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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87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87화

287화

 

 

마치 거센 파도가 겹겹이 밀려가는 듯했다.

길게 늘어진 담장의 삼 장 앞까지 달려간 무사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수백 명이 일제히 솟구치는 광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보며 걸음을 내딛던 천양묵은 갑자기 든 생각에 머리끝이 쭈뼛 섰다.

만약 놈들이 함정을 만들어 놨다면?

자신들을 유인하는 거라면?

그러고 보니 갑자기 도망치듯 담장을 넘어간 것도 이상했다.

“모두 조심하라! 놈들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천양묵이 무사들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왜 그러시는가?”

공손락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천양묵은 이마를 찌푸렸다.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일단 저기로 가서 살펴보지요.”

그러고는 공손락과 함께 정문의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그때였다

티디디디디딩!

장원 안에서 갑자기 활시위 튕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두 개의 활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백 개의 활이 튕겨지는 소리였다.

더구나 그 소리가 일반 화살과 달리 둔탁했다.

“쇠뇌다!”

“조심해!”

“몸을 낮춰라!”

악을 쓰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정문의 지붕 위로 올라간 천양묵과 공손락은 눈을 부릅떴다.

쇠뇌의 화살이 건물 안에서 쏘아지고 있었다.

활을 볼 수도 없고 거리마저 가까워서 막기가 더 어려웠다.

퍼버버벅!

“크억!”

“비겁한……! 컥!”

“으헉!”

비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화살에 섞여서 뭔가 주먹만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콰과과광!

펑!

콰아앙!

연속된 폭발음과 함께 수천 개의 암기가 비산했다.

코앞에서 폭발하며 비산하는 암기를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호신강기를 익힌 고수가 아닌 이상은 몸으로 막을 수도 없었다.

암기가 배를 뚫고, 목에 박히고, 심지어 눈에 박힌 자도 있었다.

“이놈들!”

노성을 내지른 천양묵이 신형을 날렸다. 쇠뇌와 폭발성 암기탄이 날아드는 앞으로 떨어진 그는 두 팔로 원을 그리며 앞으로 밀어냈다.

고오오오오!

그에게서 폭사하듯 퍼져 나온 절대의 기운이 직경 이 장의 원반처럼 형성되더니 날아드는 쇠뇌와 암기탄을 튕겨냈다.

떠더더더덩!

텅! 텅!

공손락도 검막을 펼쳐서 벽을 형성했다. 푸른 철벽은 바람조차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들이 왜 사대천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강호 제일을 다투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광경이었다.

만마성과 마천문의 장로, 고위 간부들도 전력을 다해서 방어막을 형성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

 

잠깐 사이 사오백 명이 쇠뇌에 당하고 암기에 당해서 쓰러졌다. 몸에 쇠뇌와 암기가 박혀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 역시 그 이상 되었다.

“이, 이런 개 같은!”

눈을 부릅뜬 천양묵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놈들을 찾아!”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공격의 범위를 벗어난 간부들이 악을 썼다.

천양묵도 이를 악물고 장원 안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쇠뇌와 암기를 날리고 도망치는 자들이 보였다. 경공 실력을 봐서는 일반 무사들에 불과했다.

힘이 쭉 빠졌다.

‘젠장! 이런 하책에 당하다니!’

 

***

 

“우하하하하! 힘만 앞세운 멍청한 놈들!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다니.”

신도명산은 오랜만에 대소를 터트렸다.

당주를 내줬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만마성과 마천문의 삼천 무사가 몰려와서 천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다.

반면 정은맹의 피해는 이백 명 정도.

어차피 그들의 희생은 예상했던 터, 아주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주금화는 웃는 신도명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비웃고 있었다.

‘수하 이백을 잃고도 즐거워하다니. 하긴 너 같은 위선자가 있어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긴 하다만.’

그래도 겉으로는 신도명산을 추켜올려 주었다.

“정말 멋진 계획이었네.”

“하하하, 마도 놈들을 처리하는데 수단방법이 무슨 소용이겠소. 그놈들은 그보다 더한 방법으로 상대해도 상관없소이다.”

