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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4화

14화. 겹치는 인연 (2)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적운상이 먹으면서 말을 하자 입 안에 있던 음식이 구혁상에게 튀었다. 그러자 구혁상이 재치 있게 피하면서, 적운상의 만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사람당 나온 만두는 모두 세 개였다. 구혁상은 그것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적운상이 들고 있는 마지막 만두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적운상이 만두를 들고 있는 손을 재빨리 뒤로 뺐다. 헛손질을 한 구혁상이 다시 손을 뻗었다. 적운상이 팔꿈치로 그 손을 쳐내면서 만두를 입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구혁상이 손가락 두 개로 눈을 찌르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젖혀야 했고, 그 바람에 만두를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만두 하나 때문에 야비한 수까지 서슴지 않는 구혁상이었다.

구혁상은 찔렀던 손을 회수해서 만두를 들고 있는 적운상의 손을 쳤다. 그러자 만두가 밑으로 쏙 빠졌고, 그것을 구혁상이 받아 들었다.

그러나 당하고만 있을 적운상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구혁상의 손목을 치고, 팔뚝과 어깨를 연이어 쳤다.

구혁상은 손목은 피했지만, 팔뚝과 어깨를 치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팔이 마비되는 것 같은 통증에 들고 있던 만두를 놓치자 적운상이 재빨리 받아서 입에 넣었다.

“헹! 사수조니으……. 이제… 제 사대가 아이라고요.”

만두 하나를 입에 다 넣고 말을 하니 발음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오오, 대단한걸.”

짝짝짝짝!

박수 소리와 감탄이 나오자 두 사람은 그제야 주위에 일꾼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방금 두 사람이 툭탁거리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상과 구혁상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갔다. 그곳은 짐이 쌓여 있어 다른 사람 눈에 뜨이지 않았다.

“놈! 날이 갈수록 무공이 느는구나. 방금 네가 쓴 초식이 일식삼타(一式三打)더냐?”

“네.”

“허!”

구혁상의 입에서 낮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적운상이 변초를 쓴 것이다.

방금 적운상이 쓴 초식은 원형 그대로가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일식삼타는 연이어 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나누어서 세 번을 치는 것이다.

“변초를 깨달았느냐?”

입 안 가득이 만두를 오물거리던 적운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니다.”

“쯧, 다 먹고 이야기해라.”

“네.”

가슴을 팍팍 치면서 만두를 모두 목으로 넘긴 적운상이 입을 열었다.

“변초가 아닙니다.”

“변초가 아니라니? 네가 쓴 것은 원래의 초식과는 다르지 않느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방금 제가 쓴 것은 있는 그대로의 초식입니다. 다만…….”

“다만?”

“제 생각이 맞는다면 그것이 풍뢰십삼식의 원형입니다.”

“설명을 해보아라.”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냐?”

“본 문의 풍뢰십삼식이 원래는 권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왜 도법으로 바뀐 겁니까?”

“음……. 그건 나도 모른다. 윗대에서 누군가 바꾸었겠지. 혹시 풍뢰십삼식을 도법이 아니라 다시 권법으로 쓸 생각을 한 것이냐?”

“아닙니다. 풍뢰십삼식은 도법으로 바뀌고 나서 거기에 맞게 형태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맨손으로 펼치면 이치에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방금 펼친 일식삼타만 해도, 첫 번째 공격이 상대의 손목이 아니라 들고 있는 칼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맨손으로는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

구혁상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고 도를 들고 펼치면 당장에 두 번째 공격부터 끊깁니다. 먼저 상대의 칼을 치고, 이어서 팔과 어깨를 치려면 도를 완전히 회수했다가 다시 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몸에 걸리기 때문에 칠 수도 없거니와, 어떻게 친다 해도 위력이 없습니다.”

“음…….”

