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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9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9화

 

  "혈사부! 오늘만은 제발 자비를 베푸세요."

 

  "내 생전 자비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느니라. 어서 혈천신공을 운기하여라. 꾀부리면 아픈 건 너뿐이니라."

 

  자포자기한 소천악은 혈천신공을 부지런히 운기했다. 혈천진기가 단전으로부터 전신대혈을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여지없이 혈사부의 손길이 여기저기를 강타했다.

 

  "으아악, 돌겠네. 어떻게 만날 맞아도 고통이 그대로인 거야?"

 

  악을 쓰며 고통을 호소하는 소천악이었다.

 

  "이놈아! 네놈 머리가 나빠서 얻어맞는 걸 왜 남 타령이야. 잔소리 말고 맞아라. 오늘은 그래도 어제보다 칠백 대나 줄었다. 축하한다. 돌머리 제자야."

 

  웃으며 말하는 것과는 달리 혈사부의 손속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전신대혈을 가리지 않고 강타하는 그의 장영은 실로 쾌속했다. 그의 손이 소천악의 대혈을 두들길 때마다 고통에 겨운 몸이 저절로 들썩거렸다.

 

  "운기를 잘 하여라. 그나마 고통을 벗는 길은 그 길뿐이니라."

 

  염라대왕이 말하는 소리로 들리는 소천악이었다. 이를 악물고 운기하는 그는 고통에 떠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사실 혈사부의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혈천신공을 운기하면 그나마 약간은 덜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인두로 지지나 용암으로 지지나 고통은 마찬가지였다. 느끼기에는 둘 다 그게 그거인 극악한 고통이었다. 인간으로선 참기 힘든 순간이 영원처럼 소천악의 뇌리를 괴롭혔다. 마지막 한 대가 작렬했을 때 이미 그는 기절하고야 말았다. 기절한 그의 몸에선 어느새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탁기가 구타의 여파로 빠져나오는 징조였다.

 

  "자식, 갈수록 맷집이 좋아지네. 에고, 허리야! 두들겨 패는 것도 역시 힘드네."

 

  허리를 펴며 중얼거리는 혈사부의 말을 이미 들을 수 없는 소천악이었다. 설령 들었다 해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석 달간을 비급 외우기로 맞았다. 악에 받친 소천악은 놀라운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 두꺼운 비급을 이를 악물고 머리가 터져라 모조리 외운 인간승리를 이루는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으하하하! 혈사부! 이제 다 외웁니다. 졸면서도 첫 자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그냥 쭉 갑니다. 자자, 숙제 검사해요."

 

  "오호, 대견하구나. 역시 옛말은 그른 게 없어. 돌머리도 패다 보면 어느 날 깨진다는 거. 그게 사실일 줄이야."

 

  혈사부는 깜짝 놀랐다. 그 옛날 자신도 사부에게 당할 때 무려 육 개월 걸린 길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불과 석 달 만에 통과했다. 속으로 은근히 열불이 나고 시기심마저 일었다.

 

  "으하하, 혈사부님이 무슨 말을 해도 오늘은 특별히 용서해 드립니다."

 

  "오냐! 그럼 지금부터 외워봐라."

 

  "좋습니다. 이 제자의 놀라운 기억력을 보십시오. 하하!"

 

  소천악은 단 한 구절도 어김없이 외워나갔다. 설마 하던 혈사부는 내심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그 난해한 비급을 한 글자도 틀림 없이 외우다니 놀라웠다. 사실 혈검구식은 그 구절의 난해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불가의 난해한 불경이 왔다가 울고 갈 지경이었다.

 

  "껄껄! 잘했구나. 이제 거꾸로 외워봐라."

 

  뚱딴지같은 혈사부의 말에 기가 막혀 소천악이 버럭 소리쳤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흐흐, 농담이다. 돌머리가 이런 날을 만들다니."

 

  "휴우, 놀랐어요."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천악에게 감미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오호라, 장하다. 천악아, 네놈이 드디어 이 혈사부에게 조그만 기쁨을 주는구나. 합격이다."

 

  "합격! 으엉, 어무니."

 

  혈사부의 말에 감격이 물결쳤다. 그 얼마나 참혹한 석 달의 세월이었던가!

