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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8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85화

혈하-第 85 章 보이지 않는 살기

 

[이를 매일 연성한다면 담 낭자의 무공은 적어도 지금보다 십 배는 더 증진될 것을 내 장담하지.]

 

사군보의 전음에 담여운의 얼굴에는 감격함이 떠올랐다.

“공자님……!”

담여운은 자신도 모르게 사군보의 품에 교구를 묻었다.

뭉클한 여체의 촉감이 몸에 닿는다.

사군보는 전신이 후끈 달아올랐다.

동시에 강렬한 육향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소녀는 이대로 영원히 공자님의 시녀가 되어도 좋아요. 항상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놀라운 고백이다.

“낭자.”

“누가 뭐라 해도 좋아요. 공자님은 이 담여운에게는 태양이에요.”

사군보는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에게는 할 일이 많아요. 그 일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고. 앞으로 일은 한 가지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소녀는 공자님 곁에……”

담여운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사군보가 손가락으로 급히 눌러 막았다.

 

[쉿! 누군가가 있다!]

 

급히 전음을 보낸 사군보는 기감을 열었다.

청각에 기척이 걸렸다.

그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어느 집 밤 고양이가 기웃거리느냐?”

팡!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군보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창밖으로 쏘아나갔다.

와작!

창이 깨트리며 밖으로 뛰어 나온 그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야조처럼 지붕 위로 올라갔다.

하나 달빛만 교교할 뿐 그 어디에도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분명 인기척이 있었다.’

창을 부실 때 지붕을 박차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사라지다니!

이토록 빠른 경공을 구사하는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이건 아니다.

그렇다면 아직 주변에 있다는 결론이다.

사군보는 가슴이 섬뜩해졌다.

‘좋아! 누군지 알아본다!’

모종의 계획을 꾸민 듯 그의 눈에서 의미심장한 빛이 번개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이어 그는 단념한 듯 다시 깨진 창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진 주위는 고요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을까?

사라락!

낙엽이나 천이 바람에 날리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소리가 일어났다.

지붕의 한 쪽, 그늘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일어났다.

그 그림자는 은밀하고 빠르게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스슥.

그 그림자가 떠난 직후.

사군보가 서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흐릿하게 유령처럼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는 사군보였다.

사군보는 궁막에게서 배운 은둔술을 이용해 방안으로 들어가는 척 하고는 몸을 감춘 것이다.

궁막은 살수다.

살수의 은둔술은 절대다.

‘역시 내 생각대로 저 자 역시 은둔술로 주변에 숨어 있었다. 은둔술은 자네만 하는 것이 아니네, 밤 고양이. 후후후!’

그는 환영처럼 그림자를 쫓아 날아갔다.

 

***

 

공명각(孔明閣).

이곳은 제갈세가의 중지다.

삼뇌공명(三腦孔明) 제갈빈(諸葛彬).

제갈세가주의 막내 동생이자, 총관인 자.

스슥!

하나의 그림자가 공명각 처마 밑으로 스며들었다.

바로 사군보였다.

‘그 자가 이곳으로 들어가다니……’

그는 기이함을 금치 못했다.

그가 쫓던 괴영이 공명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그의 눈빛이 빛났다.

마침 그가 매달려 있는 처마 밑은 창문이 있었다.

창문 안의 광경이 보였다.

그 곳은 한 칸의 정실이었다.

지금 막 남삼인이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로, 몹시 영준했다.

단지 몸매가 가녀린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남의인은 탁자 앞에 앉더니 중얼거렸다.

“청곤에게서 뭔가가 냄새가 난다. 편복당을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이상 평소 놈이라면 우쭐거리며 만 천하에 이를 알리고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혈안이 될 텐데 너무 조용해, 평소의 그 답지 않다.”

뜻 모를 중얼거림이었다.

하나 그 말을 들은 사군보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상대는 제갈청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제갈빈, 당신 덕분에 한 가지 큰 공부를 했군.’

남삼인은 제갈빈이다.

제갈빈은 다시 뇌까렸다.

“아무튼 내막이 있다. 좀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제갈빈은 몸을 일으키더니 내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물소리가 들렸다.

쏴아아……

사군보는 내심 중얼거렸다.

‘목욕을 하는 모양이군. 저 자가 제갈청곤을 유의 깊게 살피고 있으니 더욱 조심을 하자.’

그는 몸을 돌리려 했다.

하나 이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신형을 멈추었다.

스스……

사군보의 신형이 연기처럼 창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궁막의 절기인 기환술의 일종이었다.

미세한 틈 사이로 교묘히 침투해 들어가는 오묘한 술법.

 

사군보는 방안에 내려섰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볍게 놀랬다.

방안에서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꼭 여자의 규방 같군.’

그는 탁자로 다가갔다.

그곳에 지필묵이 있었다.

그는 서슴없이 팔을 들어 종이 위에 글을 썼다.

 

<칼자루를 쥔 자는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 않는 법. 더욱 그 칼이 예리하다면 그 칼을 쥐어 흔들기보다는 칼집을 찾아 그 날카로움을 감춘 후 때를 기다리는 게 현명한 일이다. 칼을 뽑았을 때 천하를 벨 수 있는 때를! 막내 숙부가 내 칼집이 되어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사군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삼뇌공명 제갈빈을 끌어들인다면 이곳에서 제갈청곤의 영향은 거대해 질 것이다.’

