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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50화 (완결)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50화 (완결)

350화

 

 

무천은 황제의 붕어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들을 수 있었다.

주금화가 전령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북경의 황궁에서부터 쉬지 않고 말을 갈아타며 달려온 전령은 주금화의 서신을 무천에게 전달했다.

무천은 서신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함께 있던 목량과 이현, 백리양, 은설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천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무천은 입으로 말하지 않고, 서신을 탁자 위에 펼쳐놓았다.

다들 읽어보라는 듯.

네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서신으로 향했다.

 

[황제께서 붕어하셨네. 우형 위에 두 분 형님이 계시는데, 아무래도 황위를 두고 다툼이 심할 것 같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돈 좀 빌려주게. 남황궁에서 가져오려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네. 은자 이백만 냥 정도면 아쉬운 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용은 단순했다.

그러나 읽어본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황제가 죽었다!

그리고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글을 쓴 주금화 역시 황위를 노리는 듯했다.

문제는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거금 이백만 냥을.

“은자 이백만 냥이 어디 지나가는 강아지 이름인 줄 아나? 뭐? 아쉬운 대로?”

무천이 짜증을 냈다.

짜증을 낼 만도 했다.

하지만 상대는 황위를 노리는 거물이었다.

이현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황궁과 척을 지면 앞으로 힘든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당연히 황궁과 친해지면 그만큼 편해질 것이고요. 문제는 위험성입니다.”

무천도 그 때문에 고민이었다.

주금화가 황제가 되지 못하면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컸다.

“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무천이 이현을 흘겨보며 묻자, 백리양이 말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천의 눈이 이번에는 백리양에게로 향했다.

“주라고? 그러다 주금화가 황제가 되지 못하면? 그럼 황제가 된 자가 우리에게 창을 겨눌지 모르는데?”

“설령 그리 돼도, 새로운 황제는 무원장이 이백만 냥을 손쉽게 내놓을 만큼 거부라는 건 알겠지요. 그럼 아무리 황제라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자신도 나중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흐음, 그럴 듯한 말이긴 한데…….”

“오빠가 꼬불쳐 놓은 돈 있잖아요. 한 오백만 냥은 될 텐데…….”

무천이 움찔하며 은설을 흘겨봤다.

“꼬불치긴 뭘 꼬불쳐? 나중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쓰려고 보관한 거지. 그리고 오백만 냥은 무슨? 사백만 냥밖에 안 돼.”

백리양과 이현이 무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오백만 냥이나 사백만 냥이나, 오십보백보였다.

그 많은 돈을 꼬불쳐 놓다니.

손도 크지.

“왜들 그렇게 쳐다 봐? 주면 되잖아. 그리고 어차피 줄 거라면 삼백만 냥을 주는 게 좋겠어.”

은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이자도 많아질 거고.”

무천이 말하고는 씩 웃었다.

승부를 걸 때는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여야 하는 법이다.

어차피 이백만 냥을 주고 승부에서 패하면 그 이상의 손해를 볼 터. 차라리 승산이라도 높이는 게 나았다.

그렇게 무천은 주금화에게 은자 삼백만 냥을 보내기로 했다.

표행 책임자는 송비. 장대산과 철호를 비롯해서 영추문과 장평, 탕초양, 귀원 등 비룡단원 열 명에게 호위를 맡겼다.

호광은 보내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산적 출신은 보내기가 껄끄러웠다.

그리고 밀소림의 제자들 역시 함께 딸려 보냈다. 당분간 주금화를 호위하라는 말과 함께.

밀소림의 수장인 운정은 무천에게 자세한 말을 듣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들이 호위에 나섬으로써, 주금화가 황제가 된다면 황궁은 소림에 빚을 지는 셈이 된다.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려운 소림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되는 것이다.

 

***

 

황성으로 간 표행이 돌아온 것은 출발한 지 열흘 째 되던 날이었다.

귀원이 황궁의 상황을 전했다.

“둘째 왕야가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봐야 한 끗 차이입니다만.”

그는 도사답게 황궁에 가서 인기가 좋았다.

특히 궁녀들이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어찌나 족집게처럼 콕 짚어서 말을 하는지, 모두가 귀원만 보면 천하제일의 도사처럼 대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지금 보고를 그가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금화의 평판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특히 궁녀들의 평판이 아주 좋습니다. 아무래도 나이답지 않게 얼굴 피부가 팽팽해서……”

그건 사실이었다.

주금화의 얼굴 피부가 어찌나 좋은지, 전에 무천도 그의 실제 나이를 열 살 정도 어리게 생각했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궁녀들의 평판은 황제가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이었다.

그래서 귀원이 슬그머니 말했다.

“왕야께서 말씀하시길, 장주님이 오시면 결정이 더 빨리 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천이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

“내가 왜 가? 그 나찰지옥 같은 곳에.”

단칼에 말이 잘렸음에도 귀원은 그러려니 했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으니까.

자신은 그저 주금화의 말을 전한 것으로 그가 맡긴 임무를 다한 것일 뿐.

품속에 있는, 주금화가 찔러준 금원보 하나는 덤이고.

“어쨌든 이제는 자금까지 갖추었으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을 뒤집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성유는 만나봤소?”

“예, 주금화가 음흉한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장주님이 그를 민다면 자신도 따르겠다고 합니다.”

“잘됐군.”

무천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올해가 가기 전에 투자금의 배는 이익으로 남길 수 있을 듯했다.

 

***

 

황제가 숨을 거두고 한 달이 지난 후, 비어있는 황위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마침내 새로운 황제가 추대되었다.

새로운 황제는…… 주금화였다.

