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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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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8화

18화. 귀환 (1)

 

형산(衡山)이 있는 남악현(南岳縣).

적운상과 구혁상은 오랜만에 밟아보는 고향땅의 정취를 느끼고 있었다.

“이야… 정말 많이 변했네요.”

“그러냐? 나는 하도 떠돌아 다녀서 잘 모르겠구나.”

“사숙조님도 어렸을 때는 형산파에서 지내지 않으셨어요?”

“그랬지. 허나 마을에 내려올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그것이 정상이었다. 그 당시에도 형산파는 재정이 어려워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무공을 수련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려올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운상은 그렇지 않았다. 온갖 가사를 도맡아서 했었기 때문에 식재료나 필요한 것을 살 때면 사부인 임옥군과 함께 항상 마을에 왔었다.

임옥군 혼자 오거나 다른 제자들이 오면, 바가지를 쓰거나 엉망인 채소들을 사오는 일이 많았다.

물론 적운상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직접 요리를 하다 보니 적어도 식재료를 구입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우와… 사숙조님. 저기 좀 보세요. 예전에는 저기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저렇게 큰 객잔이 생겼어요. 저기는 대장간이었는데, 푸줏간으로 바뀌었네요.”

적운상은 오랜만에 보는 낯익으면서도 낯선 풍경이 너무나 신기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런 법이었다.

“훗! 녀석…….”

구혁상은 요 며칠간, 적운상이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아 계속 마음이 쓰였었다. 그런데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그것을 모두 털어낸 것 같았다.

“잠시 저기서 요기나 하고 가자.”

“네? 형산파가 코앞인데 그냥 가죠.”

“산을 오르려면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지. 어서 가자.”

“네.”

요기나 하고 가자던 구혁상은 객잔으로 들어가자 뜻밖에도 방을 잡았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방은 왜 잡으세요? 여기서 하루 묵으실 거예요?”

“허! 그 녀석 참, 뭔 말이 그리 많아?”

“궁금하니까 그렇죠.”

“씻고 가려고 그런다! 씻고!”

구혁상이 언성을 높이자 적운상이 입을 다물었다.

“여기 씻을 데가 있나?”

“물론입죠. 일층 후원에서 씻을 수 있습니다. 준비를 시킬까요?”

“그래.”

구혁상이 점소이에게 돈을 조금 쥐어주자 그가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너는 여기서 잠시 씻고 있어.”

“어디 가시게요?”

“그래. 갔다 올 동안 깨끗하게 씻어라. 알았냐?”

“제가 무슨 어린애입니까? 별걸 다 걱정하시네.”

“험! 그럼 나갔다 오마.”

구혁상이 뒷짐을 지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적운상이 그런 구혁상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적운상이 깨끗하게 씻고 방으로 와보니 구혁상이 돌아와 있었다.

“어! 벌써 오셨어요?”

“그래. 옜다.”

구혁상이 내미는 것을 적운상이 얼결에 받아 들었다. 옷이었다.

“웬 옷이에요?”

“사부와 사형제들을 오랜만에 만나는데 그런 꼴로 갈 수는 없지 않으냐?”

“네?”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적운상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갑자기 객잔으로 오자고 하더니만,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적운상이 옷을 갈아입었다. 깔끔한 백색의 옷이 더없이 잘 어울렸다.

“때가 타지 않을까요?”

“녀석… 그게 걱정이더냐? 옷이 날개라더니, 아주 좋구나.”

“감사합니다, 사숙조님.”

구혁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오히려 내가 고맙구나. 그동안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정말 고생 많았다. 전부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사숙조님…….”

적운상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꾹 참았다. 고생이야 사실 구혁상이 더하지 않았던가?

적운상은 믿고 따르면 그뿐이었지만, 구혁상은 그것을 책임져야 했다.

