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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60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60화

260화

 

 

철호는 도끼 하나를 빼서 공사철에게 건네주었다.

공사철은 도끼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입가에 떠올라 있던 미소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도끼, 누가 만든 건가?”

“제가 만들었습니다.”

공사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자네가 만들었다고?”

“그렇습니다.”

공사철은 도끼와 철호를 번갈아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쇠를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쇠는 불이 만듭니다.”

철호의 대답이 망설임 없이 튀어나왔다.

“언제부터 불을 잡았나?”

“세 살 때부터 불 옆에서 놀았습니다. 불은 저와 가장 친한 친구였죠.”

공사철의 시선이 철상에게로 향했다.

“귀하가 가르치셨소?”

철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하지만 호아는 이미 삼 년 전에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갔소.”

“그렇군. 그랬어.”

공사철은 철호의 도끼날을 손으로 쓰다듬더니 미소를 지었다.

“투박한 점만 다듬으면 정말 굉장하겠어. 욕심 같아서는 제자로 삼고 싶지만, 안 되겠지?”

“죄송합니다. 저는 가문을 이어야만 합니다.”

“시간 되면 언제든 놀러오게. 우리 철룡가의 청화로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네.”

쇠를 다루는 사람에게 청화를 마음대로 피워낼 수 있는 화로는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철호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얼굴이 상기되었다.

“감사합니다.”

“여기 내 아들인 진강과도 잘 지냈으면 하네.”

“예, 가주.”

공진강도 철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남동생이 없네. 여동생만 둘이나 있지. 자네만 괜찮다면 호형호제 했으면 좋겠군.”

철호가 머리를 박박 긁으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된다면 저야 좋습니다.”

“하하하, 한잔 받게.”

그런데 공사철의 눈빛이 공진강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맞아. 꼭 제자가 아니라도…….’

그에겐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딸이 둘이나 있었다.

 

***

 

다음 날 오시 초.

맹금여가 직접 철룡가로 찾아왔다.

함께 온 자는 십여 명. 개중에는 목에 힘을 주고 오만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자도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뿐, 수백 명이 철룡가를 포위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여어, 동생 왔군. 귀천교에서 뭐라고 하던가?”

송비가 진짜 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활짝 웃으며 물었다.

맹금여도 남자답게 생긴 송비가 싫진 않았다. 한중에 남은 사람들은 ‘남자답다’는 말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그런데 맹금여가 대답하지 않고, 슬쩍 한쪽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그가 바라본 곳에는 사십 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서 있었다. 오만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자.

“내가 대답하겠소.”

“누구신가?”

“교주님의 전언을 전하는 호법사자외다.”

“아, 이름이 호법사자인가?”

“이름은 요문원이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왜 귀찮게 따로 묻게 만드는 거지?”

호법사자 요문원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하찮은 상가 따위를 상대하면서 협상이라니. 벌레 잡듯 힘으로 짓눌러버리면 될 것을.

그러나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교주의 말을 떠올리고 꾹 참았다.

“교주님께서는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서 이동 금지 조치를 풀어주신다고 하셨소.”

이번에는 동대안이 투덜거렸다.

“은혜를 베풀어서 풀어준다? 누가 들으면 원래부터 금지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겠군.”

요문원은 동대안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눈을 보고는 별 말 없이 피식 웃었다.

‘웃기게 생긴 놈이군.’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배상액으로 은자 일만 냥은 너무 많소. 삼천 냥을 드리겠소.”

그 정도면 귀천교로서도 나름대로 양보한 셈이었다. 정은맹과 싸우기 전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아마 그때였다면, 돈과 양보 대신 검을 들이댔을 것이다.

하지만 혁무천 역시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만 냥에서 한 푼도 양보할 생각이 없소.”

“으음, 정 그렇다면…… 오천 냥을 드리지.”

피식, 혁무천이 실소를 짓고는 요문원에게 말했다.

“지금 구룡상단 앞에서 흥정을 해보자는 거요?”

“흥정이 아니라, 한계치를 말한 거요.”

흥정보다는 자신의 머리를 믿고 밀어붙이는 성격인 듯 보였다.

혁무천도 그런 성격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협상을 하기 싫은가 보군. 그만 가보시오.”

강경한 혁무천의 태도에 요문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협상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물품 대가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목숨 값을 달라는 거요. 그런데 금액을 깎는다는 건 너무한 거 아니오?”

“솔직히, 죽은 사람들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 않소?”

“가치라…….”

나직이 되뇌는 혁무천의 눈빛이 무저의 늪처럼 가라앉았다.

오래 전에 사람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자들이 있었다.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보던 자들.

가족이 마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을 들이대던 자들.

그들은 자신의 가족들을 가치 없는 사람 취급 했었다.

죽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였었다.

“그 가치는 누가 정하는 거요?”

“그냥 보편적으로…….”

혁무천은 요문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공사철을 바라보았다.

“가주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니네. 사람 목숨을 어찌 돈으로 따질 수 있겠나. 돈을 대가로 주고받는 것은, 죽었으니 어쩔 수 없이 대신하는 것일 뿐.”

혁무천이 다시 요문원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빛은 소리가 내린 것처럼 차가웠다.

“들었소? 그래서 금액을 낮출 수 없다는 거요.”

