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5화
5화. 무공수련 (1)
뾰로롱! 짹짹!
아침 해가 어슴푸레 떠올라 숲을 비췄다. 간간이 새 소리가 들려오는 아무도 없는 숲길을 노인과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새벽에 형산파를 떠나온 구혁상과 적운상이었다.
“너는 본 문이 왜 약한 줄 아느냐?”
구혁상이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적운상은 예전에 대사형 막정위와 둘째 사형 초사영이 본 문에 돈이 없어서 모두들 고생한다고 푸념하던 것이 생각났다.
“돈이 없어서요.”
“아니다.”
“그럼요?”
“무공이 약해서다. 절대경지에 이른 고수 한 명만 있었어도 호남에서 본 문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무림의 양대 산맥이라는 소림이나 무당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무림문파에서는 뛰어난 고수 한 명이 중요하단다.”
“사숙님은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가 아닌가요?”
“놈! 나를 놀리는 게냐? 내가 절대경지에 올랐다면 지금 본 문이 그 모양 그 꼴이겠느냐?”
그 모양 그 꼴?
형산파가 뭐가 어떻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어린 적운상으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저 구혁상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명문정파나 알아주는 세가에서 고수들을 많이 배출하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아니요.”
“그들은 싹수가 보인다 싶은 아이가 있으면 아낌없이 내공을 소진해 가며 벌모세수(伐毛洗髓)를 시키고 온갖 영약을 구해다 먹인다. 그렇게 해서 어렸을 때부터 상승의 무공을 익힐 수 있는 몸을 만들지. 그런 후에 뛰어난 고수들이 달라붙어서 무공을 전수하고 재능을 이끌어낸다. 물론 본인들도 많은 노력을 하겠지.”
적운상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안타깝게도 본 문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 벌모세수를 시킬 정도로 내공이 대단한 고수도 없거니와, 돈이 없어서 영약도 못 산다. 고수가 없다 보니 가르치는 것도 거기서 거기고. 그렇다고 본 문에 남아 있는 무공이 무슨 절세의 신공도 아니다. 낙연검법이 뛰어난 검법이기는 하지만 금안뇌정신공과는 맞지가 않는다. 그나마 풍뢰십삼식이 잘 맞지만, 그 또한 문제가 많지. 풍뢰십삼식은 초식이 너무 간단해서 무공의 기초를 다지기에나 제격 아니더냐? 그래서 금안뇌정신공이 아무리 받쳐줘도 소용이 없다. 게다가 금안뇌정신공도 완벽한 것이 아니다. 금안뇌정신공은 뒷부분의 해석이 불분명하여 나나 네 사부가 그 고생을 하면서 익히고 있는데도, 아직 팔 성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공이 절정에 오른 고수를 길러내겠느냐?”
“그럼 안 되는 건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미친 듯이 무공수련을 했었다. 지금껏 수십 년을 떠돌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비무도 했었다. 그래도 무공이 절정에 달하지는 않더구나. 그러다 근래 들어 깨달은 것이 있다.”
“뭔데요?”
“아까도 말했듯이 다른 문파에서야 이것저것 다 해주겠지만 본 문에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강해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노력밖에 없다. 하지만 얼마 전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진정으로 내가 노력을 했는지 의심이 들더구나.”
구혁상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맺힌 것이 많아 앞만 보고 달린 것이 문제였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후회감에 절로 어깨가 축 처졌다. 어린 적운상의 눈에도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진정으로 노력을 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구혁상은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태까지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한 것이었다.
“운상아.”
“네, 사숙조님.”
“너는 노력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음……. 열심히 하는 거요.”
“아니다. 그것은 노력이 아니다. 노력은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이 노력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건 즐기는 것이다. 뭔가를 열심히 하는 건 재미가 있기 때문이지.”
“네.”
“너는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한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거를요?”
“당연히 무공수련이지.”
“네.”
“그래. 그러면 된다. 노력하면 되는 게야.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열두 시진을 살아간다. 그중 서너 시진은 잠을 자고 한 시진 정도는 삼시세끼 밥을 먹지. 그럼 몇 시진이 남느냐?”
“일곱 시진이요.”
“그렇지. 일곱 시진이 남는다. 그 일곱 시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단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놀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연정을 품고 여인을 쫓아다니는 사람도 있을 테고, 관리가 되고자 학문에 힘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무인이라면 누구나 수련을 한다.”
잠시 말을 끊은 구혁상이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한참이나 걸었는데도 힘든 기색 없이 잘 따라오고 있었다. 뚱뚱한 체구와는 달리 기초체력이 제법 잡혀 있다는 뜻이었다.
구혁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일곱 시진 내내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하루에 정말 많이 수련한다 해도 서너 시진을 넘기지 못한다. 그렇게 오래 수련하면 힘도 들지만 무엇보다 그만큼의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명문정파나 세가에서 폐관수련을 하는 이유가 그래서이지.”
“네, 사숙조님.”
