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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98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98화

 

  "그러셔야지요. 이거 습관 되면 오래 사는 데 지장 있습니다."

 

  "명심하지요. 자, 그럼 슬슬 가실까요?"

 

  소천악은 기감을 동원해 인기척이 없는 왕궁 담을 훌쩍 넘어 들어갔다. 막상 넘어가자 이국적으로 궁내에는 잔디가 곱게 깔려 있었다.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살펴보던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삼십여 장 밖에서 경비를 도는 병사 두 명을 발견한 소천악은 소리 없이 다가섰다.

 

  "이봐, 왠지 등골이 서늘해."

 

  "그러게. 왜 그러지? 날이 춥지도 않……."

 

  뒷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지는 두 병사였다. 소천악은 빠르게 둘의 전신대혈을 제압해 양손에 한 명씩 끼고 궁내 어두운 나무 아래로 끌고 갔다. 다시 혈도를 풀어주며 번개같이 아혈을 제압했다. 놀란 두 병사가 눈을 굴리자마자 스산한 목소리가 소천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소리지르면 바로 황천길입니다.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요."

 

  공포에 질린 두 병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그제야 다시 아혈을 풀어주며 위협을 계속했다.

 

  "좋습니다. 아주 살려는 자세가 훌륭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살 자격이 있나를 알아보죠. 늦게 말씀하시는 분은 바로 황천길입니다."

 

  죽음이 밥 먹듯이 거론되자 두 병사의 얼굴은 시꺼멓게 죽어갔다.

 

  "왕자가 있는 곳이 어딥니까?"

 

  질문이 나오자 병사들의 가슴이 철렁했다. 급히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소천악의 손에 들린 비도가 목으로 다가서는 걸 느꼈다.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얼른 손을 들어 왕자궁을 가리키는 두 병사의 동작은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흠! 고맙소이다. 이리 신경을 써주시니 내 어찌 죽이겠소이까!"

 

  말과 함께 소천악의 손가락은 섬전같이 병사들의 수혈을 짚어 잠에 빠져들게 했다.

 

  소천악과 종천리는 그림자처럼 스르르 왕궁을 파고들며 왕자궁에 스며들었다. 인기척에 주의하며 움직이던 그는 피치 못할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경비병사의 수혈을 짚어댔다. 잠깐 사이에 십여 명을 제압해야 할 정도로 경비는 삼엄했다.

 

  고생 끝에 왕자의 침소에 접어든 소천악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는 왕자를 보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왕자는 뺨을 비비고플 정도로 깜찍하고 귀여웠다. 잠시 망설이던 소천악이 얼른 전음으로 종천리에게 말했다.

 

  [종 막주님! 왕자를 데리고 나가 기다리십시오. 전 아타수 국왕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습니다. 이야기가 잘되면 바로 전음으로 부를 테니 멀리 계시지는 마시구려.]

 

  [그러시죠. 대주!]

 

  일언반구(一言半句)의 대꾸도 없이 종천리는 왕자의 수혈을 짚고 창문을 통해 사라졌다. 그가 안전하게 궁을 벗어나는 걸 보고서야 소천악도 서서히 움직였다. 내력을 잔뜩 끌어올려 극상의 신법을 전개하는 그는 각 궁의 지붕을 타고 섬광같이 흘렀다.

 

  사전에 전서구에 적힌 대로 아타수 국왕이 있는 궁을 찾아낸 소천악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국왕의 침소답게 사방에 깔린 경계의 눈초리를 기(氣)의 흐름으로 알았다.

 

  색마들에게 빼앗은 비급에 있던 은형잠행술을 시전하자 그의 몸은 흐느적거리는 안개처럼 스멀거리며 스며들었다. 제아무리 은잠술이 뛰어나다 해도 모든 감시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은잠술에 쾌속한 신법을 더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경비망을 뚫고 국왕의 침소인 방 안에 들어섰다.

 

  호위무사들이 놀라 급히 검을 뽑아 들고 막 방으로 내려서려는 순간이었다. 소천악은 벌써 조용하게 말했다.