젊을 때 남쪽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그가 마침내 제국의 황제위에 오르는 꿈을 이룬 것이다.

 

무천은 주금화의 황제 즉위 소식을 듣고 은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주금화는 자신을 편하게 놔둘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황제의 명 운운하며 불러들여서 귀찮은 일을 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나도 좀 쉬어야지. 대산아! 설아에게 가서 여행 갈 준비하라고 해라!”

무천은 밖을 향해 소리치고, 답이 들리던 말든 옷을 갖추어 입었다.

“어!”

방 밖에서 철호와 함께 좌우를 지키고 있던 장대산은 여느 때와 똑같이 단답형으로 답하고 은설에게로 뛰어갔다.

그 큰 덩치가 회랑을 뛰어가는데도 고양이 발자국 소리보다도 소리가 작았다.

‘응? 언제 저렇게 늘었지?’

하지만 문제는 장대산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큰 목소리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생각조차 못했다.

 

무천이 은설과 여행을 간다고 하자, 율이명이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며 검마보의 무사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철명군과 중리안도 호남 여행을 할 생각이라며 달라붙었다.

천수화도 함께 가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하필 천화상단이 가장 많은 물량을 수급하는 시기여서 일각조차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그냥 눈 딱 감고 따라갈까?”

하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면, 보나마나 아버지의 소환 명령이 떨어질 게 분명할 터.

그녀는 천화상단으로 돌아가는 건 더 싫었다.

결국 천수화는 풀이 죽어서 입만 삐죽거렸다.

‘쳇, 다음에는 꼭 따라가야지.’

 

그렇게 무천이 떠나고 닷새 뒤, 황제의 성지가 무원장에 도착했다.

 

[무원장 장주 무천을 무상왕(武商王)으로 봉하노라! 무상왕 무천은 즉시 황궁에 입궁하도록 하라!]

 

***

 

무천은 성지가 도착할 때쯤 동정호 악양의 악양루 위에서 은설과 전에 보지 못했던 군산 낙조(落照)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놔두고 왜 황궁에 가서 귀찮은 일을 떠맡는단 말인가.

다만 한 가지 불만이라면, 한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철명군과 중리안, 그리고 비룡단 일행.

그 중 제일 신경을 건드리는 사람은 동대안이었다.

“어떻습니까, 어르신. 잘 따라오셨죠?”

“허허허, 그러게 말이야. 정말 멋진 선택이었어.”

“형님, 진즉 천화상단을 나와서 여행이나 할 걸 그랬습니다그려.”

“그러게 말이네. 뭐 한다고 제남에 처박혀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시간이 아깝구먼.”

아무래도 동대안이 철명군과 중리안을 꼬드긴 것 같았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이정과 전교, 천위 등 비룡단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악양루 삼층으로 오르는 입구는 장대산과 철호가 철탑처럼 서서 지키고 있고.

무천이 그들을 흘겨보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따라다니실 생각이십니까?”

무천이 톡 쏘듯 묻자, 철명군이 술을 한 잔 마시고 대답했다.

“생각해 보고.”

그때 동대안이 어딘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저기, 군산도로 가는 배 위에 목량 아니야? 앞의 아가씨는…… 우문소소 같은데?”

그 말에 무천과 은설은 물론 모두가 동대안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았다.

저 멀리 동정호 까마득한 곳에 작은 배로 보이는 점이 하나 찍혀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사람을 분간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동대안이 목량과 우문소소라고 한 이상 그 두 사람이 분명했다.

무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열흘 전에 갑자기 고향에 다녀올 일 생겼다고 휴가를 냈는데…… 고향이 여긴가?”

은설은 그 말에 한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어휴, 하여간 오빠도 눈치 없긴…….’

하긴 그러니 여행 가자면서 이 많은 사람을 따라오게 했겠지!

 

그런데 뜻밖에 나타난 사람은 목량과 우문소소만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악양루로 올라오며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어머! 장 공자! 혹시 여기 위에 무 장주님 계세요?”

어디서 들은 목소리에 무천이 고개를 입구 쪽으로 돌렸다.

“어? 어, 있어……요.”

장대산의 목소리가 살짝 더듬거렸다.

아니, 그뿐이 아니다. 분명히 ‘있어……요’라고 했다.

장대산이 존댓말을 쓰다니!

“그래요? 저 좀 올라갈게요.”

“어……예.”

장대산은 후다닥 옆으로 비켜섰다. 철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막지 못했다.

그때 삼층으로 올라온 여인이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주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세요?”

만마성의 사야였다. 그녀의 뒤에는 천두공이 서 있었다.

“은 동생도 함께 왔네?”

무천의 얼굴이 구겨졌다.

“당신과 장로님이 여길 어떻게……?”

사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좀 쉬려고 휴가를 냈죠. 그런데 여기서 장주님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호호호호.”

“…….”

천두공은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눈만 돌렸다.

사실 무원장 쪽 정보원에게서 날아든 전서구를 받고, 무천이 은설과 여행을 떠났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그였다.

그때 무천이 가자미눈으로 슬쩍 은설을 쳐다보았다.

은설도 마침 무천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가자, 설아.>

<그래요, 오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황금빛으로 물든 창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머? 어디 가세요!”

“어허, 장주! 어딜 가는가?”

“같이 가!”

“대형!”

뒤따라서 십여 명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훗날 악양 사람들은 황금빛 낙조 속으로 수많은 사람이 날아가는 걸 보고……

 

황금빛으로 물든 악양루 위에서,

열다섯 마리 새들이 동정호 향해 날개를 펴니,

그 중에서도 두 마리 설화조는 눈부시게 아름다워라……

 

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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