“너는 지금부터 그들이 폐관수련을 하듯이 하루에 일곱 시진 이상을 수련해야 한다. 밥 먹고, 싸고,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검을 들고 수련해야 한다. 그렇게 남다른 노력을 하다 보면 형산파의 무공으로도 절정에 오를 수가 있을 것이다. 상식을 초월해서 노력을 했을 때는 반드시 거기에 따른 성과가 몇 배나 증폭이 되어 나타나는 법이다.”
거기까지 말한 구혁상이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적운상을 불렀다.
“운상아.”
“네, 사숙조님.”
“할 수 있겠느냐? 그 혹독한 수련을 견뎌내고 형산파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겠느냐?”
“네, 사숙조님. 부족한 것이 많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된다.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야.”
적운상의 대답에 흡족해야 할 구혁상은 무슨 이유에선지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노력만으로 무공이 절정에 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노력밖에 없었다. 거기에 자신의 인생과 적운상의 앞날을 모두 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예전에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원한만큼의 노력을 하지 못했지만, 운상이는 내가 있으니 반드시 해낼 것이야. 암. 그렇고말고.’
구혁상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적운상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옆에서 혹독하게 채찍질을 해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적운상은 아무 생각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 * *
오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적운상이 한 일이라고는 오로지 수련뿐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검을 휘둘렀다. 잠시 씻고 뒷간에 갔다 온 후에 아침을 먹고, 또 검을 휘둘렀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검을 휘둘렀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잠자기 전까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잤다.
적운상은 놀랍게도 그 같은 일을 오 년 내내 해왔다. 구혁상이 말한 대로 정말 밥 먹고, 싸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검만 휘두른 것이다.
처음 일, 이 년간은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무공만 수련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좋아하는 일도 하루 종일 하기가 힘이 드는 법이다. 그러나 구혁상이 죽어라고 매질을 해대니 안 할 수가 없었다. 지옥 같은 오 년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적운상의 움직임 속에 풍뢰십삼식과 낙연검법이 완전히 녹아들었다. 뭘 하든 간에 풍뢰십삼식과 낙연검법의 묘리가 풀어져 나왔다.
심지어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 무공의 정수가 그대로 담겨져 나왔다.
그가 원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그렇게 된다. 믿을 수 없게도 겨우 열다섯의 나이에 무상지검(無想之劍)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흐음…….”
적운상이 펼치고 있는 낙연검법을 보면서 구혁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운상의 낙연검법은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완벽해서는 안 된다. 어딘가 흠이 있고 조금은 부족해야 된다. 그래야만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적운상의 무공은 너무나 완벽했다. 적당히 완벽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완벽했다.
적운상은 같은 자리에서 무공을 펼치면 몇 번을 하건 간에 밟았던 곳을 똑같이 밟고, 휘두른 곳에 정확히 다시 휘둘렀다. 그 동작에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동작을 보고 있자니, 구혁상은 답답해서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적운상은 변초(變招)를 쓰지 못했다. 변초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초식을 상황에 맞춰서 임의대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적운상은 그러지를 못했다. 오로지 있는 초식의 형태, 그대로만 썼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의 초식은 변하지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 그 지경이 된 걸까?
모두가 구혁상의 잘못이었다. 그는 제자를 키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체계적으로 무공을 수련한 것도 아니었다.
구혁상은 천하를 떠돌며 수많은 비무를 통해 홀로 수련을 했다. 그러니 뭘, 어느 때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전혀 몰랐다.
게다가 적운상이 무공을 수련하는 동안 그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다. 생활고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적운상이 할 수 있는 수련은, 오로지 초식을 무한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대련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련을 많이 하면 상황에 맞춰 저도 모르게 변초를 쓰게 된다.
그러나 적운상이 어린 데다 무공이 고만고만하니, 초식을 좀더 능숙하게 펼치게 되면, 그때 대련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구혁상이 그러한 문제점들을 깨닫고 뭔가를 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구혁상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운상이의 나이 이제 열다섯. 지금부터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비무를 시키면 결국에는 변초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자면 상대를 찾아야 하는데…….’
중원에서는 무리였다. 중원에서 비무행을 잘못했다가는 늙어 죽을 때까지 원수들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지금 구혁상이 그랬다.
구혁상은 수많은 실전비무를 통해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예전에 패했던 무당파의 삼대제자를 찾아가서 단 십 초식만에 그의 목을 베었다.
그렇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상대가 죽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구혁상은 위급한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상대의 목을 베었다. 순전히 운이었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였다. 하지만 무당파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구혁상이 과거의 일로 앙심을 품고 그를 죽였다고 여겼다. 십 초식만에 상대를 죽였으니, 그만큼 무공이 뛰어난데 일부러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혁상이 아무리 해명을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무당파에서는 고수를 계속 보내왔다. 구혁상은 그들을 피해 결국 새외로 도망쳐야 했다.
중원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힘이 없으면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당시에 형산파의 명성이 높았더라면, 구혁상의 무공이 정말 절정에 올라 있었더라면, 그렇게 치욕스럽게 도망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운상아.”
