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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16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16화

 

  "네, 우리 주루에는 후아주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꼭 대령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래. 할 수 없지요.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먹어야지요."

 

  점소이가 진땀을 흘리고 가자 방금 전 소천악을 놀리던 두 소녀가 입을 다물었다. 소천악은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아무 요리나 먹어도 다 혀에서 살살 녹았다. 허구한 날 까칠한 식사만 했던 그로서는 생전 처음으로 혓바닥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점점 젓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젠 주위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이 상에 있는 요리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먹었을까. 더 이상은 배가 불러 들어갈 데가 없었다.

 

  만족한 얼굴로 젓가락을 내려놓은 식탁은 한마디로 초토화였다. 빈 그릇만 즐비하게 상 위에 놓여 있었다.

 

  "끄윽! 잘 먹었다."

 

  거하게 트림을 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모두 놀라 입을 아, 벌리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난생처음 돼지 한 마리가 주루에서 식사하는 걸 보았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점소이도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졸지에 구경거리가 된 소천악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뭐 볼 거 있다고 쳐다보는 거요? 얼른 눈 돌리고 먹던 거나 마저 처 드시지요. 벌린 아가리에 접시 들어가시기 전에!"

 

  버럭 소리치는 소천악의 음성에 담긴 음산함에 식당 내는 북풍한설이 맴돌았다. 몇몇 젊은 청년이 반항하려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소천악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절로 몸이 떨려 쥐 죽은 듯이 고개만 살짝 돌렸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얼른 점소이가 넌지시 말했다.

 

  "공자, 많이 시장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말에 약간 어색함을 느낀 소천악이었지만 이내 태연하게 말했다.

 

  "말도 마시게. 순 악질 사부에게 걸려 십 년도 넘게 풀만 먹고 살다 온 거라오.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 하려니 웬 구경꾼이 이리 많은지, 원. 아, 잘 먹는 게 죄인가요? 내 당신을 봐서 몇 분 다리몽둥이 꺾으시려다 참았소이다."

 

  어색한 변명에 사태를 눈치챈 점소이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물론 은자의 힘이 만든 접대성 발언임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어쩐지!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공자!"

 

  "어휴, 말하면 무엇 하겠소.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오. 그건 그렇고 이제 배도 부르고 하니 미인을 보러 갑시다. 놀면 뭐 하나요? 열심히 살아야지요."

 

  "네, 안 그래도 미리 전갈을 보냈습니다. 가시면 바로 미인들이 대문 앞에 나올 겁니다. 공자."

 

  "미인들이 대문 앞에요? 그리 미인들이 많은가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일급미인만 준비하라 했으니 가서 흥겨운 시간만 보내시면 됩니다."

 

  점소이의 자신만만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흐음, 갈수록 모를 소리군요. 좌우간 일단 가십시다. 아, 그리고 여기 요리대는 얼만가요?"

 

  "네, 공자! 특급요리라 조금 비쌉니다. 모두 다섯 냥입니다."

 

  "그래, 싸군요. 여기서 일곱 냥 꺼내서 나머지는 알아서 챙기시길 바라오."

 

  툭 전낭을 내놓는 소천악이었다. 공짜로 번 돈이라 인심이 후해진 터였다. 아니면 원래 배포가 큰 건지도 몰랐다. 은자 다섯 냥이면 쌀 한 가마니 값이었다.

 

  "감사합니다. 공자. 복 받으실 겁니다."

 

  얼른 식대를 전낭에서 꺼낸 점소이의 사례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점소이를 앞세우고 따라가는 소천악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긴 했다. 생면부지인 자신을 만나러 미인들이 뛰어나오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머리 아픈 그는 속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광동성 미인들은 한결같이 친절한 여인네라고! 그리 단정지으니 속이 후련하였다.

 

  "여기입니다, 공자."

 

  점소이의 말에 고개를 들어 현판을 보았다. 당대의 명필이 썼는지 글자의 획마다 힘이 철철 넘쳐 보였다.

