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악 63화 | 성인 무협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소천악 63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63화

 

  "가가, 소첩을 이리 만들고 가시면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가리오리까?"

 

  눈물 콧물 흘리는 기녀의 말은 전혀 가식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랜 강호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새삼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같은 남자로서 존경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딱 잘라 이별한 소천악은 얼른 마차에 올랐다. 등해린이 옆에 앉자마자 투덜거리는 소천악이었다.

 

  "어서 갑시다. 에이, 질긴 년! 서로 좋았으면 웃는 낯으로 보내줘야지. 여자가 저러면 있던 정도 떨어진다니까."

 

  등해린이 감탄스런 목소리로 대꾸했다.

 

  "공자, 대단하오이다. 어찌 그 나이에 음양을 통달하셨소이까?"

 

  "하하, 뭐 통달이라뇨? 아직 갈 길이 먼 배움입니다."

 

  "역시 풍류를 아시니 앞으로 강호에서 이름이 쩌렁할 소지가 다분하시오. 그 비법을 우리에게도 말해 주시면 안 되겠소?"

 

  넌지시 물어보는 등해린의 얼굴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소천악은 밀려오는 자부심에 우쭐거리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멧돼지와 토끼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느낌은 오랜 숙원을 푼 기분이었다.

 

  "하하, 아직은 그렇습니다만 조금 더 친분이 쌓이면 또 모르지요."

 

  묘한 뒷말의 어감을 남기는 소천악이었다. 더욱 안달이 난 등해린이 다시 말했다.

 

  "공자! 아, 같은 남자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소? 난 이번에 받을 청부비 중 반을 덜 받겠소."

 

  "허어, 이런!"

 

  망설이는 빛을 보이는 소천악이었다. 마부석에 앉아서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듣던 냉천상이 급히 외쳤다.

 

  "저도 등 대협과 함께하겠소이다. 공자, 사해가 동도라 하지 않소. 사정 좀 봐주시구려."

 

  두 사람이 함께 부탁하자 소천악의 내심은 뛸 듯 기뻐왔다. 같은 남자의 동경을 받는다는 것도 의외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좋소이다. 몇 가지는 말씀해 드리지요."

 

  "아, 고맙소이다. 공자."

 

  둘은 뛸 듯이 기뻐하며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자, 그럼 길을 갑시다. 어서 가야 말할 것도 있지요."

 

  "걱정 마시오, 공자. 이 몸이 최선을 다해 말을 몰겠소이다."

 

  신이 난 냉천상은 부지런히 길을 재촉했다. 그의 눈은 관도를 따라 앞으로 오십여 장을 샅샅이 훑으며 경계의 시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동안 쾌속으로 마차를 몰던 그의 안광이 돌연 번뜩하며 빛을 발했다. 관도 저쪽에서 얼쩡거리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시야에 잡혔다.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옆에 놓았던 검을 살며시 잡아갔다. 마차가 다가설수록 두 사람의 정체는 점점 밝혀졌다. 노인네 두 명이 관도를 가로막고 있었다. 할머니는 누워 있었고 할아버지가 지친 손을 저어 마차를 불렀다. 척 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할아버지였다. 검에 간 손을 놓으며 냉천상이 소천악을 불렀다.

 

  "공자! 앞에서 한 노부부가 마차를 부르는데 어쩌지요?"

 

  소천악은 내심 성가셨다. 갈 길이 바쁜데 웬 노인네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세워보시오. 사연이나 들어봅시다."

 

  "알겠소이다, 공자."

 

  당연한 대답을 들은 듯한 냉천상의 말이었다. 소천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 좋은데 협의심이 많은 냉천상이 영 못마땅했다. 이 좋은 세상에 협의 좋아하다 보낼 시간이 없는 그였다. 마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노부부 앞에 멈추었다. 반색을 한 할아버지가 얼른 뛰어왔다.

 

  "아이고, 고맙소이다. 우리 할멈이 더위를 먹었는지 갑자기 쓰러져서……."

 

  울상을 짓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냉천상이 곧바로 물었다.

 

  "음… 딱한 형편이시군요. 저도 고용된 몸이라 주인 되는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소이다."