 

  생각해 보면 아득했다. 손가락을 꼽아보면 그동안 무려 백만 대가 훨씬 넘는 구타를 온몸으로 겪었다. 아무리 무공수련을 위한 길이었지만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소천악이 바보가 아닌 이상 구타신공임을 모르진 않았다. 알았다 해도 너무 끔찍한 수련 과정이었다.

 

  맞을 땐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몸 안의 진기가 자연스럽게 증가된 걸 왜 모르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에 검은 탁기가 흘러나와 있었다. 살면서 흡수한 탁기를 풀어주는 혈사부의 고마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다만 그 고통이 하도 참혹해서 고마움이 실감이 가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그 고통이 끝났다 생각하니 감격에 찬 소천악이 말했다.

 

  "혈사부님, 이젠 고통스런 수련이 끝난 겁니까?"

 

  의기양양해 말하는 소천악의 질문에 바로 실망이란 대답이 흘러나왔다.

 

  "장하다. 일 단계 통과다. 이제 이 단계 수련을 시작하자."

 

  "이 단계라니요?"

 

  불길한 예감에 소천악이 불안스럽게 혈사부의 얼굴을 쳐다봤다.

 

  "수련은 쭉 계속되느니라.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준비한 것이 있다. 이거 만드느라 이 사부가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잠깐, 혈사부님! 일 단계 수련이 끝난 기념으로 하루라도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하는 소천악이었다. 힐끗 돌아본 혈사부가 말했다.

 

  "자식이, 죽으면 편히 쉴 수 있어. 어때, 그 길로 보내줄까? 말만 해. 금방 보내줄게."

 

  "아닙니다. 하죠. 배우면 될 거 아닙니까? 젠장."

 

  "잘 나가다 젠장은 뭐야? 개구리가 곧 죽어도 개골거리는 것처럼 너도 그러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해도 혈사부는 더 이상 다그치지는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이 단계가 있는데 미리 팰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날씨는 어느덧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엄동설한이었다. 혈사부는 소천악과 함께 산속 폭포에 들어섰다. 강추위에 폭포수는 얼어붙어 높이 오십여 장에 이르는 빙폭을 만들었다.

 

  하얀 얼음으로 덮인 폭포는 겨울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왔다.

 

  "아, 혈사부! 폭포가 얼어붙으니 이런 장관이 나오는군요."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천악을 보며 혈사부는 비릿한 냉소를 지었다. 잠시 후 일그러질 얼굴을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음, 아름답긴 하지. 자, 이제 옷을 벗어라."

 

  "네? 옷을 벗다니요. 이 추운 날씨에 무슨 말씀이세요?"

 

  "맞고 벗을래, 아님 순순히 벗을래."

 

  어느새 혈사부의 목소리도 찬바람이 생생 몰아치고 있었다. 소천악은 바로 윗도리부터 벗어 내렸다. 잠시라도 지체했다가는 바로 날아올 구타의 향연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알몸뚱이로 변한 소천악은 살을 저미는 추위에 자기도 몰래 혈천신공을 운기했다.

 

  "좋은 말 할 때 운기 풀어라."

 

  음산한 혈사부의 말에 찔끔한 소천악이 어쩔 수 없이 운기행공을 멈췄다. 바로 뼈가 시리는 강추위에 뼛속까지 시려왔다.

 

  "으으, 너무 춥습니다. 혈사부, 도대체 무슨 수련이기에 옷을 벗긴 겁니까?"

 

  "이제 알게 된다. 저기 얼어붙은 폭포수 밑으로 가자."

 

  먼저 성큼 발을 옮기는 혈사부를 따라 도살장에 가는 소 처럼 질질 끌려가는 소천악이었다. 혈사부는 폭포 밑에 이르자마자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장력이 꽁꽁 언 물을 강하게 때렸다. 쩡 소리와 함께 얼음이 깨지며 금세 맑은 물이 찰랑찰랑 차올랐다. 무려 한 자가 넘는 얼음 두께였다.

 

  가만히 바라보던 혈사부가 무감각하게 말했다.

 

  "들어가라!"

 

  "네? 어딜요?"

 

  소천악은 이미 수련 과정을 어림잡아 짐작했다. 하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모른 척 헛소리를 내뱉었다.