 

  "국왕 전하! 잠시 일어나 보시지요."

 

  작은 소리지만 내공을 실은 음성은 깜빡 잠이 든 아타수 국왕의 귀를 울렸다. 놀란 그가 얼른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섰다.

 

  "누구냐?"

 

  "야심한 밤에 불청객이 와서 송구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쁜 저의는 없사오니 양해해 주시옵소서."

 

  아타수 국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방 안에는 국왕호위무사 열 명이 검광을 번뜩이며 내려서 소천악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막 아타수 국왕이 뭐라 할 찰나에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지금 왕자를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호위무사를 물리쳐 주시지요. 아차 하면 호위무사를 제가 죽여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아타수 국왕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자로서 저자의 말이 빈말이 아닌 걸 바로 깨달았다. 자신의 침소도 소리 없이 들어온 무서운 자였다.

 

  하물며 호위가 약한 왕자 정도는 쉽게 납치할 거란 판단이 섰다. 더구나 저자가 마음먹었으면 호위무사가 오기 전에 자신을 해칠 수도 있었는데 안 한 걸 보면 할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혈육인 왕자를 데려갔다는 데 충격을 받은 아타수 국왕이었다. 잠시 생각해 본 그는 조용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호위무사는 지금 즉시 밖으로 나가라. 왕자가 있나 가서 살펴보는 걸 잊지 마라."

 

  "전하!"

 

  "왕명이니라. 속히 시행하라."

 

  "존명."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호위무사들은 소천악을 죽일 듯 노려보며 사라져갔다. 잠시 침묵이 감도는 방 안이었다.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른 후 호위무사 하나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전하! 황공하옵게도 왕자 전하가 숙소에 아니 계십니다."

 

  "알았다. 물러가라!"

 

  당혹감 속에서도 위엄을 갖춘 아타수 국왕의 말에 호위무사는 바로 사라졌다. 그제야 아타수 국왕이 급히 말했다.

 

  "아니, 우리 왕자를 어쩔 셈인가?"

 

  아타수 국왕의 체통은 이미 사라지고 안타까운 부정만이 자리했다. 바라보던 소천악은 은근히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어릴 때와는 너무도 상반된 일에 분통이 치밀어올랐지만 애써 참고 말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합시다."

 

  "말해 보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일단은 내막을 말해 주겠소이다. 전 당제국의 금위대 대주인 소천악이라 합니다. 제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건 당나라 황제의 지시였소이다."

 

  "무엇이 당나라 황제가! 감히 건성제 네놈이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

 

  분기를 토하는 아타수 국왕의 눈이 암담한 빛을 뿌렸다. 개인적인 납치가 아니라 황제의 지시라면 필시 왕자를 볼모로 삼으려는 악랄한 계책임이 바로 뇌리를 스쳤다.

 

  소천악은 내심 흐뭇했다. 죽일 놈의 건성제를 욕하는 아타수 국왕을 보니 왠지 없던 호감도 줄줄 올라왔다. 당연히 말이 곱게 나왔다.

 

  "아아! 고정하십시오. 그냥 납치만 하려면 말없이 사라지지 이리 나타났겠습니까?"

 

  절망감에 휩싸인 아타수 국왕을 달래는 소천악이다. 그 말에 왠지 모를 희망을 느낀 아타수 국왕이 급히 물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소 대주!"

 

  "후후! 전 정식적인 금위대 대주가 아닙니다. 그저 등 떠밀려 급조된 일회용 대주일 뿐이지요."

 

  "어찌되었건 부탁하오. 우리 왕자는 병약하여 원거리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네. 대주도 척 보면 알지 않는가?"

 

  소천악은 깊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사실 그가 본 왕자는 일곱 살짜리 철부지일 뿐이다.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건 아타수 국왕의 말과 일치했다. 무엇보다 아직 정치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비정한 국가 간의 이해타산의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다.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대비되어 별로 유쾌하지 않는 기분이다. 망설이는 척하던 소천악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아무래도 이런 일을 잘 처리할 사람을 데려오겠습니다."