“자네 말이 맞네.”

“아마 저놈들도 당분간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요.”

“그냥 놔둘 건가?”

“무슨 말씀이시오?”

“이런. 놈들이 당주에서 멈출 것 같은가? 아마 분노할 대로 분노해서 이곳으로 달려올 거네. 그러니 저들이 큰 피해를 봤을 때 몰아붙여서 정파의 맹주가 자네라는 걸 확실하게 인식 시켜야지.”

정파의 맹주!

그 말에 신도명산의 눈에서 욕망의 광채가 번뜩였다.

만마성 당주지부에 있는 자들은 이천 명 정도. 그나마도 오백 명 정도는 부상을 입었다.

반면 정은맹은 오천에 가까운 무사들이 있지 않은가.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왕야의 말씀이 옳소이다.”

그는 즉시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 누구 있느냐? 가서 상천이를 불러와라!”

 

***

 

남양에서 피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할 즈음, 동쪽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 무원장을 긴장시켰다.

아니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그 시기가 의외였다.

“대형, 수룡방이 천화상단에 당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목량이 굳은 표정으로 방에 들어서며 말했다.

“뭐?”

찻잔을 내려놓은 혁무천의 얼굴에서 한풍이 불었다.

수룡방은 지닌 무력에 비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황하를 터전으로 삼은 그들은 황하에서 제왕이나 다름없었다. 황하상선을 비롯해서 수많은 상선들이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하를 오르내렸다.

수룡방이 천화상단에 당했다면, 황하의 주도권이 천화상단에 넘어갔다는 말과도 같았다.

“남교청 방주와 간부 십여 명 등 이백여 명이 죽고, 살아남은 자들 중 일부는 천화상단에 투항했다고 합니다.”

혁무천은 분노를 터트리지 않고 차갑게 가슴을 식혔다.

“목량, 그들이 왜 한겨울인 지금 수룡방을 친 것 같으냐?”

겨울에는 강호의 싸움도 잦아든다.

그래서 지금 남양에서 벌어지는 일이 의외인 것이었다.

아마 만마성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정은맹이 갑자기 남양을 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분노의 혈풍이 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계도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거래도, 운송도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싸울 일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데없이 수룡방을 공격하다니.

“남양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천궁환은 그런 모험을 할 성격이 아니다. 그럼 누가 주도한 거지?”

“천신명이 근신에서 풀렸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가 주도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천화상단과 관련된 거상들을 건드린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있겠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우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속셈도 있을 거고.”

“예, 대형.”

무원장과 인연을 맺은 거상들은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천화상단 쪽에 있다가 무원장 쪽으로 돌아서려던 상인들은 눈치를 볼 것이고.

“아마 우리가 수룡방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길 바랄지도 모르겠군.”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혁무천은 잠시 허공을 노려보고는 명령을 내렸다.

“먼저 생존자들 중 투항하지 않은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라.”

“예, 대형.”

“소소월 노인이 정주에 있지?”

“예, 그리 옮겼습니다.”

“이리 데려와라. 그리고 주성유가 황궁으로 돌아갔는지도 알아 봐.”

목량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본래대로 돌아갔다.

“알겠습니다.”

혁무천은 목량이 나간 뒤 다 식은 찻잔을 들었다.

미지근한 차를 마시는 그의 눈빛이 서리가 내린 듯 차갑게 번뜩였다.

‘천궁환. 당신도 꽤 급해졌군.’

사람은 급해지면 실수를 하기 쉬워지는 법.

수룡방을 공격한 것 역시 마음이 급해진 탓이라고 봐야 했다.

‘당신은 수룡방은 얻은 대가로 그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잃게 될 거다.’

 

다음날.

당주에서 벌어진 일이 전해졌다.

혁무천의 표정이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성주가 너무 분노를 앞세우는군. 전초대를 보내서 상대를 자세히 알아봤다면 그런 함정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한편으로는 천양묵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독에 많은 간부들이 당하고 자식이 그렇게 되었는데 어찌 참고만 있겠는가.

그것도 천하제일마세 만마성의 주인이.