“말씀이야 드려보겠지만, 교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거요.”

혁무천의 압박에 요문원도 불쾌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구룡상단의 일원인 철룡가를 압박하고 사람을 죽인 건 귀천교요.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가 생각한 방식대로 하는 수밖에.”

“우리와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귀천교에서 싸움을 걸어온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소.”

“구룡상단이 돈 좀 벌더니 간덩이가 부었군.”

“당신 따위가 그런 평가를 할 정도로 하찮은 곳은 아니오.”

“뭐야?”

눈을 치켜 뜬 요문원에게서 강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였다.

“문원, 물러서라.”

요문원의 뒤쪽에 서 있던 자들 중에서 짙은 청의를 입은 사람이 입을 열었다.

쉰 살 전후 정도의 나이. 약간 길게 느껴지는 얼굴에 일자 형태의 눈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자였다.

그의 말에 요문원이 분노를 억누르고 옆으로 비켜섰다.

혁무천이 그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

“이제야 대화를 나눌 만한 분이 나오시는군.”

“나를 아나?”

“탈혼마검(奪魂魔劍) 전독승. 귀천교주의 사대호법 중 한 분. 맞소?”

“강호에 모습을 보인 적이 많지 않은데, 용케 아는군.”

“장사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알아야 해서 말이오.”

사실은 목량이 뒤에서 전음으로 말해주었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해보지요. 어떻게 하시겠소?”

전독승은 자신을 알면서도 여전히 같은 태도를 보이는 혁무천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좋아, 일만 냥을 주지. 대신 우리도 조건이 있다.”

“말해보시오.”

“철룡가의 물량 중 절반을 우리에게 넘겨라.”

피식, 혁무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너무 욕심이 많으시군. 은자 오천 냥을 더 주면서 수십만 냥의 이득을 가져가려 하시다니.”

“거부하면 반출 금지 해제도 없을 거다.”

냉랭한 전독승의 말에, 혁무천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설마 이곳에 우리만 왔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결국…… 협상이 아니라 협박을 하기 위해 왔다는 거군.”

미소가 사라진 혁무천의 표정이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전독승도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

“비룡단에 대한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너희들만으로 본 교의 오백 정예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확실한 협박이었다.

“오백이라……. 많이도 왔군.”

“지금이라도 우리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모든 게 원 위치로 돌아갈 거다.”

“귀천교는 정말 한가한가 보군. 강호에 피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데, 몇 천 냥 아끼겠다고 오백 명이나 빼내서 이곳에 보내다니.”

“무슨 말이냐?”

“몰라서 묻는다면, 귀천교의 정보망이 심각할 정도로 엉망이라는 건데…….”

전독승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헛소리 하지 말라며 한소리 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강호의 상황이 지나치게 수상했다.

“천화상단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무 말 없었소?”

“천화상단에서는 아무 말도…….”

무심코 답하던 전독승이 말꼬리를 흐렸다. 당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혁무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오. 귀천교가 천화상단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니.”

전독승이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왜 그자들에게 끌려다닌단 말이냐! 헛소리 말고 어떻게 할 것인지 대답이나 해라!”

그의 좌우와 뒤에 서 있던 자들도 은근히 기운을 일으키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전각 안에 살을 에는 기운이 휘돌았다.

청석이 깔린 바닥에서는 가루가 먼지처럼 피어났다.

정면으로 서 있었다면 철룡가의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나 혁무천과 송비, 동대안 등이 앞에서 벽을 형성하고 있다 보니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끝까지 거부한다면, 피를 보는 수밖에 없느니라!”

전독승이 다시 한 번 압박했다.

“피를 보겠다?”

혁무천이 나직이 되뇌었다. 눈빛이 싸늘해진 그가 한발 앞으로 내딛었다.

쿵!

미끄러지듯 나아가 디뎠을 뿐인데, 만근 철추가 떨어진 것처럼 바닥이 울렸다.

기둥이 부르르 떨고, 천장의 들보가 삐거덕거렸다.

“목량, 밖에 정예무사 오백 명이 있다고 한다. 저들을 모두 죽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숫자가 조금 많아서 반 시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철룡가의 사람들이 수십 명은 죽을 수 있습니다.”

“수십 명이나?”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요문원이 버럭 소리치고는,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쌍장을 들었다.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린 그의 쌍장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혁무천이 그를 향해 우수를 휘저었다.

막 앞으로 튀어나오려던 요문원이 멈칫했다.

그러고는 곧 눈이 커지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앞의 허공이 이지러지며 숨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는 다급히 손을 뻗어서 혁무천의 장력에 대항했다.

쾅!

폭음과 함께 요문원이 뒤로 날아가서 동료의 가슴에 안겼다.

하지만 그를 붙잡은 자조차 뒤로 주르륵 밀려나서 또 다른 자와 부딪쳤고, 결국은 세 사람이 이 장이나 밀려난 다음, 이를 악물고 겨우 중심을 잡았다.

백짓장처럼 창백하게 변한 요문원의 얼굴에는 아연함이 가득했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목이 막혀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 대신 쿨룩, 하는 기침소리와 함께 핏물이 튀어나왔다.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

무심한 어조로 말한 혁무천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전독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귀하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다 죽이는데 반 시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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