 

 

 

  천국제일루(天國第一樓)

 

  "이름은 죽이는군요. 그래, 여기에 광동성 최고미인들이 있단 말이지요?"

 

  번지르르한 현판 발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천악이었다.

 

  "물론입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현관을 두드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활짝 열렸다. 문 안에는 점소이의 말대로 십여 명의 여인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다소곳이 서 있었다. 맨 앞에 삼십대의 남자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천국제일루의 군일량 총관이었다. 재신이 왕림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타난 터였다.

 

  입이 쫙 찢어진 소천악이 점소이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오호, 당신 말씀이 맞군요. 그참, 용한 재주를 가졌소이다. 어디 한번 보십니다."

 

  "네, 공자! 뭐 하느냐? 공자님의 말이 안 들리느냐? 어서 고개를 들어라."

 

  군일량 총관이 소리치자 여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소천악을 바라봤다. 짙은 화장을 한 여인들은 모두 나름대로 미인들이었다. 반반한 얼굴에 하늘거리는 허리와 쭉 빠진 몸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남자의 간장을 떨리게 할 여인들이었다.

 

  화장발로 평소보다 훨씬 나아진 여인들이었다. 소천악은 빠르게 여인들을 일일이 쳐다보곤 이내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변했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매겨도 족자 속의 여인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제길, 없네. 하긴 강호에 발을 내딛자마자 바로 찾으면 이게 또 황당하긴 하지. 가능하면 할 건 다 하고 찾아야 진정한 대장부지. 어이, 됐소이다. 이제 그만 가십시다."

 

  점소이에게 말하고 바로 걸음을 돌리는 소천악이었다. 점소이부터 군일량 총관 그리고 여인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한순간 멍해져 갔다. 놀란 점소이가 얼른 소천악의 옷소매를 부여잡았다.

 

  "아니, 공자님. 이렇게 가시면 어쩝니까?"

 

  점소이의 말에 의아한 듯이 반문하는 소천악이었다.

 

  "그럼 뭐 어쩌라고? 미인을 봤으니 가야지요. 또 다른 일도 있나요?"

 

  엉뚱한 대답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점소이가 사정조로 이야기했다.

 

  "아니, 이러시면 제 입장이 곤란합니다. 일단 들어가셔서 술도 한잔하시고."

 

  술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소천악이 얼른 말했다.

 

  "술? 여기서 술을 말인가요?"

 

  "네, 술과 노래 그리고 춤도 보셔야 대장부의 풍류가 아니겠습니까?"

 

  점소이의 말을 들으면서 그제야 비로소 상황파악이 된 소천악이었다. 이곳은 아무래도 사부에게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기루인 것 같았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게 들은 바와 어김없이 맞았다. 호기심이 당긴 소천악이 호기당당하게 말했다.

 

  "오호, 춤까지! 그렇지, 바로 그거지요. 좋소, 들어가십니다."

 

  그제야 얼굴이 환해지며 다시 굽실거리기 시작한 점소이였다. 지옥에서 다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그냥 돌아갔다면 군일량 총관에게 맞아 죽는 자신의 모습이 선하게 보여 등에 소름이 끼쳤다.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서는 소천악에게 군일량 총관이 빠르게 따라붙으며 아부를 떨었다.

 

  "공자님! 역시 풍류를 아시는 멋이 계시군요."

 

  "당연하지요. 그거 모르면 되나요? 으하하하!"

 

  "그럼 어떤 자리로 모실까요? 특급부터 삼급까지 다양합니다만."

 

  슬슬 눈치를 보며 소천악의 전낭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군일량 총관이었다.

 

  "특급이 제일 좋은 거지요?"

 

  세게 나오는 소천악을 보며 눈빛이 번쩍이는 군일량 총관이 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환상입니다. 그런데 조금 가격이 비쌉니다. 아무래도 특급이다 보니 백 냥이나 되는 거금이."

 

  "겨우 그것 가지고 그러나요? 어서 특급으로 준비해 주시오."

 

  시원하게 말하는 소천악을 보고 속으로 희희낙락하는 군일량 총관이었다. 한 달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하는 봉이 나타났다. 바로 기녀들을 채근하였다.

