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8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83화
283화
귀천교 무사들은 계곡으로 진입하면서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었다.
저 안쪽에 사찰이 보였다.
자신들을 발견한 듯 몇 사람이 부산을 떨고 있었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승려고 지랄이고 모조리 죽여!”
“다른 당에 지면 안 된다! 한 놈이라도 더 죽여라!”
살기 넘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악사등은 사찰이 가까워지면서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심장을 짓눌렀다.
이미 선두는 사찰로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철혈마련 무사들은 오 리 간격을 두고 계곡에 진입했다.
저 앞에 있는 사찰에서 이미 싸움이 시작된 상태였다.
한발 늦었다 생각한 철혈마련 무사들은 속도를 더 높였다.
우문척은 중간에서 계곡 안을 살펴보며 몸을 날렸다.
‘싸움이 벌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같군.’
사찰의 건물은 계곡 안쪽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 건물 사이사이 공간에서 귀천교 무사와 정혈단원들로 보이는 복면인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비명과 고함이 계곡을 뒤흔들었다.
빠르게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싸우는 광경이 더 자세하게 보였다.
바닥은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 시신으로 변한 무사들이 벌써 백 명은 되는 듯했다.
“정혈단 놈들을 쳐라!”
철혈마련 무사들이 고함을 치며 사찰 안으로 진입했다.
그때 이상한 광경이 우문척의 눈에 들어왔다.
악사광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비명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나오는 놈들을 조심하라!”
우문척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사찰 뒤쪽으로 향했다.
복면을 쓴 백의인 사오십 명이 하얀 구름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귀천교 무사들이 막아섰다.
그 순간, 구름처럼 쏟아져 나온 복면인들이 그들을 그대로 덮쳤다.
마치 구름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듯했다.
잘린 팔다리가 튀고 핏줄기가 솟구쳤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복면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서려는 자들에게 일검을 더 내쳐서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귀천교 무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들을 막으려던 자들이 낫에 잘린 갈대처럼 잘려나갔다.
우문척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보통 놈들이 아니다!’
그들이 상대한 귀천교 무사 중에는 간부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제대로 저항해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정혈단원 개개인이 고수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예상보다 더 강했다.
‘위험한 놈들이야!’
그 사이 철혈마련 무사들도 대다수가 사찰 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우문척은 땅을 박차고 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철혈마령대는 나를 따르라!”
주위에 있던 철혈마령대 일백 무사가 그를 따라서 몸을 날렸다,
그들은 공포였다.
귀천교의 정예들은 학살을 당하듯 처참하게 죽어갔다.
절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당주급 고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뒤에서 나타난 백의 복면인들의 앞을 막아선 자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죽어갔다.
사마신과 허운.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가 둘이나 있었다.
정혈단의 조장들조차 초절정고수가 다수였고, 최소 절정급 고수였다.
일반 단원들 중에도 절정고수가 수십 명이나 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어지간한 부상을 당해서는 움직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피로 붉게 물든 백의를 입고 상대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날뛰는 그들은 지옥에서 튀어나온 야차 같았다.
숨이 붙어 있는 적은 쓰러져 있든 저항할 의사를 잃고 비틀거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재차 손을 써서 죽음을 확인했다.
치가 떨릴 정도의 살기!
잠깐 사이에 귀천교 무사 삼백여 명이 죽어갔다.
귀천교의 장로 셋과 귀천교의 최강 조직인 귀천전 고수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그들 역시 몇 초식 버티지 못했다.
장로 도중관은 사마신의 검에 목이 잘리고, 다른 두 장로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물러서기 바빴다.
귀천전의 절정고수 다섯도 공포에 질린 채 하나 둘 죽어갔다.
반각 정도 늦게 도착한 철혈마련 무사들이 그 아수라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공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죽어갔다.
그때 우문척이 철혈마령대와 함께 도착했다.
“네가 혈왕과 싸웠다는 놈이구나!”
우문척이 냉랭히 소리치며 사마신을 공격했다.
사마신이 복면 속에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마주쳐갔다.
“우문척,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쾅!
두 사람의 검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일 장 거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며 폭발했다.
우문척은 이를 악물고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마신도 다섯 자 정도 미끄러진 후 재차 우문척을 향해 검을 뻗었다.
우문척은 제자리에 서서 검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그의 검첨에서 영롱한 빛이 번쩍였다.
순간적으로 사마신이 움찔했다. 불가사의한 무형의 힘이 그의 움직임을 정지시킨 것이다.
하지만 곧 눈을 빛내며 검으로 원을 그려서 무형의 기운을 차단했다.
“훗! 너도 그 힘을 얻었구나, 우문척!”
우문척은 복면을 쓴 상대 역시 자신과 같은 천외의 힘을 얻었다는 걸 알고 이를 악물었다.
정면 대결에서 자신이 반푼 정도 밀렸다. 자신의 특별한 힘도 먹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승기를 잡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너는 누구냐? 정말 사마진웅의 아들이냐?”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세상이 곧 피로 정화된다는 게 중요하지.”
“미친놈!”
우문척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올리고 다시 공격을 펼쳤다.
사마신도 눈으로 웃음을 지으며 검을 떨쳤다.
츠츠츠츠.
오싹 소름이 끼치는 기음과 함께 핏빛 검강이 뻗어 나갔다.
***
사마신과 우문척이 격전을 벌이던 시각.
혁무천은 개방으로부터 또 다른 소식을 접하고 이마를 찌푸렸다.
“정혈단의 무사대가 만마성 당주지부를 공격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요.”
