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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79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79화

279화

 

 

“내가 정작 화나는 건, 내 아들을 죽인 놈을 코앞에서 놓쳤다는 거요.”

“무천이란 자?”

“맞소.”

“자식의 복수 때문에 천하를 포기하겠다는 건가?”

신도명산은 자신의 속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중년인의 말에 이마를 씰룩였다. 하지만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럴 순 없지요.”

“그자는 나중에 잡아서 죽이면 돼. 놈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 열 손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지.”

“으음, 왕야 말이 맞소.”

그렇다. 지금은 무천을 잡는 것보다 정은맹과 천기회를 하나로 묶어서 힘을 강화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그런데 반발이 생각보다 심하군.”

“너무 걱정 마시오. 이 정도의 일은 처음부터 생각했지 않소? 오히려 지금이 처음에 생각했던 계획보다는 훨씬 낫소.”

“하긴, 그건 자네 말이 맞아. 정은맹을 얻을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한 생각이었어. 하하하하.”

청색비단옷의 중년인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신도명산은 웃는 그를 보며 입술 끝을 씰룩였다.

‘주금화, 지금 실컷 웃어라. 나중에는 웃을 수 없을 테니까.’

청색비단옷을 입은 중년인, 남황궁주 주금화는 본래 황족이었다.

황제의 여덟 번째 아들.

어릴 때부터 무공에 심취했던 그는 황족답지 않게 황가보다 강호에 관심을 더 두었다. 그리고 결국 스물아홉 살 때 남황궁을 힘으로 접수해서 주인이 되었다.

신도명산과 만난 것은 그로부터 이십 년이 지난 후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꿈 중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혈맹을 맺었다.

하지만 신도명산은 강호제패의 영광을 주금화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주금화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천이란 그 젊은 친구. 아주 흥미로운 친구더군.”

“그래봐야 내 아들을 죽인 원수일 뿐이오.”

주금화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신도명산의 말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넘지 못하면 꿈도 사라질 거네.”

신도명산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독기 찬 광채가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걱정 마시오. 놈은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거요. 꼭, 그렇게 만들 거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

 

여주의 의원은 사마진웅이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이하게도 뇌의 움직임이 거의 멈춰 있다고 했다. 숨만 쉴 뿐, 실제로는 죽은 거나 같다는 말도 했다.

남궁무룡과 이사명은 일단 사마진웅을 소림사로 데려가기로 했다.

현 강호에서 마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 소림사였다.

지난번 소림사가 공격 받은 후 분노한 황궁에서 일만 황군을 등봉 근처에 배치시켰다.

그뿐 아니라 소림사를 강호의 무뢰배가 공격할 경우 십만 황군으로 그들을 용서치 않을 거라는 공문을 사방팔방에 붙여 놓았다.

그 덕분에 이후로는 마도의 누구도 소림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황궁에서는 다수의 정파 무사들이 소림사에 모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정파의 무사가 모이면 결국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혁무천은 은설과 동대안만 대동한 채 남궁무룡과 이사명을 따라 소림사로 올라갔다.

황군의 검문이 있었지만, 별 탈 없이 통과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변명보다는, 혁무천이 건네준 은자 한 냥의 위력이 더 컸다.

 

남궁무룡과 이사명이 소림사 방장 공화대사를 만나고 있을 때, 혁무천은 은설, 동대안과 함께 소림사 안을 구경 다녔다.

소림사 안에는 소림제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금지가 몇 곳 있었다.

혁무천 일행도 금지로 들어가는 걸 두어 번 제지당했다.

“제길, 우리가 금불상이라도 훔쳐갈까 봐 그러나?”

동대안이 투덜거렸다.

은설이 피식 웃으며 전에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외부인 때문에 불법 수련을 방해당할 때가 많아서 막는 거라고 들었어요.”

특히 장격각이나 나한전 등 무공과 관련된 곳은 더더욱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한참 돌아다니던 혁무천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된 채 반짝 빛을 발했다.

용케 그 모습을 본 은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요? 어디 아름다운 아가씨라도 있어요?”

“아니. 잠깐 다녀올 테니까, 남궁 노인과 만나기로 한 곳에 가 있어.”

혁무천은 자세한 설명을 미룬 채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은설과 동대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혁무천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왜 저러지?”

“뭔가 이유가 있겠죠. 가요, 동 아저씨.”

“……오빠라니까.”

“그 소리 듣고 싶으면 빨리 언니 하나 만들어요.”

“쳇, 그게 내 맘대로 되냐?”

 

혁무천은 불전을 돌아서 앞을 바라보았다.

저 앞에 낯익은 모습의 노승이 걸어가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때 본 그 노승이었다.

혁무천은 그 노승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걸음을 빨리 했다.

천천히 걷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거리가 좁혀진 것도 잠시 뿐, 더 이상은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혁무천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노승의 뒤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따라오라고 고의로 모습을 드러낸 듯했다.

 

노승은 바위 사이에 지어진 작은 암자로 들어갔다. 암자의 입구에는 ‘대보암(大保庵)’이라는 세 글자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혁무천은 암자 앞에 서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때 암자 안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늙은이 발바닥에 땀나게 해놓고, 어여 들어오지 않고 뭐해?”

혁무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암자 안으로 들어갔다.

두 노승이 부처상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전에 본 그 노승 옆에는 특이하게 회색 승복을 입은 노승이 앉아 있었다. 얼굴이 얽은 데다 주름이 가득해서 나이도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안녕하지 못하네.”

“하긴 부처처럼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조금 시끄럽지요.”