혁무천은 눈을 내리깔고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한참 동안 그러던 혁무천이 눈을 올려 뜨고 말했다.

“잘 지켜보라고 해라. 분명 정혈단이 뭔가를 노리고 있을 거다.”

 

***

 

만마성과 마천문은 당주에서 사상자를 추스르는데 이틀이 걸렸다.

싸움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이천여 명. 죽은 자가 삼백여 명이고, 부상자가 팔백 명이 넘었다.

천양묵과 공손락은 분노를 씹으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당주를 출발해서 남양으로 향했다.

간부 중에는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누구도 천양묵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은맹의 술책에 당하지 않으려고 백 명으로 이루어진 전초대를 앞세웠다.

본대는 십 리 간격을 두고 뒤따라갔다.

앞서 간 전초대에서는 별다른 신호가 없었다. 아직 적을 만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찬바람을 가르며 한 시진을 달린 만마성과 마천문 무사들은 한가촌이라는 마을을 지나쳤다.

 

한가촌의 객잔 이층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저 멀리 구름처럼 떼 지어서 달려가는 자들이 보였다.

사내의 입가에 살기 띤 미소가 번졌다.

“오늘 까마귀들이 포식하겠군.”

한참을 그렇게 서서 바라보던 사내가 몸을 돌렸다.

그의 뒤에는 백의를 입은 사내 둘이 서 있었다.

“우린 당주로 간다.”

백의를 입은 사내 둘은 말없이 포권을 취하고는 몸을 돌렸다.

 

한가촌을 지나친 만마성과 마천문의 무사대가 십 리쯤 달렸을 때쯤, 저 멀리서 폭죽이 터졌다.

붉은색 폭죽.

전초대가 쏘아올린 폭죽이었다.

적이 있다는 뜻.

“적이 앞에 있다!”

“정신 바짝 차려라!”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대기하고 있는 전초대 무사가 보였다.

본대의 앞으로 달려온 그가 무릎을 꿇고 천양묵을 향해 보고했다.

“놈들이 삼백 장 앞에 있습니다. 대략 일천 정도로 파악됩니다. 함정은 없습니다만, 좌우에 적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초대가 살펴보고 있습니다.”

천양묵은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렸다.

“속도를 늦추어서 전진한다!”

곧 명령이 후위와 좌우로 전달되었다.

잠시 멈췄던 이천 무사가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정은맹 무사들은 구름처럼 밀려드는 적을 비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기를 뽑았다.

처음에는 천천히 다가오던 자들이 속도를 높이는 게 보였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제는 선두에서 달려오는 자들의 표정조차 자세히 보일 정도였다.

이십 장.

“쳐라아아아!”

천둥이 울리듯 명령이 떨어지자, 정은맹 무사들도 함성을 내지르며 앞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아아아아아!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마도의 잡졸들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으리라!

 

정은맹 무사들은 철저히 뭉쳐서 만마성과 마천문의 공격을 막아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이었다.

싸움은 처절하고 비정했다.

수백 명이 죽어가는 데도 누구 하나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안타까움보다는 분노만 산처럼 쌓였다.

만마성과 마천문 무사들은 동료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신랄한 살초를 펼쳤다.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고 적의 살과 뼈를 갈랐다.

천양묵과 공손락도 뒤에서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선 그들은 정은맹의 수뇌부로 보이는 고수들을 공격했다.

천하제일을 다툰다는 사대천마 중 이인이 직접 나선 터였다.

이십여 명의 절정고수가 합공해서 두 사람을 상대했다.

한겨울 누런 평원이 시뻘겋게 물들어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반각이 지나자 수천 평 대지에 시신이 쌓이고 피가 내처럼 흘렀다.

바로 그때, 좌우의 마른 갈대숲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츠츠츠츠츠츠.

촤아아아악.

드드드드득.

정은맹 무사들은 눈에 힘이 들어가고, 만마성과 마천문 무사들은 당황해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수천 명이 갈대숲을 평지로 만들며 좌우에서 나타났다.

그들과 함께 나타난 신도명산이 대소를 터트렸다.

“우하하하하! 천양묵, 공손락! 모두 지옥으로 보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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