 

  "오, 그러시게. 내 경호무인들에게 말해 편하게 오도록 하겠네."

 

  고개를 살짝 숙인 소천악은 빠르게 움직여 기다리고 있던 종천리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소천악은 옆에 말없이 서 있던 종천리 막주에게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한 후 묻는 척했다.

 

  "종 막주님! 무슨 묘책이 없겠습니까?"

 

  "음! 어려운 일이군요. 이야기는 간단할 듯합니다. 대주께서 생각하시는 의지대로 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책략을 풀어놓지요."

 

  "역시! 종 막주님이시구려. 전 아무래도 저 어린것을 죽음의 여행에 데려가고픈 마음이 없소이다. 정치야 저기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리는 까짓것 내키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한세상 아니겠소이까?"

 

  시원시원한 소천악의 생각이 나오자 종천리도 흡족한 얼굴로 대답했다.

 

  "푸하하!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군요. 누가 뭐래도 전 대주님이 멋진 사내대장부라 여겼는데 이런 인간미를 갖추셨으니 참으로 흔쾌하오이다."

 

  "고맙소이다. 일단 칭찬 듣고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더니 딱 그 짝이오이다."

 

  "소 대주님! 이거 들통나면 황제 폐하 능멸죄로 구족이 멸하는 참화를 입게 됩니다. 어쩌시려고 이러는지요?"

 

  "구족은 무슨 구족이요? 이런 일로 뭐라 그러면 황제 죽고 나 죽고입니다."

 

  "오오, 역시 대주님이십니다."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소천악의 말에 기가 막혀오는 종천리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놀라운 배포가 진실로 마음에 와 닿았다.

 

  황제도 눈아래로 깔아보는 사내대장부의 호탕한 기운이 절로 자신에게도 전염되는 느낌은 온몸의 피가 솟구치는 호기를 일으켰다.

 

  "하늘을 우러러 당당한 사내대장부가 접니다. 아무리 황제의 명이라지만 이제 코흘리개를 납치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이거 정말 땅굴 파고 평생 숨어 살아야 할 일입니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충 상황이 짐작 가는 아타수 국왕이었다. 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넌지시 말했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보아하니 당당한 중원의 무인 같은데 어쩌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냐?"

 

  "제 말을 일단 잘 들어보십시오."

 

  말을 꺼낸 소천악은 사전에 심자앙 수석책사와 의논한 해결책을 하나하나 자세히 아타수 국왕에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희망이 보인 아타수 국왕의 얼굴은 밝아져만 갔다.

 

  "그래서 우리 왕자를 풀어주겠다는 건가?"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게 이럴 경우 아차 하면 대역죄인으로 몰려 끝없는 도주를 할 우려가 있습니다만……."

 

  말꼬리를 흐리는 소천악을 보며 아타수 국왕은 다급히 대답했다.

 

  "만약 풀어만 준다면 내 황금 오천 관과 귀한 물건을 주지. 그 정도면 자네가 평생 사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걸세."

 

  "오천 관이요?"

 

  놀라 반문하는 소천악을 보며 작게 부른 게 아닌가 가슴이 덜컥한 아타수 국왕이었다. 혹시 거절할까 봐 더욱 초조해진 아타수 국왕이 다시 제안했다.

 

  "부족하면 일천 관을 더 주마. 더 이상은 곤란하느니라. 거기다 내 귀한 물건을 하나 더 주마. 그 귀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야. 그건 우리 왕국의 보물 중에 보물이니라."

 

  "도대체 귀한 물건이 뭡니까?"

 

  호기심이 동한 소천악이 되묻자 아타수 국왕은 자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

 

  "보면 알 것이야. 적어도 한 나라의 국왕은 아무리 다급하다 할지라도 실언을 하지 않는 법이야."

 

  말하는 아타수 국왕의 얼굴에서 진실을 읽은 소천악이 바로 대답했다.

 

  "믿겠습니다. 이리 호의를 베풀어주시니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일단 황금과 귀물을 준비해 주십시오. 물론 비밀은 새어나가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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