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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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38화
338화
사람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목량을 바라보았다.
순둥이 같은 목량이 우문소소를 부인으로 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한 표정이었다.
“내가 뭘 믿고 너에게 소소를 준단 말이냐?”
우문강천은 화를 최대한 참고 말했다.
이곳은 무원장. 자신이 아무리 철혈마련의 주인이라 해도 함부로 손을 쓸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언제 자신이 그런 것을 따지고 손을 썼던가.
“우문 소저는 여기에 있는 동안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련주께서 허락만 해주시면, 제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우문 소저를 행복하게 해드릴 겁니다.”
“흥! 그깟 행복은 철혈마련에 가서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나는 그보다, 네가 과연 우리 소소를 얻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가 더 궁금할 뿐이야.”
그때 마침 우문척과 돌아온 무천이 말했다.
“목량은 저희 무원장의 군사입니다. 그리고 아주 똑똑하고 대단한 능력을 지닌…… 제 동생이지요.”
우문강천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재산도 은자 백만 냥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목숨을 던진 적이 있을 정도로 용기가 있는 사람이지요. 그 정도면 따님의 행복을 책임질 자격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 말을 들은 우문강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가? 저 친구가 우리 소소를 위해 목숨이라도 던졌단 말인가?”
“지금 목량은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님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가 입은 부상이지요.”
우문강천의 눈빛이 조금 풀어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고맙군.”
“아닙니다, 련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목량이 조금도 자랑하지 않고 담담히 답하자, 우문강천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무원장의 군사. 백만 냥의 재산.
그리고 우문소소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고 했던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천의 동생이라는 점에 마음이 동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흥! 어쨌든 지금 당장은 소소를 너에게 줄 수 없다. 대신 기회는 주마. 너에게 소소를 줄지 안 줄지는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
그 정도면 절반은 허락한 셈이다.
목량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련주!”
그때 무천이 목량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목량.”
“예, 대형.”
목량이 일어나자, 무천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내 동생이다. 천하의 누구에게도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나는 내 동생이 누군가에게 모욕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죄송합니다, 대형.”
“오늘만큼은 봐주겠다. 장인이 될 분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모욕이 아니니까.”
“…….”
우문강천은 이마를 씰룩였다.
그는 무천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바로 눈치 챘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동생이 모욕을 당한 셈이 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장인이라는 말을 콕 집어서 끼워 넣지 않았는가 말이다.
교묘한 무천의 말에 천하의 철혈마련주도 뭐라 말하기가 애매했다.
그런데 무천과 함께 돌아온 우문척이 말했다.
“하긴 무원장주의 동생 정도라면 내 처남으로서 부족하지 않을 것 같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버님?”
“으으음, 그건 그렇다만…….”
딸이 없는 철혈마련이 휑하게 느껴져서 데려가려고 왔다.
그런데 무천의 말을 받아들이면, 무작정 데려가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재빨리 머리를 굴린 그가 말했다.
“척아까지 그리 말하니 깊이 생각해 보마. 어쨌든 결정을 내릴 동안은 련에 있어야 한다.”
끝까지 우문소소를 데려가려 하자, 목량이 급히 무천에게 전음을 보냈다.
무천은 잠시 생각하고서 우문강천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말해보게.”
“우문 소저도 목량 곁을 떠나 철혈마련에서만 지내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철혈마련과 무원장을 보름씩 오가게 하는 거지요.”
그 정도라면 우문강천도 큰 불만이 없었다.
“흐음, 알겠네. 그럼 그렇게 하지. 단, 오늘은 딸을 데리고 가겠네.”
무천도 자화미, 아니 다시 우문소소가 된 그녀가 먼저 철혈마련으로 가는 걸 바랐다.
없으면 그만큼 신경이 덜 쓰일 테니까.
“좋습니다. 목량, 가서 그리 말을 전하도록 해라.”
목량은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자화미가 내준 숙제를 해결한 셈.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예, 대형!”
***
결국 다시 우문소소가 된 자화미는 우문강천을 따라 무원장을 떠났다.
그날 우문강천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냉혈의 마제, 철혈마제의 얼굴에 부드러운 아버지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오죽하면 무천조차, 자화미가 떠난 것이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날 저녁, 무천은 비밀리에 찾아온 사람 때문에, 자화미가 떠난 홀가분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놀랍군요. 귀하가 직접 나를 찾아오다니.”
무천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놀랍게도 남황궁의 주인인 주금화가 앉아 있었다. 자시가 다 된 시간, 은밀하게 찾아온 그가 독대를 요구한 것이다.
“큰 장사꾼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지.”
“사람도 사람 나름이지요. 귀하처럼 위험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안 만나는 게 좋지요.”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네.”
“농담하려고 오신 거라면 제가 농담 잘하는 분을 소개시켜드리지요.”
“사람 참 재미없긴…….”
“그게 아니라면 본론을 말씀하시지요. 아! 정 말씀하시기 뭐하시면 제가 먼저 하나 물어볼까요?”
“그러게나.”
주금화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자 무천이 툭 던지듯 물었다.
“정혈단과 어떤 사입니까?”
“…….”
생각지 못한 질문에 주금화의 입술이 달라붙었다.
“이런, 제 추측이 사실이었군요.”
무천의 그 말에, 이번에는 주금화의 이마가 일그러졌다.
자신이 넘겨짚은 말에 당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상대하기 쉬운 친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하군.”
