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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135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135화

 

  "늘 시선을 제게 두니 그게 폭력보다 더 지긋지긋해."

 

  한참 목청을 높여 싸우던 남녀는 갑자기 가슴에서 밀려오는 이상한 충동에 흠칫했다. 놀란 소천악이 버럭 소리쳤다.

 

  "아니, 이게 뭐야."

 

  그제야 이상한 느낌의 정체를 파악한 천취려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색마 새끼야, 네놈이 음약을 풀었냐?"

 

  "이건 또 무슨 소리요. 당신이 푼 거 아니오?"

 

  "내가 미쳤다고 음약을 풀겠냐! 이 미친 새끼야!"

 

  펄펄 뛰며 부인하는 천취려를 본 소천악이 이상한 예감에 방 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바로 그의 직감에 잡히는 것은 붉게 타오르는 초 두 개였다.

 

  놀라 몸을 날려 초 앞에 선 소천악은 냄새를 맡아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어떤 놈이 초에다가 음약 성분을 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소천악을 지탱하던 이성의 끈이 툭하니 끊어졌다. 소천악은 몰랐지만 초에 담긴 음약은 그 약효가 천하제일이라는 음양환락산이었다.

 

  중독되자마자 이성을 갈구한다는 가공할 음약이었다. 물론 천취려의 얼굴도 붉게 상기된 채 무언가를 갈망하는 표정으로 눈빛이 묘하게 변해갔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불꽃이 튀며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접근해 갔다. 누가 뭔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껴안은 서로는 단 하나의 빈틈도 없이 부둥켜안은 채 침대 위로 쓰러져 갔다.

 

  아직 남자의 경험이 없는 천취려는 조급한 마음으로 서툴게 소천악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천악은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도 색마에게 배운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소천악의 손이 스치는 순간 천취려는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을 내며 온몸을 활처럼 휘어젖혔다.

 

  가장 민감한 부위를 따라 움직이는 소천악의 손에 따라 천취려의 신음은 점점 높아져만 갔고 소천악의 숨소리는 거칠어져만 갔다.

 

  천취려의 몸은 마치 조각한 듯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우윳빛 살결에 손을 대면 감칠맛 나게 감겨드는 맛이 다른 남자들이 봤다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음약에 취해 지금 몽롱한 상태로 앵두 빛 입술에서 연신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몸을 곧추세운 소천악이 마지막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힘차게 움직이던 순간 천취려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악!"

 

  음약에 취한 그녀였지만 처녀성을 파괴당하는 아픔으로 순간 뾰족한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곧 그 비명은 사라져 갔다. 때로는 부드러운 파도처럼 때로는 광풍노도처럼 몰아치는 소천악의 동작에 마치 그녀는 악기가 된 양 부드러운 화음을 토해냈다.

 

  온몸이 하늘로 붕 뜨는 듯한 열락의 도가니에서 도무지 헤어 나오질 못했다. 천둥이 연신 내리꽂히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절정의 순간이 몇 번이 지나갔는지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소천악도 생전 처음 맛보는 희열에 몇 번의 절정을 경험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두 남녀의 하룻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이튿날 정신을 차린 천취려는 잠시 어리둥절하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악!"

 

  비명소리에 놀라 소천악도 얼떨결에 눈을 떴다.

 

  "어? 이게 뭐야!"

 

  소천악도 당혹감에 짧은 탄성을 질렀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천취려는 어제의 상황을 인정하고 곧 독기 어린 시선으로 소천악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 색마 새끼가 감히!"

 

  천취려는 정말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십 년 동안 고이 간직해 온 처녀성을 저런 날도둑놈 같은 놈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소저,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어제 우리가 그랬던 것은 누군가가 이 방 안에 음약을 탄 초를 켰던 것이오."

 

  "네놈 말고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느냐?"

 

  "나는 절대 아니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좋아, 잠깐만 기다려봐."

 

  의심을 풀지 못한 눈초리를 남기며 천취려는 이불로 몸을 둘둘 감은 채 소천악의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전에 색마들로부터 압수한 음약 병이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병이 튀어나왔다.

 

  "이래도 부인할래? 이 색마 새끼야!"

 

  소천악은 눈앞이 아찔했다. 어떠한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는 걸 직감했다.

 

  "아니 그게……."

 

  "아니는 무슨 아니냐, 이 쌍놈의 새끼야! 네가 감히 나를 능욕하다니."

 

  "소저, 내가 음약 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봐라. 네 말을 누가 믿나. 그런데 왜 음약 병을 몇 병씩이나 들고 다니는 것이냐?"

 

  날카로운 추궁에 소천악은 마땅히 변명할 말을 찾기가 힘들었다. 죽을힘을 다해 지나간 색마를 죽이며 얻은 전리품임을 강조했으나 천취려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소천악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했다.

 

  "좋소. 믿지 않아도 좋지만 내 말은 진정 사실이오."

 

  불타는 시선으로 소천악을 노려보던 천취려는 차갑게 말했다.

 

  "네놈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오. 설마 나보고 혀 깨물고 죽으라는 거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 새끼야? 네가 죽으면 내가 과부가 될 판인데 어쩌겠다는 거야?"

 

  그제야 그녀의 내심을 짐작한 소천악은 코가 꿰어도 단단히 꿴 기분이었다. 아득한 심정에 잠시 절망감도 느꼈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입이 시궁창이어서 그렇지 천취려는 자기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미인인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어렴풋이 떠오르는 어젯밤의 생각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마저 떠올랐다. 밑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자 소천악은 다시 여유를 찾았다.

 

  "좋소. 내 책임지겠소."

 

  "흑흑. 내가 어쩌다가 저런 불한당 같은 놈에게. 엉엉, 아버지."