“시끄럽기만 하면 다행이지.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무슨 피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원……. 아미타불.”

아마도 정사대전과 정혈단에 대한 것을 말하는 듯했다.

“너는 어떻게 할 거냐?”

노승이 불쑥 물었다.

혁무천은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열심히 장사나 해야지요.”

노승, 원공대선사는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그래봐야 얼굴이 워낙 아이 같아서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죄 없는 중생들이 피를 흘리는데 장사나 하겠다고?”

“장사를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중생이 죽어갈 겁니다.”

“네가 아니더라고 장사할 놈은 차고 넘치느니라.”

“장사꾼이 돈만 좆다보면 없는 이들이 힘들어지지요. 그래서 한번 바꿔볼까 합니다.”

“뭐……?”

“돈이란 것을 잘 쓰면 칼보다 더 효용성이 많을 것 같더군요.”

“그놈, 입에 기름칠한 것처럼 말은…….”

핀잔을 주듯 말하지만, 원공의 눈빛은 조금 전과 달리 온화했다.

고개를 돌린 원공이 옆의 노승을 보며 말했다.

“어떠냐? 내가 보기에는 이놈만한 놈이 없는 거 같은데.”

회색 승복의 노승, 철우는 혁무천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원공이 묻자, 고개만 끄덕였다.

원공은 철우가 본래 말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은 자신의 말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너한테 제안 하나 하마.”

“말씀해보십시오.”

“소림은 그동안 많은 욕을 먹었느니라. 정파의 태두면서 황궁의 보호에 안주해서 아무 것도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혁무천은 원공이 한 말의 의미를 짐작하고도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하지만 우리라고 해서 놀고먹기만 한 건 아니었느니라. 혹시 밀소림(密少林)이라고 들어봤느냐?”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마도와 싸울 애들을 키웠다. 모두 백여덟 명이지. 그 애들은 소림에서 키웠지만, 소림의 제자는 아니다. 앞으로 손에 많은 피를 묻혀야 할 놈들이거든.”

혁무천은 대충이나마 원공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소림에서 마도를 치기 위해 비밀리에 고수들을 키웠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천기회 회주라는 어린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밀소림을 말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다더군.”

천기회주가?

하지만 천기회에 소림에서 보낸 고수들이 참여했다는 말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공이 말했다.

“그가 소림을 도와준 건 고맙지만, 밀소림을 그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왜 그런 줄 아느냐?”

“말씀해보십시오.”

“인상이 별로였거든. 적어도 빈승 정도는 되어야 볼 만하지 말이야.”

“…….”

“뭘 그렇게 봐? 빈승도 속세에 있을 때는 여자들이 줄줄 따라다녔느니라.”

“아, 예…….”

“진짜라니까?”

혁무천은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자랑질이 더 길어질 것 같았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네가 써라.”

“예?”

“백팔 마리 이무기들, 네가 필요한 데 쓰라고.”

“왜 접니까?”

“천기회 어린놈에게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거든.”

혁무천은 심장에서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갑자기 집채만 한 황금덩어리가 눈앞에 뚝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백팔 명 먹이고 재우려면 돈이 제법 들겠군요.”

“…….”

이번에는 원공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그런 표정.

철우도 눈썹을 치켜 올리며 처음으로 반응다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무엇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곤혹스런 표정만 지었다.

“그래도 대사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맡지요.”

소림의 큰 어른, 원공대선사는 마치 사정을 봐준 것처럼 말하는 혁무천을 빤히 바라보며 갈등을 겪었다.

괜히 맡겼나?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할까?

하지만 혁무천은 원공이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뭐, 소림의 큰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인데 이제 와서 되돌리시지는 않을 거고, 굶기는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그래. 듣자하니 너 굉장한 부자라고 하던데.”

“활동할 때는 소림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해야겠지요?”

“물론이지.”

그들이 소림에서 키운 무사들인 게 알려지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마도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밀소림의 제자들은 삭발도 처음에만 하고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

“무원장으로 보내주십시오.”

“알았다.”

“소림에는 일 년에 은자 천 냥씩 공양하겠습니다.”

원공의 얼굴에 처음으로 부처 같은 미소가 번졌다.

“헐헐헐, 고맙구나.”

그가 꼭 돈을 밝혀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마도에 밀려 쇠퇴한 이후 소림사의 재정은 넉넉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제자들이 탁발을 나가면 소림제자라며 공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공양을 하고 싶은 사람도 마도의 눈치를 보느라 돈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소림에 낡은 승복을 입은 승려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은자 천 냥이면 소림사의 승려 일천 명이 일 년 동안 먹고사는데 충분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정혈단 단원들은 혈천여록에 있는 미완의 마공을 익혔기 때문에 피를 추구하는 마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원공의 눈이 커졌다.

“혈천여록?”

하지만 곧 착잡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래, 그랬구나. 어쩐지 이상타 했더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피를 볼지도 모릅니다. 조금 안 좋은 말이 들려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천천히 눈을 뜬 원공의 얼굴에 염화시중의 미소가 번졌다.

“아미타불……. 너에게 맡겼으니 네 뜻대로 하거라.”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혁무천은 합장을 하며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무천이 불당을 나가자, 원공이 철우를 향해 말했다.

“부처님께 가기 전의 마지막 선택은 나쁘지 않은 것 같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철우는 눈을 감고 염주를 굴렸다.

지름이 한 치나 되는 커다란 검은 염주가 그의 네 개 뿐인 오른손 손가락을 따라 굴렀다.

주름진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잘게 떨렸다.

‘분명 그다, 분명 그야! 오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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