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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96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96화

296화

 

 

선두 중앙에 서 있던 혁무천이 고개를 들어 정문 위의 현판을 올려다보았다.

“현판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변한 것 같아 아쉽군.”

“무슨 말씀이신지?”

“무원장의 무천이 총단주를 뵙고자 방문했다고 전해주시오.”

“무원장? 무천?”

무심코 말을 되뇌던 정문위사의 눈이 커졌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거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문위사는 혁무천 일행을 놔둔 채 안쪽으로 달려갔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던 눈발이 점점 거세졌다.

 

“무천이 찾아왔다고?”

천궁환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올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등골을 타고 짜르르 흘렀다.

정문위사의 말을 전한 호위가 다시 말했다.

“예, 총단주. 정문위사의 말로는 열두세 명의 동행이 있다고 합니다.”

“수룡방에는 가지 않았나 보군요.”

앞에 앉아 있던 천구명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섬에서 빠져나온 자가 없다 보니 그들은 아직 수룡방의 소식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어젯밤 비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고.

“놈이 왜 수룡방으로 가지 않고 이곳으로 왔을 거라 보느냐?”

“아버님께 직접 따지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용서를 빌려고 왔을지도 모르지요.”

천궁환의 동생인 천인환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본래 황궁에 책임자로 가 있었는데 열흘 전 상단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그 바람에 무천에 대한 소문을 그저 강호의 흔한 과장 중 하나로 치부했다.

하지만 천궁환은 눈을 가늘게 좁힌 채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용서를 빌 사람이 아니다.”

“그게 아니면 감히 본 상단에 싸움이라도 걸려고 왔겠습니까?”

“무천 일행을 천양전으로 안내해라. 곧 나가볼 것이니. 그리고 무천 일행 외에 또 다른 자들이 함께 왔는지도 알아보도록 해라.”

“예, 총단주.”

호위무사가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형님께서 직접 나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나가서…….”

천인환이 거들먹거리며 나서려 하자, 천궁환이 못미더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황궁에 있다 보니 무천이란 자를 잘 모르는 것 같구나. 백마궁이 그자에 의해 크게 당했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느냐?”

“소문이란 게 원래 과장된 것인데…….”

“그를 모르면 아무 말 마라. 구명이 너는 즉시 비천에 알려라. 그가 왔다고 하면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예, 아버님.”

“비천에요? 굳이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천인환이 또 토를 달았다.

천궁환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천구명을 재촉했다.

“어서 가지 않고 뭐하느냐?”

“알겠습니다.”

천구명이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천인환은 못마땅했지만 더 이상 말꼬리를 잡지 않았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라던데, 그깟 놈이 뭐 그리 대단해서…….’

이마를 찌푸린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급히 천구명을 따라갔다.

“조카, 나와 함께 가세.”

 

혁무천 일행은 천양전으로 안내되었다.

천양전은 천화대전의 뒤쪽에 있는 전각으로, 상단의 업무를 보는 곳과 떨어져 있어서 조용했다.

앞에는 넓은 마당이 펼쳐져 있는데 상가의 일보다는 무력과 관련된 일을 처리할 때 주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천양전에서 이 각쯤 기다리자, 천궁환이 여덟 명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나이는 삼십 대에서 사십 대. 그 중 두 사람은 혁무천도 구면이었다.

부일상과 위진광. 사대천화 중 둘.

그렇다면 다른 여섯 사람 중 두 사람이 바로 사대천화 중 나머지 둘인 듯했다.

“오랜만이군. 눈도 내리는데, 여기엔 어쩐 일인가?”

천궁환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기 전, 수하로부터 수상한 자들 삼백여 명이 천화상단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천이 데려온 자들임이 분명했다.

그 의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수룡방 공격에 대한 항의 아니면 복수를 하겠다는 거겠지.

그런데 겨우 삼백 명으로 천화상단을 공격하겠다고?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었다.

