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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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18화
318화
‘사마신이 합류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해!’
혁무천은 대천룡구검세를 펼치면서 정혈단원들을 상대했다.
콰광!
떠더더덩!
구성의 공력이 실린 그의 공격을 제대로 맞받아내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정혈단원들은 내상을 입고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혁무천은 유환백보를 펼치면서 정혈단원의 합공 속을 유영했다.
정혈단원들도 유령처럼 움직이는 그를 따라잡지 못하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문제는 동대안이었다.
그를 안고 유환백보를 펼치다 보니 아무래도 속도감이 덜했다. 환영도 여덟 개가 아닌 네 개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거기다 사마신이 있는 곳에서 가공할 마기가 느껴졌다.
이를 악문 혁무천은 몸을 빙글 돌리면서 대천룡구검세 중 세 가지 초식을 빠르게 연환으로 펼쳤다.
천망검에서 솟구친 시퍼런 청룡이 사방으로 폭사했다.
정혈단원들도 이제는 혁무천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그 순간, 땅을 막찬 혁무천이 전력을 다해서 초월영을 펼쳤다.
그의 모습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듯하더니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정혈단원들은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이미 유환백보에 당해본 그들은 혁무천이 재차 공격할까 봐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 포위망을 벗어난 혁무천은 흑명곡의 입구 쪽을 향해 날아갔다.
“놈이 빠져나간다!”
정혈단원 중 조장직을 맡고 있는 장한 하나가 소리쳤다.
“놓치지 마라!”
정혈단원 중 네다섯 명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그때는 이미 동대안을 끌어안은 혁무천이 삼십여 장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먼지구름 속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후으으으으으.”
정혈단원들은 먼지구름 쪽을 바라보았다.
먼지구름이 조금 가라앉으면서 사마신의 모습이 보였다.
사마신은 짙은 혈광을 흘리며 서 있었다.
혈광에 둘러싸인 채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친 그의 모습은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기괴했다.
“놈을…… 놔……둬……라.”
붉은 먼지구름 속에서 사마신의 끓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폭주한 마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혁무천을 쫓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천은 어차피 수하들이 쫓아간다 한들 잡을 수도 없는 자였다.
‘다음에는…… 반드시 놈의 심장을 내 손으로 꺼내고 말리라!’
한편, 동대안을 안고 흑명곡을 빠져나온 혁무천은 이를 악물었다.
내부에서 기운이 들끓다 못해 폭주하고 있었다.
사마신과 싸우면서 생명선이 한 줄 사라진 상태. 정혈단원들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절반 정도는 공력이 풀린 듯했다.
경맥을 타고 폭주하는 진기로 인해 이가 떨릴 정도의 고통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적에게 추적을 허용할 수 있었다.
일단은 흑명곡에서 최대한 멀어져야 했다.
‘제기랄, 이제 네 줄 남았나?’
귀령자의 말이 옳다면 사십 년 삶이 남은 것이다.
그 정도면 은설과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적을까?
고민을 하며 흑명곡을 빠져나온 혁무천은 이십 리를 더 달린 다음에야 걸음을 멈추고, 찰싹 달라붙어 있던 동대안을 내려놓았다.
동대안은 혁무천에게서 떨어진 후에야 긴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본 광경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혁무천과 사마신은 인간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얼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그동안 무천에게 속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여간 엉큼하다니까…….’
그런데 조금 전 느낀 그 기운은 뭘까?
무천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꽉 끌어안고 있을 때 기이한 기운이 엄습하는 듯했다.
온몸을 불태울 만큼 뜨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극한의 한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감각이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상처보다 그 가공할 위력의 진기 때문에 기절할 뻔했다는 것이었다.
동대운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한 기운의 특성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들은 것 같은데…….’
혁무천은 동대안이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디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진기를 가라앉혀야 했다.
“갑시다.”
동대안은 돌아선 혁무천의 등을 노려보며 입술을 씰룩였다.
‘씨바, 좌우간 무시무시한 인간이라니까.’
***
혁무천은 인적이 없는 곳에서 들끓는 진기를 두 시진 동안 다스렸다.
다행히 사마신과의 싸움을 일찍 중단한 덕분에 큰 이상은 없는 듯했다.
아마 계속 싸웠다면 사마신은 진정한 마인이 되었을 것이고, 자신은 폭주하는 기운으로 인해 생명이 이십 년은 더 단축되었을 것이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사마신, 그를 잡으려면 쉽지 않겠어.’
예상했던 것보다 두 단계는 더 강했다.
지옥혈천공을 대성하게 되면 철명군보다 더 강해질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주위에는 절대경지에 오른 자들이 최소한 서너 명 이상 있지 않은가.
결국 천하에서 그를 일대일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과신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아무래도 강호의 일에 참견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혁무천이 운공을 하는 동안 동대안 역시 운기요상을 하며 내상을 치료했다.
덕분에, 뛸 수는 없어도 걷는 것 정도는 큰 무리가 없을 듯했다.
하지만 혁무천이 운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자, 엄살을 부렸다.
“좀 업고 가면 안 되겠나? 아직 걷기가 힘들어서 그런데.”
혁무천은 별 말 없이 그에게 등을 내밀었다.
“목을 너무 세게 잡지만 마시오.”
동대안은 환하게 웃으며 혁무천의 등에 폴짝 업혔다.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고생할 필요가 뭐 있겠어?’