제갈청곤과 제갈태우.

두 사람 사이에 후계자 경쟁이 있음을 알아낸 이상 사군보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 계획 중 하나가 바로 총관 제갈빈의 포섭이다.

이 글은 제갈청곤의 성격을 생각해 만들 글귀다.

오만하면서도 이제는 때가 왔음을 알리는 글.

총관이 필요하다는 글.

회유다.

이때였다.

문소리가 들렸다.

‘이크! 목욕이 끝났다.’

사군보는 창밖으로 사라졌다.

슥.

 

내실로부터 가벼운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이어 제갈빈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데 이럴 수 있는가?

제갈빈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커다란 천으로 몸을 감고 있었는데 가슴 부분이 볼록 튀어 나와 있었고, 엉덩이도 무척 풍부했다.

그 모양은 여지없이 여자다.

놀랍게도 그는 남장을 한 여인이었다.

제갈빈은 물에 젖은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잘 발달된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멋진 호신의 몸매가 부각되었다.

숨 막힐 정도로 뇌살적인 육체였다.

그녀의 몸은 한 장의 천으로 다 감추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때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무심코 본 탁자 위에 종이 한 장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종이 위의 글을 읽는 그녀의 고운 안색이 변했다.

“어느새 다녀갔다니!”

그녀의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다.

하나 그녀는 곧 빙긋 웃었다.

“틀림없어. 그 자는 청곤이 아니야!”

그녀는 종이를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터질 것 같은 젖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그럼 그 자는 대체 누구일까? 홍살마희를 곁에 두다니…… 그녀와는 어떤 사이일까?”

그녀의 얼굴에는 여인 특유의 짙은 호기심이 떠올랐다.

“어쨌든 그 자가 정말 날카로운 칼을 지녔다면 나는 그를 잠시 이용해도 되겠군. 오라버니가 열 받겠는데. 호호호……!”

제갈빈은 교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다시 내실로 들어갔다.

 

***

 

사군보는 지난 한 달 동안 제갈세가에서 활동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주변을 은밀히 탐사했다.

그 동안 그가 보고들은 것은 무척 많았다.

그는 제갈세가가 은연중에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갈세가를 이루는 사람은 실로 복잡하고 미묘했다.

제갈세가는 크게 네 가지의 색깔을 파벌을 형성한다.

전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통파.

개혁이 필요하다는 개혁파.

세력은 약하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중도파.

제갈세가 본연의 색깔인 기관, 진식, 하도낙서 등에 미쳐 있는 학구파가 그들이다.

그 가운데 정통파와 개혁파는 노골적으로 파벌의식을 가지고 있다.

정통파의 제갈청곤을.

개혁파는 제갈태우를 밀고 있었다.

 

**

 

5월 1일 밤이 깊었다.

이 날은 제갈세가 개파일이다.

이 날을 기해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던 분가의 가주들은 물론, 구대문파와 사대세가에서도 축하 사절단이 방문했다.

개파행사 당일 밤.

 

자비원(慈悲院).

제갈세가주의 개인 집무실이다.

대청 안은 납덩이같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 안에는 열 네 명이 있었다.

제갈성민이 입을 열었다.

“무림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패왕보의 개파 선언 이후 많은 흑도인들이 패왕보에 입문하고 있어요.”

흑도 무림.

묵혈방의 붕괴 이후 주인이 없는 흑도무림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난입해 있었다.

말 그대로 고만고만한 세력들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백도 무림 측에서 볼 때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나의 구심정이 없이 흩어져 있다는 것.

그것은 곧 흑도 무림의 약세를 의미한다.

그런데 돌연 나타난 패왕보의 행보가 무척 기민했다.

패왕보가 소녀문을 흡수했다.

예전 묵혈방에 의해 붕괴된 염왕부 역시 패왕보 소속으로 안착을 했다.

그 여세를 몰아 패왕보는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 전, 놀라운 정보가 입수되었다.

사해맹.

바다의 해적단인 그들과 패왕보가 은밀하게 접촉을 한다는 것이다.

제갈성민의 음성은 계속해 무겁게 흘렀다

“그들은 공동전선을 구축하여 중원의 안정을 해칠 것은 뻔합니다.”

제갈성민의 표정은 지극히 어두웠다.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제갈성민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다.

태동하는 세력 패왕보!

그 성장속도는 상상을 불허했다.

제갈성민의 말은 이어졌다.

“3일 전, 대정회 기찰전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대정회(大正會)

 

구대문파와 사대세가가 만든 동맹체다.

기찰전은 강호의 모든 정보를 모으는 첩보단체다.

“패왕보를 조사하던 중 놀라운 정보가 기찰전에 걸렸다는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림 백현대사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제갈성민의 말에 장년의 스님이 반장을 했다.

“아미타불, 소림의 백현입니다.”

백현대사(白現大師).

현 소림 장문인인 낙일성승 백자(白滋)의 사제다.

또한 기찰전 부전부직을 역임하고 있다.

“기찰전의 정보에 의하면 각 문파 안에 패왕보의 간세가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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