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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1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13화

313화

 

 

무원장에서 비양으로 갈 무사들이 정해졌다.

비룡단과 비천의 무사대. 밀소림의 제자들. 그리고 검마보의 주요 고수들과 무원장에서 선별한 무사 삼백.

무사들의 얼굴에는 전쟁터에 간다는 긴장감보다 호기심이 더 강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들은 무원장을 나서자마자 서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땅 위를 스치듯 경공을 펼치며 달린 그들은 오시가 될 때쯤 대별산맥 최북단인 비양에 도착했다.

비양은 그리 크진 않지만, 남양에서 하남의 중앙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요지였다.

그 때문에 객잔도 많고, 장사꾼도 많았다.

그리고 그 장사꾼 중에 무원장과 많은 거래를 하는 운현장이 바로 비양을 근거지로 삼고 있었다.

혁무천 일행은 일단 운현장에서 운영하는 대형 객잔 두 개를 통째로 빌렸다.

당분간은 그 객잔을 거처로 삼고 전황에 대응할 생각이었다.

 

풍마문 삼대 삼조장 인평이 혁무천 일행을 찾아온 것은 유시 무렵이었다.

그는 수향에서 벌어진 혈전 상황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것처럼 자세히 말해주었다.

“양측에서 이천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수향의 대평원이 온통 시신으로 가득차고 누런 땅이 붉은 피로 물들었습니다.”

“우문척과 황산검호가 대결을 벌였는데 결국 우문척이 승리하고 황산검호 능화문이 죽었습니다.”

“신도명산과 우문강천도 백초 대결을 펼쳤습니다만 승부를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전체적인 싸움 결과는 비긴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묵묵히 풍마문 정보원의 설명을 듣고 있던 혁무천이 불쑥 물었다.

“정혈단은?”

“저희도 그들이 나타날지 몰라서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만,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예상 외였다.

혁무천은 그들이 반드시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어느 쪽을 공격하든.

그런데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니.

전부터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이번 일 역시 왠지 모르게 이상했다.

‘사마신이 누군가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건가?’

사실이라면 상대가 누구란 말인가.

무엇을 노리고 있단 말인가.

그가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인평이 마저 말했다.

“철혈마련과 귀천교는 방성으로 물러나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은맹도 양성진까지 후퇴한 상황입니다.”

“만마성의 현재 위치는?”

“조양까지 북상했다는 연락만 받았습니다.”

“성주가 직접 나섰소?”

“예, 장주.”

아직도 조양에 있다면 당장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다는 말이다.

아마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다음 움직일 생각인 듯하다.

“패왕문과 사도맹도 황하를 건넜다고 하던데.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고 있소?”

“아직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것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풍마문의 정보망은 셋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마도 패왕문과 사도맹에 대한 정보는 다른 조가 책임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인평이 뜻밖의 말을 했다.

“대정문이 은밀하게 하남으로 들어오고 있다 합니다.”

혁무천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대정맹이 움직일 거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빠른 움직임이었다.

“인원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소?”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만 해도 최소한 이천 명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정맹이 마황궁을 무너뜨리자 수많은 정파의 무사들이 대정맹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특히 사천의 정파 무사들이 대거 장안으로 향하면서 맹도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천 명이라는 숫자도 현재의 대정맹에는 부담 가는 숫자가 아니었다.

“알았소. 뭐든 중요하다 생각되는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시오.”

“알겠습니다, 장주.”

 

다음날 아침, 어떻게 알았는지 철혈마련의 전령이 혁무천을 찾아왔다.

“소련주께서 장주님을 뵙고자 하십니다.”

“우문척이?”

전령은 소련주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혁무천을 슬쩍 올려다보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어디 있소?”

“이랑현에 계십니다.”

이랑현은 비양에서 칠십 리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가보실 거예요?”

은설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묻자, 혁무천이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만나자면 못 만날 것도 없지.”

지금 상황에서 우문척을 만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만나봐야 할 상대였다.

“설마 혼자 가시려는 건 아니죠?”

“물론이지. 비룡단원을 데려갈 거다.”

 

***

 

혁무천은 비룡단원만 대동하고 거처인 객잔을 나섰다.

우문척은 이랑현에서도 남쪽으로 이십 리 정도 내려온 곳, 담장조차 군데군데 부서진 허름한 장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혁무천 일행이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자, 도열해 있던 철혈마령대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다.

모두 오십 명쯤 되었는데, 마치 날선 칼날이 거꾸로 세워져 있는 듯했다.

어지간히 간이 약한 사람은 그들 사이를 걸어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눈빛이 차가웠다.

동대안이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피 좀 보더니 눈깔에서 살기가 팍팍 뿜어지는군.”

철혈마령대원들이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동대안에게로 향했다.

그 중 몇 사람이 참지 못하고 풋, 소리를 내며 웃었다.

개중에는 대놓고 비웃는 자도 있었다.

“저것도 눈깔이라고…….”

“토끼똥 같군.”

“뭐가 보이긴 하나?”

동대안은 그 말에 씩 웃고는,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서 대답했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보면 그것이 꼭 요만하더군.”

철혈마령대원들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혁무천 일행은 킥킥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꼬챙이에 눈깔이 찍혀봐야 정신을 차리지.”

쿵! 쿵!

장대산도 장봉으로 바닥을 찍어서 자신의 웃음을 대신했다.

그렇게 전각 앞에 도착하자, 전각의 문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무뚝뚝한 표정의 장한이 말했다.

