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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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28화
328화
“목량,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느냐?”
혁무천은 느긋이 차를 마시며 물었다.
조금 전에 무원장에서 전령이 왔는데, 올 여름까지 팔기 위해 쌓아 놓은 물건들이 바닥을 보이기 직전이라고 했다.
무림의 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대상인들이 앞다투어 전쟁 물자와 생활 물자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가격도 많이 올라서 백리양은 돈을 세기 바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오래 가지는 않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보름 정도면 결판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마도는 그동안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누려왔습니다. 한마디로 적다운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할 겁니다.”
“그래서 보름 안에 끝이 날 것 같다?”
“예, 대형.”
“흠, 보름이란 말이지…….”
혁무천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되뇌었다. 목량이 그 모습을 보고 넌지시 물었다.
“대형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혁무천이 목량을 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펴며.
“사흘…… 길면 닷새 안에 전쟁은 끝난다.”
“예?”
“백리양에게 연락해서, 전쟁과 관련된 물건들을 모두 팔아치우고, 사들이는 건 미루라고 해.”
“대형, 왜 그런 결론을 얻으셨는지……?”
목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제 저녁에 나를 죽이려는 살수가 찾아왔다. 그래서…….”
혁무천은 이틀 전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살수를 보낸 사람이 정은맹주 신도명산이라는 것도.
목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혁무천이 왜 길어도 닷새 안에 전쟁이 끝난다고 했는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살수가 찾아온 것과 전쟁이 일찍 끝나는 게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우문강천도 그렇고, 마도의 수뇌부는 살수에게 당하는 걸 원치 않을 거다. 그럼 별 수 있나? 일찍 끝장을 내는 수밖에.”
그들은 지쳐서 며칠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을 것이다.
백마곡의 살수들이 밤마다 귀신처럼 나타나서 목을 노릴 테니까.
“……”
“더구나 만마성과 마천문이 올라오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겠지.”
만마성주 천양묵이 때맞춰서 올라올 것은 혁무천도 알고 있었다.
의외라면 마천문의 합류였다.
아침 일찍 풍마문에서 급히 알려오지 않았다면 혁무천도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마천문의 움직임은 예상 밖이었다.
사천성도 숨죽이고 있던 정파가 들고 일어나서 긴장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손두가 일천 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일천 명이라면 많은 인원은 아닐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복수 때문인가, 아니면 오만인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로 인해 마도의 전력에 변수가 생겼다.
“살수를 불러들인 신도명산도 일이 그렇게 흐르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거다.”
목량은 아연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그럼…… 정은맹이 무너지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대정맹도 그건 원하지 않을 테니까.”
“아, 그렇군요.”
지난번에도 대정맹은 정은맹을 도와주었다. 물론 돕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마도를 치기 위해서 움직인 것이긴 하지만.
“누가 이기든 당분간은 대규모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거다.”
“지는 쪽은 망할 수도 있겠군요.”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먹고 산다고 했지. 세력이 약해질 뿐 망하지는 않을 거야. 정파도 당장 마도의 뿌리를 뽑을 정도로 강하지 않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공격을 멈출 거다.”
“그럼 정파와 마도가 공존하게 되는 셈인가요?”
“본래 강호는 그런 곳이었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야. 문제는,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면……?”
“정혈단이 최종 변수가 될 거다.”
거기다 혼돈의 힘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고민하던 목량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정혈단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겠군요.”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예?”
“구경하고 있다 보면 나타날 거다. 지금쯤 몸이 달아 있을 테니까.”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사마신은 흑명곡에서 막혔던 벽을 뚫고 혼돈의 힘이 가진 진체를 얻었다.
힘을 얻은 자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은 법.
사마신은 흥분을 가라앉힌 채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피는 좀 보겠지만, 어쩔 수 없지.’
혼돈의 힘은 얻은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보름달이 뜬 그날, 자신도 잠자던 힘이 어느 정도 깨어난 상태였다.
대신 십오 년의 생명이 줄어들었지만.
***
마도연합 진중에서 일단의 무리가 길을 나섰다.
모두 오백 명쯤.
전체 인원에 비하면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들은 제법 빠른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동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 후 일각쯤 지나자, 다시 오백 명이 진중을 나섰다.
선두에서 걷는 자는 덩치가 커다란 우문양이었다.
우문강천은 두 아들이 이끌고 가는 철혈마련의 정예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싸움이 철혈마련의 오십 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문홍이 좌측 일보 뒤에서 말했다.
“만마성과 마천문 정예 이천 명이 오늘 아침에 산명을 지났다고 합니다.”
“무난히 시간을 맞출 수 있겠군.”
“예, 련주. 그런데 마천문에서는 공손락이 오지 않고 공손두가 왔다고 있다 합니다.”
우문홍의 말을 듣고 우문강천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들인 우문척만 해도 자신에게 뒤지지 않는 능력을 얻었다.
사마신이란 놈 역시 혈왕을 죽음으로 내몰 만큼 강했다.
그리고 무천이란 놈…….
