯을 쓰러뜨리고는 검을 사선으로 늘어뜨렸다.

다시 두 군데의 옷자락이 잘려나갔다. 검기가 스쳐간 곳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 상대의 검이 한 치만 더 깊숙이 들어왔어도 살이 갈라졌을 것이다.

혁무천은 무영객의 오직 적을 죽이기 위한 공격을 다시 떠올려보고 표정이 싸늘해졌다.

과연 무림에서 저들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천화상단에는 저런 자들이 몇 명이나 더 있을까.

그는 천위를 바라보았다.

“왜 함께 공격하지 않았나?”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나, 천위가 합세했다면 위험했을 수 있었다. 최소한 일검은 허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저들이 아니거든.”

천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무공을 익힌 게 아니었다.

무공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궁극에는 검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지켜야 하는 사람이 곁을 떠났고, 검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조차 희미해졌지만.

혁무천이 그를 보며 물었다.

“돌아갈 건가?”

“글쎄…….”

“천하에 혼돈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는 건 아나?”

“무슨 말이지?”

“아마 곧 알게 될 거야. 많은 피가 흐를 테니까.”

“누가 죽든 난 관심 없어.”

“관심이 가는 게 떠오르면 무원장으로 찾아와. 밥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

검을 거둔 혁무천은 더 할 말 없다는 듯 돌아섰다.

천위의 눈은 공허했다. 그런데 그 공허의 눈에 뭔가가 자리 잡은 게 보였다.

‘언젠가는 올 거다. 친구로든…… 적으로든.’

 

***

 

방으로 들어가던 혁무천이 멈칫했다.

자신의 방 안에 은설이 도끼눈을 뜨고 서 있었다.

혁무천은 자연스럽게 가슴의 찢어진 옷자락을 손으로 감추었다.

“그런다고 모를 줄 알아요?”

은설이 툭 쏘아붙였다.

“별 거 아냐. 다친 곳은 없어.”

아무래도 목량이 일러바쳤나보다.

“다친 곳 없다는 사람이 얼굴이 그게 뭐예요?”

“얼굴? 왜?”

혁무천은 흠칫하며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 바람에 가슴의 찢어진 옷자락이 그대로 드러났다.

은설의 눈도 커졌다.

“어머? 세 군데나 찢어졌네.”

“상처는…….”

원래는 ‘상처 나지 않았으니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약간 웅크리며 신음을 흘렸다.

“으음……. 상처는 없는데, 검기가 스치고 지나가서 가슴이 조금 아플 뿐이야.”

거짓말은 아니었다. 미미하지만 아픈 건 사실이니까.

“어디요?”

은설이 화들짝 놀라서 다가오더니, 한손으로는 부축하고, 한손으로는 혁무천의 찢어진 옷자락을 벌려보았다.

“많이 아파요?”

“조금. 쉬면 괜찮을 거 같아.”

“침대로 가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혁무천은 몸을 살짝 웅크리고 침대로 향했다.

“아이 참. 그러게 누가 혼자 가래요?”

은설은 퉁퉁거리면서도 그를 부축해서 침대로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몸집 차이가 있다 보니 부축한 것인지, 안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혁무천은 헤벌쭉,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은설에게 더욱 바짝 붙어서 침대로 갔다.

침대까지 거리가 좀 멀면 더 좋은데, 왜 이렇게 가깝지?

금방 침대까지 간 그는 은설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 위로 누웠다.

“조심해서 누워요.”

“응.”

그 와중에도 은설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침대에 누운 혁무천과 은설의 얼굴이 한 뼘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썹이 몇 가닥인지 셀 수 있을 것처럼 가까웠다.

나직한 숨소리조차 천둥처럼 들렸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은설이 겨우 입을 열었다.

“쉬, 쉬세요.”

“그냥. 이대로 좀 있자. 조금만.”

“…….”

“싫어?”

“아, 아뇨!”

은설이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둘이 빤히 바라보았다.

“푸흐흐흐흐.”

“큭, 크크크크.”

둘이 마주보며 웃었다.

혁무천의 손이 자연스럽게 은설의 허리를 안았다.

“이렇게 가까운데,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피이.”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봉긋한 은설의 가슴이 혁무천의 가슴을 기분 좋게 짓눌렀다.

은설의 반쯤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때,

“무천!”

누군가 혁무천을 부르더니, 방문이 덜컹 열렸다.

동대안이었다.

은설은 ‘무천’이라는 소리가 들린 순간 번개처럼 몸을 세워서, 침대로부터 다섯 자 정도 떨어져 있었다.

동대안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일 있었나?”

혁무천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지금은 화를 내봐야 자신만 손해였다.

“별 일 아니오. 내가 좀 안 좋아서. 근데 무슨 일이오?”

“진강이 산삼으로 담근 술이 있다고 하는데, 한잔할 생각 있나 해서.”

