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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3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34화

334화

 

 

“오늘 이후로 강호가 재편되겠군.”

“그리 된다고 봐야겠지요.”

오늘 이후 마도의 힘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게 분명하다.

물론 정은맹과 대정맹도 막대한 피해를 본 상태이긴 하나, 정파에는 구문팔가의 뿌리가 남아 있지 않은가.

이제는 엇비슷한 상태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강호가 될 것이다.

“정파 쪽이 조금 유리한 국면이 되겠군.”

“마도 쪽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자네가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 천하의 판도가 달라지겠지.”

철명군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혁무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혈단 제거 외에는, 무림의 전쟁에 끼어들 마음이 없습니다.”

“이미 끼어든 거 아닌가?”

“그저 고객 보호 차원에서 나선 것뿐이지요.”

그 말에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중 한 사람, 중리안이 물었다.

“고객을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건가? 대정맹도 고객이고, 만마성과 철혈마련도 무원장의 고객 아닌가?”

무원장의 고객은 어느 한쪽만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고객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애매한데,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모두가 엉뚱한 궁금증을 품고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조금도 어려울 것 없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

“적절한 때에 나서서 더 이상의 불상사를 방지할까 합니다.”

“…….”

너무나 쉽고 단순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말로만 쉽지, 현실에 적응시키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어떻게……?”

철명군조차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으려 했다.

그런데 말 한마디 꺼내기 무섭게 혁무천이 전장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흠, 조금만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 같군요.”

너무도 자신만만한 그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전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철명군은 문득 혁무천의 생각을 짐작하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

“자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람이군.”

혁무천은 재빨리 변명을 했다. 옆에 은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저 순한 사람입니다. 제가 정말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 누구도 그를 순하게 보지 않았다.

순하기는커녕 그 말을 들으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은설만 빼고.

“맞아요. 오빠가 얼마나 순한 사람인데요.”

“…….”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한 가지 속담을 떠올렸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했던가?

동대안은 ‘끼리끼리 잘 노는군.’이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입술만 씰룩거렸고.

 

전장에 서 있는 자는 사오천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일만 수천 명이 싸움을 시작한 걸 생각하면 참으로 오금이 저리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서 있는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상황.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시신이 없는 곳이 없었다.

시뻘건 시체 밭에 서서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대부분 제정신이 아니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지금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마저 있었다.

양측의 절대고수들은 그 와중에도 치열한 대결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 있는 사람보다 쓰러진 사람이 더 많아지자, 투지가 서서히 식어갔다.

그러는 사이 또다시 일천 명이 쓰러졌다.

치열하게 싸우던 양측의 무사 중 상당수가 공격의 손길을 늦추었다.

혈해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기분.

전쟁의 참혹함이 피에 대한 공포를 잊게 만드는 한편 투지마저 희석시켰다.

이대로 싸움이 조금만 더 이어져도 양측이 전멸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의지를 짓눌렀다.

내상을 입은 채 뒤로 처졌던 우문강천과 천양묵은 물론이고, 그때까지도 접전을 벌이던 신도명산과 주금화, 우문척과 공손두 등 양측 최강의 고수들 모두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 상황은 절대 그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다른 뜻을 품고 있던 주금화조차 짜증이 나고 당혹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은 정은맹이 마도와 함께 무너져선 안 된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주어야만 강호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무를 수 있다

그래야만 강호의 힘을 이용해서 천하를 노릴 수 있다.

단순히 무림의 강호만이 아닌, 천하를!

모든 걸 지우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정혈단이 무천이란 놈에게 당하지만 않았어도……!’

바로 그때,

남쪽에서 혁무천과 무원장의 고수들이 나타났다.

 

혁무천과 무원장의 강함을 잘 아는 양측의 고수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는 상황.

약간의 변수만 나타나도 전황이 변할 판에 무천과 무원장의 고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공포의 정혈단조차 물리친 자들이.

그들이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 전황은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아니, 그들이 편드는 쪽이 이길 게 분명하다.

정파와 마도의 수장들은 손발을 늦추며, 무천과 무원장 고수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봤다.

오직,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정문 무사들을 지휘하던 이사명만이 눈빛을 기이하게 빛냈다.

 

혁무천은 혈전이 벌어진 혈해의 경계선에서 멈춰 섰다.

그의 좌우에 철명군과 중리안, 천위, 이정, 전교, 율이명, 운정 등을 비롯한 고수들이 천공으로 날아오르려는 대붕의 날개처럼 늘어섰다.

혁무천은 문득 사천에서 만인혈사가 벌어졌던 그날의 광경을 떠올렸다.

그때도 일만이 넘는 무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대초원은 시신으로 뒤덮였고, 녹색의 평원이 온통 붉었었다.

‘결국 그날의 일로 마도의 천하가 되었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백 년 동안 죄도 없이 죽어갔다.

은설의 아버지도 그런 희생자들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야 그날의 일이 왜 잘못되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왜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리고 형제들이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도…….’

전날 밤, 각성을 한 대가로 그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대가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그저 사실을 알게 된 것일 뿐.

그 사실 중 하나가 바로 경덕진에서의 일이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죽어간 일…….