비천에 괜히 아쉬운 소리를 했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상대가 무천이란 게 문제였다.

무천은 지금까지, 말도 안 된다며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던 일을 어렵지 않게 이루어냈다.

심지어 이십여 명으로 백마궁을 공격해서 궁주인 금적위를 죽이고 회복하기 쉽지 않은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계산해선 안 되는 사람이 무천인 것이다.

“제가 왜 왔는지 누구보다 총단주께서 잘 아실 겁니다. 비겁한 위선자들처럼 둘러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혁무천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천궁환도 더 이상 둘러댈 수만은 없었다.

“수룡방 때문에 왔나?”

“그렇습니다. 수룡방이 구룡상단의 구주 중 하나라는 걸 모르시진 않겠지요?”

“알지. 그런데 수룡방이 우리 천화상단을 모욕한 건 아는지 모르겠군. 우리 천화상단은 모욕을 웃어넘길 만큼 속이 넓지 않다네.”

혁무천은 미소를 지었다.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지만 눈에는 조금도 온기가 없었다.

“총단주. 우리 남자답게 솔직해집시다.”

“음?”

“수룡방 친 거, 모욕이 어쩌고저쩌고 해봐야 어차피 말장난에 불과한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면 우리가 왜 수룡방 같은 수적을 공격한단 말인가?”

“결국 나 때문이겠지요.”

“자네 때문이라…… 우리 천화상단이 자네를 싫어해서 수룡방을 공격했다? 하하하, 자넨 자신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같군.”

“대단할 건 없지만, 천화상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만큼은 분명하지요.”

“정말 오만하군. 천하에서 우리 천화상단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자네뿐일 거네.”

혁무천은 입술 끝을 슬쩍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이제 예는 갖출 만큼 갖춘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본론이라…… 좋지. 말해보게.”

“먼저, 천신명을 우리가 구속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지요.”

“……!”

갑작스런 말에 천궁환이 눈을 홉떴다.

“물론 그를 인질로 해서 뭘 요구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시오.”

“설마…… 수룡방을?”

“수룡방의 총단은 이미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제 빚을 정산하는 것만 남았지요.”

천궁환은 이를 악 다물었다.

소식도 전해 받지 못했거늘,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정말 신명이가…… 살아 있느냐?”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만, 앞으로는 무공을 쓸 수 없을 거요.”

“이, 이런…….”

“천수명을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변명도 하지 않을 거요. 어차피 범인을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 말에 깃든 뜻을 짐작한 천궁환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네가 정녕 우리와 끝장을 보겠다는 거냐?”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뒤에 서 있던 자들에게서도 사나운 기세가 피어났다.

“빚만 정확히 계산한다면 싸울 일도 없겠지요.”

“빚?”

“먼저 공격한 쪽은 천화상단이니 천화상단 쪽의 피해는 천화상단에서 책임을 지시고, 수룡방의 피해만 계산하면 될 것 같군요.”

그때 문이 열리며 천인환이 들어왔다.

“형님! 그딴 놈과 무슨 이야기가 되겠습니까?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서 비천의 고수들이 들어왔다.

철명군과 중리안, 은화육절 중 셋, 그리고 혁무천도 처음 보는 중년무사 다섯 명.

그들은 천양전으로 들어오자마자 천궁환을 중심으로 해서 양쪽으로 갈라섰다.

혁무천이 그들을 둘러보다 천궁환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배상금액은 천만 냥. 제남 외에 황하 이남의 사업은 접을 것. 그게 우리의 요구요.”

천만 냥!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황궁보다 황금이 많다는 천화상단도 그 정도 거금을 마련하려면 재산의 삼 할을 내놓아야만 한다.

게다가 황하 이남을 포기하라는 건 사업의 절반을 넘기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미친 놈! 헛소리 하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천인환이 빽 소리치고는 좌우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뭐하시오! 저놈들의 목을 치시오!”

그런데 비천의 고수들은 움직이지 않고, 사대천화와 천화상단 고수들만 앞으로 나섰다.