 

  냉천상의 말을 들은 소천악은 골이 띵해 왔다. 이 더위에 두 사람이 더 마차에 오르면 마차 안은 금방 체온으로 찜통으로 변할 처지였다. 주제넘게 나서는 냉천상에 대한 미움이 스르르 올라왔다. 소천악의 속도 모르는 냉천상이 먼저 나서서 노부부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등해린도 마지못해 옆에 다가가 도와주었다. 하나 소천악은 마차 옆에 서서 손 하나 까딱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천악의 행동이 영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협객이라는 자가 보일 태도가 아니었다.

 

  노부부와 냉천상, 등해린이 천천히 소천악 옆으로 다가섰다. 노부부가 소천악의 옆을 막 스치려는 순간이었다. 벼락같이 소천악의 손이 노부부의 전신혈도를 찍어갔다. 전혀 기척 없이 서 있다가 발현된 기습에 노부부는 별다른 저항 없이 대혈이 점해져 바로 늘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버럭 소리치는 냉천상의 얼굴은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격노한 기색이었다. 옆에 선 등해린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소천악은 고함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쓰러진 노부부의 품속을 뒤졌다.

 

  몇 군데 안 뒤지자 바로 놀라운 물건이 나타났다. 폭우절혼침통(瀑雨絶魂針筒)이 먼저 손에 잡혀 나왔다. 뒤를 이어 시퍼렇게 독이 발린 비도가 줄줄이 품속에서 나왔다.

 

  "허억! 이럴 수가? 노부부가 살수라니!"

 

  냉천상과 등해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특히 냉천상은 넋이 반쯤 나간 얼굴이었다. 자신이 방금 저지른 우매함이 가슴을 때렸다. 살수를 자청해서 보호한 꼴이 된 그는 아무 말도 꺼내질 못했다. 소천악은 냉천상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당신은 호위 무사로 자격이 아예 없소. 그 점 인정하시오?"

 

  사나운 추궁이 밀려오자 냉천상은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힘겹게 말을 꺼내는 그의 얼굴은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할 말이 없소. 고용된 자로 치명적인 실수를 용서하시오."

 

  "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추궁하기로 합시다."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돌린 소천악은 노부부에게 다시 다가섰다. 가볍게 아혈을 풀어준 후 물었다.

 

  "두 분은 누구신데 감히 나를 암살하려 하셨나요?"

 

  독살스런 눈빛을 지우지 않은 노부부는 씹어뱉듯이 대답했다.

 

  "죽여라. 나에게 어떠한 말도 들을 생각은 아예 말아라."

 

  "오호, 제법 강단 있게 나오시네. 좋아, 한번 놀아보자는 이야기로 듣겠소이다."

 

  비웃음을 날리던 소천악의 손이 분근착골수법을 번개처럼 시전했다. 화가 날 대로 난 소천악이 강하게 걸었음은 당연했다. 효과는 시전과 동시에 나타났다.

 

  "크으악! 이런 독한 놈!"

 

  "시끄럽소이다! 뭘 잘했다고 소리치시고 난리십니까? 조금 지나면 더욱 짜릿해질 겁니다. 흐흐!"

 

  음산한 웃음을 날리던 소천악은 아예 노부부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아악! 차라리 죽여라."

 

  "죽이긴 왜 죽입니까? 감히 나를 죽이려 한 자를 내 쉽게 죽일 성싶나요? 어림 반푼어치 없는 소리 마시지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러면 곤란하지요."

 

  고통이 뇌리까지 침범해 생사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노부부였다. 바라보는 소천악의 눈은 갈수록 무심해져만 갔다.

 

  냉천상과 등해린은 등허리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저 무심함에 담긴 잔혹성을 보는 건 두려움이었다. 독심의 사내라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나이는 어려 보였지만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수십 년 된 노강호도 하지 못할 독한 일을 서슴없이 행하는 건 아무나 할 일이 아니었다.

 

  "크으으헉! 허어억!"

 

  이제는 숨쉬기조차 힘든 듯 가쁜 숨을 몰아쉬는 노부부였다. 미칠 지경이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온몸을 부셔오는 고통은 점점 늘어만 갔다. 빙글빙글 웃으며 바라보는 저놈은 악마 같은 놈이었다. 한 올의 자비심도 저놈의 눈에서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생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살수가 되기 위한 참혹한 수련과정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공포감이 가슴에서 밀려 올라왔다.

