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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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17화
317화
사마신은 혁무천의 말에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뒤쪽에서 한 장한이 동대안을 데리고 나왔다.
비록 온몸에 핏물이 잔뜩 묻어있긴 했지만, 표정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괜찮소?”
“옆구리에 구멍 난 거 빼면.”
“말하는 걸 보니 괜찮은 것 같군요.”
“옆구리에 구멍 났다니까?”
“그거야 시간이 지나면 메워질 것 아니오?”
“그건 그렇지만…….”
“사지도 잘린 곳이 없고, 그 정도로 끝났으면 다행이지요.”
“그런가?”
동대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 다친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최소한 사지가 잘린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이제 내 일을 해결해야 할 것 같으니 저만치 물러나 있으시오.”
“알았네.”
동대안은 한쪽으로 피하기 전에 사마신을 보며 말했다.
“내 무기 돌려줘!”
“훗. 설마 돌려줄 거라 생각하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무기 하나 돌려주는 것 정도는 가능한 거 아닌가? 내 쾌검이 겁나나?”
사마신은 동대안의 말에 피식 웃었다.
눈 작은 것도 괴상한데 성격도 특이했다.
하긴 처음 동굴 속에서 잠들어 있는 걸 발견했을 때부터 특이한 자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적에게 무기를 달라고 하다니.
지그시 동대안을 바라보던 사마신은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진곡, 그 꼬챙이 갖다 줘라.”
“천주…….”
뒤에 서 있던 청년 하나가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마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줘. 어차피 죽이지 않을 거면 꼬챙이 정도야 줘도 돼. 다음에 만났을 때 꼬챙이 휘두르면 내가 직접 제일 먼저 저 눈알을 캐내고 죽일 거다.”
청년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섬혼을 갖고 나와 동대안에게 던졌다.
동대안을 바라보는 청년의 눈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
동대안은 신경 쓰지 않고 섬혼을 챙겼다. 그에게 섬혼은 이제 가장 정이 든 친구 중 하나였다.
섬혼을 챙기고 옆구리를 움켜쥔 그는 절룩거리며 혁무천이 가리킨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도 정혈단 무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제길, 내가 배에 구멍만 안 뚫렸으면 저런 것들은 서너 명도 혼자 상대할 수 있는데.’
동대안이 멀찌감치 물러나자 혁무천이 사마신을 향해 말했다.
“이제 우리 일을 해결해볼까?”
정혈단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오연함을 잃지 않는 그를 보고 사마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대단한 배짱이야. 혼자서 오다니.”
“상대할 자신은 있나 보지?”
혁무천은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오십 명이나 되는 정혈단원들이 반경 십여 장 거리를 두고 둘러서 있었다.
“전부 한꺼번에 덤빌 건가?”
“…….”
생각지 못한 말에 사마신이 잠시 잠깐 혁무천을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그러다 갑자기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걱정 말게. 나 혼자 상대할 거니까.”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할 리는 없고, 그럼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볼까?”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두 사람 주위로 강맹한 기운이 휘돌며 회오리를 일으켰다.
쩌적, 쩌적, 쩌적…….
산중 계곡의 단단한 바닥이 직경 일 장 넓이로 부서지고 들썩거리며 먼지가 피어났다.
혁무천은 구구절절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도 없었고, 자칫하면 질문을 하다가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지옥혈천공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이유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었다.
한쪽에 물러나 있던 동대안은 아픈 것도 잊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정혈단원들 역시 기대감 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스르르릉.
혁무천은 처음부터 검을 뽑았다.
지옥명화공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무진일선공에 대천룡구검세가 적격이었다.
고오오오오.
천망검이 나직하게 울음을 흘렸다.
사마신도 검을 뽑고 공력을 일으켰다.
화르르르르.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는 가공할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혁무천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지옥혈천공. 자신이 혈천유록에 남긴 마공이 분명했다. 그것도 팔성의 경지를 넘어서 구성에 이른 듯했다.