구혁상은 새외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운상아.”
적운상이 못 들은 것 같자 구혁상이 다시 그를 불렀다. 그래도 적운상은 대답 없이 계속 검만 휘둘렀다.
“야 이놈아!”
결국 구혁상이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적운상이 멈칫하며 그를 봤다.
‘헉! 저, 저 녀석이 설마 또…….’
구혁상은 속으로 겁을 먹고 여차하면 도망치기 위해서 단전에 기(氣)를 모았다. 저것 또한 오 년 동안 무공수련만 한 후유증의 하나였다. 적운상의 성격이 이상해진 것이다.
그는 원래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성격이 너무나 온화하고 착해서 크게 화를 낼 일도 꾹 눌러 참았다. 그것이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 한순간 빵 터져야 정상이건만, 단순한 면이 있어서 금방 잊어먹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쌓여 있는 것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문제는 화가 난 기색이 전혀 없이, 그냥, 갑자기, 확 돌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숙조고 뭐고 없었다. 눈이 뒤집혀서 죽자사자 덤벼들었다.
예전에야 적운상의 무공이 약했기 때문에 개 잡듯이 패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몇 달 전에 미쳐서 날뛰는 적운상에게 심장이 뚫릴 뻔한 뒤로는,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쳤다.
몇 년에 걸친 폐관수련으로 고수가 된 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성격이 괴팍하다는 거다. 혼자서 하루 종일 무공만 수련하다 보니 살짝 맛이 가는 것이다.
적운상 역시 마찬가지 경우였다. 무려 오 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곱 시진 이상을 무공수련만 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수련을 안 한다고 구혁상한테 죽도록 얻어맞으면서 말이다. 미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하자, 구혁상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문을 한 번 일으켜 세워보겠다고 말년에 이렇게 어린 사손의 눈치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험!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로 갑니까?”
“새외로 간다.”
“새외 어디요?”
“일단 몽골 쪽으로 가보자꾸나.”
“거긴 왜요?”
“왜…….”
적운상이 자꾸 물어보자 울컥한 구혁상이 소리를 지르려다가 잠시 심호흡을 했다. 괜히 소리를 질렀다가 적운상이 돌아버리면 뒷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지금 네 무공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실전경험과 내공이 부족하다. 무공을 익힘에 있어서는 결국 쾌(快), 중(重), 변(變), 이 세 가지뿐이다.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위력적이고, 얼마나 변화막심한가가 관건인 게지. 너는 그중, 겨우 쾌를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무상지검의 경지여서 나도 당해내기가 힘드니……. 흐음…….’
생각은 그랬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적운상이 자만심을 가질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중이라는 것은 가벼운 것을 무겁게 쓰고, 무거운 것은 가볍게 쓰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휘두르는 검의 무게라고 해봤자 몇 근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검법을 펼치면 천근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자면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네 내공은 지금 일천한 수준을 겨우 넘었을 뿐이다. 금안뇌정신공의 성취가 얼마나 되느냐?”
“이제 사 성에 달했습니다.”
‘놈! 얼마 전에는 삼 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에 비해 놀라운 성취였다. 무공에 미쳐서 살았던 구혁상도 나이 약관이 되기 전에는 삼 성의 성취를 넘지 못했었다.
그것은 적운상의 자질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노력의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험!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만큼 했었다. 좀더 노력해야 한다.”
“네, 사숙조님.”
“험! 최근에 나는 금안뇌정신공의 손실된 뒷부분을 복원해 낼 실마리를 잡았다. 나나 네 사부는 팔 성의 성취에서 멈췄지만, 어쩌면 너는 십이 성 가까이 성취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네, 사숙조님.”
보통 이런 경우라면 기뻐해야 정상이건만, 적운상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담담했다.
“그때가 되면 쾌에 이어 중까지 얻을 것이다. 또한 새외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비무를 하다 보면 변의 묘리까지 얻을 수가 있을 게다. 그때에 이르러 너는 비로소 무공이 절정에 달해 대성을 이룰 것이다.”
말을 끝마친 구혁상은 그때를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름만 대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형산파에 수없이 모여 있다. 거기서 적운상은 태산같이 우뚝 서서 그들을 호령한다.
구혁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형산파의 오랜 숙원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키운 적운상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어찌 가슴이 벅차지 않으랴?
“사숙조님.”
“응?”
잠시 망상에 젖어 있던 구혁상이 정신을 차리고 적운상을 봤다.
“본 문에는 언제 돌아가요?”
“뭐? 그야 당연히 네가 모든 수련을 끝마치고 대성을 이루었을 때지.”
“…….”
적운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구혁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상아.”
“네, 사숙조님.”
“남자는 강해야 한다. 네가 지금 돌아가 봤자 아무도 너를 반기지 않을 게다. 하지만 네가 절정의 고수가 되어서 돌아간다면 네 사부는 맨발로 뛰어나와 너를 반길 것이다. 힘들어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참고 노력하자꾸나.”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힘없이 대답했다.