 

  "견딜 만하지요? 이제 다시 하나 더 해보자고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그들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자신들의 최후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몸을 찔러오는 섬뜩한 손가락의 감촉을 무방비로 느껴야 했다.

 

  "잔인한 놈! 어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느냐?"

 

  "사돈 남 말 하지 말지요? 그러는 두 분은 인정이 그리 많아서 살수생활을 하시는가요? 좀 웃기지 마시고 고통을 즐기시면서 지나온 생을 조금이라도 반성하시지요."

 

  노부부에게 바로 색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이번엔 몸속의 혈관들이 모조리 꿈틀거리면서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얼굴의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붉은 핏줄을 드러냈다. 서서히 혈관의 요동은 온몸으로 퍼져나가 옷 위로 솟아나온 혈관이 여기저기 보일 지경이었다.

 

  "이건 아니야! 으아악!"

 

  "비명이 꽤나 흥취나게 하시네요. 역시 비명도 남녀가 함께 질러야 고저가 맞는 겁니다. 안 그래요, 살수 부부 양반?"

 

  비정한 소천악의 말은 두 사람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틈틈이 구타로 뼈를 하나씩 분지르곤 했다. 소천악의 독심을 본 그들은 절망했다. 이 청부를 받은 막주를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등해린과 냉천상도 가슴이 서늘해졌다. 항상 담담했던 소천악의 숨겨진 진면목을 보니 절로 소름이 돋아왔다. 결코 만만한 고용주가 아니란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한동안 고문과 비웃음으로 초죽음을 만들던 소천악이 마침내 일어섰다.

 

  소천악은 노부부의 인상착의와 특징 그리고 무기 등을 적어 전서구에 보냈다. 하오문의 정보망을 통해 그 신상내력을 밝혀낼 생각이었다. 감히 자신을 죽이려 한 놈들이 누군지 알아야 했다. 그들에게 처절하고 악랄한 응징을 내릴 생각이었다. 전서구가 훨훨 날아간 걸 본 소천악이 등해린에게 말했다.

 

  "이번에 등 대협이 마부석을 맡아주십시오."

 

  "그러지요. 이런 실수를 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냉천상과 마찬가지로 사과하는 등해린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이며 대답하는 소천악이었다.

 

  "아닙니다. 살수가 살수로 보인다면 누가 그들에게 당하겠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들이 살수인 줄 알았습니까?"

 

  "몰랐지요. 처음엔 긴가민가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제압을 먼저 하셨는지요?"

 

  어느새 등해린의 말투는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그 살벌한 고문현장을 본 이후 반말을 쓸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저들의 변장은 완벽했지요. 저도 깜빡 넘어갔으니까요.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들이 범했지요."

 

  "그게 뭔지요?"

 

  "아주 사소하다면 사소한 거지요. 저렇게 초라한 형색의 노부부라면 오랜 인생경험이 당연히 있지요. 그런 저들이 무서워하는 건 권력이고 금력입니다. 그거에 평생을 시달리고 살아온 양반들이지요. 그런데 우리 마차는 누가 보아도 한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사람의 걸로 보이지요."

 

  "아하, 그렇다면!"

 

  그제야 짐작이 간다는 듯 감탄하는 등해린에게 미소로 대답하는 소천악이었다.

 

  "맞소이다. 당연히 저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를 피해야 정상이지요. 괜히 세웠다가 불벼락을 맞을 확률이 더 큰데 세울 리가 있겠소?"

 

  "그러다 혹시 아니라면?"


성인 무협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1059 소천악 1104
1058 소천악 1078
1057 소천악 1031
1056 소천악 1097
1055 소천악 1043
열람중 소천악 1139
1053 소천악 1082
1052 소천악 1081
1051 소천악 1063
1050 소천악 1108
1049 소천악 1211
1048 소천악 1268
1047 소천악 889
1046 소천악 1174
1045 소천악 1082
1044 소천악 1163
1043 소천악 1046
1042 소천악 1216
1041 소천악 1171
1040 소천악 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