 

  "무엇하느냐? 공자님이 특급으로 노신댄다. 어서 자리를 깔아라."

 

  "예, 총관 나리! 공자님, 어서 드시지요."

 

  혹시나 마음이 변할까 기녀들은 사방에서 안겨들며 걸음을 재촉했다. 사방에서 풍겨 오는 여인의 향기에 절로 황홀해지는 소천악의 입은 쫙 찢어져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소천악에게 기녀들은 옆에 찰싹 들러붙어 온갖 아양과 애교를 부렸다. 왠지 싫지 않은 기분인 소천악이었다. 섬섬옥수에 술을 부어주며 향내를 풍기는 기녀가 싫을 리 없었다.

 

  "캬, 좋네. 이 맛에 사는 거지 뭐."

 

  "공자, 역시 풍류를 아시네요. 호호호!"

 

  "내가 또 한풍류하지요. 자자, 풍악을 울려보시지요!"

 

  혈사부에게 들었던 경험담대로 실천하는 소천악이었다.

 

  서서히 술자리는 익어가고 기녀 한 명이 비파를 타기 시작했다. 끊어질 듯 애간장을 태우며 이어지는 절묘한 선율에 절로 몸이 들썩거렸다. 나름 흥취를 돋우는 연주에 쏙 빠진 소천악이 비틀대며 그쪽으로 갔다.

 

  "어허, 훌륭하오이다! 아주 음악이 죽여주네요."

 

  "호호, 감사하옵니다. 공자님, 계속할까요?"

 

  눈을 찡긋하며 유혹하는 기녀를 보며 주머니에서 은자를 한 움큼 꺼내 치맛자락에 휙 던져주었다. 다 혈사부의 경험담대로 하는 소천악의 태도는 그럭저럭 자연스러웠다.

 

  "자자! 음악 좋고! 제가 그만 하라 할 때까지 쭈욱 연주하시면 고맙겠소."

 

  "공자, 고맙사옵니다. 음률을 아시니 소첩 한결 흥취가 나옵니다. 호호호!"

 

  상상외의 거금에 신이 난 기녀였다. 손 큰 손님에게 교태로운 목소리로 앵앵거리며 비파 연주에 몰두했다. 오랜만에 자신의 연주에 박자를 맞춰주는 소천악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소천악은 아예 한술 더 떴다.

 

  "이보시오. 술상을 여기 가까이에 거하게 한상 더 차려주시구려. 내 이 고운 음률을 가까이에서 듣고 싶구려."

 

  손님은 왕이었다. 게다가 특급손님은 이 바닥에선 황제였다. 즉시 들어온 남자들에 의해 또 한상이 거하게 차려졌다. 양쪽에 앉은 기녀들이 연신 술을 따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씀씀이를 보아하니 만리장성 하루 쌓으면 받을 행채가 장난이 아닐 성싶었다.

 

  "아잉, 공자님. 소첩의 술을 한잔 받으시지요."

 

  술을 따르는 척하며 일부러 몸을 비벼대는 기생을 보며 소천악은 흐뭇하게 웃었다.

 

  "알았소. 얼른 꽉꽉 따르시오. 오늘 아주 술하고 밤새 끝장을 보겠소."

 

  "호호, 공자님. 술도 좋지만 소첩과의 달콤한 밤도 생각하셔야지요."

 

  술을 마시는 소천악에 아예 푹 안겨 온갖 애교를 부리는 기녀를 다른 한 기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아예 무시하며 노골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기녀는 취향이란 기명을 가지고 있었다. 하얀 백옥 같은 손으로 소천악을 나긋하게 만들어갔다.

 

  소천악은 움찔거렸다. 희한하게 기녀가 손을 놀릴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술잔을 든 손이 가늘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눈치 빠른 기녀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더욱 밀착하며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갈수록 짜릿함이 늘어만 가고 코끝에 걸리는 여인의 향내가 정신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다.

 

  이러다간 기녀의 마음대로 움직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 소천악이 일단 분위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파 타는 기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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