아버님이 광천마의 아들이라는 사실, 경덕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구문팔가에 알린 사람이 바로…… 조부였다.

심지어 마공을 익혔다는 말까지 흘렸다.

왜?

바로 자신 때문이다.

조부는 특이한 체질인 자신을 후계자로 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결사반대했다.

아들만큼은 절대로 마도의 사람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어머니와 그렇게 약속했다며.

혁씨 성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왜 원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후계자로만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옥화의 주인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걸.

손자를 이용해서 세상을 마도천하로 만들려 한다는 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손자를 마에 바치려 한다는 걸!

결국 할아버지가 자신을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사라지는 것.

거기다 복수심까지 심어주면 더더욱 좋을 거라 생각한 듯했다.

결국 구문팔가의 고위 장로들은 조부의 말을 믿고 경덕진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부모님과 형제들을 죽였다.

다만,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악독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 기억은……

지옥화를 익히는 과정에서, 모두 할아버지가 심어 놓은 것이었다.

과장을 해서 복수심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오직 지옥화를 완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경덕진에서 죽은 사람의 대부분은, 할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죽었다.

할아버지의 목적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신은 마천제가 되어서…… 만인을 죽였다.

구문팔가를 철저히 짓밟으며!

‘할아버지. 저는 이제…… 혁씨 성을 버릴 겁니다. 당신을 원망하지만, 한을 품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이제 혁무천이 아닌…… 무천이니까요.’

혁무천이, 아니 이제 무천이 된 그가 자신의 계획을 살짝 튼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과거 자신에게 죽어간 사람들 대부분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셈이었다.

그들에게 미안했다.

씁쓸한 마음을 가라앉힌 혁무천, 아니 무천은 싸움이 멈춰가는 곳을 향해 말했다.

“싸움을 멈추시오!!!”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묵직한 느낌이 사람들의 뇌리를 짓눌렀다.

그래서인지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도 대부분 손을 멈추고 무천 쪽을 바라보았다.

“검을 내리고 이야기 좀 나눕시다!”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냐?”

양측의 수장들 중 거리가 가장 가까운 우문강천이 소리쳐 물었다.

무천이 대답했다.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 거요!”

“……!”

우문강천, 천양묵, 신도명산, 주금화. 그리고 이사명까지. 각 세력의 수장들은 무천의 말에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우문척과 공손두, 악사광 역시 묘한 표정이었고.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했다.

싸움을 끝내자는 게 아니라.

그 말의 의미는 천양지차였다.

그런데……

“건방진! 어디서 어린놈이 함부로 나서느냐!”

마도연합 쪽에서 육순의 노인이 성큼 성큼 나서며 노성을 내질렀다.

신월처럼 휘어진 칼을 든 노인은 중원팔마 중 일인, 유혼마 맹등평이었다.

그도 무천에 대해 듣긴 했다. 하지만 오만한 그는 무천의 강함을 인정할 수 없었다.

“강호의 어른들이 오냐, 오냐 해주니 네놈이 진짜 잘나서 그런 줄 아느냐?!”

이십여 장 거리까지 다가온 그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도 찜찜한지 그 이상 다가오지는 않았다.

천하의 사대천마 둘이 인정한 고수 아닌가 말이다.

그때였다.

“보아하니 이제 겨우 육순 정도로 보이는데…… 노부 앞에서 강호의 어른 운운하다니.”

철명군이 담담히 말하며 뒷짐을 진 채 앞으로 나섰다.

체구가 우문강천 만큼이나 장대한 그가 나서자, 맹등평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철명군의 장대한 체구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 것이다.

“그대는 누구신가?”

“나? 철명군.”

“철명군? 처음 들어보는 친구군.”

맹등평이 말하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자 안 그래도 염소를 닮은 그의 얼굴이 더욱 이상하게 보였다.

“친구? 노부는 너처럼 못생긴 친구를 둔 적 없다.”

“뭐라?”

맹등평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때 중리안이 훌쩍 몸을 날려서 철명군보다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형님, 그자는 저에게 맡기시지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

철명군은 순순히 중리안에게 맹등평을 양보했다. 솔직히 맹등평 정도는 그의 상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천위가 터벅터벅, 한 걸음에 이 삼장씩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왔다.

“두 분 어르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 있겠습니까? 제가 처리하지요.”

맹등평의 붉어지던 얼굴이 연기가 솟구칠 것처럼 시뻘게졌다.

“이…… 감히 나 맹등평을 뭐로 보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 저 건방진 작자들이 겁을 먹진 않아도 안색 정도는 변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세 사람에게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한 사람만 자극했다.

“잠까아아안-! 맹등평의 목은 제 겁니다!”

동대안이 소리치며 나왔다.

그는 맹등평을 죽여야만 할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섬혼을 받는 대가로 그를 죽여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의 부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동 형은 쉬시오. 몸도 안 좋으면서…….”

천위가 그 점을 짚으며 말하자, 동대안도 멈칫했다.

“이런 개새끼들이 진짜……!”

맹등평이 콧김을 푹푹 뿜어내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천위가 훌쩍 몸을 날리며 검을 뽑았다.

맹등평은 날아드는 천위를 향해 마주 몸을 날렸다.

“오냐, 이놈! 네놈의 목을 따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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