그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잡일을 다하면서도, 적운상에게는 걱정 말라며 오로지 수련만 시켰다. 적지 않은 나이에 적운상을 데리고 그 험한 여행을 하며 새외를 두루 돌아다녔다.

적운상의 비무를 지켜볼 때면 수도 없이 가슴을 졸였고, 금안뇌정신공을 연구하다 주화입마에 빠져 일 년간 앓아누운 적도 있었다.

구혁상이 그렇게 고생했다는 것을 적운상이 어찌 모르겠는가?

“사숙조님도 그간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적운상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려고 하자, 구혁상이 급히 말렸다.

“이러지 말거라. 이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어서 일어나라. 비싼 옷이 더러워지지 않느냐? 이제 산을 올라야 하니 간단히 요기를 하고 출발하자꾸나.”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눈물을 글썽이며 밝게 웃었다.

* * *

 

적운상과 구혁상이 방에서 나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켰다.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잠시 기다리란 말을 하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뭐지?’

적운상은 아까부터 계속 누군가의 시선이 의식되자 그쪽을 봤다.

두 명의 여인이 조금 떨어진 탁자에 앉아서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적운상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객잔 안에 있는 몇몇 여인들이 모두 적운상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사숙조님.”

“왜?”

“여자들 몇 명이 이쪽을 보고 있어요.”

적운상이 목소리를 낮춰서 심각하게 말했다. 새외에 있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새외에서 수도 없이 많은 비무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비무에 져서 앙심을 품고 사람을 보내 복수를 하거나 음식에 독을 타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클클클. 둔한 놈 같으니라고…….”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적운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구혁상을 봤다.

“딱 보면 모르겠냐? 저들은 무공을 모르는 평범한 여인들이다.”

“그새 당한 것을 잊으셨어요? 그… 팔비 뭔가 하는, 팔 잘린 놈의 둘째 첩이 음식에 독을 탔었잖아요. 그녀도 무공이라고는 하나도 몰랐었어요. 그 외에도 구초 뭐시기 하고, 비호였나 비룡이었나? 아무튼 그들 때문에 신강에서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죽을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요.”

제대로 된 그들의 별호를 무림인들이 들었다면 놀라서 자빠질 일이었다. 그들 모두가 새외에서는 제법 명성이 자자한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새외에서 이 먼 곳까지 누가 따라오겠느냐? 쯧쯧, 내가 그동안 너무 무공만 가르쳤나 보구나. 둔한 놈 같으니라고. 에휴, 둔한 놈.”

“아니면 말지 왜 자꾸 둔한 놈이라고 하는 겁니까?”

적운상이 머쓱한 얼굴로 점소이가 내려놓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구혁상이 미소를 지었다.

형산파에서 나올 때만 해도 적운상은 살이 쪄서 배가 나오고, 얼굴은 마치 불어 터진 만두와 같았다. 그러나 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동안의 고된 수련으로 인해 살이 쏙 빠져 있었다.

게다가 원래 적운상은 밑바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좋은 편에 속했다. 적운상의 아버지는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어머니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맏아들이라 그런지 적운상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하지만 그동안 수련만 했었기 때문에 외모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옷도 돈을 아끼느라 웬만해서는 사 입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때 빼고 새 옷을 입혀놓으니, 제법 태가 났던 것이다.

무엇보다 금안뇌정신공을 대성하는 바람에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한 듯이 몸이 깨끗했고, 눈에는 항상 은은하게 금빛이 어려 있었다.

결론적으로 생긴 것은 조금 뛰어난 정도였지만 보통 사람과는 어딘지 분위기가 달라 보여서, 여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마 부채라도 하나 들고 시라도 한 구절 읊었다면, 지금 적운상을 훔쳐보는 여인들 중, 반 이상은 다가와서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운상의 허리 뒤쪽에 검과 도가 걸려 있고, 깐깐할 것 같은 인상의 구혁상이 같이 앉아 있어서, 선뜻 접근하지 못하고 모두들 힐끔거리기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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