“저, 알고 보면 단순한 사람입니다.”
“…….”
“이제 어디 말씀해보시지요. 말씀하기 어려우시면 제가 궁금한 것 하나 더…….”
무천이 더 말하기 전에 주금화가 급히 말문을 열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나?”
“손을 잡자? 남황궁과 무원장이 말입니까?”
“그래. 어떤가?”
“이제 정은맹은 싫증나신 겁니까? 아니면 이용가치가 없어졌습니까?”
“나는 정은맹을 이용한 적이 없네. 신도명산과 나는 거래를 하는 관계였을 뿐이야. 그런데 거래라는 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깨지는 거 아닌가?”
“거래요?”
“그래. 천하를 놓고 거래를 했지.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그리고 나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지. 그가 전쟁을 서두르는 바람에 남천에서 올라온 수하 사천 명을 잃었거든.”
“최근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남황궁의 무사가 일만에 이른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군요.”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받았군.”
“그럼 일만 명이 안 된다는 겁니까? 중원에서 사천 명을 잃고도 담담하신 걸 보면 사실인 것 같습니다만.”
“그게 아니네. 남황궁의 무사는 삼만 명이 조금 넘네.”
“삼만…… 명?”
“남황궁 총단에만 일만 명이 있지. 아마도 그곳의 무사들 숫자만 들은 모양이군. 남황궁 무사는 총단 외에도 다섯 곳에 나누어져 있네. 다 합치면 아마 삼만삼천 명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개 무림 문파의 문도 숫자가 삼만삼천 명?
참으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 전쟁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황궁의 고수들은 중원의 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마도연합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 중에는 남황궁 무사들을 얕본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삼만 명이 넘다니!
몸뚱이가 온통 간으로 된 무천도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굳이 무원장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무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하자, 주금화가 무천의 두 눈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내 꿈은 무림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네.”
“무림이 아니라면…….”
“무림은 그저 수단일 뿐이지.”
“…….”
순간적으로 무천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금화를 바라보던 그의 고개가 살짝 틀어졌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를 닮은 듯했다.
순간,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팔왕야 주성유.
눈매와 귀가 그와 비슷했다. 아니, 판박이처럼 닮았다.
문득 주금화의 말을 떠올린 무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꿈이 무림 장악이 아니라면,
“혹시…… 성이 주 씨 아닙니까?”
“맞네. 나는 주금화라 하네.”
남황궁.
그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것은 주금화가 황족이기 때문이었다.
“황족이 무림의 일에 끼어들었는데, 무림장악이 목적이 아니다? 그거 참 무서운 말이군요.”
“무서울 것 없네. 자넨 모르겠지만, 구중천에서는 그 정도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거든.”
“궁주께서는 무림 장악에 관심이 없다 하셨는데, 저는 황궁에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성공하면, 세 가지 혜택을 주겠네. 그 중 하나로, 이십 년 동안 황궁의 모든 물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게 해주지.”
이십 년 황궁 물품 독점 공급!
정말 그 일이 이루어진다면 고금제일의 부자가 될 것이다.
천화상단조차 황궁의 물품 중 이 할을 공급할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천하제일상가가 되었지 않은가.
그럼에도 무천은 담담하게 물었다.
“두 번째는 뭡니까?”
주금화의 눈이 슬쩍 커졌다.
정말 배포 하나는 천하제일인 놈이다.
“내 친구가 되는 것이지.”
지금의 주금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황제가 되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황제의 친구.
그건 결코 가벼운 제안이 아니었다.
천하에서 황제의 친구를 건드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무천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건 제가 조금 손해인 것 같군요.”
“손……해?”
“당연히 손해 아닙니까? 제가 훨씬 젊은데.”
“…….”
주금화는 어이가 없었다.
은근히 오기가 생긴 그는 마지막 제안을 마저 말했다.
“세 번째는…… 자네에게 왕위를 내리겠네.”
그건 정말 엄청난 제안이었다.
이번에는 무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개 무부, 아니 상인에게 왕위라니!
“정말 굉장한 조건이군요.”
“마음에 드나?”
“세상에 그 세 가지 조건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 생각한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그 모든 것도, 궁주께서 천하의 주인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문제군요.”
“그래서 손을 잡자고 하는 걸세. 나와 자네가 손을 잡았을 때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니 팔 할은 되겠더군.”
“다 좋은데, 저는 제가 원하는 일만 처리하면 설아와 함께 천하를 여행할 생각입니다.”
“여행?”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합니까? 작위가 아무리 높은들 무슨 소용입니까?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즐겁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것을.”
담담한 무천의 말을 듣고, 주금화는 그가 정말 그럴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이없게도 무천이란 놈은 억만금의 돈도, 왕의 작위도 욕심내지 않았다.
“자네…… 어디서 도라도 닦다가 나왔나?”
“기회가 되면 한번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설아가 싫어할까봐 걱정입니다. 도를 닦다 보면 몇 달씩 동굴 안에서 지내기도 한다는데…….”
그놈의 설아, 설아!
주금화는 얼굴을 무천 쪽으로 내밀며 나직이 말했다.
“깊이 생각해 보게. 나와 손을 잡는 게 나을지, 아니면 남황궁의 삼만 무사를 모두 중원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나을지. 아, 어쩌면 오만 명이 넘을지도 모르네. 남쪽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장강을 넘어오고 싶어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