“동 형이나 드쇼!”

동대안이 중얼거리며 문을 닫았다.

“마시기 싫으면 말지, 성질은…….”

문이 닫힌 후, 혁무천은 머쓱한 표정으로 은설을 바라보았다.

은설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래 이런 경우 분위기가 식으면 이어가기가 힘든 법이다.

하지만 혁무천은 용기를 냈다.

“저기, 설아야.”

“예? 예, 오빠.”

“여기 아픈 곳 좀 봐줄래?”

“어디요?”

은설이 쪼르르 침대로 다가가서, 말도 안 했는데 혁무천의 가슴을 만져주었다.

“여, 여기요?”

혁무천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서 은설의 허리를 감았다. 조금 전보다 자세가 훨씬 편했다.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문 쪽으로 뻗었다. 걸쇠가 저절로 움직이더니 철컥, 반대쪽에 걸렸다.

“어, 거기.”

은설이 기다렸다는 듯 안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복숭아향이 흘러나왔다.

 

***

 

다음 날 정오 무렵.

전독승과 맹금여가 찾아왔다.

인원은 열두 명. 오늘은 대규모 무사대를 끌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일행 중에 혁무천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소교주 악사광이 직접 온 것이다.

그의 등장으로 또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귀천교의 소교주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소.”

“자네와 차 한잔 하고 싶어서 왔지.”

혁무천과 악사광은 다섯 자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즘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귀천교는 예외인가 보군요.”

“우리도 나름 바쁘다네. 처리할 일이 좀 많거든.”

마도의 정파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말하는 듯했다.

귀천교도 그들의 권역에 있는 태천문과 의검방 등 정파에 뿌리를 둔 문파 다섯 곳을 공격해서 피를 흘렸다.

그로 인해 단 며칠 사이 오백여 명에 달하는 정파의 무사들이 죽어갔다.

“아마 앞으로는 더욱 바빠지실 거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혁무천은 다른 뜻으로 한 말이지만 악사광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혁무천도 더 이상 그 일을 논하지 않았다.

일단은 철룡가의 일이 우선이었다.

“소교주께선 저희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받아들이기로 했네.”

“다행이군요. 솔직히 귀천교와 싸울 걸 생각하니 걱정이 많았는데.”

“어째 걱정했다는 말이 진심처럼 들리지 않는군.”

“사람이 죽어가는 일은 어느 쪽이 죽든 걱정되는 일이잖소.”

“그런가?”

항상 싸늘하게만 느껴지던 악사광의 입술 끝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동시에 전음이 혁무천의 귀청을 파고들었다.

<어제 저녁 일은 잘 처리했더군.>

<달밤에 체조 좀 했소.>

<전에 한 약속, 지키도록 노력해보겠네.>

남양에서 만났을 때, 천화상단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귀천교에 대한 물품공급 중 절반을 구룡상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비록 두루뭉술한 답변이었지만 혁무천은 그걸로 만족했다.

그 이상의 확정적 답변은 지금 당장 욕심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식사하면서 나머지 이야기를 나누지요.”

 

악사광은 식사를 마치고도 한 시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갔다.

철룡가주 공사철은 귀천교의 실세인 악사광마저 주무르는 혁무천의 능력에 더 이상 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물량의 삼 할을 귀천교에 넘기는 것도 철룡가에는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었다.

생산을 그만큼 더 하면 되니까. 게다가 정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니 큰 이익이었다.

“우리 철룡가는 자네를 전적으로 믿겠네.”

“그리 해주신다면 구룡상단의 앞날도 더욱 밝아질 겁니다.”

이로써 구룡상단의 구주 중 육주가 혁무천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그보다 더 큰 이익은 귀천교와 상호 협력 관계를 만들면서 천화상단의 남하를 틀어막았다는 것이다.

 

***

 

열흘 동안 강호의 정도문파 이십여 곳이 혈풍에 휩쓸렸다.

그리고 닷새에 걸쳐서 팔대마세와 마도십문의 분타 십여 곳이 핏물에 잠겼다.

정도문파가 당한 것도 강호를 뒤흔들 정도로 놀라운 소식이었지만, 뒤이어 벌어진 혈겁은 아예 무림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당한 곳이 팔대마세와 마도십문의 분타여서 그런 것만이 아니었다.

철저한 괴멸!

백의를 입은 복면인들이 휩쓸고 간 곳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마도의 무사들조차 공포를 느끼고 움츠러들었다.

 

-한 명이 죽으면 백 명을 죽여 강호를 피로 정화하리라!

 

어디선가 그런 말이 나오더니, ‘정혈단’이라는 이름과 함께 들불처럼 빠르게 퍼졌다.

혁무천도 무원장에 도착하자마자 귀가 따가울 정도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혈단이 자신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는 것.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공포한 거나 다름없었다.

또한 천하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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