대성을 눈앞에 둔 경지.
‘천부적인 자질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참으로 아쉽지만, 지옥의 마공은 세상에 남겨두어서는 안 되는 악마의 무공이었다.
“내가 주인이니 손님에게 선공을 양보하지.”
사마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혁무천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결은 선공 후공이 중요하지 않았다.
팟!
미세한 소음과 함께 땅을 박한 혁무천의 신형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언뜻 보면 느린 듯했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빨랐다.
순식간에 팔 장 간격을 좁힌 그는 대천룡구검세 중 세 번째 초식인 마룡단천세를 펼쳤다.
콰아아아아!
유형화 된 검기가 용틀임하면서 사마신을 향해 뻗어갔다.
마치 한 마리 용이 앞발을 치켜들고 달려드는 듯했다.
사마신은 신중하게 혁무천의 공격에 맞섰다.
그는 지옥혈천공을 기반으로 해서 사마가의 검법, 천강십삼검을 펼쳤다.
불그스름한 강기가 검첨에서 뻗어나가며 밀려드는 혁무천의 검세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강맹한 두 사람의 기운이 허공에서 폭발하듯 퍼졌다.
허공에 살짝 떠 있는 두 사람의 발밑에서는 흙이 움푹 파이면서 썰물처럼 좌우로 밀려났다.
그 때문인지 먼지구름이 일어나 허공으로 회오리치며 솟구쳤다.
혁무천은 연이어서 광룡혈류세를 펼쳤다.
또 다시 광폭한 유형의 검기가 휘돌면서 사마신을 덮쳤다.
사마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검을 좌우로 흔들었다.
콰르르르릉!
귀청을 울리는 뇌음이 일고, 강기의 파편이 폭발하듯 퍼졌다.
과격한 동작도 없었고, 살을 에는 강기의 향연도 펼쳐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공격과 방어가 충돌할 때마다 벽력이 떨어진 듯 뇌성이 터져 나오고, 지상은 비명을 지르며 폭발했다.
두 사람의 검은 절대경지로도 설명하기 힘들 만큼 극상승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는 초인경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신화경이라고 하는 초극의 경지.
“과연 대단하구나, 무천!”
“너 역시!”
단 몇 초의 공방으로 일대 십여 장을 초토화시킨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감탄했다.
그런 와중에도 공력을 집중시켜서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혁무천은 대천룡구검세 중 뇌룡섬전세와 쌍룡분천세, 신룡승천세를 연이어 펼쳤다.
공력도 팔성에서 구성으로 높였다.
몸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공력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십 초식 안에 끝내야 한다.’
만약 한계를 넘어간다면 생명선을 두 줄까지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희생도 감수해야 할지도…….
사마신을 제거하고 지옥혈천공을 회수하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혁무천은 수십 년의 생명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마신은 혁무천의 기세가 좀 더 강해진 것을 알고 이를 악물었다.
세상에! 그토록 강한 무공을 펼치고도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단 말인가!
할 수 없이 그도 이를 악물고 공력을 십성 끌어올렸다.
지옥혈천공을 아직 대성하지 못한 터라 마기에 종속될 위험도 있지만, 잠시라면 버틸 수 있을 듯했다.
쿠과과과광!
쩌저저저정!
콰르릉, 쾅광!
인간들의 격전에서 나올 수 없는 굉음이 흑명곡을 무너뜨릴 것처럼 뒤흔들었다.
십여 장 밖에서 구경하던 정혈단원들과 동대안은 눈을 홉뜨고 뒤로 물러섰다.
혁무천과 사마신은 바위조차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의 검공을 펼치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무천! 왜 그 무공을 펼치지 않는 것이냐!”
사마신이 버럭 소리쳤다.
혁무천은 미간을 좁혔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제남에서 비천의 그자에게 펼쳤던 무공 말이다!”
혁무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설마 철명군과 싸우는 것을 봤단 말인가?
더구나 사마신이 하는 말로 봐서는 자신이 지옥명화공을 펼친 걸 본 듯했다.