맞는 말이었다. 풍뢰십삼식의 초식이 단순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한 번에 펼쳐야 될 초식을 나눠서 펼쳐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단순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한 번에 펼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실은 며칠 전에 단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도락방에서 싸울 때였다. 그때 적운상은 무의식중에 단검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쳤었다. 무당파의 운학이 알아본 초식도 풍뢰십삼식의 일식삼타였다.

“단검?”

“그렇습니다. 단검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쳤더니, 초식이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제야 구혁상도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맨손은 안 된다. 긴 칼은 거치적거린다. 그렇다면 짧은 칼을 쓰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구혁상이 손에 든 젓가락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쳐봤다. 적운상의 말대로 초식이 부드럽게 풀려 나왔다.

“허!”

“방금 거기서는 돌려 잡아야 됩니다. 단검은 굳이 한 방향으로만 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역으로 잡아도 베거나 찍을 수가 있습니다.”

“음…….”

구혁상이 적운상의 말대로 젓가락을 빙글 돌려 잡으며 초식을 펼쳐봤다. 그러자 변화가 다양해지면서 초식의 어색한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다.

“확실히 그렇구나. 허나 그래도 아직 초식의 단순함이 남아 있다. 이래서는 상승의 무공이라 할 수가 없지. 상승의 무공은 쾌와 중, 변을 모두 담고 있어야 한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단검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치면 초식이 부드럽게 풀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숙조님의 말씀처럼 변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변이 넘쳐납니다.”

적운상이 자신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쥐었다. 그리고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가면서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그러자 젓가락 두 개가 어지럽게 움직이며 변화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그것이 어찌나 대단한지 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적운상이 변초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있는 초식 그대로를 펼치고 있었지만, 양손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가 복잡해진 것이다.

그걸 보고 구혁상이 눈을 크게 떴다. 초식이 단순해서 무공의 기초를 닦는 데나 쓰이던 풍뢰십삼식이 상승의 무공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왜 저러한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풍뢰십삼식은 초식이 단순하고, 오로지 도(刀)로만 펼쳐야 한다고 누구나 당연하게,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여겨왔던 것이다.

“정말 장하구나. 어찌 이런 것을 알아냈단 말이냐?”

구혁상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형산파에 남겨진 무공은 달랑 세 가지뿐이었다. 거기다 모두가 결점이 있었다. 그런데 적운상으로 인해 금안뇌정신공은 십이 성 가까이 연공할 수 있는 길이 생겼고, 풍뢰십삼식은 이처럼 상승의 검법으로 바뀌었다. 정말 복덩어리 같은 녀석이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아니었다. 적운상은 예전부터 풍뢰십삼식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동안 쭉 노력해 왔었다. 몽골에서 큰 호랑이와 싸울 때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도락방에서 그렇게 단검을 쓴 것도 그동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연중에 늘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저도 모르게 표출되어 나온 것이다.

모두가 노력의 결과였다.

“허, 녀석…….”

“제 생각에는 풍뢰십삼식의 변화가 너무 복잡하니까 좀더 쉽게 익히기 위해 도를 들고 수련한 것 같아요. 그것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제대로 전수가 되지 않아, 모두들 단순하게 도법으로만 여긴 걸 거예요.”

“음, 일리가 있는 말이다. 허면 이제 왼손으로 연습을 해야겠구나.”

“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더냐? 지금까지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뤄오지 않았더냐?”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상관보연이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이쪽으로 다가왔다.

* * *

 

“당신이 맞군요.”

상관보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떻게 알아봤지?’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는데, 머리 모양 좀 바뀌었다고, 며칠 만에 잊을 리가 없었다.

“또 보는군요.”

적운상이 어색하게 아는 체를 했다. 그러자 구혁상이 의외라는 눈을 했다. 두 사람이 도대체 언제 만났단 말인가?

“설마 같은 배에 타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호남성으로 가는 길인데, 배가 없어서 신세를 좀 지고 있습니다.”

상관보연의 눈에 의심의 빛이 떠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도락방을 겨우 반 시진도 안 되는 시간에 그 꼴로 만든 적운상이었다.

