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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1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14화

314화

 

 

이정이나 전교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중이었다. 한판 붙으려는데 혁무천이 나오니 오히려 실망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도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있어서, 물어봐봐야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을 듯했다.

“우리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장원에는 손님이 쉴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다. 장원의 주인과 가솔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빈 방도 없었다.

그 때문에 마당에서 기다리는데, 이곳은 적지나 다름없는 곳 아닌가.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해 전각 문 앞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혁무천이 누구에게 당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세상일을 어찌 안단 말인가.

암습을 할 수도 있고, 독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쪽에 가있으라는 철혈마련 무사들의 말을 무시한 것이다.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별 일은 없었으니까요.”

“다행이군. 엉뚱한 일로 거래가 무산되면 손해가 클 뻔했는데.”

혁무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동대안과 호광 쪽을 쓱, 바라보았다.

말다툼의 주역, 동대안과 호광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한판 붙어도 되는데…….”

“아마 거래가 깨졌으면 한 사람 당 은자 백만 냥은 물어내야 했을 거요.”

멀뚱거리던 동대안의 두 눈이 배 이상 커졌다.

호광은 경기라도 들린 듯 움찔 몸을 떨었다.

은자 백만 냥!

그걸 갚으려면 평생 종처럼 지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무원장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몇 마디 덧붙인 혁무천이 차가운 눈빛으로 철혈마련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은자 몇 백만 냥을 포기하더라도 무원장의 자존심은 지키겠다, 그런 말.

비룡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에 손을 얹고는, 혁무천을 중심으로 해서 옆으로 늘어섰다.

언제든 명령만 떨어지면 공격하겠다는 듯.

그들에게서 가공할 기운이 폭사하듯 퍼져나갔다.

철혈마련 무사들은 숨 막히게 하는 기운이 밀려들자 바짝 긴장했다.

우문척 역시 비룡단원들을 보고 이를 악다물었다.

‘뭐야, 저자들은?’

문밖에 서 있는 비룡단원의 면면은 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호광과 동대안 등 대다수는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반면 천위와 이정, 전교는 초면인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무위가 자신에 비해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 듯 느껴졌다.

“모두 물러서라!”

우문척은 혁무천이 나서기 전에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혁무천을 향해 말했다.

“그만 가보게. 우리도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을 것 같군.”

혁무천은 대답 대신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앞에 늘어서 있던 철혈마령대원들이 반사적으로 물러서며 좌우로 갈라졌다.

혁무천은 일정한 속도로 걸음을 내딛으며 우문척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비룡단원들이 혁무천을 따라서 쐐기 형태로 이동했다.

숫자가 훨씬 많은 철혈마령대보다 그들의 기세가 훨씬 더 당당했다.

우문척은 혁무천과 비룡단원이 정문을 나설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너무 위험해…….’

이런저런 소문을 듣긴 했다. 얼마 전에는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다.

무원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철혈마련보다 강할까.

철혈마련이 그깟 장사치들에게 밀릴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달리 생각해봐야 할 듯했다.

어차피 천하는 하나니까.

‘무천, 나는 천하를 너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

 

장원에서 나온 혁무천과 비룡단은 곧장 비양으로 향했다.

그런데 장원에서 이십 리쯤 남하했을 때였다.

저 멀리, 서쪽의 계곡 사이를 빠져나와서 날듯이 달려가는 자들이 보였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개미처럼 작았다. 입고 있는 옷의 색깔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그들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어? 정은맹 놈들인데? 한 사백 명 정도 되겠군.”

시력괴물 동대안이었다.

십 리도 더 될 것 같았는데, 그는 자신의 판단을 일 푼도 의심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 역시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대안이 한술 더 떴다.

“얼굴색이 조금 짙은 놈들이 제법 되는데? 남쪽 놈들도 함께 움직이는 것 같군.”

“…….”

“미친…….”

나름대로 동대안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거리가 십 리나 되는데 얼굴색을 알아보다니.

“어떻게 할 거예요, 오빠?”

은설 역시 동대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혁무천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것 같으냐?”

“우문 공자를 치러 가는 것 아닐까요?”

“그래.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그럼…… 저들을 막을 건가요?”

은설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녀도 정은맹의 변질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이 마도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혁무천도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담담히 말했다.

“솔직히 난 정은맹이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 해서 철혈마련을 대신해 싸우고 싶진 않아. 물론 저들을 도울 생각은 더더욱 없고.”

동대안이 슬쩍 혁무천을 보고 말했다.

“그럼 구경이나 하지 뭐. 구경은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잖아.”

“동 형이 가서 구경하고 오쇼.”

“응? 내가?”

“눈 좋은 걸로 따지면 동 형이 아마 천하제일일 거요. 그러니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오쇼.”

동대안은 눈을 두어 번 껌벅였다.

분명 칭찬 같은데……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그럼 갔다 오지.”

 

***

 

동대안의 말대로, 달려가는 자들은 정은맹 무사들이었다.

그것도 절반은 남황궁 무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은맹이 우문척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세 시진 전이었다.