 

  "시치미 떼지 말고 어여 들어가라. 네놈이 아무리 잔머리 굴려봐야 헛고생이야. 조금 더 지체하면 특별수련으로 밤에 할 수도 있어."

 

  "헉, 갑니다. 지금 들어갑니다."

 

  소천악은 혈사부의 입에서 또 무슨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 얼른 얼음이 깨진 물속으로 들어갔다.

 

  "크아악."

 

  심장이 멈출 듯한 한기가 삽시간에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소천악은 이가 자연적으로 덜덜 떨렸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자살행위였다. 오른손을 꽉 쥐고 기회를 엿보는 혈사부를 보고 바로 체념했다.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의외로운 현상에 소천악은 어리둥절해했다. 갈수록 물속이 바깥보다 따스해져 갔다.

 

  "이게 웬일이야? 아따, 포근하네. 아니지, 저 늙은 너구리가 눈치채기 전에……."

 

  내심 통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소천악은 얼굴에 오만 인상을 썼다. 고통스럽다는 듯이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연기는 누가 봐도 정말 완벽했다. 하지만 상대는 혈사부였다. 그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저거 누구 닮아서 저리 사기성이 농후한지 원. 이 자식아, 얼른 못 나와! 아쭈! 조금 있으면 아주 드러누워 낮잠 자겠네."

 

  벼락같은 호통에 느긋하게 포근함을 즐기던 소천악이 깜짝 놀라 부리나케 물속에서 솟구쳐 나왔다.

 

  "왜 그러세요?"

 

  "인석아,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어디서 얕은꾀를 쓰냐?"

 

  찔끔한 소천악이었다. 역시 혈사부는 백년 묵은 너구리였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봐야 맨날 걸리는 서글픈 신세였다.

 

  나오자마자 얼마 안 지나 만년빙굴에 서 있는 공포스런 냉기가 전신을 엄습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통이 밀려왔다. 이가 저절로 마주쳤다.

 

  "아다다… 으아아! 이건 정말 아니야."

 

  고통에 겨워 악을 쓰는 소천악을 바라보는 혈사부의 표정은 담담했다.

 

  "혈천신공 운기는 바로 죽음이야. 알아서 해."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차라리 반가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촌각도 버티기 힘든 고통이 거듭 뇌리를 쉬지 않고 건드렸다.

 

  "혈사부! 이러고 얼마나 있어야 해요?"

 

  "얼마나? 아무래도 해 떨어지면 가야지. 밥은 먹어야 할 것이 아니냐?"

 

  갈수록 암담한 소리를 늘어놓는 혈사부의 입이 저주스러웠다. 극한의 냉기는 어느새 입마저 얼어붙게 했다.

 

  "사아브 이르어다 즈어 즈어어요(혈사부, 이러다 저 죽어요)."

 

  "뭐라고? 이제는 혀도 굳었냐? 못난 자식, 아직 안 죽어. 네놈 몸뚱이가 어떤 몸뚱이인데 이 정도에 뒈지겠냐?"

 

  무정하게 말하는 혈사부를 본 소천악은 오기가 치밀었다.

 

  "아르아스어여 흐애브으즈아그우이여(알았어요. 해보자고요.)."

 

  "그래 해봐야지. 안 하면 어쩌려고? 거 오늘 날씨 한번 시원하네."

 

  시간은 흐르고 흘렸다. 두 시진이 지나가자 이미 정신이 몽롱한 소천악에게 혈사부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이제 혈천신공을 운기행공해도 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운기에 들어간 소천악이었다. 진기가 전신대혈을 돌자 꽁꽁 얼었던 사지가 서서히 풀려갔다. 마치 지옥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심정이었다. 온몸에 온기가 서서히 퍼질 무렵이었다.

 

  "혈천신공 풀어라. 다시 수련이다."

 

  "으, 사부가 아니라 웬수야, 웬수."

 

  처절하게 속으로 저주하면서 다시 맨몸으로 강추위를 버티는 소천악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첫날이 지나갔다. 방에 돌아온 소천악은 싸늘하게 식은 몸을 부여잡고 서러움에 떨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이 지나가고 다시 날이 밝는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싫었다.

 

  하지만 무정한 태양은 간절한 바람을 가볍게 무시하고 쏙 떠올랐다. 다시 시작된 수련의 고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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