“만마성의 피해는?”
“당주지부의 무사 중 절반 이상이 죽긴 했는데, 그래도 다른 곳처럼 전멸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요.”
‘응?’
혁무천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도 정혈단이 두 곳을 동시에 공격한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개방 제자의 말을 들어보니, 당주지부를 공격한 정혈단의 무력이 알고 있던 것보다 약하게 느껴졌다.
당주지부가 그동안 정혈단에게 당한 곳보다 월등히 강한 전력을 지닌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창평의 사찰 쪽에 주 전력이 있다는 건가?’
풍마문에서 들어온 정보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그들이 주 전력이라면 무슨 말이 있었을 텐데.
단순히 몰라서 말을 안 했다고 하기에는 걸리는 점이 많았다.
창평 쪽에 있는 자들은 평소와 달리 사찰에 며칠씩 머물며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곰곰이 생각하던 혁무천이 눈을 치켜떴다.
‘혹시…… 적을 끌어들이려고?’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귀천교와 철혈마련의 선발대는 정은맹과 정혈단을 상대하기 위한 최정예 무사대다.
그들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귀천교와 철혈마련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정혈단은 중원에서 그만큼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그들이 또 사라진다면, 분노한 마도의 칼은 정은맹에게로 향할 것이다.
지금은 갈라졌다 해도, 얼마 전까지 정은맹과 정혈단이 한 몸이었던 것은 분명하니까.
‘만약 내 짐작이 사실이라면, 우문척과 악사광이 낭패를 당하겠군.’
물론 그 일을 안타깝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철혈마련과 귀천교의 힘이 약화되면, 솔직히 무원장으로선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럼 정혈단을 응원해야 하나?’
묘한 상황에 혁무천은 조소를 지었다.
“가서 소궁단에게 정혈단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말라고 전해주시오.”
“예, 알았습니다요.”
“이번 일 제대로 처리하면 두둑이 보상한다는 말도 전하시고.”
개방제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꼭 그리 전합죠!”
개방 제자가 떠난 후, 옆에 앉아 있던 은설이 말했다.
“뭔가 이상해요.”
“너도 그런 생각이 들어?”
“왜 낚시할 때는 맛있는 먹이를 미끼로 던져줘야 고기가 더 잘 잡힌다고 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창평의 정혈단을 드러낸 건 미끼 같아요.”
“철혈마련과 귀천교가 미끼를 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은설이 잠시 생각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호가 더 혼란스러워지겠죠.”
***
“후퇴해!!!”
우문척이 고함을 치고는 몸을 뒤로 날렸다.
제법 깊은 상처만 해도 두 군데나 생겼다. 내상도 가볍지 않았다.
인세에 아수라가 있다면 저놈일 것이다.
저놈의 검에서는 심혼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마기가 흘러나왔다.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면 공포에 질려서 몸을 떨다가 목이 잘리고 심장이 갈라졌을지 몰랐다.
진정한 마검!
아수라의 검이라 칭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우문척은 정혈단에 당해서 죽은 자들이 왜 그리 공포에 질려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놈들을 놔두고 여길 빠져나간다!”
“후퇴하라!”
여기저기서 후퇴를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철혈마련과 귀천교 무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곡에서 빠져나갔다.
정혈단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지옥의 야차였다.
두 번 다시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전력을 다해서 계곡을 빠져나온 자들은 추적이 없다는 걸 알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일천 명이 넘는 인원이 계곡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되돌아 나왔을 때는 삼사백 명이 될까 싶었다.
그나마도 먼저 들어갔던 귀천교 무사들은 백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안에서 죽었단 말인가!
그것도 귀천교와 철혈마련의 정예무사들이!
몸을 돌린 우문척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눈으로 계곡 안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이 빠져나온 사찰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
추적해오기는커녕 허깨비라도 되는 듯 백의에 백색 복면을 쓴 놈들도 보이지 않았다.
“놈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우문척에게서 사오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악사광이 창백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자신만만하던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문척도 그를 비웃지 못했다.
비웃기 전에, 자신이 당한 상처에서 극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악 형, 어떻게 할 거요?”
“오늘의 빚을 열 배로 받아낼 거네. 일단 저런 악마 같은 놈들을 길러낸 정은맹을 먼저 쳐야겠어.”
“그것도 좋은 생각이오. 정혈단과 싸우다 엉뚱한 놈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건 나도 싫소.”
악사광이 우문척을 돌아다보았다.
“돌아가서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세.”
***
‘멍청한 늙은이!’
신도명산은 돌아온 팽조환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입에서 욕설이 맴돌았다.
갈 때부터 탐탁지 않은 표정이더니, 마룡성도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마룡성은 말만 마도십문이지, 중소문파에 불과했다.
구룡상단과의 관계만 아니라면 마도십문에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은맹의 정예가 가서 그딴 곳도 처리하지 못하다니.
물론 무천과 무원장 무사들이 때맞춰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자신도 생각 못한 변수였다.
아무리 그래도 정은맹의 부맹주가 팔백 명이 넘는 정예 무사대를 이끌고 가지 않았는가 말이다.
“우리 쪽 피해도 크긴 하지만, 놈들은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거요. 그럼 가서 좀 쉬겠소.”
팽조환은 할 말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도명산은 이를 갈았지만 대놓고 다그치지는 못했다. 아직은 정은맹의 기존 무사들이 자신보다 팽조환을 더 따랐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서 쉬시지요.”
신도명산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고는, 돌아선 팽조환의 등을 노려보았다.
‘고위 간부 교체하는 것부터 서둘러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