 

  그제야 새삼 서러움이 밀려온 듯 천취려는 굵은 눈물을 줄줄 떨어뜨리며 펑펑 울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소천악은 달래준답시고 슬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아갔다.

 

  그러자 갑자기 코로 그녀의 머리 내음이 스며들자 또다시 욕망의 불구덩이로 접어들었다. 어차피 쌀이 익어 밥이 된 판이었다. 소천악은 슬며시 그녀를 다시 침대로 이끌었다. 그녀는 울다 말고 소천악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 짐승이!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사실 어제는 음약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소. 이제 제정신으로 한번 해봅시다."

 

  "야! 이 색마야!"

 

  소리를 버럭 지르며 소천악을 밀쳐내려던 천취려는 힘에 밀려 침대 속으로 쓰러져 갔다. 이미 어제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저항은 한결 힘이 빠져 있었다. 소천악은 여유를 가지고 그녀를 천천히 공략해 들어갔다.

 

  맨 정신으로 행하는 그의 기교는 놀라웠다. 손이 스칠 때마다 천취려는 몸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가느다란 교성을 터트렸다.

 

  "아아~."

 

  자신의 손에 무너져 내려가는 그녀를 보며 남자로서 뿌듯했다. 소천악의 손길은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제발, 이제 그만……."

 

  소천악은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교성을 터뜨리는 그녀의 신음은 점점 거칠어졌고 곧이어 맞이한 절정의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신천지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부드럽고도 거친 음율의 시간은 흘러 마침내 두 사람은 똑같은 절정을 맛보고 폭발했다. 얼굴에 가득 땀을 흘리며 그녀가 표독스럽게 외쳤다.

 

  "너 이 새끼, 상습범이지?"

 

  "엥?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너 여자 다루는 거 보니 보통 솜씨가 아니야. 이 바람둥이 새끼야."

 

  "그런 벼락 맞을 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이것을 배우려고 얼마나 많은 색마를 때려죽였는지 모른다오."

 

  "그럼 배우기만 하고 실전은 내가 처음이야?"

 

  "그건 아니오. 수많은 기녀들과 많은 밤을 연습해서 터득한 나만의 기법이오."

 

  "너 그거 지금 자랑이라고 떠드냐? 이 새끼야!"

 

  "이런 제길. 이젠 남이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하는데 이렇게 시비조로 나오면 내가 어떻게 솔직하게 말할 수가 있겠소!"

 

  처음으로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소천악을 보면서 천취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놈이 지금이라도 나를 버리고 간다면 졸지에 청상과부가 될 위기였다. 하지만 왠지 질투심이 솟아올라서 다시 물었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양가집 처녀는 얼마나 건드렸어?"

 

  "소저가 처음이오."

 

  "그 말이 사실이냐?"

 

  "내가 좀 눈이 높소. 천하십대미녀를 몇 명 봤지만 성에 차지 않아 고이 돌려보냈소."

 

  그 말에 눈이 반짝이며 천취려가 물었다.

 

  "그럼 나는 네 눈에 찼단 말이냐?"

 

  "이건 차고 자시고 할 성격이 아니었잖소. 고의가 아니었소."

 

  "야 이 새끼야! 그럴 때는 찼다고 얘기하는 게 예의 아니냐?"

 

  그제야 색마에게 배운 화법을 생각해 낸 소천악이 아차 하는 마음에 말투를 돌변했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소저는 내가 본 여인 중에서 최고로 가는 미인이오. 이것만은 내 목을 걸고 장담할 수 있소."

 

  "정말이야?"

 

  "물론이오. 소저는 얼굴도 예쁠뿐더러 내가 겪어본 여자 중에서 최고의 몸을 가지고 있었소."

 

  낯뜨거운 말을 지껄이는 소천악의 입을 확 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묘하게 그녀의 마음을 진탕시키며 유혹하는 말이기도 했다.

 

  "정말 내가 그렇게 좋아?"

 

  "그런 것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오. 다시 몸으로 보여드리겠소."

 

  "아니 이 색마야! 그렇게 하고도 힘이 남아도냐?"

 

  그녀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받아주었다. 소천악은 놀라운 정력을 과시하며 두 시진 가까이 천취려와 침대가 부서지도록 뒹굴었다. 그렇게 또다시 열락의 시간은 지나갔다.

 

  운우지락의 시간이 끝나자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 천취려가 살며시 물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양가집 처녀로 처음이니 본처가 되는 거지?"

 

  "일단은 본처는 탈락이오."

 

  "뭐라고? 아니 내가 어디가 어때서? 이래 봬도 마교 내에선 여신으로 추앙받는 몸이야!"

 

  "그거야 마교 고수들끼리의 이야기고 난 나요."

 

  딱 잘라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소천악을 바라보던 천취려는 기가 막혔다.

 

  "아까 말했잖아. 중원십대미녀보다 내가 더 아름답다고 했잖아?"

 

  "그거야 확실하오. 단 내가 찾아다니는 여인보다는 모자라오."

 

  "이런 빌어먹을 놈!"

 

  다시 입이 거칠어지며 욕지거리를 퍼부어대는 천취려였다. 골치 아픈 듯 머리를 감싸쥐며 소천악이 대꾸했다.

 

  "소저의 입은 참으로 무서운 위력이라 들을 때마다 내상을 입는구려."

 

  "대답이나 해. 말 돌리지 말고."

 

  그 후 한동안 두 남녀의 목소리는 고저장단을 맞추며 전각을 온통 뒤흔들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목소리를 멀리서 내력으로 듣고 있던 두 사람이 있었다. 구정학 마교주와 나시훈 대장로였다. 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지켜봤다. 기분이 매우 좋아진 구정학 마교주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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