그 일은 아직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뭘 잘못 본 모양이구나! 헛소리 하지 말고 내 검을 받아봐라!”
혁무천은 싸움을 일찍 끝내기 위해서 대천룡구검세의 여덟 번째 초식, 구룡파천세를 펼쳤다.
콰아아아아아!
천망검에서 솟구친 아홉 마리 청룡이 한꺼번에 사마신을 향해 몰려갔다.
허공을 가득 메운 구룡의 폭주에 사마신이 노성을 터트렸다.
“끝까지 숨기겠다면 펼치게 해주마!”
순간 그에게서 시뻘건 혈광이 폭사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옥혈천공의 마지막 단계를 강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미친 놈!’
사마신이 무리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혁무천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대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옥혈천공을 극성까지 오래 끌어올리고 있으면 심성이 완전히 마기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미친 짓하지 마라, 사마신!”
“크하하하하! 너의 그 무공을 꺼내봐라, 무천!”
사마신의 몸에서 폭사하는 혈기가 점점 짙어졌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십 장에 이르는 공간이 기의 폭풍으로 회오리처럼 휘돌았다.
‘멍청한 놈!’
혁무천은 입술을 깨물고는 대천룡구검세의 마지막 초식인 천룡멸천세를 펼쳤다.
천망검에 공력을 집중시킨 그는 천천히 사마신을 향해 뻗었다.
찰나였다.
번쩍!
순간적으로 눈부신 광채와 함께 한 마리 거대한 천룡이 검첨에서 벼락처럼 튀어나갔다.
오 장의 공간을 찰나에 건너 뛴 천룡은 붉은 혈기에 휩싸여 있는 사마신을 덮쳤다.
사마신도 마주쳐가며 검을 뻗었다.
“크하하하하! 와라, 무천!”
시뻘건 혈룡과 청룡이 서로를 향해 부딪쳐갔다.
충돌의 순간,
콰아아앙!
귀청을 찢는 일성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오 장 안에서 먼지구름이 솟구쳤다.
그때였다.
혈광과 어우러진 먼지구름 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혁무천이었다.
혁무천은 곧장 동대안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더니 손을 내밀었다.
“갑시다!”
멍하니 바라보던 동대안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혁무천은 동대안의 손을 잡아당긴 후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땅을 박차고 다시 솟구치며 초월영을 펼쳤다.
싸우다 말고 몸을 빼낸 것은 사마신에게 밀려서가 아니었다. 동대안을 구하기 위한 것만도 아니었다.
계속 싸우면 마기에 먹힌 사마신의 광기가 폭발할 것이다.
마기에 먹힌 그에게 수천 명의 양민이 죽을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서 죽일 수 없다면 광기가 폭발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상대가 없으면 사마신도 마기를 억누를 테니까.
그리고 자신 역시 폭주하기 시작한 진기를 가라앉혀야 했다.
“잡아라!”
“앞을 막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정혈단원 넷이 혁무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혁무천은 날아가던 중에 천망검을 흩뿌리듯 휘둘렀다.
천망검에서 채찍처럼 휘어져 나간 검강이 정혈단원들을 휘감았다.
떠더덩! 쩌정!
무기가 부러지고, 가슴이 갈라진 정혈단원 셋이 날아들 때만큼이나 빠르게 튕겨나갔다.
혁무천은 허공에서 몸을 틀고는, 하나 남은 정혈단원의 어깨를 박차고 다시 날아갔다.
어깨를 밟힌 정혈단원은 그대로 떨어져서 땅에 처박혔다.
다른 정혈단원들도 무기를 빼들고 공격에 가담했다.
개개인이 절정수준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거기다 마공까지 익혀서 위력은 본 실력보다 훨씬 더 강했다.
그러한 자들이 철저히 살수만을 목적으로 합공했다.
제아무리 혁무천이라지만 동대안을 옆구리에 끼고 싸우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생명선이 풀린 터라 진기마저 제멋대로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