“안으로는 장주만 들어가십시오.”

혁무천은 토를 달지 않고 비룡단원들에게 말했다.

“잠시 쉬고 있으쇼.”

 

혁무천은 장한이 문을 열어주자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의 중앙에 달랑 탁자만 하나 있고, 그 탁자 건너편에 우문척이 홀로 앉아 있었다.

혁무천은 별말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서 맞은편에 앉았다.

우문척이 직접 주전자를 들어서 찻잔에 차를 채워줬다.

“시비가 없으니 이해해. 조금 식긴 했지만 마실 만할 거야.”

“한참 정신이 없을 텐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내려와서 불렀지?”

혁무천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묻자, 우문척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래할 것이 있어서.”

“거래?”

“그래, 거래. 아마 지금까지 한 어떤 거래보다 클 거다.”

“흐음, 그래? 어디 말해 봐. 어떤 거래를 하자는 건지.”

“정은맹을 치는데 무원장이 힘을 보태주면 좋겠어.”

“정은맹을 치는데 도와달라?”

“맞아. 이번 일을 도와준다면, 우리 철혈마련의 모든 물품 공급을 무원장에 삼십 년 동안 맡기겠다.”

일 년에 삼십만 냥만 잡아도 족히 천만 냥은 된다. 오십만 냥이면 천오백만 냥이고.

“호오, 굉장한 조건이군. 그리고 또? 설마 그게 전부인가?”

혁무천이 더 바라는 것처럼 묻자, 우문척의 이마에 골이 깊게 파였다.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가?”

“사실 삼십 년 물품 공급이라면 엄청난 거래긴 해. 하지만 정은맹과 거래를 해도 그 정도 조건은 받아낼 수 있어.”

“뭐야?”

상대를 앞에 놓고 적과 거래할 수 있다는 말을 하다니.

우문척은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혁무천은 눈썹 한 올도 끄떡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신도명산과는 거래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

우문척은 놀림을 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쉬운 사람은 자신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봐.”

“없어. 아무 것도.”

조건이 불만인 듯 이야기하더니,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다?

우문척은 혁무천의 말뜻을 눈치 채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도와줄 수 없다는 건가?”

“무원장은 이번 싸움에서 중립을 지킬 생각이야. 누가 우리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전쟁이 시작된 이상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래서 천하에 알리라고 했지. 상대가 누구든, 우릴 건드린 자는 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우문척은 입을 꾹 다문 채 혁무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전이었다면 코웃음 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혁무천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원장이 천하쟁패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걸 그도 아는 것이다.

그런데 혁무천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철혈마련은 우리 무원장의 큰 거래처이니, 정은맹과의 싸움을 돕지 못하는 대신, 정혈단을 잡는 건 도와주지.”

우문척의 눈이 번뜩였다.

정혈단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 마도의 승산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정말이냐?”

“싫으면 말고.”

“싫다는 게 아니라…….”

“싫지 않다면 받아들이는 걸로 알지. 나도 삼십 년 물품 공급하는 정도로 만족하겠어.”

혁무천의 말에 우문척의 눈이 커졌다.

뭔가 계산이 이상했다.

“그건 정은맹을 칠 때 도와주는 조건…….”

“정은맹 대신 정혈단 잡는 걸 도와준다고 했잖아? 무슨 남자가 자꾸 토를 달아? 천화광도 그렇게 토를 단 적이 없는데.”

“…….”

우문척은 입을 꾹 닫고 혁무천을 노려보았다.

지금 뭐라고 하면 천화광만도 못한 남자가 될 판이다.

할 말이 많은 데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혁무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일어나지. 설마 천하의 우문척이 나중에 딴 소리하는 건 아니겠지?”

우문척도 이를 갈면서 일어났다.

이제 와서 조건을 바꾸겠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하긴 정혈단을 제거하고 정은맹을 멸한다면 그깟 물품공급이 대수랴.

“걱정마라. 약속은 반드시 지킬 테니까.”

 

혁무천은 우문척과 일각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방을 나왔다.

일행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혁무천이 나올 때쯤 묘한 기류가 흐르는 중이었다.

비룡단원과 철혈마련 고수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인원은 철혈마련 무사들이 훨씬 많았다. 적게 잡아도 세 배는 될 듯했다.

그런데 비룡단원은 느긋했고, 철혈마련의 고수들은 강적을 맞이한 사람들처럼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이미 기세싸움을 벌인 듯 몇 명은 안색마저 창백했다.

혁무천은 안에 있으면서도 대략적이나마 밖에서 벌어진 일을 눈치 채고 있었다.

세상일이라는 건 꼭 눈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혁무천 정도의 고수라면 기의 파동과 세기, 파문처럼 퍼져가는 기의 움직임만 봐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 밖에서 티격태격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깔도 쥐새끼 같은 놈이 주둥이도 더러워서 쥐처럼 찍찍거리는군.”

“생긴 건 산적질도 못해먹게 생긴 놈이 말은 많네.”

“어이, 동 형. 지금 산적을 우습게 보는 거야?”

“장사꾼들 뒤나 빨아대는 것들이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까고 있네. 지들은 뭐가 그리 대단해서. 정은맹 똘마니들한테도 발린 것들이…….”

“뭐야?”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기의 파장이 터져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혁무천이 일어난 것은 그 다음이고.

그래도 혁무천과 우문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터라 직접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고 눈싸움만 했다.

혁무천이 은설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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