우문척이 철혈마령대 일백 명을 데리고 철혈마련 무리에서 나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처음에만 해도 근처 순찰 정도로 생각했다.

정은맹을 공격하기 위해서 나선 것치고는 숫자가 적었으니까.

그런데 뒤이어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철혈대공자 우문척이 직접 나섰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도명산은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우문척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철혈마련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전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남황궁 무사들과 정은맹 무사들을 반반씩 섞어서 우문척 척살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금화도 흔쾌히 찬성했다.

그 이후 한 시진을 달려온 터, 이제 우문척이 있다는 곳이 지척이었다.

“공격을 시작하면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여라!”

정은맹 장로이자 점창제일고수 사일검객 하은곡이 소리쳤다.

남황궁의 호법존자 감여광도 뒤지지 않겠다는 듯 수하들을 다그쳤다.

“뒤지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라! 우문척은 우리가 잡는다!”

그들 누구도 멀리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철수준비를 하던 철혈마련 무사들은 달려오는 정은맹 무사들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적이 온다!”

“정은맹이다!”

그러고는 무기를 빼들고 대적할 준비를 했다.

곧 장원 안에서 우문척과 철혈마련 무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은맹 무사들은 학날개처럼 좌우로 쫙 펼쳐져서 철혈무련 무사들을 향해 내달렸다.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동대안은 평평한 바위를 골라잡고 편하게 앉아서 관람했다.

“그래, 이기는 편 우리 편이다!”

이럴 때 술이라도 한 병 있으면 더 좋은데…….

하지만 그런 동대안도 자신의 좌측 깊은 숲속에서 복면을 쓴 백여 명이 묵묵히 선 채 혈전을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사마진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장원 앞 넓은 공터를 보고 눈가에 웃음을 지었다.

“역시 신도명산이 무사대를 파견했군.”

“그 욕심 많은 자가 우문척이라는 좋은 먹잇감을 보고만 있을 리가 없지요.”

정은맹이 우문척의 움직임을 알게 된 것은 정혈단이 정보를 그들에게 흘렸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 정보는 정혈단이 던진 낚시바늘에 달린 맛 좋은 미끼였던 것이다.

“후후후, 우문척이 황산검호 능화문을 이겼다고 하던데, 어디 솜씨 좀 볼까?”

“약속하신 대로 우문척은 저에게 양보하셔야 합니다, 천주.”

“후후후, 허운, 네 실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쉽지 않을 거다.”

사마진 바로 옆에 서 있던 허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

“훗, 우문척의 심장에 검을 박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요.”

사마진이 다시 소리 없이 웃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전쟁이 벌어진 마당에 우문척이 왜 이런 외진 곳에 왔을 거라고 보느냐?”

“글쎄요.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은밀하게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은밀하게 만나야 할 사람이라…….”

아쉽게도 이랑현에서 우문척의 동선을 잠시 놓치고 말았다.

설마 이랑현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에 한 시진 정도 공백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된 듯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하던 사마진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혈광이 번뜩였다.

“혹시……?”

허운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사마진을 바라보았다.

“짐작되는 거라도 있습니까?”

“하아! 우문척을 잡을 생각만 하다가 중요한 걸 놓쳤어.”

“예?”

“우문척이 은밀하게 만날만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허운은 눈을 가늘게 좁히고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살짝 쳐들고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무천?”

“그래. 비양에 있던 놈이 아무래도 이곳에서 우문척과 만난 것 같다.”

무천이라면 허운이 항상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자였다.

언젠가는 반드시 꺾어야 할 적수.

무당의 자존심을 짓밟은 놈.

“아쉽군요. 그놈까지 함께 있었다면 한 번에 두 마리를 낚았을 텐데 말입니다.”

“허운.”

“예, 천주.”

“만약 그를 정면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다섯 조장과 함께 합공을 해라.”

“예?”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어.”

“…….”

“나는 전에 그가 싸우는 것을 봤다. 우연이었지.”

지난 겨울, 천화광을 쓰러뜨린 후 제남에 갔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가공할 대결을 목도했다.

그는 그 싸움을 멀리서 지켜본 후 이를 악물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두어 달 동안 전력을 다해 지옥혈천공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한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솔직히 나도 그를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말에, 불만스런 표정이었던 허운의 눈이 한껏 커졌다.

“정말…… 그 정도로 강합니까?”

“그래. 하지만 두어 달만 지나면 그를 이길 수 있을 거다. 지옥혈천공이 십성에 오를 테니까.”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허운이 눈을 홉떴다.

“아! 감축합니다, 천주!”

사마신은 오연한 표정으로 혈전장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허운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두어 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때 그가 마지막에 펼친 무공.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었어. 왜…….’

하지만 더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었다.

“천주, 철혈마련 놈들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사마신은 상념을 떨치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쓰러진 자는 정은맹 쪽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정은맹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 공격에 철혈마련 무사들이 밀리고 있었다.

“거리를 두고 따라간다. 놈들이 지쳤을 때 모조리 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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