그놈의 능력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모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면 공손두 역시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묘한 일이군. 젊은 고수가 한 번에 이리 많이 나온 적이 있던가?’
어쨌든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만큼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도 출발한다. 다른 곳도 출발하라고 하라!”
“예, 련주!”
마도연합의 전진하는 모습은 학이 머리를 앞세운 채 날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되었다.
우문척이 부리였고, 우문양이 목이었다. 몸통은 일대고, 이대와 삼대, 사대, 오대는 양쪽 날개가 되었다.
이번에는 북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적에게 미리 경각심을 줄 이유가 없었다.
옅은 구름이 긴 오후, 날개 길이가 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학 한 마리가 동쪽으로 날아갔다.
***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신도명산은 보고를 받고 거처에서 나왔다.
“몇 명이나 되느냐?”
“오백 명 정도로 보입니다. 우문척이 이끌고 있습니다, 맹주!”
“오백 명?”
“그 뒤에 오백 명이 더 따라오고 있습니다!”
신도명산은 이마를 찌푸렸다.
백마곡의 살수에게 내린 명령이 절반만 이행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무천이란 놈을 죽이지 못한 건 짜증나는 일이지만, 그래도 철혈마련의 고위 간부 셋을 죽였다고 했다.
아마 그 일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오는 것일 게 분명하다.
그런데 숫자가 일천 명이라는 게 의외였다. 우문강천답지 않았다.
“고작해야 일천으로 공격에 나섰다? 무슨 꿍꿍이지?”
그 사이 주금화와 정은맹의 간부들이 모여들었다.
“선봉대겠지요.”
사십 대 중반인 중년사내 하나가 나서며 말했다. 제갈세가의 사람인 제갈민으로, 최근에 영입되어서 정은맹의 사대군사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었다.
“아마 선봉을 앞세워서 간을 본 다음 본격적인 공격에 나설 겁니다.”
“그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는가?”
“조금 전 보고에 의하면, 만마성 무사들이 북상하는 중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방어를 하면서 적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그때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왔다.
“고작 일천 명인데, 방어에 치중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놈들에게 간을 볼 시간도 주지 말고 단숨에 몰살시켜버립시다!”
“만마성 놈들이야 당하에 있는 저지선에 막혀서 이곳까지 오지도 못할 겁니다! 일단 눈앞의 정파 쓰레기들부터 치우지요!”
“옳소! 마도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줍시다!”
“그렇게 합시다!”
의견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몰렸다.
신도명산도 그 의견이 마음에 들었다.
방어만 해서는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도 놈들의 피를 원했다.
결정을 내린 그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소이다! 마침 우문척과 우문양도 있다 하니 우문강천의 두 아들을 지옥으로 보냅시다!”
와아아아아!
간부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주금화는 그 모습을 보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원하는 것은 승리보다 많은 피였다.
‘일이 재미있게 흐르는군.’
***
혁무천은 일행과 함께 사진을 나섰다.
오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이동하는 데도 사람들은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이미 수천 명씩 이동하는 것을 본 그들에게 오백 명은 많은 인원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의 정체가 무원장 사람들이라는 게 알려지자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와아아아아!
너도 나도 함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개중에는 무슨 일로 가는지 짐작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히려 무원장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양민들이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다니.
하지만 양민들 중 몇 사람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이유를 깨달았다.
“무원장에서 보내준 곡식 덕분에 겨울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굶지 않고 겨울을 보냈어요! 정말 고마워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무원장! 무원장!”
무원장 무사들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당금 천하에서 어느 누가 양민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정파 무사들조차 이런 일은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슴이 울컥한 무사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도 많았다.
은설도 눈 가장자리가 붉어져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이 은설이 보는 걸 눈치 채고 빙그레 웃었다.
“베풀어서 나쁠 건 없다니까.”
“최고예요.”
은설이 혁무천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하, 네가 그러니 나도 기분 좋다.”
뒤에서 따라가던 철명군과 중리안도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가슴이 뛰었다.
천화상단처럼 엄청난 돈을 벌지만 많은 점이 달랐다.
그래서 더 함께 다니는 맛이 있었다.
“어떤가, 내가 결정을 잘 내린 것 같지?”
철명군의 말에 중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비천이 무원장에 가는 걸 마땅치 않게 생각했었다.
아마 의형인 철명군의 말이 아니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무원장에 들어온 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간간이 하는 여행도 괜찮았고.
덕분에 그도 십 년은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몇 달 만에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이해 불가한 친굽니다.”
철명군은 중리안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은 줄 알게. 우린 지금 무림사에 남을 사람과 함께 하고 있을지도 모르네.”
사진을 나선 지 두 시진이 흘렀을 때, 저 멀리서 격전의 소음이 들려왔다.
쿠궁! 쿠구궁!
콰르르릉.
마치 먹구름 저편에서 쉴 새 없이 천둥이 치는 듯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천둥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혁무천은 완만하게 오르막인 언덕 위를 올라간 후 갈대로 우거진 정상에서 걸음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