“태상! 뭐하시는 겁니까?”

천인환이 철명군을 보며 다시 소리쳤다.

철명군이 천인환을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시끄럽다. 네가 뭔데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

“…….”

예상치 못한 말에 천인환은 입만 벙긋거렸다.

철명군이 혁무천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싸우더라도 나가서 싸우는 게 나을 것 같다만.”

혁무천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게 좋겠지요. 멀쩡한 건물 부술 필요는 없으니까.”

천궁환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역시 안에서 싸우는 것은 원치 않았다.

“좋다! 나가자!”

짐짓 목에 힘을 주고 소리친 천궁환이 천화상단 고수들을 데리고 먼저 나갔다.

설령 혁무천이 공격한다 해도 뒤에는 비천의 고수들이 있었다.

 

천양전을 나온 혁무천 일행과 천화상단 사람들은 넓은 마당에 양편으로 갈라섰다.

천궁환과 천인환은 뒤로 물러서서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오대 중 호위대인 천목대 대원 일백 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전각 안에서 사람들이 나오자 천궁환 일행 뒤로 늘어섰다.

그런데 뒤늦게 나온 비천의 고수들이 한쪽에 그냥 서 있는 것 아닌가.

“철 태상, 왜 가만있는 거요? 나와의 약속을 잊으셨소?”

천궁환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제야 철명군이 말했다.

“어젯밤 저 친구와 대결하면서 내기를 했네. 그런데 내가 졌지. 그래서 아쉽지만 나는 이번 일에 끼어들 수가 없네.”

“뭐요?”

천궁환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두 사람이 이미 대결을 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철명군이 패했다고?

‘젠장! 왜 그걸 이제야 말한단 말인가!’

놀라운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백경이 시신으로 돌아왔네. 천위의 검에 당했더군.”

천궁환은 그 말에 이를 악물었다.

어찌 되었든 천위는 천가의 사람. 그에게 비천의 태상인 백경이 죽었다면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천궁환은 천위가 백경을 왜 죽였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놈이 끝내……!’

그때 멀리서 악에 바친 고함이 들렸다.

“적이다! 적이 들어온다!”

“놈들을 막아라!”

천궁환이 그 소리를 듣고 홱 고개를 돌려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네놈 일행이더냐?”

“그런 것 같소. 다른 손님이 오기로 했다면 모를까. 불필요한 살수는 자제하라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천궁환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 죽일 놈들이……!”

“뭐 하느냐! 저놈들을 쳐라!”

천인환이 방방 뜨며 악을 썼다.

뒤쪽에 늘어서 있던 천목대 대원 중 삼십여 명이 우르르 나왔다.

비룡단 쪽에서도 장대산과 철호가 제일 먼저 나서고 호광, 영추문, 장평, 철상, 탕초양과 귀원 일행 등이 뒤이어 나왔다.

지천주와 이정, 전교, 동대안, 은설은 혁무천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구경만 했다.

장대산의 거대한 장봉이 먼저 상대의 기를 꺾었다.

부우우웅!

퍼버벅!

장봉이 허공을 가르며 한꺼번에 세 사람을 튕겨내자, 천목대원들은 모골이 송연해져서 황급히 좌우로 피했다.

뒤이어 허공으로 튀어오른 철호의 쌍도끼가 벼락처럼 허공을 찍어댔다.

퍼벅!

“크억!”

“아악!”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숨을 두어 번 쉴 사이에 칠팔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뒤이어 다른 비룡단원들도 천목대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지켜보기만 하던 천목대원도 달려 나와 비룡단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 승부의 추는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잠깐 사이에 사십 명 가까이 쓰러졌다.

오대 중 하나인 천목대는 호위대로서 나름대로 고르고 골라 뽑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비룡단원들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천목대 대주 유평천이 호광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정도. 나머지는 일대일로 비룡단원과 맞설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거기까지! 물러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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