뒤늦게 난리가 나고 몇몇 사람들이 상관도백과 상관보연을 찾아왔었다. 그러나 상관보연은 입을 다물었다.

도락방과는 이번에 처음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친분도 없을뿐더러, 그쪽에서 맡긴 돈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산서성의 흑도문파들이 모두 돈을 모았기에 금액이 큰 것이지, 문파 하나하나가 내는 돈은 많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괜한 일에 휘말려봤자 상단에 이익 될 것이 없었다. 그저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적운상을 다시 만난 것이다.

이것이 정말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적운상이 뭔가를 노리고 있는 건지, 자연히 의심이 갔다.

“이름이 뭐죠?”

그녀는 그때 도락방에서 물었던 것을 다시 물었다.

“적운상이라고 합니다.”

“정말 단순한 우연인가요?”

“그렇습니다.”

“흐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의심일랑 마시구려. 허허.”

“당신은 누구죠?”

“나는 이 녀석의 사…가 아니라 할아비 되는 사람이오.”

“전혀 안 닮았어요. 속일 생각 하지 마세요. 사문이 어디죠?”

역시 상인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눈이 날카로웠다.

“형산파라오.”

“아!”

형산파라는 말에 상관보연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그때 등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형산파라고 했나?”

상관도백이었다. 그가 운학과 함께 서 있었다. 상관보연을 운학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찾다가, 여기 있는 것을 보고 이리로 온 것이다.

“그렇소만…….”

“흥!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 우연히 만났을 뿐이에요.”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상관도백의 언성이 높아졌다. 구혁상은 그가 왜 저러는지는 몰랐으나, 형산파를 좋게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아직도 그를 못 잊은 거냐?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 않았더냐? 그를 살려주는 대신에 마음을 돌리기로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상인은 신용이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깟 삼류문파쯤은 당장에 쓸어버리겠다.”

상관도백이 서릿발 같은 기세로 상관보연을 나무랐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에요! 할아버님!”

“시끄럽다.”

상관보연의 말을 단번에 막아버린 상관도백이 무서운 눈으로 구혁상과 적운상을 노려봤다.

“분명 장문인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못 알아들었나 보군. 한 번만 더 보연이에게 접근하면 내 분명 기둥뿌리 하나 남겨놓지 않고 쓸어버리겠다 했거늘!”

“허!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구려. 게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면에 말이 조금 심한 것 아니오?”

“내가 없는 말을 했는가?”

상관도백이 노기 어린 시선으로 구혁상을 봤다. 구혁상은 담담하니 그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우리는 십 년 동안 형산파를 떠나 있었소. 그래서 그간의 사정을 모르오. 이 배를 탄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소.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는 소저의 잘못은 아니외다. 무슨 일이든 항상 전후 사정을 잘 알아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오? 하지만 거기에 가까운 지인이 얽히면 감정이 먼저 앞서게 되는 경우가 많소. 보아하니 지금 상관보주가 그렇구려. 그리고 본 문이 지금은 세가 약하다 하나 언제까지 그럴 거라 보시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소이다. 흥하면 망하는 법이고, 시들었으면 다시 피는 법. 지금은 조용히 물러나겠지만, 본 문에 돌아가 사리를 따져보고 우리 쪽에 잘못이 없다면 상관보를 찾아가겠소.”

상관도백이 구혁상을 노려봤다. 확실히 그는 그가 봤던 형산파 사람들과 달랐다. 형산파의 장문인이라는 작자도 상관도백의 기세가 실린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지 못했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오로지 무공이 약해서다. 그러나 구혁상은 그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히려 도리를 따지고 들었다.

“흥! 그럴 수 있나 두고 보지.”

상관도백이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다. 구혁상이 일단 물러난 것처럼 그 역시 한 걸음 물러난 것이다.

상관보연이 미안한 기색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고 상관도백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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