***
혁무천은 동대안을 업고 비양의 객잔으로 돌아갔다.
“장주!”
“무사했군.”
객잔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안도하며 두 사람을 반겼다.
“아이고, 죽는 줄 알았네.”
혁무천의 등에서 내린 동대안이 죽는 시늉을 했다.
그의 옆구리에 말라붙은 피가 잔뜩 묻어 있으니 누가 봐도 중상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핀잔만 들었다.
“그러게 적당히 살펴보고 돌아와야지, 왜 끝까지 쫓아가?”
호광이 먼저 다그쳤다.
“지미, 누군 가고 싶어서 갔나? 정혈단 놈들이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쫓아가잖아. 그래서 나도 따라갔지.”
“그래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죠. 눈도 좋으면서 왜 가까이 가요?”
이번엔 은설이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동대안은 입술만 삐죽 내밀고 대답을 못했다.
자신의 실수인 것은 분명하니까.
“일단 치료부터 해요. 어디 제대로 된 치료나 받았겠어요?”
그래도 자신을 챙겨주는 은설이 고맙기만 했다.
그날 밤.
혁무천은 식사를 마친 후, 무원장의 주요 고수들을 객잔 이층에 모이게 했다.
비룡단과 비천의 주요 고수, 무원장의 간부들 삼십여 명이 모였다.
혁무천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강호의 일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그의 말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다만, 전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건 아니고, 정혈단을 상대하는 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중리안은 정혈단이라는 말이 나오자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동가에게 듣자하니, 사마신과 대결을 벌였다고 하던데, 실력이 어느 정도던가?”
혁무천은 간단한 비교로 사마신의 무공을 평했다.
“철 노야의 좋은 적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철명군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철명군의 강함을 아는 사람도 많았지만, 모르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구보다 중리안이 가장 크게 놀랐다.
‘허어, 정혈단주라는 자가 그리도 강하단 말인가?’
솔직히 혁무천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그가 아는 철명군은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는 절대고수 서너 명 중 일인이었다.
그러나 혁무천이 과대평가해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 그래서 더 놀랍기만 했다.
철명군도 혁무천이 그리 평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혁무천이 거짓을 말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제 삼십 대 초반 나이인 사마신이란 자가 자신과 비슷한 무위를 지녔다니!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혁무천이 몇 마디 덧붙였다.
“문제는 그의 마공이 대성 직전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무심코 철명군이 물었다.
“그게 큰 문제가 되나?”
안 그래도 비슷하다고 했지 않은가. 그런데 대성을 하게 되면?
답은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혁무천은 사마신의 강함을 에둘러서 표현했다.
“만약 그가 마공을 대성하게 되면, 진정한 파천의 마왕이 탄생하게 될 겁니다.”
“흐으음,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군.”
“강호의 일에 나서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단순히 마기가 강한 것으로만 끝나면 괜찮은데, 마기에 잡아먹혀서 마인이 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살겁이 펼쳐질 겁니다. 그들이 죄 없는 양민들까지도 죽이려 할 테니까요.”
“…….”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혁무천만 바라보았다.
정혈단이 저질러 놓은 혈겁이 목불인견일 정도로 처참한데, 더한 살겁이 펼쳐질 거라니!
“우리 무원장이 비록 상계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힘없는 양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나서지 못할 것도 없지.”
철명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동조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은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정을 비롯한 밀소림의 조장들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취광마도 마용산이야 이제 편한 술 다 먹었다는 생각에 불만이 조금 있었지만.
혁무천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나서는 김에, 우리 무원장이 어떤 곳인지, 확실하게 알려줄 겁니다.”
그날 저녁 늦게 풍마문의 조장이 찾아왔다.
혁무천은 그에게 흑명곡 위치를 알려주었다. 풍마문의 정보망이라면, 흑명곡에서부터 꼬리를 역으로 추적해갈 수 있을 것이다.
***
정은맹과 철혈마련, 귀천교의 간헐적인 국지전이 매일처럼 벌어졌다.
때로는 수십 명이 싸우기도 했고, 때로는 이삼백 명이 싸우다가 수십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남양 서쪽 일대는 하루도 피 냄새가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사도맹에서 보낸 무사대와 패왕문에서 보낸 무사들이 방성에 도착했다.
철혈마련과 귀천교에 이어서 팔대마세의 두 곳이 힘을 보탠 것이다.
그렇게 봄바람과 함께 또 다른 피바람이 형성될 즈음, 만마성의 전령이 천양묵의 서신을 갖고 혁무천을 찾아왔다.
다음 날, 혁무천은 만마성에 가기 위해서 비양을 나섰다.
원래는 비천의 고수들을 제외하고 비룡단원 중 일부만 대동하려고 했다. 은설도 비양에 남겨 놓았다.
철명군과 중리안도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편히 쉬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알아서 따라나섰다.
혁무천도 억지로 말리지는 않았다.
만마성 구경을 하고 싶다는데 뭐라고 하랴.
전력에 보탬이 되니 말릴 이유도 없었다.
고생하는 거야 자기들 팔자지.
***
보고를 받은 신도명산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무천이 수하 이십여 명을 데리고 비양을 떠나 남하하고 있다고?”
“그렇다 합니다. 만마성의 전령이 방문한 후 떠난 것으로 봐서는 만마성에 가는 것 같습니다, 맹주.”
집정당주 진효의 말에 신도명산은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